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무풍지대 TK가 부끄럽다

김세연과 임종석이 던진 정치판의 물갈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당은 역사의 민폐’ ‘좀비 같은 존재’라며 “모두 불출마하고, 완전 새 주체가 중도·보수 맡아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이 정치권의 인적 쇄신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특히 보수의 성지로 안주하고 있던 TK(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발등의 불이 됐다. 가뜩이나 ‘진박’과 ‘친박’ 등으로 나뉘어 한국당의 적폐로 치부돼 온 TK 정치인들이다. 정치인 물갈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비켜갈 수 없게 된 것이다.한국당은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까지 최근 3차례의 선거에서 내리 참패했다. 그때마다 혁신과 인적 쇄신을 통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에선 ‘친박’과 ‘진박’ 편가름을 하고 있을 때냐며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서로 눈치만 볼 뿐 “나는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총선 불출마 바람이 불어도 TK는 꿈쩍않고 있다. 지역민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는 TK 의원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TK는 치열한 자기반성과 헌신 없이는 이대로 주저앉고 만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TK 의원들은 아무도 자기희생을 하려는 이들이 없다.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입지를 굳힌 TK 의원들이 황 대표 그늘에서 또다시 차기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재공천이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 기득권을 유지하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김세연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모두 물러나고 한국당을 해체하고 새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현 한국당의 체제로는 다음 총선이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국당은 천막당사 시절의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는 더 이상 미래는 없다.타 지역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몸을 사리고 있는 TK 의원들은 TK의 자존심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 몸 하나 던져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TK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정치인은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한국 정치의 본산이자 보수의 성지 격인 TK가 이렇게 무기력하고 오기도 없을 줄이야.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기득권 지키기가 민폐인지도 모른다. 변할 줄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TK 정치인들이다.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 없이는 정권 재창출은 꿈도 꾸지 마시라. 잘 못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위령성월

위령성월/ 김상훈위령성월 11월입니다/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달입니다/ 살아있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달입니다/ 내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서도 묵상하는 달입니다// 깊은 가을/ 낙엽들은 바람에 흩날리고/ 실과들은 모두 뿌리로 가 앉습니다// 기몰을 생각게 하는 시간입니다/ 은현을 생각게 하는 시간입니다/ 생멸을 생각게 하는 시간입니다/ 시종을 생각게 하는 시간입니다// 순심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순심의 넓이가 더욱 넓어지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구원의 시간입니다.- 시집『그때 그 비빗새 그립다』(세종출판사. 2010) ........................................................... 대구 남산동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직자묘지 입구 기둥 좌우에는 라틴어로 ‘오늘은 나에게(Hodie mihi)’, ‘내일은 너에게(Cras tibi)’라 새겨져 있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뜻의 경구이다. 죽은 성직자들이 살아있는 자에게 말하는 이 경구를 떠올리면 날마다 새로이 부여받는 ‘오늘 하루’가 그야말로 신비한 은총의 시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으며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먼저 닥쳐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말씀은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의 구원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위령성월은 가톨릭교회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함과 동시에 ‘살아있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내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서도 묵상’하는 달이다. 세상을 떠난 부모형제, 이웃들은 물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영혼들의 안식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죽음을 경건하게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성숙한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생로병사라는 상투적이고 도식적인 이해가 아니라, 구체적인 죽음에 대한 묵상과 현재의 삶에 대한 관조 없이는 우린 그저 흘러가는 삶을 살다가 대책 없는 죽음을 맞이하기 십상이다.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 자연스레 사후 세계에 대하여 묵상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토록 한다. 죽음 뒤에 절대자를 만나는 순간,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전 생애가 완전히 발가벗겨지리란 것을 예감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파노라마처럼 적나라하게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회개이며 심판의 시작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때 자신의 양심이 평안하면 죽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심판 앞에서 떳떳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꼭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이 조락의 계절,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노라면 사람의 생애도 저와 같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겸허히 신의 자비를 청하게 된다. 우리의 전통풍습에도 11월은 음력 상달로 5대 이상의 조상 산소에 제를 올린다. 11월엔 어느 문중이나 선산의 시제 모시기에 바쁘다. 올해의 시제는 아마 지난주에 거의 종료가 되었을 것이다. 단풍도 빛이 바래어간다. 산과 숲이 물들고 낙엽이 발아래 바스락거릴 때 자신을 포함해 삼라만상의 ‘기몰’과 ‘생멸’과 ‘시종‘을 생각하는 것이다. 성당에 가서 전대사도 드리고 문중 시제에도 참석해야 마땅하나 그러지 못했다. 은총과 구원의 시간을 준비한 시인에게서 영적 높이가 느껴짐을 보면서도 실천이 잘 안 된다. 시계든 반지든 몸에 무얼 붙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서랍에 모셔둔 묵주반지부터 찾아 껴야겠다.

