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가 졸업시즌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졸업생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대에서는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 장애 학생 2명이 나란히 교원 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됐고, 경일대에선 아버지에 이어 남매가 나란히 건축학과를 졸업해 가족 동문이 만들어져 주목받고 있다.

◆눈과 발이 되어준 장애우, 나란히 교사 합격

▲ 지팡이를 짚은 김하은 학생(시각장애)과 휠체어를 탄 설진희 학생(오른쪽)이 함께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 지팡이를 짚은 김하은 학생(시각장애)과 휠체어를 탄 설진희 학생(오른쪽)이 함께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대학의 같은 학과 동기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 준 두 장애학생이 공립 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해 화제다.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15학번인 김하은(22), 설진희(26) 학생은 2019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합격, 각각 서울과 울산에서 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22일 졸업식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졸업식에서 총장 모범상을 수상하게 됐다.

김하은 학생은 앞을 볼 수 없는 선천성 시각장애 1급, 설진희 학생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없이 이동이 힘든 지체장애 1급인 학생이다.

4살 차이로 자매처럼 지냈던 두 학생의 인연은 입학식에서 옆자리 앉게 되면서 시작됐다. 1학년 때는 기숙사 옆 방에 지내며 친해졌고, 2학년 2학기부터 같은 방을 쓰며 우정을 키웠다.

2년 넘게 기숙사 룸메이트로 생활한 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도움을 주고 받았다. 진희 학생은 앞이 보이지 않는 하은 학생의 시험 준비에 그림이나 도표를 설명하며 도움을 줬다.

반대로 하은 학생은 휠체어를 탄 진희 학생의 손이 닿지 않는 물건을 챙겨주며 서로의 손발과 눈이 되어 줬다.



학과 내에서도 둘의 끈끈한 우정은 이미 알려졌다. 사범대학 특성상 같은 수업을 많이 듣게 된 두 학생은 함께 과제를 수행하거나 시험공부를 할 때도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두 학생은 교원 시험 합격 비결을 ‘서로 함께 했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은 학생은 “1차 필기 합격 후 2차 면접 준비를 위해 진희 언니와 자취방을 구해 함께 공부하면서 마지막까지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았던 것이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진희 학생도 “둘이 같이 합격하니 기쁨이 두 배다”고 했다.



◆온가족이 건축과 동문

▲ 경일대 건축학과를 나란히 졸업한 박현영(왼쪽 두번째), 박종언(왼쪽 세번째) 남매.
▲ 경일대 건축학과를 나란히 졸업한 박현영(왼쪽 두번째), 박종언(왼쪽 세번째) 남매.
지난 15일 열린 경일대 학위수여식에서 박현영(29)·박종언(25) 남매가 나란히 건축학과를 졸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건축남매의 아버지 박남규 씨 또한 40년 전 경일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바 있어 온가족이 학교 건축과 동문이 됐다.

계명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현영 씨는 아버지와 남동생의 권유로 전공을 건축학으로 바꾸고, 남동생이 다니던 경일대 건축학과에 편입했하다.

현재 남매는 서울과 대구의 건축사무소에 취업이 확정돼 실무 건축설계 활동을 시작했다. 현영 씨는 교수추천으로 서울의 건축사무소에 취업했고 동생 종언 씨는 방학 기간 현장실습을 세 차례나 했던 대구의 한 건축소에 근무 중이다.



이들 남매를 지도했던 김병주 경일대 건축학과장은 “누나는 늦깎이 건축학도였지만 재학 중 공모전에 다수 입상할 정도의 실력파였고, 동생은 타고난 재능에 성실성을 겸비해 교수들과 건축사무소 관계자 모두 아끼는 인재였다”고 말했다.

한 과에서 남매가 함께 공부하면 불편할 법도 하다. 하지만 남매는 실보다 득이 컸다고 했다.

박종언 씨는 “군복무 후 졸업까지 3년을 누나와 함께 공부했다”며 “가끔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 외에는 서로 도와주며 의지가 되는 동기처럼 지냈기 때문에 좋은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박현영 씨도 “동생이 다니고 있는 학과에 진학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며 “아버지에 이어 온가족이 건축가족이 돼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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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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