<35> 4차 산업혁명 속 안경의 미래는

▲ ‘스마트 안경’이 대중 속으로 잠입해 가고 있다. 별도의 이어폰이 필요하지 않고 골전도 기술로 음악과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감상한다.
▲ ‘스마트 안경’이 대중 속으로 잠입해 가고 있다. 별도의 이어폰이 필요하지 않고 골전도 기술로 음악과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감상한다.
▲ 3D안경의 모토는 입체감과 모방에 있다. 3D안경의 기술력은 양쪽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제어가 주요 포인트다.
▲ 3D안경의 모토는 입체감과 모방에 있다. 3D안경의 기술력은 양쪽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제어가 주요 포인트다.
▲ 스포츠나 레저에 적합한 고글부터 패션 아이템, 전투상황이나 비행기 조종 등 특수목적을 띤 기능성까지 안경은 역사와 종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 스포츠나 레저에 적합한 고글부터 패션 아이템, 전투상황이나 비행기 조종 등 특수목적을 띤 기능성까지 안경은 역사와 종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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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안경을 통해 수천 개로 얽혀있는 비행기 내부 전선을 설계도 없이 작업해 낸다. 이 안경으로 인해 작업속도가 30%가량 빨라지는 효과를 얻는다.
▲ AR안경을 통해 수천 개로 얽혀있는 비행기 내부 전선을 설계도 없이 작업해 낸다. 이 안경으로 인해 작업속도가 30%가량 빨라지는 효과를 얻는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안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양’이었다. 자신의 눈 건강이 적신호라는 사실을 만방에 알리는 양 부끄러움마저 느껴야 했다. 학창시절 안경을 낀 친구를 상대로 소위 ‘안경 잽이’라는 속어를 남발하던 그때는 분명 그랬다.

오로지 ‘시력교정’을 위함이었다. 눈 상태에 맞게 ‘볼록렌즈’냐, ‘오목렌즈’냐, 또는 시력에 맞춘 렌즈를 찾아 두께 감을 조정하는 ‘반 의학적’ 요소, 더할 나위 없이 그 정도였다. 안경의 용도란 천편일률적이었다. 그리고 렌즈를 감싸는 테의 활용성은 말 그대로 렌즈를 보호하는 ‘Zip’의 역할에 불과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류에 안경 산업도 더불어 유영하고 있다. 시력 보정의 원초적 벨류를 넘어 패션, 레저, 문화, 3D, 증강현실(AR)에 이르기까지 안경의 확장범주는 무한대다. 침대는 과학이고 스포츠도 과학이라는데, 안경을 과학과 분리시켜버린다면 영 어색할 노릇이다.





◆조선시대 불경의 상징

안경의 근원을 서양의 네로 황제냐, 고대 중국에 이르냐에 따른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고사에 의거한 추정일 뿐 정설로 비춰 볼 때 안경의 시발은 이탈리아로 본다. 그에 따른 근거는 렌즈의 어원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렌즈는 이탈리어어 ‘렌티지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는 13세기와 18세기 무렵에 각 발명됐다. 하지만 안경의 대중성은 15세기에 이르러서야 빛을 발하게 된다.

당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이 유럽 전역을 강타하면서 수천만 권의 책자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과 궤를 함께한다.

책의 기하급수적 공급과 맞물려 인쇄본을 접하려는 수요 역시도 동반 상승의 조짐을 보였다. 이로 말미암아 시력의 중요성을 간과해 온 사람들도 사물의 분간 여부를 넘어 독서라는 선명성을 띤 채 안경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안경의 시초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그 시작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의 안경은 중국식 어투로 ‘애체’라 불렸다. 또 다른 말로는 당시 페르시아어 ‘왜납’이라고도 불렸는데 이 왜납이 구전을 통해 지금의 안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고증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사실 조선시대의 안경은 ‘불경’의 상징이었다. 어찌 보면 지금의 ‘담배’와도 비슷한 예법이 적용되는데 자신보다 지위나 연령이 높은 사람,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는 안경 착용이 엄격히 금지됐다.

임금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공식적인 행사나 회의 자리에서는 군주 역시도 안경을 벗고 참석하는 것이 ‘궁중의 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옛 조선의 안경문화는 이렇듯 소극적이었고 경계의 대상이었다. 우리 역시도 수백 년에 걸친 안경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그에 따른 사료가 미흡할 수밖에 없던 이유, 바로 이 지점에서 알 수 있다.





◆3D안경의 모토는 입체감과 모방

안경렌즈의 원리는 ‘거리 콘트롤’로 설명할 수 있다. 그 기준은 통상 눈의 망막과 수정체의 위치 및 거리로 두는데, 개별로 지닌 눈의 특성에 따라 렌즈를 선택, 그 렌즈가 눈의 거리와 반사각 등을 잡아 시야를 밝게, 아울러 넓혀주는 것이다. ‘원시’와 ‘근시’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원시는 보통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주로 나타나곤 하는데, 말 그대로 먼 곳은 잘 보이되 가까운 사물은 선명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원시는 망막과 수정체의 거리가 짧아진 탓에 물체의 상이 망막 뒤편으로 맺힘에 따라 발생한다. 어르신들이 신문이나 가까이 있는 물체를 식별할 때 안경을 들어 보이거나 돋보기를 착용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 돋보기가 바로 볼록렌즈다.