대구 독립운동가

대구 독립운동가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문석봉 지사, 우재룡 지사, 이종암 지사, 이두산 지사...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대구시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지역 출신 독립지사들이다. 대구가 일제강점기 무장독립운동의 성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구한말 의병활동에서부터 대한광복회와 의열단 등으로 이어진 국내외 항일무장투쟁에는 대구 출신 독립지사들이 주축이 됐다. 하지만 목숨을 내걸고 일제에 맹렬히 맞섰던 지역 독립지사들은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대구의 독립운동이 국채보상운동을 필두로 소개됐을 뿐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나마 지난 100년을 되새기는 올해, 시민단체와 도서관을 중심으로 잊혀진 영웅들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외세의 침략과 불의에 떨쳐 일어나는 대구정신이 다시 세워질 것으로 기대된다.현재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대구의 독립운동은 다음과 같다. ‘1907년 대구의 서상돈, 김광제 등이 중심이 되어 기울어져 가는 국권을 금연, 금주로 되찾으려는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하여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1915년 서상일 등은 영남지역의 독립투사들과 함께 조선국권회복단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여 3·1만세운동에서 대구지역의 운동을 주도하였습니다. 1927년에는 신간회 대구지회가 결성되어 항일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의열단원 장진홍에 의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1930년대 이후에도 학생들의 비밀결사운동이 계속되었고,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을 위한 지속적인 항일투쟁이 전개된 고장이었습니다.’이처럼 대구시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내용보다 대구 출신 독립지사들과 지역의 독립운동은 훨씬 뿌리가 깊고 치열했다는 사실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구한말 최초의 항일의병장이 대구 출신인데다, 당시 대구에 일본군 조선파견대사령부가 설치돼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1910년대 항일 결사 중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 대한광복회가 달성공원에서 결성돼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일제와 친일부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어 영화 ‘암살’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대한광복회의 후신인 의열단이 태동하는 과정에 대구 출신 독립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광복군의 대표적인 군가를 지어 보급한 인물도 우리 지역 출신이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아직까지 독립운동의 현장이나 독립지사를 기리는 노력이 시민들의 기대는 물론, 다른 지역의 경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디 하루빨리 대구 독립운동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해 대구사람의 기개와 자긍심을 되살릴 것을 촉구한다.1895년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발생하자,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출신인 문석봉 지사는 대전 유성장터에서 구한말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다. 문 지사의 거병은 전국으로 의병활동이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국가보훈처 공훈록에 기록돼 있다. 1893년 별시 무과에 급제한 그는 을미사변이 발생하자, 유학자 및 평민과 함께 의병활동에 나섰다. 영천 보현산을 근거로 활약한 의병부대인 ‘산남의진’을 이끈 선봉장 우재룡 지사는 대한제국 군대에 입대해 대구부 진위대에서 근무하다가 군대가 해산되자 1907년 산남의진에 합류했다. 산남의진이 붕괴된 뒤 우 지사는 1915년 8월25일 구미 출신 의병장 허위 선생의 제자인 울산 출신 박상진 총사령과 함께 대구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군자금 모집과 국외 조직을 책임지는 지휘장으로 활약했다. 현재 아드님 우대현 선생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평전인 ‘대한광복회 우재룡’이 지난달 출간됐다. 이와 함께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등 대구의 뜻있는 시민들이 지난해 8월25일 달성공원에서 처음으로 대한광복회 결성 기념행사를 가진데 이어, 올해 104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했다.대구시 동구 공산동 출신인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지사는 밀양 출신 김원봉 단장과 함께, 1919년 11월10일 만주 자신의 집에서 단원 10명으로 의열단을 창단했다. 이 지사는 창단 자금을 비롯해 군자금을 마련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의열단 창단을 기념하는 행사가 광복 이후 올해 처음으로 서울 등 세 곳에서 열린 가운데, 대구에서는 지난 10일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의열단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두산 지사는 1940년대 광복군이 즐겨 불렀던 ‘광복군 행진곡’을 작사 및 작곡한 대구 달성군 화원읍 출신 독립운동가다. 이 지사의 장남과 차남도 독립운동에 투신한 3부자 독립운동가다. 광복군 행진곡은 1940년 광복군 창군과 동시에 불린 순수 창작곡이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즈음하여’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즈음하여’ 최근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적 현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조국 사태’로 국민들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져 심각한 ‘분열’과 ‘갈등’의 현상을 빚었다.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로 진정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국민 정서는 여전히 마그마를 품고 있는 활화산과 같은 형세다.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위기감’이 존재하고 있다.이런저런 사정으로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분야도 온전치 않으니 걱정이다.지난 9일로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섰다. 이즈음에 문 대통령의 ‘지난 2년 반’을 한번 짚어 보자.문 대통령은 2년반 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오늘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당시 가까운 지인은 “나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우리나라 대통령이 됐으니, 국정을 잘 이끌어 갈 것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지지해주려고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대통령 취임초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더라도, 당시 대다수 국민은 이런 소망과 기대감을 가졌을 것이다.하지만 2년반이 지난 지금, 그 기대와 희망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임기초 ‘적폐 청산’과 ‘대북정책’을 기치로 내세우며 높은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절반의 임기를 지나면서 북한과의 관계도 냉랭해졌다.작년 2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됐던 평화 무드는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노딜’로 인해 남북 관계도 급속도로 냉각됐다.무엇보다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민 분열’이다.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 사태를 기반으로 온 국민의 정서가 찬반 ‘적대감’으로 맞서 나라가 두갈래로 찢어졌다.민심은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로 갈라졌다. 마치 조선시대의 ‘사색당파’가 재현된 것 같다.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절반 이하 수준으로 폭락했다. ‘조국 사태’로 인한 국민들은 분노는 전국으로 확산됐다.정치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총제척 위기’다. 청와대의 오판과 실기는 국정위기를 증폭시키고,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나누어 상대방을 궤멸시키려는 ‘적대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외교는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역대 어느 정권때 보다 불안하다. 국민들은 ‘맹탕 외교’라며 불안해 한다.최고의 우방국인 미국과의 ‘동맹’은 파손돼 회복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이웃나라인 일본과의 극한대립 상태도 큰 문제다. 양국의 경제문제로 파급되면서 결국 국민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북한과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때 김정은과 대화를 나누며 한반도에 전쟁이 사라진 평화무드가 조성되는가? 하는 기대감이 높았다.하지만 요즘 북한은 태도가 돌변했다. 욕설을 퍼붓고, 연일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며 ‘불바다’ 위협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중국과 러시아 등 우리나라를 향한 주변국의 태도도 심상찮다.사태가 이러한데도 정부는 북한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 과감한 군축과 한미 연합훈련 마져도 줄줄이 취소하는 등 무너지는 국방과 안보현실에 국민들은 불안하다.경제는 어떤가? 국민들은 “IMF때 보다도 더욱 살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일자리 정부’를 기치로 내세우며 청와대에 설치했던 ‘일자리 상황판’도 언제부터인가 슬거머니 사라졌다.대통령 취임직 후 ‘비정규직 제로’를 외치며 근로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지만, 최근 자료를 보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작년에 비해 87만 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탈원전’을 선언했다. 미국에서조차 ‘안전하다’고 인정했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만든 원전을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며 원전산업을 붕괴시켰다.이제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남은 2년 반’이 되길 기대한다.문대통령이 공언했던 것처럼 ‘공정한 세상’ ‘더불어 잘사는 세상’,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공영하는 살기좋은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주기를 소망한다.가장은 한 가족의 대표이며, 대통령은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기만 하는 세금, 한번씩 받기도 하자

