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윤리교사 일상 속 삶을 글쓰기로 유도

▲ 경상고등학교 학생들이 감사일기를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경상고등학교 학생들이 감사일기를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학교에서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일기를 쓰다보니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경상고등학교 김기환 교사는 2008년부터 학교 논술 교육을 담당하면서 시험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일상 속 삶 쓰기를 어떻게 교육현장에 정착시킬지 고민해왔다.

윤리교사이기도 한 그는 학생들이 선한 삶을 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 방안을 연구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확인하는 평가 방법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도 주목했다.

이 세가지 고민이 융합돼 나온 해결책이 일기다.

그때부터 김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감사의 마음을 담은 일기를 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경상고는 지난 3월부터 1학년 전체 학생과 2·3학년 인문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감사일기 쓰기 시간을 갖고 있다.

1학년은 주로 통합사회 교과시간, 2·3학년은 사회과 교과시간에 이뤄지는 일기쓰기는 본 수업이 시작되기 전 15분 가량 진행된다. 학생들은 수업 시작에 앞서 5~10분 가량 일기를 쓴 뒤 발표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감사일기 쓰기는 학생은 물론 교사들 참여도 이끌고 있다. 지난 3월부터 4개월째 이어진 감사일기 쓰기로 학교는 학교 공동체가 감사 공동체가 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글쓰는 게 두렵고 어려웠던 학생들은 어느새 자신있게 한 줄 한 줄을 써나간다. 일상과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쓴 뒤 감상을 덧붙이도록 유도한 교사의 지도에 따라 글 쓰는 두려움을 줄여가고 있는 것.

특히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법이나 문장 내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어 살아있는 논술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 경상고등학교 학생이 그동안 쓴 감사일기를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경상고등학교 학생이 그동안 쓴 감사일기를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주제는 다양하다. 거창하지 않고 일상적인 것에서 찾는다. 학생들은 안경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타올에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하며, 야근을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자신을 등교시켜주는 아버지의 노고에 감사함을 쓰고 발표한다.

감사일기를 쓰고 있는 2학년 장호원 학생은 “감사일기를 쓰고 나서 스스로 일상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였다. 눈을 뜨면 짜증 귀찮다는 생각보다 포근한 이불과 베개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 생각이 변하면 행동과 습관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소감을 말했다.

감사일기 쓰기는 일상을 습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쓰기 훈련인 동시에 과정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 중심 평가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다.

김기환 교사는 “감사일기 쓰기를 하면서 제 머릿속에도 ‘감사’라는 단어가 깊게 박히게 됐다”며 “감사의 눈으로 학생을 대하고 수업을 하니, 학생들 역시 감사와 존경의 눈빛을 보내주는 게 느껴진다”며 감사일기가 가져다 준 놀라운 변화를 설명했다.

권효중 교장은 “감사일기 쓰기는 교실에서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훌륭한 인성교육이며 동시에 창의적 글쓰기 교육”이라며 “결과가 아닌 과정을 통해 학생의 인격적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훌륭한 과정중심평가 방법이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경상고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게로 감사와 글쓰기의 문화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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