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역사적 책무 안고 새출발 다짐

▲ 계명대 대명캠퍼스 조성 초기, 척박한 바위산을 중장비 없이 손으로 깨어 운동장을 조성하고 있다(1964년)
▲ 계명대 대명캠퍼스 조성 초기, 척박한 바위산을 중장비 없이 손으로 깨어 운동장을 조성하고 있다(1964년)
개척과 봉사로 시작된 계명대학교가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시대적 역사적 책무를 안으며 새도약을 위한 발걸음을 옮겼다.

계명대는 제중원에 뿌리를 둔 대구동산기독병원과 계명대가 통합되면서 120년의 역사를 갖게 됐다. 치유와 교육을 담당해온 두 기관의 통합은 상호보완적 발전을 거듭해 왔다.

계명대는 지난달 20일 성서캠퍼스 아담스채플에서 교직원과 각계 인사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120주년 기념식을 갖고 학문의 탁월성과 교육의 윤리성 앙양, 실존의 본질성 연찬을 새로운 과제로 제시했다.

◆나눔과 배려

▲ 계명대 교직원의 급여 1%로 조성돼 운영되고 있는 (사)계명 1% 사랑기에서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겨울에 연탄을 나눠주고 있다.
▲ 계명대 교직원의 급여 1%로 조성돼 운영되고 있는 (사)계명 1% 사랑기에서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겨울에 연탄을 나눠주고 있다.
봉사와 섬김은 계명대 정신이자 근간이다 대학의 창립은 많은 선교사와 독지가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성장 과정에서도 독지가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학생과 교직원들이 봉사와 섬김의 정신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배경이다.

계명대는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부와 미국 독지가들의 지원을 받았다. 선교사들은 계명대의 설립과 발전에 지원했고 독지가들 역시 이역만리 떨어져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의 대학에 거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대학 건물에 새겨진 특별한 이름이 학교가 지금 모습을 갖추기까지 도와준 분들의 성이나 아호다.

대명캠퍼스와 성서캠퍼스에 있는 쉐턱관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창립 초기 쉐턱 부부(Sidney and Ruth Shattuck)가 조건 없이 1962년 10만 달러를 기부하고 1965년 가정보육관 건축비 전액과 1975년 5만 달러를 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정재호, 박명교 부부 또한 학교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정재호 박사(1913-2005)는 서문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해 삼호그룹을 창설했다. 평소 신태식 계명대 3대 학장과의 친분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계명대를 지원했다. 1992년 부산에 있는 부동산을 기증해 성서캠퍼스 이전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부인 박명교 여사(1918-2012)는 1967년 모든 교수연구실에 석유난로를 배치해 겨울에도 학문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런 뜻을 기리기 위해 성서캠퍼스 경영대학은 정재호 박사의 아호를 따 의양관으로, 기숙사는 박명교 여사의 이름을 따 명교생활관으로 붙여졌다.

계명대의 성장과정은 나눔과 봉사, 섬김과 배려 정신을 활발하게 실천하게 된 바탕이 됐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나눔의 정신은 학교의 각종 봉사활동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학은 매년 여름 및 겨울방학에 국외봉사활동을 펼친다. 2002년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하고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 임업과학원과 함께 숲 가꾸기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지난 16년간 네팔,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몽골,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중남미 콜롬비아까지 17개국에 96회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파견인원만은 3천400명이 넘고 지원 금액은 7억 원에 달한다.

교직원들의 기부 참여 또한 대학 전통이 됐다. 교직원 900여 명은 2004년 자발적으로 ‘계명1%사랑나누기’를 조직했다. 월급의 1%를 떼어 연간 4억 원 가량을 모으게 되는데 이 기금은 장학금과 저소득층 지원, 국외봉사활동, 불우이웃 김장 및 연탄나누기, 난치병 학생 돕기 등으로 사용된다.