이준협대구 동구청 세무2과우리의 일생은 세금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하루종일,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든 사람이 많건, 적건, 알든 모르든 여러 종류의 세금을 내면서 살아가고 있다.“이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죽음이고 나머지 하나는 세금”이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세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사전을 보면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존립의 목적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구체적인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권력적인 방법으로 현금이나 현물을 부과징수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우리는 늘 일방적·강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가끔 내가 낸 세금을 환급받을 때도 있다.봉급생활자가 매달 급여를 받을 때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납부하고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는 것이 가장 흔한 사례이다. 또 연세액의 10%를 절세하기 위해 자동차세를 1월에 연납하고 그해에 자동차를 매매하거나 폐차한 경우에도 선납한 자동차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환급금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납세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지만, 환급되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소액이다 보니 환급신청이 귀찮아서 또는 바쁜 일상에 환급 사실을 잊어버려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대구시의 경우 2018년 결산기준으로 2억4천만 원의 세금이 미환급상태로 구·군에서 관리하고 있다.내가 환급받을 세금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신청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인터넷을 이용한다면 대구 사이버지방세청(www.etax.daegu.go.kr)이나 위텍스(www.wetax.go.kr)에 접속해 조회 후 환급금이 있으면 해당 자치단체에 신청하면 된다.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스마트위택스’ 앱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고, ARS(080-788-8080)로도 조회 및 신청이 가능하다. 구·군 세무과에 전화를 하거나 신분증을 들고 직접 방문을 해도 조회 및 신청할 수 있다.환급금이 1만 원 이하 소액이라 신청이 번거로운 경우에는 환급금 기부제도를 활용해 본인의 환급금을 기부할 수도 있고, 이 경우 기부금에 대해서는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소액이라 귀찮아서 바쁜 일상 속에 잊어버려 환급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5년 후 시효완성으로 국고로 귀속돼 버린다.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세금을 피할 수는 없지만, 더 낸 세금이나 잘못 낸 세금은 꼼꼼히 챙겨 돌려받는 것 또한 납세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경주문화엑스포 ‘역사문화 교육의 장’ 기대

지난 1998년 첫발을 내디딘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역사문화 교육의 장’으로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다.특히 경주는 2016년 규모 5.8의 강진과 각급 학교의 국내 수학여행 외면으로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이어서 엑스포의 변신이 경주관광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달 11일 개막해 오는 24일까지 계속되는 2019세계문화엑스포에는 전국 각지에서 각급 학교 학생과 시민들의 행사 관람이 줄을 잇고 있다. 엑스포 프로그램은 기업·기관단체 연수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방문객들은 역사와 문화의 발전 과정 등을 담은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교육적 가치가 큰 콘텐츠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과 융합으로 재창조된 신라 역사와 문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개막 전부터 관람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지난 13일까지 서울, 광주, 진주, 논산 등 전국 80여개 초중고 학생 1만여 명이 단체로 방문했다.11월 들어서는 경북도립대, 부산대, 육군3사 등에서 학생과 생도들이 100여 명씩 단체로 엑스포장을 찾았다. 지난 5일에는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일행이 방문해 교육과 문화를 통한 남북 간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인재교육기관이나 기업의 연수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DGB금융 신입사원 120여 명, 경주교육청 관계자 70여 명, 한국인재교육원 연수생 160여 명, 경북도공무원교육원 교육생 40여 명이 엑스포장을 찾았다.독일 고교생 20여 명이 방문하는 등 해외에서도 경주엑스포의 교육적 가치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늘어났다.경주엑스포 관람객의 다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다. 경주관광의 질적 변화와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경주 문화엑스포는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또 경주만의 특화된 문화상품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한번 온 관람객들이 다시 찾아온다. 1회 방문에 그치는 관광정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매년 변화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 엑스포는 물론이고 경주관광에까지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이제 관광은 콘텐츠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경주는 경북관광의 상징이자 최선봉이다. 하지만 지금 경주관광은 잠시 시들해진 상태다. 경주관광을 되살려야 한다. 특히 젊은 층이 다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그런 측면에서 경주엑스포의 ‘역사문화 교육의 장’ 활용은 매우 바람직한 착상이다. 엑스포와 경주시 관계자들의 더 많은 고민을 기대한다.

