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개화

개화 / 이호우꽃이 피네 한 잎 한 잎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마침내 남은 한 잎이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나도 아려 눈을 감네-시조집『개화』(태학사, 2001)시조는 우리의 호흡과 정서, 사상과 감정을 담기에 가장 알맞은 시의 그릇이다. 일정한 형식이 있어서 정형률이 시상을 전개하는데 제약을 줄 수도 있지만, 충분히 훈련이 되고 나면 구속 속에서 자유로움을 구가하게 되고, 형식을 부릴 수 있는 기량을 갖추게 되면 얼마든지 다채로운 작품을 생산해 낼 수 있다.이호우는 경북 청도 출생으로 경성제일고보를 수료했다. 이후 1941년 이병기를 통해 《문장》지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이호우시조집』과 『휴화산』등을 남겼으며 그의 시조 세계를 ‘살구꽃 서정과 깃발의 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정적인 세계와 더불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일에도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개화」는 단시조다. 단시조는 시조의 본령이다. 그러나 「개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개 양상을 보여주면서 존재론적 탐색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이나 미적 상황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되 그 안에 실존적 자아가 투영되어 자아 즉 정의 세계화, 세계 즉 경의 자아화를 통해 서정시의 본질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생명의 비의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개화」는 이호우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한 하늘이 열리고 동시에 시인의 눈이 열린다. 마지막 고비를 맞자 바람과 햇볕이 숨을 죽이고 나도 아려서 눈을 감는다. ‘아려’도 원래는 ‘가만’이었는데 워낙 완벽을 기하는 퇴고를 거듭했기에 말년에 수정한 것이다. 이 시조는 그러한 전개 과정을 통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노래한다. 꽃이 피는 것은 존재의 확대다.한없이 순수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에서 이상 세계의 실현을 보고 그 감격 때문에 무한한 환희와 법열을 느끼게 된다. 그런 까닭에 꽃이 한 잎 한 잎 필 때마다 한 하늘이 열린다고 했으리라. 중장에서 미묘한 정서적 길항작용을 일으키는 ‘마침내’와 ‘마지막’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이 시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그렇기에 남은 한 잎이 떨고 있는 고비에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더 이상의 말이나 행위가 필요치 않았기에‘나도 아려 눈을 감’게 된 것이다. 묵상하는 모습, 정밀이 흐르는 황홀한 순간이다.여기서 ‘바람’과 ‘햇볕’이 병치된 점이 이채롭다. 문장 끝을 ‘피다, 있다, 죽이다, 감다’로 하지 않고 김소월의 「산유화」처럼 ‘네’로 끝맺고 있어 리듬감을 배가시키고 있다.이제 머잖아 이 땅에 다시 봄은 오고 꽃이 필 것이다. 땅에서 꽃이 필 때 저 광대무변의 궁창이 한 하늘을 열어젖힐 것이다. 그때 봄을 맞은 이들의 눈에도 새로운 한 하늘이 열려 말로 다 못할 기쁨의 순간은 도래하리라. 이정환(시조 시인)

