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해법을 찾기 어려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뒤 대구·경북지역 전체가 온통 술렁이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이미 10년 전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정권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갈등을 우려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결정을 하지 않았다.

이어 3년 전 박근혜 정권 때는 1순위로 평가된 밀양을 제치고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편법적 결론을 내려 대구·경북에 엄청난 좌절감을 안겼다. 역시 두 지역의 민심을 모두 잃지 않으려는 정치적 판단의 결과로 해석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김해공항 확장의 타당성 검증 주체를 기존의 국토교통부에서 국무총리실로 변경할 수도 있다는 방안을 언급했다.

공항업무를 지속해서 검토하고 관리해온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이미 검토가 끝나 더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를 제쳐두고 현안조율을 한 단계 위상이 높은 총리실에 맡긴다면 이는 또다시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 나가려 한다는 꼼수로 읽힐 수밖에 없다.

지역 간 갈등 조율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결정 난 사안을 재론할 경우 어쩌면 조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엄청난 국력 낭비이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가덕도 신공항이 재추진될 경우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간 날 선 대립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정책의 공신력에도 결정적 타격을 주게 된다. 어느 국민이 한번 결론 난 국책사업의 입지를 뒤바꾸는 정부의 결정을 믿고 따르겠는가.

대구·경북에서는 “왜 부산 쪽 이야기만 들어주나”하는 반발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김해공항 확장이 좋은 방안이 아니라면 당연히 가덕도보다 평가점수가 높았던 밀양으로 영남권 신공항이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가덕도 공항이 강행된다면 대구에서도 민간공항은 현재의 위치인 동구에 그대로 두고 K2 군 공항만 이전하는 방안을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책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검토사항과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는 이미 계획된 대로 시급히 대구통합공항 이전부지를 확정하고 이전사업이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혼란, 분열, 갈등, 불신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하루빨리 불신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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