높은 분들의 ‘코빼기’

홍석봉 논설위원“높은 분들은 코빼기도 안 비친다.” 울릉도 소방헬기 추락 사건 이후 유가족이 내뱉은 자탄이자 하소연이다. 유가족들은 국무총리실에 전화했지만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통화조차 못했다며 섭섭해했다. 대형 사건사고 현장마다 곧잘 터져 나오는 목소리다.희생자 가족들은 정부 고위층과 경북도지사 및 대구시장이 대책본부와 현장을 찾지 않은 데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러자 사고 6일 만인 지난 5일에야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실종자 유가족을 만났다. 다음 날엔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찾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고 열흘 만에 실종자 가족과 대면했다. “이제 와서 미안합니다. 실종자 수색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해 7월, 군 장병 5명이 숨진 포항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때도 유가족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국무총리 및 국방부장관이 현장을 찾지 않은 점을 극렬 성토했었다.천안함과 연평해전 유가족들은 지난 3월 열린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연속 불참하자 몹시 섭섭해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유가족은 문 대통령이 한 번도 공식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서운해했다. 모두 ‘코빼기(코의 속된 말)’를 안 비친 소통 부재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사회 곳곳 소통 부재, 국민 불만 쌓여 저항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소통은 없었다. 취임 2주년 때는 기자회견 대신 KBS 기자와의 대담으로 대신했다. 출범 때 약속한 소통은 오간데 없었다. 소통이 단절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불만이 쌓여갔다. 저항은 커져 갔다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은 대통령이 소통과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을 불통의 ‘아이콘’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랬던 것이 불과 2년 반 만에 역전됐다.공자도 소통을 중시했다. 공자는 노나라에서 사구(司寇) 등의 관료로 잠시 정치에 몸담고 덕치를 실행하려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그 후 여러 나라를 떠돌며 군주들에게 덕치를 주창하고 자신을 써 주기를 바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덕치는 공염불이 됐고 공자는 실패한 정치인이 됐다. 하지만 그는 인류의 큰 스승이 됐다. 공자의 성공 비결은 제자들과의 소통이었다.공자가 위나라를 방문했을 때다. 군사를 담당하는 왕손가가 공자를 찾았다. 왕손가가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우리 신하들과 함께 있겠습니까. 아니면 왕과 함께 하겠습니까”라며 공자의 의중을 떠봤다. 왕도정치를 주창하는 공자는 결국 왕과 만나지 못했다. 답답해하던 공자는 어느 날 남성 편력이 심한 위나라 왕 영공의 부인인 ‘남자’에게 부름을 받는다. 아무도 만나 주지 않아 초조했던 공자는 남자의 청을 수락한다. 그러자 자로가 공자에게 따졌다. 이에 공자는 “부끄럽구나. 하늘이 나를 벌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비슷한 사례는 논어 곳곳에서 발견된다. 조급증에 빠진 공자가 불의한 군주들의 부름에 응했다가 제자들의 빈축을 사고 자책한 후 곧바로 돌아서곤 한다. 이것이 공자의 위대한 점이다.-공감과 소통은 사회 변화의 원동력공감과 소통은 인간관계에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갖게 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굴러간다. 소통은 아무리 두터운 벽이라도 깰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소통 부재를 외치는 소리가 넘쳐난다. 사회 한 축이 단단히 탈 났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임기 반환점을 돌며 경제정책과 관련해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1순위 과제로 정했다. 19일에는 TV 생중계로 진행되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쇼통’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공자는 ‘군자는 두루 어울리되 사사로이 무리 짓지 않고, 소인은 사사로이 무리 짓지만 두루 어울리지 못한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고 설파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운 말이다. 대통령부터, 기초단체장까지 높은 분들은 국민 앞에 자주 ‘코빼기’를 내비치시라. 그래야 세상이 덜 시끄럽다.

11월

11월 / 나희덕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시집『뿌리에게』(창비,1991)....................................................... 자랑하거나 내세울 게 변변찮던 시절, 이 땅의 자랑거리 하나가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기후조건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겠으나 그렇다고 각 계절이 공평하게 석 달씩 나눠 갖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보다 짧아서 더위와 추위를 더 오랫동안 견뎌야 했다. 11월은 우리의 관념 속에서 아직 가을이 분명한데, 반팔 옷을 벗고서 경쾌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을 여가도 별로 없이 두터운 한겨울 옷들을 찾아 입는다. 하긴 입동 지난지도 일주일이 지났고 기온은 급강하하여 보일러를 돌리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또 첫눈도 내렸다지 않은가. 그럼에도 단풍은 여전히 목하 절정이고 낙엽 바스락거리는 이 계절을 가을 말고 무어라 부르랴. 냉큼 겨울이라 서둘러 규정하기가 내키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시에서처럼 11월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아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이라 함이 적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환절기’가 아니라, 가을과 겨울 사이의 ‘간절기’로 말이다. 황지우 시인은 ‘11월엔 생이 마구 가렵다’고 했다. 11월의 나무 역시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나는 마당에 우리의 생도 가렵지 않을 리 없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은 아이의 손처럼, 이별을 앞두고 맞잡은 연인의 손처럼 그렇게 가을은 깊고 짙어지다가 어느 순간 손을 탁 놓아버릴 것 같은 불안 때문은 아닐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르며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든 한숨과 환멸의 힘만으로 건너야 할 가을과 겨울 사이의 계절이다. 11월엔 상여금을 챙겨주는 회사도 없고 그 흔한 ‘노는 날’도 없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얻은 건 무엇이고 또 잃은 건 무언지, 추정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는 난색이다. 수능시험으로 삶의 한파를 예비하는 시련을 안겨주고, 우리는 겨울을 견디기 위해 김장을 서두른다. 그리고 견뎌야할 것은 계절만이 아니다. 큰아이는 먼 나라에서 여전히 그 모양이고 작은애는 지방의 작은 공장을 다니며 근근이 살아가지만 큰 불만은 없다. 불황이니 불경기니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어왔으나 늘 그런가보다 했다. 배 곪지 않고 살아가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높은 아파트 숲을 걷는데 번질번질한 자동차들이 나를 밀어내지만 치어다보지 않는다. 인디언 아라파호족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했다. 봄날은 꼭 와야 하고, 또 올 테지만 ‘겨울을 이길만한 눈동자’의 수정체가 가장 빛나야 할 시기의 푸른빛은 어디에서 오겠는지. 우리 모두 저 나무들처럼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눈물 흘리며 감사’하면서 ‘겨울을 이길만한 눈동자들’로 초롱초롱해지기를.

