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그 옛날 바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은 바람이었다. 바다에서 세찬 바람이 일으킨 풍랑은 곧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바람은 배의 운행 여부를 결정했고, 항해 시 바람의 적절한 이용은 필수였다. 동해의 가장 먼 지역인 울릉도에 당도하려면 죽변항에서 서풍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반대로 귀항할 때는 울릉도 대풍감에서 동풍을 받아 항해했다. 바람이 잘 맞지 않으면 선상에서 사나흘씩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했다. 관측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인지 체계로만 바다와 바람을 파악해야 했는데, 오늘날 바다 날씨는 어떻게 관측하고 있을까?기상청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해양 기상을 감시하고 예측하기 위해 동해, 서해, 남해에 골고루 해양기상관측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해양기상부이(Buoy)는 먼바다의 해수면에서 기상현상을 측정하기 위한 관측장비로, ‘바다에 떠 있는 관측소’라고 불린다. 풍향·풍속, 기압, 기온, 습도, 수온 등을 30분 단위로 관측하며, 부이 몸체의 움직이는 속도와 가속도를 통해 파고와 파주기, 파향을 관측한다. 해양기상부이 설치가 어렵거나 지형이 복잡한 연안 바다에는 국지적으로 서로 달리 나타나는 해상상태를 관측하기 위한 장비인 파고부이를 설치한다. 아울러 북격렬비도 등 서해의 섬에 위치한 해양기상기지에는 지상·고층기상관측장비, 황사관측장비 등이 위험기상을 감시하는 전초 역할을 하고, 바다와 가까운 육지에서는 연안기상관측장비, 등표기상관측장비, 해양안개관측장비 등이 해안 기상실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이러한 노력에도 광활한 바다 위 기상관측자료에 대한 갈증은 남아 있기에, 다양한 선박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해양경찰청의 경비함정, 어업지도선, 국제여객선 등에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여, 먼바다의 기온, 기압, 습도, 풍향·풍속 등의 관측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태풍과 저기압 등을 선제적으로 관측하기 위해 기상관측선, 표류부이, 웨이브글라이더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반도 주변 해역과 태평양에 ‘아르고(ARGO) 플로트’를 투하해 수중의 염분, 수온 등을 측정하여 해양 기상·기후를 연구하고 있다.한편, 완만한 해안선의 동해는 상대적으로 해양기상관측장비가 부족한데, 동해를 찾는 관광객은 증가하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의하면 2022년 울릉항 이용객이 전년 대비 60.8% 증가했으며, 해양 레저활동을 즐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동해를 찾고 있다. 이에 대구지방기상청은 국민의 안전한 해상활동을 지원하고자 동해상 해양기상관측장비를 확충 중이다. 2021년에 포항-울릉항로와 후포-울릉항로 인근에 대형 기상부이를, 2022년에 죽변항부터 경주 읍천항까지 동해안을 따라 해양안개관측장비 8대를 설치했다. 올해는 민간여객선사와 협의하여 포항에서 울릉도로 항해하는 대형 카페리 여객선에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 하반기가 되면 경북 동해상에 해양기상부이 4대, 파고부이 9대, 연안기상관측장비 2대, 해양안개관측장비 8대와 함께 선박기상관측장비 1대 등 총 24대가 운영될 계획이다.해양기상관측장비에 의한 자료들은 기상청 날씨누리와 해양기상정보포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해양기상정보포털은 전국 주요 항만별 맞춤형 기상정보, 출발항부터 도착항까지의 경로별 날씨 정보, 안전한 어업 및 레저활동 지원을 위한 기상정보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한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바다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우리 선조들은 적절한 물때와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때를 기다렸고, 체득한 안전한 항로를 따라 생존해 왔다. 기술의 발달로 바다 날씨를 파악하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지금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수시로 변하는 바다 날씨를 그때그때 신속히 확인하는 것이 변덕스러운 바다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바다 위에서 활동하는 국민의 삶을 지원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지속해서 해양기상관측망을 확충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다 날씨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유희동(기상청장)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