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 위조한 신분증에 속은 경우 행정처분 면제||-소규모 영세상인, 잠깐 한눈

‘새벽 2시 넘어 들어와 25만7천 원어치 술을 마시고 자진 신고한 미성년자들아∼ 마신 공짜 술이 맛있었느냐.’

위조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 4명에게 술을 팔다 적발된 업주 A씨가 술집 입구에 내건 현수막에는 이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영업 중인 A씨는 지난 1월25일 오전 3시께 청소년 4명에게 술을 팔다 적발됐다. 이 업소는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더욱 황당한 점은 해당 술집이 2017년 9월26일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들이 술을 먹다 자진 신고해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가게라는 점이다. 2년 사이 두 번이나 위조한 신분증에 당한 셈이다.

당시에도 해당 술집 앞에는 ‘위조한 신분증으로 공짜 술 먹은 청소년 덕분에 한 달 휴가를 떠나게 됐다’며 억울한(?) 심정을 현수막을 통해 호소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술집에 나붙은 현수막 내용은 SNS상에서도 논란이 일면서 다음달 시행되는 식품위생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달 12일부터는 해당 법률에 따라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술을 판 업주는 행정처분을 면제받게 된다.

몇몇 업주들은 위조신분증에 속은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토록 하는 식품위생법 시행에 희망을 걸면서도 소규모 영세 업주들은 까다로운 면제규정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술자리에서 뒤늦게 합류하는 인원까지 모두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는 등 업주의 완전 무과실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소영(53·여)씨는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하는 모든 인원에 대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영세한 가게의 경우 홀과 주방 일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합석해 술을 마시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들에게 ‘골탕’ 먹는 일은 상인동 인근 술집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근 대부분 술집 입구에 ‘위조 신분증 감별을 위해 지문확인에 동의해 달라’, ‘신분증 검사시스템 도입업소’ 등의 경고문이 붙은 이유다.

청소년에게도 신분증 위·변조로 인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공문서위조죄는 10년 이하 징역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청소년은 통상 훈방이나 선도 조치에 그치기 때문에 청소년의 신분증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청소년 스스로가 통상 훈방 조치된다는 사실을 알고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최근 신분증을 위조해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신분증 검사시스템 도입 업소라는 현수막을 설치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술집 모습.
▲ 최근 신분증을 위조해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신분증 검사시스템 도입 업소라는 현수막을 설치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술집 모습.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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