꽃 잔치 국수

꽃 잔치 국수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달이 기울어가니 더욱 쌀쌀하게 느껴진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로 병원에 들렀다. 반색하며 인사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퇴원 예정이었던 아이였다. “왜 아직 여기 있어?” 하고 물으니 꽃 잔치 국수 먹고 가려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주말 특식으로 나오는 잔치 국수가 녀석에게는 알록달록 고명이 얹혀 장식한 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국수처럼 보였을까.‘꽃 잔치 국수‘ 그 이름이 그냥 ‘국수’보다 왠지 예쁘게 들려 더 맛이 있을 것만 같다. 녀석은 그것이 너무너무 맛있어서 꼭 한 번만 더 먹고 가려고 졸라대었다니. 아이들을 데리고 방송통신대학에 다니며 공부하고 일하느라 늘 바빠서 동동거리곤 하던 그의 엄마였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호흡기가 약한 두 아이가 덜컥 병이 나서 모두 입원해있었으니 얼마나 더 심신이 지쳐서 그녀가 힘 들었을까. 얼른 퇴원하여 집에서 쉬고 싶을 터인데, 철없는 녀석은 해맑은 얼굴로 꽃 잔치 국수 노래를 불러댄다. 열에 들떠서 엉엉 울어대다가 이제는 몸이 회복되어 국수라도 먹으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어머니는 아이들이 면을 아주 좋아한다며 하염없는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좋은 시절이 오면 그리운 부모님께 기분 좋게 소식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국 여인, 그녀는 오늘도 피곤할 터인데도 아이들의 청을 들어주느라 한 발짝 뒤에서 다소곳이 서 있다. 어쩌면 좋은 시절은 오늘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고 또 그 먹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시절이고 행복한 날이지 않겠는가.적게 가지고도 늘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거두는 그녀를 보면서 참으로 소박하고 만족한 삶을 떠올린다. 문득 금강경의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일체의 모든 법은 마치 꿈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아침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은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만사는 잠시 머무르다 사라지는 것이다. 이 세상이 모든 것이 다 그러지 않던가. 그러니 사랑도 나누고 아픔도 서로 나누어 가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건 없이 생색 없이 베풀라는 것이 바로 경전의 가르침일 것이다.겨울로 접어드니 인생의 덧없음을 절절히 깨닫게 된다는 이들을 더러 만난다. 덧없이 사라질 인생이니 더더욱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찾아 들어 자꾸만 집착하게 된다고. 하지만 요즘엔 미니멀리즘이 대세인 것 같다. 무엇이든 단순하게, 가진 물건뿐만 아니라, 생각도 생활도 단순하게 정리하고 감정도 낭비하지 않고 절제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다.집안의 생활용품, 옷가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캠핑이나 여가활동에서 필요한 장비와 용품을 최소화하면서 적지만,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 독일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단순하게 사는 것이라는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다. 그는 미니멀리즘이란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나쁜 것’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한때는 물건을 정리해 수납을 잘하는 것이 살림을 잘하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필요한 것만 남기고 사용하고 ‘비움’, ‘덜어냄’이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수납을 잘할수록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쌓아둔다고 풍요해지는 게 아닌데도 버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도 없다.일본 정리상담사 곤도 마리에는 그녀의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찬장 속에 수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쌓여있는 식기와 와인 잔들은 공간만 차지하는 짐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쓸지도 모르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의미 있는 선물이라며 버리지 못한다. 이미 오래전에 사뒀던 것들에 대한 애정은 쉽게 식지 않던가. 마음에 드는 옷을 사면 한 달이 즐겁고, 좋은 차는 6개월이 신나고, 좋은 집도 1년이 지나면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하지 않은가. 덜어내고 비우고, 꼭 쓸 것만 취하는 선택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가면 각자에게 쓸모 있고 가치 있는 것들은 자연스레 구별된다.아무리 단순하게 살아도 손에 익은 만년필, 잘 깎아 가지런히 놓아둔 연필, 쓰기 편한 일기장은 기쁨을 주는 것들이지 않겠는가. 아이가 ‘꽃 잔치 국수’를 기다리듯 우리가 모두 고대하는 그 무엇은 언제쯤 얻을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교육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교육제갈덕주대구대 전임연구교수제4차 산업혁명 용어가 유행하면서 미래교육 방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새 시대를 살아가야 할 당사자인 청소년층과 청년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구시의 청년정책은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비한 스마트 일자리 환경을 구축해 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당장 대학 입시의 문턱부터 넘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기존 교육 시스템의 진로 탐색 방법이 새로운 흐름과 부합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구시교육청은 대학사회와 함께 2018년부터 ‘대학-고교 연계 꿈창작 캠퍼스’를 진행하며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지역 대학의 전공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대학에서 개설한 강좌를 수료하고 나면 생활기록부에 등록해 주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활동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성’에 있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것을 초연결성이라고 하는데, 그 중간 매개 역할을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된다. 이때 인공지능은 ‘컴퓨터’와 ‘로봇’이라는 인공 영역과, ‘수학’과 ‘언어학’이라는 지능 영역을 기반으로 완성된다. 특히 지능영역과 관련된 미래 학문을 ‘데이터사이언스’라고 부른다. 이는 크게 분류하면 ‘딥러닝’과 ‘빅데이터’로 압축된다. 딥러닝은 컴퓨터에 고도의 논리적 사고능력을 부여하는 것이고, 빅데이터는 컴퓨터에 양질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기계가 인간과 동일한 상황 판단과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데 지능정보 기술이 관여한다.특히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빅데이터’이다. 최근까지 빅데이터는 ‘정책수립을 위한 민원성 데이터’와 ‘시장개척을 위한 상품 수요 데이터’에 치중되어 있었다. 이는 빅데이터를 구축하는데 많은 재원이 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는 ‘정책입안자’나 ‘기업인’만이 데이터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개인정보동의를 요구하는 민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위치 정보’, ‘거래 정보’, ‘병적 정보’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데이터 기반 사회를 구축하고 데이터 거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거시적인 목적성 데이터 이외에, 일반 시민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생활형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사전 의료지시서’를 받아 들고