맥주의 정치학

맥주의 정치학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설 명절이 지났다. 이제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접어들 시점이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친(親)서민’ 행보가 잦아진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서민 음식’ 먹어보기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구 서문시장 같은 유명 재래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적인 음식을 먹으며 자신이 얼마나 친서민적이며 평범한 사람인지를 내세우기 바쁘다.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하는 서민 코스프레용 식사 뿐 아니라 공식석상에서 먹는 식사도 ‘정치’의 일부분이다. 특히 한 국가의 대통령의 식사는 큰 뉴스다. 대통령이 어디서 누구와 어떤 메뉴로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메시지가 달리 읽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 오찬에 칼국수를 주로 냈다. 이는 절약과 청렴, 개혁의지를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안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삼계탕으로 해결했다. 장관이나 수석들과의 만남은 물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때도 청와대 근처 삼계탕집을 찾았다.정치인들이 공식석상에서 마시는 술은 식사보다 더 정치적이다. 대표적인 술이 맥주와 막걸리. 둘 다 서민의 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 초청 간담회 때 치킨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타임을 가졌다. 수제맥주와 국민 간식인 치킨을 앞에 놓고 허심탄회하게 서민경제를 이야기해보자는 의미였다. 지난해 5월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맥주회동을 가졌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 안건으로 여야간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3당 원내대표가 맥주잔을 들고 국회정상화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다.맥주가 정치적 수단의 하나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맥주집인 영국의 펍(pub)이나 독일의 비어홀(beer hall), 미국의 태번(tavern)은 예외없이 그 지역공동체의 모임 장소였다. 이곳에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며 여론이 형성되고 때론 선동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히틀러가 최초의 정치 연설을 한 곳도 맥주집이었다. 1919년 히틀러는 독일 뮌헨의 오래된 맥주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시는 대중들을 연설로 휘어잡았다. 자신도 맥주를 마시면서다. 히틀러는 이곳에서 국가사회주의노동당(일명 나치당)을 창당했다. 이후 행사와 집회도 주로 3천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이런 대형 맥주집에서 번갈아가며 개최했다. 맥주집이 최고의 정치적 공간이었던 셈이다.근대에 들어와서는 정치적 지지도를 올리는 하나의 방안으로 맥주를 활용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홈브루어일 정도로 맥주를 좋아했다. 맥주를 통해 서민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시카고 지역 크래프트 맥주를 정상외교를 통해 적절하게 홍보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혈통인 그는 아이리쉬펍에서 아일랜드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통해 아이리쉬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필스너 우르켈은 체코 플젠 지역에서 생산되는 세계적인 맥주다. 체코인이라면 누구나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맥주이기도 하다. 1994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 때 하벨 체코 대통령은 단골 맥주집으로 미국 방문단을 모셔와 이 맥주를 마시게 했다. 체코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준 의도된 정치적 행사였다.갑자기 맥주 이야기를 꺼낸 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맥주회동이 활발해졌으면 해서다. 요즘 꽉 막힌 게 정치뿐인가. 경제도, 사회도, 국제관계도 답답하다. 맥주 한잔하며 풀어보자는 뜻이다.맥주는 서민들의 술이다. ‘친(親)서민’ 이미지로 표를 공략하는 데도 맥주가 제격 아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라도 괜찮고, 의도된 정치적 행사여도 괜찮으니 맥주잔을 앞에 두고 자주 만나라는 말이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러다보면 얽히고설킨 현안들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맥주 속에 녹아있는 탄산이 주는 청량감을 온 국민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자칫 타이밍을 놓친다면 김빠진 맥주를 들이켜야 할 수도 있어서다.

