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입에서 중요한 점은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대학의 전형 특징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수시와 정시 전형에 따른 모집인원의 변동을 비롯해 거점 국립대를 준비중인 수험생이라면 지역 인재 선발 비중도 따져봐야 한다.

◆거점 국립대의 지역인재선발 비중

전국 9개 거점 국립대는 올해 입시에서 2019학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중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시전형에서 67.48%, 정시로 32.52%를 선발한다.

거점 국립대는 이러한 비율이 몇 년째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거점 국립대를 목표로 하는 해당 지역 학생들이 주목해야 하는 쟁점은 따로 있다. 바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지역인재전형’의 선발 인원이다.

9개 거점 국립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2019학년도 대비 706명 증가했다. 전체 모집인원 대비 7%대에 불과했던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2020학년도에는 10%를 상회한다. 대학마다 전형의 유형(교과·종합·정시)은 다르고 상승폭도 다르지만, 전체 거점 국립대의 지역인재 선발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경북대와 충남대는 200명 이상을 증가시키면서 지역인재 선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자연계열 최상위 모집 단위인 의대 및 치대의 경우 일정 비율의 지역인재 전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지역인재전형은 경쟁률과 합격 컷 등이 일반전형과 다른 경향을 보일 때가 많다. 지원 자격 제한에 따른 지원자 규모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지역인재전형 지원 자격을 갖췄고 거주 지역의 거점 국립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본인의 경쟁력에 맞는 지역인재전형을 해당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수시모집 중심

대입에서 수시모집 선발의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이 경향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2018학년도 73.7%, 2019학년도 76.2%에서 2020학년도에는 전체 대학 모집정원의 77.3%는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반대로 정시모집은 2018학년도 26.3%, 2019학년도 23.8%에서 보다 낮아진 22.7% 의 비중으로 선발한다. 큰 경향은 지속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다소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시 전형 내에서도 꾸준히 논술·특기자전형의 선발 인원은 감소하는 추세이며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 등 학생부중심 전형의 선발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전처럼 급격히 증가 또는 감소하지 않고 완만하게 증가·감소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 정시 비중 확대

수도권 주요 15개 주요 대학을 기준으로 2020학년도 수시 비중은 70.13%, 정시는 29.87%다. 최종적으로 수시에서 이월되는 인원까지 고려한다면 정시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즉 전국 대학을 기준으로 수시 비중은 77.3%지만 수도권 15개 주요 대학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는 이와 달리 수시 비중이 감소함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수시 모집 인원을 1천명 이상 줄이고, 정시 모집인원을 1천명 이상 늘려 전체 모집 인원 비율을 7대3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그럼에도 전체 대학과 주요 15개 대학의 수시 모집인원 비율이 70%대이기 때문에 정시와 비교했을 때 선발 인원의 비중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시는 수능 위주의 단일 전형으로 구성되며, 수시는 교과·종합·논술·실기 등 여러 전형 유형이 결합된 복합 전형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수시 선발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실제 수시 지원 시 학생들은 자신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전형요소에 따라 보통 1~2개의 전형 유형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체 수시 모집정원이 아니라 본인이 주력으로 지원하는 수시 전형의 비율이 결국 더 유의미한 수치가 된다.

예를 들어 2020학년도 경희대 네오르네상스 전형의 전체 선발인원은 1천58명이다. 하지만 경희대 정시 일반전형의 전체 선발인원은 1천108명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현행 입시의 대세인 것은 맞지만 정시는 단일 전형으로는 여전히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전형 중 하나다. 수도권 주요 대학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또 수능은 단순히 정시 전형을 준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 수시에서의 활용 역시 준비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수능의 가장 일차적인 활용은 ‘내 입시 전략의 기준’에 있다.

내신 경쟁력이 동일한 두 학생,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A학생은 본인의 수능 경쟁력이 내신 경쟁력보다 높고, B학생은 그렇지 못하다. A학생이 내신 성적을 활용한 입시 전략 수립을 위해 담임선생님을 찾았다면 선생님은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신경쓰지 말고 수능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B학생이 같은 문제로 찾아왔다면, 여러 대학의 모집요강을 두고 섬세한 입시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두 학생이 갖는 수능 경쟁력에 있다. A학생은 본인의 수능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내신 경쟁력에 적합한 학교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 꼭 내신을 활용해야겠다면 일종의 요행을 바라면서 상향 지원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B학생은 내신 경쟁력에 적합한 학교에 꼭 합격해야 한다. 잘못된 입시 전략으로 수시에 모두 불합격한다면, 본인의 내신 경쟁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아마도 만족할 수 없을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

‘내신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다른 전형요소로 치환해도 마찬가지다. 논술 경쟁력이든 비교과 경쟁력이든 그 활용 여부는 본인의 ‘수능 경쟁력’이 결정한다. 단순히 정시나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기준을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전략은 달라진다. 수능 경쟁력이 내 전체 입시 전략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대학들이 ‘정시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도 물론 수능 공부에 힘쓸 필요가 있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수능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수시와 정시 비중이 어떠한지, 전형별로 주목할 만한 점들은 없는지 등을 찾고, 그것을 나의 입시 전략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나에게 의미 없는 통계수치에 현혹되지 말고, 내가 지원하고 싶은 관심대학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도움말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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