‘사전 의료지시서’를 받아 들고이성숙재미수필가캘리포니아에 존엄사가 허용된 지 5년째다. 이제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존엄사, 안락사 또는 다소 자극적 적극적 의미의 조력자살이라는 표현도 쓴다. 법안은 아마도 가장 경건하고 순한 느낌을 주는 ‘존엄’을 선택한 듯하다. 따라서 용어는 객관적으로 존엄사(Death with Dignity)로 정리되었다. 존엄사법은 의료수준의 발달로 회생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그만 두어야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안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니라 인위적인 죽음이라는 것 때문에 현재도 논란이 남아 있기는 하다. 법 제정 의도와 달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가능성이 남아 있고, 환자 입장에서는 죽음을 강요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엄사를 결정한 남은 가족에게는 정서적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필자는 과거 한 신문에서 존엄사에 대해 지면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논의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시 죽음에 대한 이해나 태도는 한심할만큼 무지한 수준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순간 병원에서 ‘사전 의료지시서’라는 것을 준다. 내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었을 순간에 가족이나 누군가가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갖는다는 매우 진보적 조치이나 이 사전 의료지시서를 받고 며칠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종이를 받아들고 내용을 검토하는데 마음이 왜 이리 착잡한지, 생에 대한 집착이 이리 큰 건지, 나는 새삼 이기심과 옹졸함에 놀라고 있다. 나를 망설이게 하는 질문 항목 몇 가지를 살펴본다.‘장기를 기증할 것인가?’ 망설인다. ‘어느 부위를 기증할 것인가?’ 멍하다.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연명치료를 원하나?’ 글쎄다.이것이 현재 나의 상황이다.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삶의 질이 중요하지 연명치료는 해서 뭣하나 하며 큰소리치던 나다. 대담을 진행하던 몇 년 전만 해도 뇌사를 했다면 장기 기증이 마땅하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공익과 박애적 측면에서 그렇고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헌하는 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질문을 나를 향해 하게 되니 두려움뿐이다. 어떤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 손가락질을 하는데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 세 개가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나의 죽음에 대한 태도는 얼마나 엉성한 것이었던가. 화장을 원하는가 매장을 원하는가 하는 질문도 있다. 평소에 나는 화장이 옳다고 믿었다. 땅도 좁아드는데 양지 바른 곳에 죄다 묘지를 둘 것이 뭐 있나 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웬걸, 살점이 터지면서 탁탁 불꽃이 튀는 화장장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나는 일주일을 넘기며 ‘죽음 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마침내 매우 이성적인 답안지를 작성하기에 이른다. 연명치료는 필요 없고 건강한 장기를 모두 기증할 것이며 주검은 화장하라.아직 불편한 마음까지 씻어낸 건 아니다. 나는 사전 의료지시서를 제출하기 전 간호사에게 몇 번이나 물어야 했다. 마음이 바뀌면 어떻게 하느냐고. 간호사가 나를 위로하며 답을 건넨다. 언제든 내용을 바꿀 수 있다고. 비로소 내게 안정이 온다. 의학이 쓸데없이 사람을 괴롭히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옛날처럼,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이고 그저 앓다가 가면 좋을 것을 이라는 허탈한 생각도 든다. 수명이 환갑을 넘기기가 어렵던 때에 비하면 현대인의 수명은 거의 두 배나 늘었다. 덕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화두가 된 세상이다. 잘 먹고 잘 살다가 남은 것이 있어 나눌 수 있다면 축복이리라.사실 죽음이란 그리 먼 미래가 아닐지 모른다.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데 그것을 못 깨닫고 사는 것이지. 그래서 축복이라고들 하나보다. 사전 의료지시서를 써 내고 보니 건강한 하루가 이리 새삼스러울 수가 없다.