배우 정욱과 서 교수의 양심

배우 정욱과 서 교수의 양심류시호시인·수필가최근 서울 혜화동 아름다운 극장에서 김영무작, 송훈상 연출로 정욱 주연의 ‘서 교수의 양심’ 연극을 관람했다. 정욱 탤런트는 필자가 문화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지인으로 존경하는 예술인이다. 연극은 연기 인생 60주년, 올해 82세인 배우 정욱을 위해 한인수, 현석, 김호영 배우가 우정 출연한 아름다운 무대였다.연극은 신문 기자인 박인식이 대학 은사이자 유명 소설가인 서동호 교수가 최근 저지른 엄청난 비리를 알게 된 것으로 시작된다. 서 교수 명의로 출간된 베스트 셀러 ‘저 산 너머 저 산’의 소설 원작이 박 기자의 대학 동창이었던 강진욱의 옛날 원고였다. 원고는 부인 구 여사가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기가 딱해서, 먼지 속에 있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강진욱은 대학생 시절 서 교수 댁을 드나들면서 사모님인 구 여사와 정을 통했다는 비밀을 고백했다.그러다가 서 교수와 구 여사 사이의 딸 서주미의 생부가 강진욱으로 밝혀진다. 강진욱은 기자인 박인식에게 원고 절취 사건의 기사는 서동호 교수를 생매장하는 일이 되니, 절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은사의 마음을 편히 해주려고 죽음을 가장하기도 한다.그러나 강진욱의 그러한 행동은 역효과로 나타나 서 교수는 진실을 고백하고자 한다. 서동호 교수는 파멸을 각오하고 기자 회견을 하며 양심선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 교수를 모시고 있던 문단 후배 민 국장과 구 여사는 서동호 교수의 양심선언을 치매 증세에서 비롯된 횡설수설로 각색, 그를 정신 병원으로 데려갔다. 사태가 진정되고 서 교수가 귀가했을 때 부인 구 여사와 모녀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바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동호 교수는 이미 실성한 사람으로 변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몇 년 전 정욱 배우를 대학로 아트홀 마라카극장에서도 만났는데, 연극 ‘엘렉트라 인 서울’에서 무법 스님으로 출연하여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그동안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에서 첫 주역을 맡았고,‘학마을 사람들’에 출연했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작품에서 주역을 해냈다. TV 드라마에서는 중후한 지식인, 온화한 아버지 역할 등을 해왔다. 그림이나 음악, 연극, 문학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는데, 연극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우리의 삶과 밀접한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문학예술인협회는 아동문학의 태두 김종상 원로시인, 지방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정성수 작가, 비구상 서양화의 거목 권의철 화가, 대중가요 작곡자 송영수 회장, 이재신 성악가, 한국의사시인협회 고문 김세영 시인, 30년 경력 국어논술스피치학원 유미애 원장, 드라이 플라워 공예가 윤은진, 김종분 시낭송 전문가 등과 문학과 예술가들 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문학, 시낭송, 연극, 그림, 영화, 음악, 악기연주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인생에 활력을 준다.미국의 정신의학자 마크 아그로닌은 ‘시니어들이 잘 활동하는 이유가 지혜와 회복 탄력성, 창의성 덕목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말해 인간의 뇌는 경험과 경륜이 쌓일수록 스스로 변화, 지혜의 폭을 넓혀주고, 감정 조절, 창의성까지 향상해 준다고 한다.장수시대 정욱 배우처럼 ‘인생의 큰일은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사려 깊은 지혜임을 잊지 말자.’ 라는 말을 제안한다.또 시니어들이 문학, 그림, 음악, 무용, 연극 등 예술을 가까이할 때, 힘보다 사려 깊은 지혜,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즐거운 마음이 필요하다고 권유한다.우리 모두 연극, 문학회, 음악회, 미술관, 박물관이나 문화전시회에 자주 들려서 자신의 감성도 살리고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 국민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반품 장류 재가공’ 공방…진상 규명 시급

대구의 한 유명 장류 전문제조업체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가공해 유통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나서 진실규명이 시급한 실정이다.내부 고발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업체의 제품은 80% 이상이 통상 ‘말통’으로 불리는 대용량 용기에 담겨 대리점을 통해 지역의 학교, 병원, 식당 등에 단체 급식용으로 많이 납품되고 있다.성장기 초중고 학생들의 학교 급식, 수술 전후 입원 환자들의 병원 환자식 등 취약계층 단체 급식에 비위생적인 장류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일부 제품은 대형 마트와 식자재 마트 등에도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재가공 관련 고발은 설연휴 직전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전·현 노조원들을 통해 이뤄졌다. 고발에 나선 노조원들은 “대형 마트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 처리된 간장, 된장 등의 장류를 새로 제조한 제품과 섞는 방식으로 재활용해왔다”고 주장했다.이들은 회사가 유통기한 경과, 변색, 이물질 혼합 등으로 반품된 제품을 버리지 않고 창고에 따로 모아뒀다가 재활용했다고 말했다. 또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회사의 지시로 제대로 폐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기회사 직원들은 식당에 가면 된장이나 춘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거짓 폭로에 강경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업체 측은 “간장류 반품 회수율은 0.2% 수준으로 전량 폐기 처리된다”고 주장한다. 된장의 경우 갈변 현상이 발생해 반품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도 폐기업체에서 모두 폐기한다고 말했다.고발에 참여한 직원들이 제시한 영상은 폐기용 간장을 폐수통에 붓는 것이라며 모인 폐수는 호스를 통해 폐기처리된다고 말했다. 즉 폐기과정일 뿐 재활용이라는 말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업체 측은 “식약처의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을 정도로 모든 장류가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창업한 지 60년이 넘는 대구지역 대표 장류 전문업체다.현재 경찰은 제보자들의 진술을 받는 등 고발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며 곧 수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과 식품위생 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 밝혀내야 한다.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식품위생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탱해 나가는 기본 틀 중 하나다. 후진국형 불량식품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童詩)의 필요성

