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흔성/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가족학 박사







새해 벽두부터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케리어가 가득하고 한껏 들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와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우리 아이들은 마냥 신나고 설레한다. 겨울방학을 맞아 베트남 나트랑에 소재하는 칸화대학에 이중언어 캠프를 가는 길이다. 어머니와의 원활한 언어적 소통과 글로벌 인적자원으로 성장하는 동력으로써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게 이중언어 교육은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경북지역 내에는 55개국의 결혼이민자가 거주한다. 이들 55개국 자녀들이 모두가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경북은 물론 한국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라는 꿈을 꾸며 필자는 아이들과 함께한다. 경북은 그동안 23개 시·군 센터에서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을 포함하여, 5개국의 이중언어 교육을 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중국 배경의 자녀가 주 교육 대상이다. 이는 경북도는 베트남과 중국 배경을 가진 다문화 자녀가 7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언어 캠프는 여름과 겨울 방학을 통해 베트남과 중국, 두 나라 대학과 협력하여 현지 캠프는 경상북도의 지원으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지원으로 2주간의 이중언어 캠프를 각각 시행하고 있다.



이번 현지 이중언어 캠프는 베트남 현지에서 하는 세 번째이다. 캠프 참여자가 총 19명으로 초교 4학년에서 고교 1학년까지 18명이 한국에서 출발하였고, 1명은 현지에서 1년간 유학 중인 자녀가 합류하였다. 지난 6년을 방학 때마다 이중언어를 통해 함께 한 아이들은 친남매와 같은 친밀함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때로는 학교에서나 사회로부터 다문화라는 편견으로 마음에 생채기가 날 때도 있지만 이중언어 캠프 중에는 다문화라는 동질감이 더욱 끈끈하게 맺어주기도 한다. 현지 이중언어 교육은 대학의 교수진과 1대2 방식의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하는 몰입언어 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 중 이틀은 현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동일한 수업이 이루어져 각자의 실력을 비교하고 현지 교육을 받는 기회를 가진다.





비록 2주간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현지에서 이중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많은 긍정적 효과를 발견하게 된다. 다문화가정의 엄마는 한국말을 잘 못 하는 사람에서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할 줄 아는 능력자로 변신하고, 아이들은 엄마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현지 이중언어 캠프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베트남, 중국어를 사용하는 양국의 자녀로 인식돼 현지인으로부터 관심과 환대를 받는다. 또한 결혼이민자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시각의 변화도 가져온다. 특히 출입국 심사에서 아이들이 현지언어로 통과 인터뷰를 하면 심사원들이 신기해하면서 대견스럽다는 따뜻한 눈길로 우리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출입국심사 과정을 거쳤다는 자부심으로 한껏 멋짐을 폭발해 낸다.



처음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 캠프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다문화가정의 다수의 부모는 본인의 자녀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무관심과 각 지역센터에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중언어 교육이 본격화되고 아이들이 엄마나라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엄마는, 자녀와의 깊은 대화가 되기 시작함에 ‘이제야 내 자식’이라는 가슴 떨림을 경험하였다고 감격해 한다. 한국보다 아내 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아내나라 언어 사용을 가정 내에서 하지 못하게 하던 남편들도 인식의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이번 캠프를 떠나기 전 사전 부모교육에서 아버지들이 밴드를 만들어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을 위해 부족한 교육비를 자부담하겠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하였다. 또 아버지들이 비용을 부담할 테니 자녀들이 이중언어 캠프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전달받았을 정도로 변화가 일고 있다.



여전히 일각에 남아 있는 다문화가족의 정책예산이 퍼주기식, 선주민과의 역차별 정책이라는 비판적 인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로벌 시대, 다양화 시대라는 화두 속에서 다문화가족은 더 이상 선택적 복지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인재로 인식하는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한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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