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갈마바람/212쪽/1만4천 원

줄기세포, 유전자 가위, 게놈 프로젝트…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상징하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이제 인류가 모든 난치병에서 자유로워질 날이 멀지 않았구나’라는 벅찬 희망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그렇게까지 해도 괜찮을까’라는 위태로움을 느끼는 묘한 딜레마에 빠진다.

이 책은 생명과학의 딜레마를 고민하는 철학강의다. 저자는 이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학과 생명과학이 더욱 진보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치료법과 생명공학의 발전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그렇게까지 해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예를 들어 대리모처럼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잉를 낳도록 하거나 수정란을 선별해서 부모가 선호하는 유전적 특질을 가진 아이를 낳는 사례 등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을 만드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류 사회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생명을 바꾸어버리는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을 허용해요 괜찮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저자는 이 책을 정리했다.

앞으로 예견되는 생명과학의 발전은 그것이 상업화되었을 때 인간의 존재방식 자체를 바꾸어놓을 만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결국 ‘인간으로서 더 나은 존재 방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생명과학의 폭주 속에서 끔찍한 세상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회가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이끌어줄 학문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철학은 사회와 인간의 바탕을 이루는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되물으며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는 사유로서의 철학이다.

‘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라는 물음은 그리 간단한 질문이 아니며, 질문 그 자체가 무겁고 다양한 학문 영역에 얽혀 있어 자칫 길을 잘못 들게 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동서양의 다양한 사생관에 천착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가치관을 균형 있게 다루면서 우리를 생명윤리에 대한 깊은 사유의 길로 이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명과학의 현재와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 배아 줄기세포(ES 세포), 유도 만능 줄기세포, 출생 전 진단, 선택 임신, 유전자 조작 등 일반인들이 막연히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생명과학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명과학의 현재와 그 미래 가능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일본의 소설 ‘나라야마 부시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 미국 대통령 생명윤리위원회의 ‘치료를 넘어서’ 보고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물음 등을 통해 생명윤리와 종교, 문화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생명윤리의 논점에서 벗어나 생명을 바라보는 문화의 차이를 인식하고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좀 더 깊은 차원의 생명 윤리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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