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논설위원

점입가경이다. 결국 탈이 났다. 갑질의 결과다. 가뜩이나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국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 터에 덜컥 사달을 내고 말았다.
가이드 폭행과 여성 접대부를 불러달라는 추태로 국가적인 망신을 샀다.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CCTV에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비난 여론이 펄펄 끓고 있다.
경북 예천군 의원들이 해외에 나가 벌인 추태가 국민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의원은 사과와 함께 부의장직을 내놓았다. 의회는 연수비용을 모두 게워내고 임기 동안 해외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여론 무마에 나섰다. 하지만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들기다.
예천 군민들은 군민 명예를 훼손했다며 군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 청원이 이어지면서 지방의원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당 의원은 군 의장이 자신과 초선 의원들을 험담하고 가이드가 동조하는 바람에 홧김에 폭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사건 경위야 어떻게 됐든 비난의 화살은 군 의원에게로 향하고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북 도내 시ㆍ군 의장들이 베트남 연수를 떠난 것. 여론이 악화하자 하루 만에 보따리를 싸 돌아왔다. 지방의원들의 행태에 경북도민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신 나간 짓이다.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 분위기 파악도 못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다. 자질론을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애꿎은 기초ㆍ광역의원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게 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다 흐려 놓았다. 집행부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목적은 뒷전인 채 온갖 일탈을 일삼는 지방의원을 없애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풀뿌리민주주의가 위기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래 28년이 지났다. 그동안 모두 7차례나 선거를 치르면서 기초와 광역 의원들을 주민 손으로 뽑았다. 하지만 초기 지방의회부터 시작된 지방의원들의 일탈은 끝 가는 데를 모른다. 지방의회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부정ㆍ비리에서부터 각종 추문까지 끊임없는 지방 의원들의 빗나간 행태는 국민 불신의 원인이다. 권력에 기대어 행세하고 공무원을 종 부리듯 하는 지방의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 기회에 방안을 찾아야 한다.
KB국민은행 노조가 파업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평균 연봉 9천100만 원에 달하는 거대 조직의 파업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이자수익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며 싸늘하기만 했다.
후유증도 만만찮다. 파업해도 큰 불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되레 금융권의 감원 바람에 불을 댕기는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물론 금융권의 감원은 인터넷 및 폰뱅킹 등의 활성화와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굳이 은행 창구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 사회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금융권 구조조정의 명분을 줬다.
KB국민은행의 직원들은 성과급 등 달콤한 파업 과실을 챙겼지만, 희망퇴직제에 합의하며 감원 회오리에 휩쓸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됐다.
국민들은 이미 대기업 귀족노조의 행태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대놓고 내밀고 있는 민노총의 촛불 청구서에 당혹해하고 있다.
청와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서른네 살짜리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장관급 육군 참모총장을 불러내 군 인사를 논의, 지탄받았다. 청와대는 “행정관이 육참총장 못 만날 이유 없다”고 해명, 가뜩이나 눈꼴시려 하던 야당에 공격 빌미만 제공했다.
국방부는 참모총장이 행정관을 국방부 인근으로 불렀다는 궁색한 입장을 내놓았다. 말장난이라는 비아냥만 샀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저만 살겠다고 나대는 마당이다. 가진 자의 오만과 무례가 차고 넘친다. 이웃에 대한 배려와 공공질서와 도덕 윤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세계 12위권의 경제 강국과 K팝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의 위상을 갉아먹는 일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다. 제 발등 찍기는 이제 그만하자.

홍석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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