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4일까지 진행

▲ 윤길중 작
▲ 윤길중 작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는 기획 초대전 윤길중 ‘오브제_소멸과 재생’ 전시를 다음달 14일까지 진행한다.

지난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화재는 곳곳으로 번지며 깊고 아린 생채기를 냈다. 윤길중 작가는 화재가 난 뒤 일주일 후 그곳을 찾았다. 갑작스러 재해로 수명을 다한 ‘소멸’의 흔적들이 그를 부르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봄이었지만 긴 겨울처럼, 회색빛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윤길중의 작업은 지난 오랜 시간동안 사물에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는 되살리기 ‘재생’에 있었다. 철거를 앞둔 집들과 버려진 낡은 집기들, 외딴 섬에서 쓰러진 채 살아가는 나무의 삶처럼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거나 중심에서 밀려나 방치돼 있는 것들은 그의 프레임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 윤길중은 ‘불탄 오브제’와 ‘불태운 오브제’를 선보인다. 해외에서도 호평 받는 그의 작업 ‘보고(see) 보았다(saw)’에 등장하는 불태운 오브제들은 이미지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함으로써, 사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재생’을 위한 노력을 했다. ‘불행한 오브제’에 등장하는 불탄 오브제들은 갑작스런 재해로 생명을 다한 사물들, 그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 ‘소멸’의 안타까움이 스며들어 있다.

작가는 “우리 기억 속에 고정된 이미지의 사물을 보면 호기심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사물이 놓인 배경과 구도와 프레임에 잠시 눈길을 주기는 하겠지만 그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물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물에 변형을 줘 사진을 찍고, 관람자의 시선을 조금 더 붙잡아두기 위해 프린트된 이미지를 해체해 재조합 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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