수능은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다

임종식경상북도 교육감사랑하는 수험생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친애하는 학부모님. 감사합니다.함께 소원지를 피어올린 교육가족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드디어 또 한 고비를 넘었습니다. 그토록 가슴 조였던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재작년의 지진 위협과 유난히 태풍이 많았던 올해 기후를 생각하며 수능시험장 시설 점검 하나하나에도 마음 졸이며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최선을 다했습니다.수험생들과 모든 교육가족들의 노력과 인내가 반드시 보람찬 결실로 되돌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북 교육가족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사랑하는 수험생 여러분.자신과 싸우며 성장통을 앓듯 묵묵히 하나의 관문을 넘어온 여러분들에게 먼저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붉은 대추 한 알에도 비바람과 눈보라의 지난날이 있듯이 지금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은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바이올린을 제작하는 가장 질 좋은 재료는 로키산맥 해발 3천 미터 높이의 수목한계선에서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며 자란 나무라고 합니다.의연한 모습으로 칼바람에도 결연히 맞선 나무만이 겨울너머 꽃 피는 봄을 맞이하듯, 매서운 바람을 이겨낸 나무만이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지금 여러분들의 지난날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결연히 맞선 칼바람이었습니다.수능의 결과가 여러분이 원하는 만큼이 아니어도 그동안의 노력과 인내의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분의 의지가 더 많은 선택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수능의 결과가 대학의 선택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여러분의 진정한 선택은 지금부터라는 의미입니다.정글을 빠져나갈 때는 가끔 큰 나무 위에 올라가 방향을 점검해야 합니다.원하는 대학을 위해 앞뒤도 보지 않고 달려왔다면 지나온 20년의 세월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세월을 위해 이제 방향을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스스로의 인생을 흔들림 없는 당당함으로 날마다 성장하고 행복하게 가꾸어가길 기대합니다.친애하는 학부모 여러분.잘 견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험생 자녀들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사셨던 20년 세월 매일매일이 긴장되고 안타까운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항상 어리기만 하던 품안의 자식이었는데 이제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여 자기 길을 가려합니다.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안에서 쪼고 동시에 어미 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야 가능합니다.학부모님들께서 그동안 보태준 그 힘으로 우리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할 준비가 되었습니다.스스로의 도전과 인내를 믿고 자신의 길을 가는 우리 아이들의 두 어깨가 더욱 가벼워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격려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존경하는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선생님의 기운이 아이들의 기운이 되고 선생님의 행복이 학생들의 행복이 되었습니다.365일 꺼지지 않았던 교실의 밝은 불빛은 선생님들의 땀과 애정이었습니다.특히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의 지도와 배려가 수험생들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힘든 시기를 함께 헤쳐 온 제자들의 앞날이 환히 열리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주십시오.선생님들의 사랑과 격려가 우리 아이들을 훌륭한 인재로 성장시킬 것입니다.꿈보다 더 좋은 활력소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하고 싶은 일, 자신만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모두가 노력한 만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험생 여러분들의 희망찬 미래를 응원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헌신과 성원 속에 여러분의 노력이 빛나는 내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관자’라는 책에는“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十年樹木百年樹人)”라는 말이 있습니다.경상북도교육청도 100년 앞을 내다보며 여러분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교육의 징검다리를 놓아 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수험생과 수험생 가족 여러분에게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포항지진특별법 더 이상 끌어선 안 돼

15일 포항 지진 발생 2주년을 맞았다. 포항시민들의 깊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진행 중이다. 포항시민들의 생활은 지진 이후 송두리째 헝클어졌다. 이재민 2천여 명이 임시 주택에 거주 중이다. 300여 명은 체육관의 텐트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겨울이 닥쳤다. 이재민의 상당수는 노인이다. 이들은 몸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전기장판 하나에 의존해 한 겨울을 보내야 할 판이다. 이마저 전기료 걱정 때문에 맘껏 켜 놓지 못한다. 꼬박 2년째 이런 힘겨운 생활을 버텨가고 있다. 포항시도 직접 피해 외에 지진 발생 후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방문객들이 줄어드는 등 지역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정부조사단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에 의한 촉발 지진이라고 결론냈다. 책임 규명은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진척이 없다.가장 중요한 것이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다. 이재민 대책과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 회부된 특별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채 발이 묶여 있다. 손해배상금 조항 등 여야의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때문이다. 자칫 더 오래 끌다가는 법안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우려된다. 포항시민들은 특별법이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돼야 하지만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관심사에서 멀어질까 고심하고 있다.포항시민들은 특별법의 정치권 줄다리기에 분노하고 있다. ‘포항 지진 범시민대책위’는 그간 국회 등을 오르내리며 시위와 집회를 벌였다. 대책위는 14일 포항 시청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과 국민에게 호소했다. 대책위는 “올해 안에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포항 시민들은 더 이상 참고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여야는 하루빨리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산자위는 14일에 이어 18, 21일 소위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의견 접근을 보길 바란다. 여야가 있을 수 없는 천재지변에 서로 입장만 내세우다가 장독을 깨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특히 포항지진은 국책사업을 수행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정부와 경북도, 포항시는 정치권의 합의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법 통과 이전이라도 간접 지원 등 지원 조치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여야는 이재민과 포항시민의 아픔을 헤아려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 더 이상 끌어서는 안 된다.

