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얼굴은 무엇인가

발행일 2019-08-28 15:49:3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당신만의 얼굴은 무엇인가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필자에게 수술을 받은 젊은여성 환자가 오랜만에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진료실에서 만났다. 그런데, 예전의 얼굴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낯설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서 예전, 수술할 때의 사진 자료를 뒤져서 찾아보았다. 예전에는 통통하고 생기가 가득한 자연스러운 얼굴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변해 예전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내심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첫 수술을 하고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도 수술이 잘 되었다고 좋은 이야기를 해줘 힘을 얻어 더 할 게 없나 싶은 욕심이 마음속에서 생기더라는 것이다.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상담을 했는데, 얼굴이 너무 커서 줄여야 한다는 등 온갖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이 작아지는 안면 윤곽수술을 이것저것 연이어서 하게 되었다고 했다. 턱, 턱끝, 광대뼈 등을 줄여주는 수술을 하게 되었고 이 후 작은 얼굴이 오똑해져야 보기에 좋다고 이마, 코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얼굴은 작아지고 마치 인형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얼굴 표정은 굳어져 버리고 피부의 감각은 이상하게 되어서 마치 두꺼운 석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되었다고 한다. 이 모습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견딜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수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고민스러웠다. 손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 수술을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제는 수술 같은 것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가끔 이런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만날 기회가 있다. 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런 얼굴 모습의 특징을 보면, 볼록 튀어나온 이마. 일자로 처져서 움직이지 않는 진한 눈썹. 놀란 듯이 보이는 눈동자, 아래로 처져 내려온 아래눈꺼풀과 부자연스럽게 너무 큰 애교살, 보형물이 피부로 비쳐 보이는 콧대와 들창코처럼 들려서 콧구멍이 드러나 보이는 코. 통통해진 볼살. 너무 많이 깎아서 ‘개턱’이 되어버린 얼굴 윤곽. 입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할머니처럼 보이는 모습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자세히 이야기해보면, 자존감이 부족하고 남의 이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자 끊임없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귀도 얇아져서 남들이 하는 이야기, ‘눈 수술하면 좋겠다.’ ‘코 수술하면 좋겠다.’ 같은 말에 쉽게 혹해서 자신에게 필요하지도 않는 수술도 별 고민 없이 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친구 따라 병원에 갔다가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대뜸 수술대에 누워서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후 서로 비슷한 모습이 되어 자연스러운 자신만의 개성이 없어졌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이런 경우와 다르지 않다.

그렇게 계속 수술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좋은 말을 해 주던 사람들도 점점 어색하게 변하는 모습에 멀어지게 된다. 그 후부터는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인관계도 예전같지 않아져서 어려워지고 점점 외톨이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환자들을 만나다 보니 진료실에서 사람들이 ‘내 얼굴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오면 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당신다운 얼굴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얼굴 전체의 모습을 단순히 거울로만 보지 않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얼굴 전체의 크기, 비례, 좌우대칭여부 등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심리상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 보인다고 한다. 정확한 사진을 보여주면 ‘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나요’라고 하면서 어색해한다.

하지만, 이것이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객관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서 어떻게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를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 속에 숨어있는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내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아름다움으로 만들 때, 자신만의 얼굴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현명함이 아닐까.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