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아침논단…불편한 소통, 편한 단절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문 앞에 두시고 문자 주세요’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 등 배달 앱을 활용한 음식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주문하는 고객들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배달원들에게 벨을 누르지 말고 문 앞에 음식을 두고 가달라는 요구다. 물론 반려견이 놀란다거나 자고 있는 아기가 깬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지만 비대면 거래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여러 불안요인이 많아지면서 불필요한 만남 자체를 꺼리는 것이다. 주문할 때 모바일 앱으로 음식값은 미리 계산했으니 배달음식은 문 앞에 두고 가달라고 메모를 남기는 형식이다. 말 한마디 없이, 다른 사람과의 접촉 한번 없이 배달음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8년 소비트렌드의 하나로 소개된 적이 있는 언택트 문화가 최근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접두사 언(un)을 합쳐 만든 용어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아예 않거나 최소화한 비대면 거래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2030세대들에겐 일상화된 배달 앱도 언택트의 일종이다. 휴대폰 앱을 활용해 택시를 부르면 기사에게 일일이 목적지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카카오택시도 언택트 소비문화의 하나다. 고속도로 휴게소 푸드코너나 패스트푸드 매장에 있는 키오스크(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까지 하는 무인 장치)는 익숙한 풍경이다. 직원들과의 접촉을 불편해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감안한 의류 무인점포까지 등장했는가 하면 편의점의 무인택배함을 이용하면 택배기사와 대면하지 않고도 반품이나 교환 서비스까지 가능해졌다. 이젠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골목상권에도 무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거래는 금융권에서는 이미 대세이다. 은행원과 대면하는 어색함을 없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의 인터넷 전문은행도 성업 중이다.

금융권, 유통업계를 넘어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언택트 문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불편한 소통을 하기 보다는 편안한 단절을 선택한 경우라고 진단한다. 급속하게 진화하는 첨단기술이 편안한 단절을 담보하는 언택트 소비활동을 키우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5G 상용화 등으로 키오스크 뿐 아니라 챗봇을 이용한 무인 매장, 가상현실을 응용한 쇼핑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이처럼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새삼 언택트라는 말을 꺼내든 것은 얼굴을 맞대고 컨택트(접촉)를 해야만 하는 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정치권은 철저하게 컨택트를 해야 하는 곳이다. 마주보고 편한 소통도, 불편한 소통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 하는 곳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유투브 바람이 거세다. 때문에 소통이 활발한 것 같지만 실은 자기주장만 있는 불통의 현장일 뿐이다. 소통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는 귀를 막아버린 꼴이다. 소통이란 뭔가.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기분 나쁘게 하면서 내가 편한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좀 불편하더라고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게 소통 아닌가.

그 소통의 출발은 주고받는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내면 그들은 시원할지 몰라도 상대는 영 불편하다. 내가 불편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가려서 한다면 오히려 상대가 편해지면서 소통이 이뤄지는 것 아닐까. 그렇지 못한 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의 심기는 영 불편하다. 정치권이 국민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야 가릴 것 없는 독선과 아집, 막말로 평행선만 걷는 국회를 보는 국민들은 언짢다. 양보하면서 타협하고 소통하는 국회로 모든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가능한 한 불필요한 접촉을 삼가야 편해지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된다지만 정치권만은 불편하더라도 컨택트가 진리다. 골든타임은 경제살리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소통의 골든타임은 지금부터다. 소통이 이뤄져야 경제살리기도 가능하고 민생도 챙길 수 있는 단순한 진리를 하루빨리 받아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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