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매일 오후 2시면 아파트 뒤 공원을 산책하는 친구가 입에 거품을 물었다. 점심 식사를 한 뒤 느긋하게 차를 한 잔 하고는 공원을 산보하면서 하루 운동량을 채우는 그였다. 그가 최근 눈에 거슬리는 꼴을 발견한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산책을 나오면 공원 입구에서 담당인 듯한 환경미화원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일은 하지 않고 앉아 담배만 피우다니...” 구청에 전화해서 ‘당장 그 미화원을 목 잘라라’고 했다. 구청에서 알아보니 그는 매일 2시부터 근무였다. 미리 현장에 도착해서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매일 공원을 산책하던 친구는 공교롭게도 그 미화원이 업무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동작을 보았던 것이다.

맹자가 젊은 시절, 그러니까 스무 살 신혼 때 이야기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아내가 거만하게 걸터앉아 자신을 빤히 치켜보고 있었다. ‘남편이 들어왔는데 어찌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맹자는 어머니에게 아내의 무례를 일러바치고는 당장 이혼하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알았느냐?” “직접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무례한 것이지 네 아내가 무례한 것이 아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예법을 들어 차근차근 설명했다. “장차 대문에 들어오려면 안에 누가 있나 물어야 하고, 마루에 올라서려면 반드시 먼저 소리를 내어 알리고, 방 안에 들어서면 시선을 반드시 아래로 두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는 아직 준비가 안 된 사람을 가려주려는 것이다. 오늘 너는 여인네의 사사로운 곳으로 가면서 방에 들어설 때 소리를 내지도 않았고 걸터앉은 모습으로 사람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이는 너의 무례이니라. 네 아내의 무례가 아니다.”

그래서 맹자는 감히 부인을 쫓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반성했다고 한시외전은 전한다. 맹자를 교육시키기 위해 베틀에서 짜던 베를 서슴없이 가위로 삭둑 자른 맹자의 어머니가 젊은 아들에게 예절 교육을 시킨 유명한 이야기다.

내가 본 것이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그것만이 전부일까. 길게 인용한 것은 오늘날 생겨나는 많은 시비의 출발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데서 비롯된다는 뻔한 사실을 맹자의 얘기를 통해 강조하고 싶어서다. 또 아랫사람을 버릇없다 나무라기 전에, 세상 탓하기 전에 먼저 그런 핑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나 자신이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는 말이다.

조선조 사림들의 피바람을 몰고 온 사화의 단초를 제공한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의 사건도 그렇다. 실록에 따르면 윤씨가 왕비로 간택되기까지 단아했고 검소했기에 왕비로 간택됐다는 것이다. 평소 허름한 옷을 입고 검소한 것을 숭상하며 일마다 정성과 조심성으로 대하였으니 큰일을 맡길 만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윤씨 자신은 “저는 본디 덕이 없으며 과부의 집에서 자라나 보고 들은 것이 없으므로 어른들이 선택하신 뜻을 저버리고 주상의 거룩하고 영명한 덕에 누를 끼칠까 두렵습니다” 하고 사양했다. 그래서 성종이 더욱 현숙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그랬던 윤씨는 불과 3년만에 “폐비 윤씨는 성품이 본래 음험하고 행실에 패역함이 많았다. 전일 궁중에 있을 때 포학함이 날로 심하여 이미 삼전에게 공손하지 못했고 또 나에게도 행패를 부렸다”고 실록은 전한다. 왕의 여성 편력이 윤씨를 포학한 여성으로 만들었는지 원래 포학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온 나라를 피바다로 몰아 간 사건의 단초가 한 여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다시 한 번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송중기 송혜교 송송커플의 결혼식은 그러나 그 관심에 비하면 너무나 허무한 파경이었다. 당사자들에게 일생일대사를 넘어 세계적 한류 열풍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는 면에서 ‘성격 차이’니 ‘다름을 극복하지 못했다’느니 하는 핑계는 언어유희 같다. 그들의 속사정을 일일이 알 수도 없고 또 알 필요도 없지만 주변에서 너무 자주 또 쉽게 듣게 되는 이혼 이야기 중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언론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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