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미주통신] ‘콜로라도 강’에 발을 담그고

'콜로라도 강'에 발을 담그고

신영

재미 시인·칼럼니스트

3년 전부터 계획했던 그랜드 캐니언 하이킹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10년이 다 되도록 함께 산을 오르내리던 두 부부와 함께 다섯 명이 오붓하게 다녀온 ‘하이킹 여행’이었다. 국립 그랜드 캐니언 공원에는 한국에서 오신 지인들과 함께 다녀오고 친구들과 함께 다녀오고 그리고 여행사를 통해 다녀온 기억으로 세 번 정도를 다녀왔던 기억이다. 몇 번을 다녀와도 다시 보면 자연의 장엄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그 경이로움에 또 놀라고 만다. 자연이 만들어 낸 거대하고 웅장한 협곡인 바위 숲의 그랜드 캐니언은 20억 년 전 지구의 세월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이번 여행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그랜드 캐니언이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 올해로 100주년을 맞고 있다. 국립공원 내의 기념품 가게마다 100주년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상품들이 즐비하게 마련되어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눈으로만 보러온 것이 아니라 하이킹이 목적인지라 그 외의 것에는 시간을 보낼 여력이 없었다. 최대한 짧은 시간을 어떻게 안전하고 알차게 그리고 재미있게 보낼 것인가를 서로 여행 계획을 세우며 많은 준비를 했다.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 주 북부에 있는 고원지대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에 의해서 깎여진 거대한 계곡이다. 콜로라도 강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동쪽에 있는 글랜드 캐니언댐 밑에 있는 리스페리가 된다. 여기서 계곡으로 들어가는 콜로라도 강은 서쪽으로 446km의 장거리를 흘러서 계곡의 출구가 되는 미드 호로 들어가는데 이 구간의 양편 계곡을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지역이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인디언 부족의 땅에 속한 지역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강을 따라 고무보트 배를 타고 캐니언을 통과하는 관광을 할 경우 2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보면 캐니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콜로라도 강에 의해서 깎인 계곡의 깊이는 1,600m에 이르고 계곡의 폭은 넓은 곳이 30km에 이른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노력으로 1908년에 그랜드 캐니언은 내셔널 모뉴먼트(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었고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2010년에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을 방문한 관광자 수는 439만 명으로 미국의 서부지역에 있는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우리는 South Kaibob Trail -> Colorad River ->Bright Angel Trail을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그래서 도착한 다음 날 이른 새벽 4시30분에 기상을 하고 아침과 점심을 맥도날드 음식으로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점심거리로 각자 햄버거 1개와 컵라면 1개를 준비했다. 그리고 물을 넉넉히 챙겨 준비를 마치고 출발을 기다렸다. 아침 6시에 South Kaibob Trail을 따라 Colorad River로 내려가는 내내 세월을 쌓아 올린 조금씩 다른 빛깔의 수십 억 년 동안 쌓인 지층들과 그 흔적을 보며 연신 감탄을 하며 내려갔다.

4시간30분의 여정끝에 Colorad River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지역이 얼마 전에 비가 많이 내린 관계로 ‘콜로라도 강’의 물이 뿌옇게 흐르고 있었다. 몇 년 전 여행 중에 헬리콥터를 타고 그 웅장함의 협곡을 내려다 본 일이 있었다. 그때는 초록과 푸른빛으로 참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충분한 감사이고 감동이었다. 우리는 발을 강물에 담그며 준비해 온 햄버거와 컵라면을 점심으로 챙겨 먹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Bright Angel Trail을 오르기 시작했다.

일행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취한 채 수십 억 년의 장엄하고 신비로운 태고의 바위 속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정오의 낮에 오르니 얼마나 덥던지 한 두시간 남짓 올라서야 바위틈 응달을 내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준비한 간식을 챙겨 먹고 물을 마시며 힘겹게 올랐다. 그리고 7시간을 올라서야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우는 황홀경의 일몰을 정상에서 바라볼 때쯤 목표점에 도착하게 되었다. 참으로 힘들고 버거운 하이킹이었지만, 그 장엄하고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창조주를 만나고 티끌만큼 작은 피조물인 나를 또 확인하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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