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통곡위원회’라는 이름도 괴상한 단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통곡위원회’는 경북 영양지역 시민단체가 만든 이름이다. 낙후된 영양군의 도로 등 환경을 군민들이 ‘통곡(痛哭)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지었단다. 얼마나 통한이 됐으면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영양군민들의 애절함이 지역민들의 가슴을 친다.

경북 영양지역 7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국도 31호선 개량을 위한 영양군민통곡위원회’는 지난 26일 영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영양군 서부리에서 청송군 월전리를 잇는 국도 31호선 16㎞ 구간에 대한 조속한 선형 개량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또 군민의 마음을 담은 호소문을 청와대와 국회, 정부 등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

영양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4차로가 없는 지자체다. 그마저도 낙석과 선형 불량 등으로 인해 군민들은 안전에 위협을 느끼며 굴곡진 도로를 이용해왔다. 옷 한 벌 사고 병원 한 번 가기 위해 인근 지자체까지 1시간 이상 가야 했다. 열악한 도로 여건 때문에 영양군은 수십 년 째 낙후지역과 오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분노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어 통곡위원회까지 만들어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이다.

영양군은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 개통 효과를 누리고, 교통 인프라 확충과 교통복지 향상을 위해 31번 국도 청송과 영양 구간을 4차로로 확장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청송~영양~봉화~태백에 이르는 국도 31호선 구간 중 봉화~태백 도계 구간 등 영양 인접 지역은 도로 개선 사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지만 영양 구간은 전혀 손도 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양은 고속도로·4차로·철로 등 주요 교통 기간시설이 없는 전국 유일의 육지 속 교통 섬이다. 도시와 접근성이 떨어져 많은 문화관광 자원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양군민들은 국도 31호선의 4차선 확장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도 31호선 구간의 선형개량 요구는 교통량과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는 등 매번 외면당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은 정부가 경제성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경북도와 정치권이 나서 영양군의 절규를 들어주어야 한다. 정부도 이 도로가 영양 지역민들의 생명줄임을 인식, 지역 소멸을 막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예산을 반영, 지역민들의 소망을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영양군민들이 더 이상 통곡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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