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공천

발행일 2019-07-16 14:55:4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낙하산 공천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일제히 총선을 향하여 ‘돌격 앞으로’다.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일본의 경제제재도 총선 프레임전쟁에 활용하려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지경이다. 어느 선거라도 그랬겠지만 내년 총선은 특히나 여야 할 것 없이 절박해 보인다. 정치가 극단적인 이념전쟁 내지 복수혈전으로 내몰린 결과다. 사활을 건 건곤일척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선거다. 예비 선량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들의 마음도 벌써 분주하다.

대구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촉빠른 언론이 분위기를 감지하고 멍석을 깐다. 대구를 텃밭으로 두고 있는 한국당에 대한 훈수가 날카롭다. 공천 실패로 인하여 총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삼연패한 점을 상기시키며 새로운 인재발굴을 통한 공천혁신과 대폭적인 물갈이를 주문한다. 지역구도 타파와 다양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을 응원하는 것이 지역 언론의 정의로운 역할인 것처럼 그 편향성을 당당히 드러내기도 한다. 언론의 논리는 현실적으로 한계에 부딪힌다.

새로운 인재발굴을 통한 공천혁신은 공천의 기본요건이긴 하나 당선가능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새로운 인재를 공천하여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임기 4년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선거의 물갈이 대상에 오르기 십상이다. 역량 있는 인재라 하더라도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가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국가와 지역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불과 4년 만에 중량감 있는 정치지도자로 성장하긴 기대난망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은커녕 영향력 있는 당직 하나 못 한다. 보통 선수가 높은 의원이 당직이든 국회직이든 우선권을 갖는 결과다. 초선이 300분의 1만 감당해도 성공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폭 물갈이를 주창했던 여론은 간 데 없고 무능하다는 날 선 비판만 남는다. 단편적 논리가 초래한 자가당착이다. 중진 키우기와 함께 새로운 인재발굴을 고려함은 물론 당선가능성까지 챙기는 복잡한 공천 셈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선호나 당선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소수자 공천도 비현실적인 구시대 유물이다. 소수자 배려는 비례대표로 보완할 일이다.

지역구도 타파와 다양성 확보라는 명분을 지역 선거에 강요하는 주장은 유권자의 신성한 선택을 왜곡하는 장애물이다. 여야 의석 구도가 이상적으로 나오도록 유권자를 종용하는 일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독립적 선택의 총화가 그 무엇이든지 그 결과가 존중되어야 마땅한다. 지역의 여야 의석 구도는 선택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종속적인 것이다. 그럴듯한 외피를 두르고 있는 명분도 잘 따져보면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역 총선의 또 다른 그릇된 신화는 이른바 ‘서울TK’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서울TK를 공천하면 낙하산이라고 거세게 반발한다. 국회로 입성하려는 ‘토착TK’는 서울TK를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충분히 나올법한 주장이나 지역폐쇄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다분하다. 한국당이 낙하산을 거부하는 반면 민주당은 오히려 낙하산을 반기는 경향이 있다. 낙하산 불가가 일반론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회의원의 직장은 서울에 있는 국회다. ‘토착TK’도 당선되면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다. 둘러치나 메치나 피장파장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연고에 관계없이 전국 어떤 지역에서도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 출마 지역은 당선가능성에 의해 선택된다. 연고지가 될 확률이 높다. 어떤 경우라도 각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 물론 최종 심판은 유권자 몫이다. 생활근거지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으로선 불가항력인 경우가 많다. 고교를 졸업한 사람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고, 지역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직장을 따라 지역을 떠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같은 논리로 선량이 되고자 연고를 좇아 지역으로 회귀하는 사람을 거부할 수 없다.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연고가 없으면 또 어떤가. 오겠다는 사람은 모두 환영할 일이다.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클 인재수혈은 지역에서도 필연적이다. 글로벌시대에 연고를 따질 일이 아니다. 서울TK가 오기도 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콤플렉스를 자인하는 꼴이다. 누구든지 한번 붙어보자는 용기 있는 자세가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길이다. 서울고양이든 시골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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