2010년 연평도 포격 피해자를 위해 1천만 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5천만 원, 2013년 포항 산불피해주민돕기 2천만 원, 필리핀 태풍 피해 주민돕기 2천만 원, 2014년 세월호 피해지원 5천만 원, 2015년 네팔 지진 성금, DMZ목함지뢰 피해 장병 성금, 미얀마 폐광석 피해민 돕기(구호) 성금 2천만 원, 2017년 콜롬비아 수해복구 성금 500만 원 등 국내외 어디든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 사용되고 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계명대가 추구하는 봉사정신은 지구촌 공동체의 어려움에 늘 관심을 갖고 작은 정성을 보태는 마음가짐”이라며“어려운 과정을 거쳐 창립된 대학 의 숭고한 뜻을 잊지 않고 섬김과 봉사의 가치를 한 결 같이 실천 하겠다.”고 말했다

◆새 비전을 담다

▲ 대명동 바위산을 깍아 폐허가 된 땅에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만들어진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비롯해 4개 캠퍼스를 갖고 2만4천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대형 대학으로 성장했다.
▲ 대명동 바위산을 깍아 폐허가 된 땅에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만들어진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비롯해 4개 캠퍼스를 갖고 2만4천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대형 대학으로 성장했다.
계명대는 창립 120주년 기념식에서 학교 정신인 ‘청정절융’(청결 정직 절약 융합)과 함께 ‘학문의 탁월성 추구’ ‘교육의 윤리성 앙양’ ‘실존의 본질성 연찬’이라는 새로운 덕목을 제시하고 스스로 시대적·역사적 책임과 의무를 부과했다.



초창기 7명의 청년들에게 근대의학을 가르치고 118명의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교육하던 학교는 현재 15개 단과대학 21개 학부, 92개 학과 및 전공, 10개 대학원에 2만 4천여 명의 재학생을 가진 국내 대표적인 대학으로 발전했다.

계명대는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됐지만, 자체적 역량을 통해 독립적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자체 역량으로 대학 교직원들은 계명 창립의 근간인 계명정신을 꼽았다.

개척정신, 학문의 탁월성 추구, 봉사정신 이 세 가지가 창립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성장 발전해 온 바탕이 된 것.

2009년부터 대학은 세 가지 정신을 기본으로 한 ‘청정절융’ 즉 청결-정직-절약-융합을 계명정신의 생활실천 덕목으로 내걸고 학사운영과 대학생활에 걸쳐 구성원 모두가 실행에 옮기는 데 노력했다.

2010년 중장기 발전계획으로 삼은 ‘계명비전 2020’은 청정절융의 덕목을 실천해 계명정신을 실현하는 데 구체화됐다.

‘청결’은 청결한 마음과 청결한 환경, ‘정직’은 청지기적 소명 이행, 법과 원칙의 준수, ‘절약’은 학문의 자유를 위한 재정확보, 모든 자원의 효율성과 효과적 증대, ‘융합’은 융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 전인적 인재 육성을 추진전략으로 내세웠다.

계명대 본관 벽에 걸린 액자인 ‘타불라 라사’는 ‘우리가 얼굴을 가질 때 까지’라는 의미를 담아 ‘FACE’인재상도 제시하고 있다. FACE 인재상은 Frontiership(도전적 개척정신), Altruism(윤리적 봉사정신), Culture(국제적 문화감각), Expertise(창의적 전문성)을 뜻한다.

이를 통해 도전정신, 환경적응역량, 감성역량, 윤리적 가치관, 외국어 구사능력, 문화적 포용력, 종합적 전문지식, 문제해결능력 등의 핵심 역량을 가진 인재를 길러낸다는 목표다.

앞으로 계명대의 모습은 어떠할까.

계명대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성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현재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인구감소로 인한 수험생 감소, 오랫동안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 위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산학협력의 인재 양성 과제 등 다양한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학교는 이 같은 위기상황을 대학 발전을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계명정신을 바탕으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신일희 총장은 또 “계명대의 소중한 전통은 대학의 가치를 시대에 맞게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숭고한 사명이 빛을 내도록 구성원들의 의지와 노력을 모으겠다”고 했다.

▲ 1899년 제중원에서 시작한 작은 약방이 현재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성장했다.
▲ 1899년 제중원에서 시작한 작은 약방이 현재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성장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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