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밤 산책자

이다혜 지음/한겨레출판/320쪽/1만4천800원



이 책은 ‘한국에 살아? 일본에 살아?“라는 질문을 받은 정도로 숱하게 교토를 방문해온 저자의 첫번째 교토 여행 에세이다.

가산탕진을 부추긴 도시 1호는 서울, 2호는 교토라고 말할 정도로 작가에게 교토는 여러 이유에서 사랑하는 도시다. 처음에는 걷기 위해 그다음에는 쇼핑을 하러, 또 그 다음에는 계절을 즐기기 위해 찾은, 작가만의 애정하는 공간들을 네가지 테마로 엮었다.

1부 ‘봄밤에는 잠들 수 없다’는 교토의 꽃, 계절을 주요 테마로 했다. 겨울 끝의 매화부터 봄밤의 벚꽃, 장마철의 수국과 가을 단풍숲까지, 때에 따라 색을 갈아입는 교토의 자연을 보며 시간의 미감을 느끼게 된다. 2부 ‘달밤에 단추를 줍는 기분’은 교토의 정원과 산책로를 주요 테마로 한다. 촬영이 금지된 낙원, 교토의 비밀 정원부터 산골마을 오하라의 세 갈래 산책길까지, 혼자여도 섞여도 좋은 교토의 산책 명소를 공개한다. 더불어 붐비지 않는 인파 속에서 여유롭게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작가만의 팁도 공개한다. 3부 ‘작은 자유는 여기 있다’의 주요 테마는 취향별 볼거리와 가게이다. 맥주, 위스키 애호가들을 위한 견학부터 부엌에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줄 그릇 쇼핑까지, 작가의 취향이 듬뿍 담긴 가게와 그에 얽힌 이야기로 가득하다. 4부 ‘온몸이 녹신녹신해지는 맛’은 저자의 추억과 편애하는 이유가 듬뿍 담긴 카페 및 음식점을 소개한다.

저자의 추천은 단순히 소재 중심이 아니다. 작가의 경험고 고충에서 비롯한 감상과 실용성이 모두 담겨 있다. 인파에 치이지 않고 절경을 보고픈 사람에게 추천하는 시간과 장소, 체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성수기여행 팀과 벚꽃철을 놓쳤을 때 유용한 관상 팁, 장마철에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 제격인 명소 추천까지 척척 이어진다. 볼거리뿐 아니라 쌀쌀한 날 한기가 잔뜩 들었을 때 찰떡궁합인 음식 등 사계절을 여러 번 경험한 작가의 디테일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게다가 각각 소재에 얽힌 추억과 작가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일화는 당장 교토에 가지 않을 사람들에게도 교토의 감성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 책은 어떤 동선을 정해주지도, 무리한 스케줄이나 선택지로 여행자를 고민에 빠뜨리지도 않는다. 단지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좋아하는 커피숍에 가고 빵을 고르는’ 단출하고 소박한 저자의 여행법처럼, 작은 보폭으로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도록 교토를 알차게 돌아본다. 그뿐만 아니라 언급된 모든 장소,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입력된 QR지도 하나로, 어느 장소든 현재 위치에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언제든 ‘일정 중간에 아주 큰 쉼표를 찍는’ 여행, ‘두리번두리번, 기웃기웃하는 재미를 느끼는 여행’이 손쉽게 가능하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