근시는 원시의 반대 개념으로 보면 된다. 먼 곳에 있는 물체가 흐릿하게 퍼져 보이는 현상이다. 이는 ‘난시’와도 비슷한 지점으로 볼 수 있다. 근시는 수정체와 망막의 거리가 원시와 달리 멀어 그 중간에 상이 맺힌 상태를 의미한다. 다른 이유로는 수정체의 형태를 들 수 있는데, 수정체가 정상 대비 볼록한 형태를 띠면 이 또한 근시라고 판명한다. 근시 교정에는 오목렌즈가 이용된다.

우리의 눈은 ‘입체성’을 지닌다. 그렇기에 실물과 사진, 그리고 거울은 개별의 특성과 형태에 맞게 각자의 입체성을 다르게 표현한다. 쉽게 말해 인간의 눈은 두 개고 사진의 렌즈는 하나이며, 사진은 사물의 입체성을 평면화하는 대신, 눈은 입체 본연의 구조를 온전히 수용해 낸다는 원리다.

‘제2의 눈’으로 대변되는 안경에 입체감을 부여하려는 시도란 꽤나 고무적이었다. ‘3D’와 안경의 접점을 찾기 위한 그간의 노력은 바야흐로 ‘3D안경’이라는 아이덴티티로 발현되기에 이른다.

3D안경의 모토는 입체감과 ‘모방’에 있다. 인간의 입체적 시각을 오롯이 재현한다는 것이 3D안경이 품은 기술력이다. 사람은 한쪽 눈만으로는 입체감을 느낄 수 없다. 바로 ‘시야각’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3D안경 역시 양쪽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제어가 기술의 주요 포인트다.

다채로운 3차원 이미지를 한데 결집시키기 위해선 사람의 좌·우 뇌가 동시다발적으로 입력돼야 한다. 그러한 설계가 이뤄질 때 양쪽 시각을 통해 투영된 이미지와 이벤트, 형태와 거리감 등을 현실감 있게 인식해 낼 수 있는 것이다.

‘3D 영화’ 또한 비슷한 원리다. 안경 대신 카메라의 거리 각을 조정해낸 후 양쪽 카메라의 병렬적 이미지를 결집해 하나의 영상으로 비출 때 입체감을 품은 3D 스크린이 탄생하게 된다.





◆미래 안경은 ‘눈에 걸치는 옷’

안경 산업과 4차 산업의 콜라보로 말미암아 다양한 형태와 용도를 띤 안경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안경을 ‘아이웨어’, 다시 말해 ‘눈에 걸치는 옷’이라고까지 표현했을까. 안경은 과학이자 패션이며, 시력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하나 쯤는 소유하고 있을, 약간의 과장을 보태 ‘공공재’적 성격마저 품고 있다.

매운 여름, 유난히 눈이 시리다면 ‘선글라스’부터 찾는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공인이나 연예인서부터 내리쬐는 햇빛과 그 속에 담긴 자외선으로부터 내 눈을 보호하겠다는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선글라스는 휴대폰 만큼이나 수요량이 높은 ‘필수품’이 돼버렸다.

이외에도 스포츠나 레저에 적합한 고글이나, 패션을 위시한 아이템으로의 각종 안경들, 그리고 전투상황이나 비행기 조종 등의 특수목적을 띤 기능성 안경에 이르기까지, 안경은 그 역사와 더불어 시대와 시류에 따라 그 종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제는 ‘똑똑한 안경’이다. 스마트의 이름을 딴 ‘스마트 안경’이 대중 속으로 잠입해 가고 있다. 스마트 안경에는 별도의 ‘이어폰’이 필요하지 않다. ‘골전도’의 기술력으로 음악과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감상한다.

전화를 할 수 있고, 안경의 위치를 파악한다.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스마트 안경의 형태에 관한 의구심이 들만도 하다. 인공지능의 기술이 투영된 스마트 안경의 외관을 한 번 떠올려보자.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봄직한, 좋은 말로 그럴듯하되 부담스런 모양쯤으로 그려본다면 오산이다. 스마트의 정점은 ‘퍼블릭’이다. 대중적이며 보편화된 외형, 하지만 ‘웨어러블’의 기술력이 담긴 안경이야말로 스마트 안경의 진면목이라 볼 수 있다.

설계도를 펼치지 않은 채 복잡한 배선을 정리한다. 수천 개로 얽혀있는 비행기 내부 전선을 쉼 없이 작업해 낸다. 대신 이 작업자는 설계도를 살피는 대신 안경을 착용한다. AR안경, 그 너머에 배선위치가 지정돼 있고 안내도를 판독해낸다. 그 덕에 작업속도는 30%가량 빨라졌고, 그에 따른 효용 가치는 기대 이상이다. 증강현실은 현실이 아니다. 다만 현실감을 십분발휘한 후 현실 아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계 유수의 리서치업체에 따르면 2024년까지 안경 관련 산업군의 성장률을 연평균 5.1% 정도로 전망했다. 안경의 스마트화와 더불어 ‘패션 아이템’으로의 위치가 향후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방증이 수치화된 셈이다.

대구를 일컬어 ‘안경의 도시’라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안경 거리’에서 데이트를 해보자. 더불어 내년에 열릴 예정인 ‘대구국제안경전’에 한번쯤 둘러보는 애향심을 발휘해봐야 할 때다. 대구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만큼은 안경이란 ‘수구초심’이다.



글·사진 군월드 IT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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