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일까지 갤러리 팔조에서

▲ 황인모 작가가 ‘라면’을 소재로 한 전시 ‘끼니-라면보고서’를 갤러리 팔조에서 열고 있다. 작품 앞에서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황인모 작가가 ‘라면’을 소재로 한 전시 ‘끼니-라면보고서’를 갤러리 팔조에서 열고 있다. 작품 앞에서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인모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끼니-라면보고서’다.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황 작가의 새로운 작업은 라면에 대한 호기심의 보고서다. 기성품으로 다 똑같은 라면이지만 그 생김의 규칙이 있는듯 없는듯한 라면의 ‘면’을 사진적인 방법으로 해석하고 이해했다.

이번 전시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라면의 ‘면’을 주제로 한다. 신라면, 너구리, 비빔면, 안성탕면 등 30여 종의 라면이 등장한다. 라면의 면을 촬영한 사진과 실재 면을 비닐로 담은 설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그는 “같은 종류라도 면을 자세히 보면 다 다르게 생겼다”고 했다. 실제 그의 작품을 보면 그렇다. 같은 ‘돈코츠라멘’이지만 면의 생김새가 달랐다. 어떤 면은 오른쪽이 떨어져 나가 있기도 하고 어떤 면은 아랫부분이 떨어져 나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작품 이름도 다르다.

그는 “상처가 많이 난 라면에 애착이 많이 갔다”고 했다. 왜 일까. 이번 전시의 시작이 ‘상처’였기 때문이다. 그는 온전하지 못한 라면의 상태에 본인의 상처를 오버랩한 것이다.

그는 “사람과의 관계때문에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 당시 대부분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냈다. 유일하게 나가는 건 라면 몇 봉지를 사서 오는 게 전부였다”며 “그 시간이 한동안 반복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라면에 관심이 갔다”고 했다.

면을 보면서 빠져드는 게 있었다고. 끝이 없이 꼬여 있는 면의 그 끝을 따라갔다. 똑같은 라면이라도 개체로 보니깐 달라 보였단다.

라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이 라면을 누가 만들었는지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황 작가는 라면에 이름을 붙이게 됐다. 라면 봉지 뒤에 제조공장과 근로자명 그리고 제조일, 고유번호를 조합했다. 제품명과 합쳐져 라면에 주민번호를 부여했다.

개체에 주민번호를 붙이니 아무것도 아닌 라면이 의미 있는 라면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들의 증명사진을 찍었다. 이번 작업의 핵심이었다.



▲ 황인모 작가가 ‘라면’을 소재로 한 전시 ‘끼니-라면보고서’를 갤러리 팔조에서 열고 있다. 작품 앞에서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황인모 작가가 ‘라면’을 소재로 한 전시 ‘끼니-라면보고서’를 갤러리 팔조에서 열고 있다. 작품 앞에서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주민번호를 받고 얼굴 사진을 찍어야 주민등록증이 되는 것처럼 라면 하나하나가 관리대상처럼 이름을 붙이고 증명사진을 찍어서 라면에 대해 증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개체 특유 라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번 작업의 목적이었다. 크기나 형태는 같게 증명사진처럼 찍었다.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집중했다고. 그림자 때문에 본질이 흐려질까 봐 그 부분을 우려한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첫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주민번호를 부여한 실물 라면이다.

그는 “직접 설치한 건 처음이다. 설치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이 아카이브 사진 실물과 비교해보는 작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실물은 원재료다 사진은 나의 의미가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황 작가는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작품과 이번 작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투 같은 도심풍경이나 회화 같은 미니멀한 장소들을 촬영한 이전 작품에도 상처가 배어 있다”며 “이번 작품은 시각적인 결과물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이전 작품들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9월2일까지다. 문의: 054-373-6802.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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