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 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대학입시 취재는 늘 긴장됐다. 전 국민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990년 중반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과 성적표가 나올때 바짝 긴장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초·중반은 달랐다. 수시 전형비율이 점차 확대되면서 6월, 9월 모평이 중요해졌다. 실제 수능 당일은 물론 이듬해 서울대 합격자가 발표될 때까지 오롯이 긴장의 끈을 풀지 못했다.

그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했다. ‘너 지금 대학을 간다면 인 서울(In seoul-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할 수 있겠나?’라는 물음이다. 대답은 금방 나왔다. ‘자신없다’고 말이다.

참고로 기자는 84학번이다. 한번의 시험 성적과 체력장 점수를 합산해 대학을 지원했고 자기소개서도, 논술도 없었다. 면접에서는 지원동기와 대학생활에 대한 포부를 묻는게 고작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수많은 전형의 수시와 논술, 사고력을 요구하는 대입이었다면 물론 선생님들은 무척 열심히 우리를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공부만으로 원하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것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어마무시한 사교육 시장이 확인해준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논란이 2주째 정치를 블랙홀로 빨아들이고 있다. 대통령도 아니고 장관 임명을 두고 이렇게 갈려 다투는 나라가 또 있을까.

조 후보자는 야당과 보수 우파 언론의 파상 의혹 제기에 처음에는 “제도와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곧이어 웅동학원과 사모펀드의 사회환원을 발표했다. 20대 젊은 대학생의 촛불 집회가 있은 주말에는 사실상 사과와 함께 “사회개혁을 향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며 지지층의 결집을 겨냥,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싸움은 여야 청문회 협상과 대법원의 박근혜 국정농단 판결이 예정된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모양이다.

논란 초반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두고 내기를 거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명한다는데 장을 지진다”는 표현까지 듣기도 했다. 어차피 임명될 거 뭐 그리 관심둘 거 있냐는 냉소적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조 후보자 딸의 대입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달라졌다. 우리 국민의 역린, 즉 교육 문제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모펀드 의혹에는 좀 놀랐다. 젊은 시절 남한 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했던 조 후보자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고수들이 내밀하게 한다는 고수익기업투자 펀드인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조 후보자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떤 마음으로, 그것도 민정수석이라는 고위 공직자가 사모펀드를 했는지 진짜 궁금하다.

‘외고-단국대-공주대-고려대-서울대 대학원-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 조후보자 딸의 대입 프로세스와 장학금 논란에서는 주변 고3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떠올랐다.

교육기자 때 알게 된 이 딸들은 초·중학교 때 공부를 꽤 잘해 부모들은 딸의 명문대 진학에 공을 들였다. 고입때가 되자 한 명은 내신으로 승부를 걸고자 턱없이 하향 지원했다. 다른 한명은 그래도 부딪혀 보자며 정공법으로 공립 여고를 지원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나머지 한 명은 외고에 갔다. 이들이 부모의 탄탄한 경제력과 정보력, 네트워킹을 십분 활용한 조 후보자 딸의 대입 뉴스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장학금은 성적 우수자를 격려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의 면학을 독려하기 위해 준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이다. 부모가 모두 대학 교수인 유급 위기 학생에게 면학을 독려하고자 장학금을 주었다는 것은 교수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그 장학금을 받아온 것을 개의치 않았다면 그 또한 정의와 공정을 외쳐온 조 후보자의 궤적과 많이 다르다.

강한 자, 혹은 기득권자에게 앞서 친절하고 약한 자에게는 고약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때가 많다. 진리를 탐구한다는 대학에서 벌어진 그들만의 리그(친절을)를 보면서 평범한 흙수저들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정녕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아가 한창 취업과 미래를 품어야 할 대학생들이 장관 한명 때문에 촛불을 들어야 하는 현실은 더 안타깝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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