십대

십대/ 허정분 어린 시절에도 미래가 있다고 여겼다/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노래가 현실이 된다면 흰 죽사발 가득 고봉으로 얹힌 떡 마른 침을 삼켰다/ 봄꽃이 지고 오래된 농담처럼 입하나 덜겠다던 아버지가 산으로 가셨다/ 지병을 만장처럼 앞세운 불혹의 나이셨다/ 꺼이꺼이 곡소리 장단을 맞추는 오라비와 상여꾼 틈에서 오줌을 갈기는 동생도 미웠다/ 아버지 생전에도 철천지원수와 산다던 어머닌 부뚜막을 헐고 노구솥을 꺼냈다/ 워낭을 매단 소달구지가 낡은 이불과 그릇 몇 개를 허름한 초가 행낭채에 부렸다/ 날품 팔러간 들판 개망초 흰꽃이 옥양목처럼 펄럭였다/ 밤이면 반딧불이 허공을 선회했고 섬광을 그으며 유성별이 떨어져 내렸다/ 산자락 소나무 켜켜이 쌓아가는 흰 눈의 무게에 생살을 찢는 그 겨울 첫 달거리를 했다/ 덧없이 미래에 기댄 까마득한 날이 흘러 흘러갔다- 시집『울음소리가 희망이다』(고요아침, 2014)........................................... 십대 성장기는 삶의 과정에서 가장 보편적인 통과의례이자 가혹한 변화의 시기다. 좋든 싫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성장을 멈추기란 불가능하고, 누구도 그러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어른들은 흔히 십대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 시절엔 생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마냥 좋기만 한 순수의 시간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단 얘기지, 그 시기의 그들은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어른들의 말과 달리 십대엔 대개 시험과 입시에 시달리는가 하면 또 더러는 일찌감치 불우한 환경에 맞서야하고 사춘기도 겪는다. 이래저래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기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며 그 요동은 통증으로 반응한다. 십대들이 겪는 아픔도 고역도 방황도 실패도 모두 삶의 한 요소이다. 성장통은 지나고 보면 짧은 순식간의 바람처럼 여겨지지만 그 시기에는 조바심과 지루함으로 가득한 순간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짓거나 추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미래를 위해 혹독한 대가를 지불했거나 견디기 힘든 질곡의 나날이었을 경우 울컥 암울한 고통들이 역류되어 먹먹해지곤 한다. 가족들은 덫이자 굴레일 뿐이었다. 비루하고 신산한 삶들이 불운을 원망할 겨를도 없이 천형처럼 몸을 옥죈다. 어서 빨리 질척대는 가난과 고단에서 벗어나 세상 밖 미래로 뛰쳐나가야 했다. 반세기 전의 전태일도 그러했으리라. 추운 날씨에 수능시험을 치루는 수험생도 온몸에 불안을 휘감고 있다. 전태일은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대학생이 사방천지 널려있는 세상이다. 대학진학률이 80% 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럼에도 수능시험은 여전히 인생의 전부가 걸려있는 최대 관문이라 여긴다. 적성에 맞는 대학이라는 등 말로는 둘러대지만 출세하고 대접받고 행세부리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안간 힘들이다. 대학 나와도 별 볼일 있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여전히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 6~70년대엔 ‘가정 형편상’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일이 여사였다. 시인의 십대에도 물론이거니와 여자는 더욱 그랬다. 눈물을 삼키고 입술을 깨무는 일이 잦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인은 ‘미래가 있다고 여겼다.’ 그 미래가 문학이었던 셈이다.

이경우의 따따부따…남은 임기는 국민에게 지는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는 국민에게 지는 대통령으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모두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2017년 5월 9일 자정이 임박한 무렵 서울 광화문 네거리, 상대 후보들을 따돌리고 당선이 거의 확정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당시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든 혹은 지지하지 않았든 모두가 흥분했고 또 기뻐했습니다.“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꼭 만들겠습니다.” 이 말을 했을 때 아무도 후보자가 기쁨에 겨워서 오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 나가서 이겼고 전임 대통령의 추락을 지켜봤을 후보자로서 준비된 발언이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그러나 당선인의 그 빛나는 선언은 부도수표가 됐습니다. 21.8%의 지지율을 보냈던 대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불통하는 대통령, 당신들만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선 당시 득표율 41.1%를 밑도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그런 불만의 소리를 담은 때문일 겁니다.지난 9일 임기 절반을 지나온 대통령께서는 ‘혁신 포용 공정 평화’를 다시 꺼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하긴 우리 개인사에서조차 어느 땐들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위정자들이 말하는 ‘이번 선거’가 중요하고, ‘올해’가 중요하다는 식의 수식어는 언제 어디에서 쓰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대통령님의 임기 2년여를 통해서 던진 메시지는 익숙한 과거와의 단절이었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여러 차례 대통령 연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고,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고, 그러면서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 것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각오를 곳곳에서 확인했습니다.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하는 가장 큰 변수는 경제문제이고 민생이라고들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하며 그 척도는 민생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입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추진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욕심의 수정이 필요한지는 후보 시절처럼 경제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략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시는 나라다운 나라인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 문제는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비하면 조금 미뤄 두어도 좋을 일입니다.그런데 그 나라다운 나라는 국민이 이기는 나라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한 사례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는 불만이 많으실 줄 압니다. 그러나 국민으로서는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것은 실망 그 자체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왜 끝까지 국민을 이기려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렇게 비호했습니다. 검찰이 장관 임명도 하기 전에 내사했다거나 표적수사 했다거나 한 개인을 이렇게 철저하게 과잉수사한 적이 없었다고. 검찰이 할 일이고 국민들이 바랐던 수사였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는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지도자와 함께라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국민이 반대하는 인물들을 데리고는 적폐를 청산할 수도, 선거법을 개정할 수도, 검찰을 개혁할 수도 없습니다.대통령님,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데 앞장서지 말고 한중간에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데 중심을 잡아 주십시오. 그것이 대통령님이 강조하시는 통합이고 소통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을 이끌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경제는 그 다음 챙기시더라도 말입니다. 정권재창출을 넘어 진정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님의 커다란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이런 약속을 기대합니다.그래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내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