동시(童詩)의 필요성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을 맡으셨던 아동문학가 김병규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동시 ‘문구멍’의 전문이다. 48년 전의 기억이지만, 그날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창호지를 바른 문에 붙어 서서 침 묻은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대는 내 막내 동생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선생님께서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의 모습을 문구멍으로 표현한 이 것이 바로, 동시(童詩)다”라고 하셨던 말씀도 생생하다. 최근 이 동시가 어느 분의 작품인지 궁금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 1959년 상주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신현득 시인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상하면서 등단한 작품이란 사실을 확인했다.동시는 어린이다운 소박하고 단순한 심리와 정서를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쓴 시로, 어린이를 주요 독자로 삼는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문학 장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린이가 쓴 시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동시의 가치를 몇 가지 언급하자면 어린이에게 감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며,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자연 및 인간세계와 사물에 대한 직관력과 관찰력을 기르며,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 때문에 동시는 어린이 교육용으로 큰 의미가 있는 문학 장르로 평가되고 있다.이번 겨울방학을 맞은 용학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기획 프로그램의 장르를 동시로 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국비 공모사업인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동시愛 물들다’의 연속선상에서 동시캠프와 동시콘서트를 마련하고, 동시집을 펴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7년 도종환 장관 취임 직후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연속 선정된 용학도서관의 세 번째 상주작가는 아동문학가로 활동 중인 임창아 시인이다. 용학도서관 상주작가의 장르는 시, 수필, 동시로 이어지고 있다.이같은 겨울방학 기획의 계기는 지난해 11~12월 어린이 2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 동시교실인 ‘동시놀이터’에 참여한 어린이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필자와 만난 몇몇 학부모는 “기존에 다니던 학원을 포기하고, 동시놀이터에 참석했다”면서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동시 프로그램을 계속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9~10월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시교실인 ‘동시多방’에 함께한 어른들도 동아리를 만들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겨울방학 기획의 하이라이트는 ‘동시 헤는 밤’이라고 이름붙인 동시콘서트였다. 지난 22일 오후에 열린 콘서트에는 요즘 문단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동문학가인 송찬호 시인이 초청됐다. 송 시인은 “어린이는 아직 자라지 않은 어른이 아니다. 그들만의 반짝이는 세계가 있다. 동시는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다운 상상력과 언어가 만나 신나게 뛰어노는 운동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악4중주 축하공연과 어린이들의 자작 동시 낭송, 청중을 대상으로 한 삼행시 짓기로 진행됐다.어린이들의 자작 동시 낭송 순서에서는 지난해 ‘동시놀이터’와 설 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북(book)두칠성 동시캠프’에 참가한 어린이 시인 18명이 무대에 섰다. 어린이들이 시를 낭송하면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을 가득 메운 청중 100여명이 박수로 응원했다. 어린이들이 쓴 동시는 이날 ‘구름이 엉금엉금’이란 이름의 동시집으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에게 나눠졌다. 동시집에는 어린이 34명이 쓴 동시 56편이 실렸다.용학도서관이 내세우는 슬로건 중에 ‘시 흐르는 우리마을’이 있다. 도서관이 자리한 지역사회에 늘 시가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시와 동시 강좌를 물론, ‘시(詩)라키비움’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매년 가을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우리마을 동시암송대회’도 열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오늘날, 인간의 일자리를 AI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동시를 통해 상상력, 창의력, 감성 등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계가 수행할 수 없는 영역을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겨울방학 기획으로 동시를 선택한 이유다.

새해 새날은

새해 새날은/오세영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부터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2) 그 누구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우리는 영원한 세월 속에서 조그만 행성을 타고 잠시 함께 삶의 길을 여행하는 동반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몸을 움츠리거나 신세를 한탄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비관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넉넉할 수 있고, 우리 앞에 놓여있는 삶의 여정은 마음가짐에 따라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 좋을 만큼 충분히 풍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믿음으로 싹틔운 행복이란 결실은 결코 마르지 않는 화수분으로 함께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축복일진대 가는 세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흐르는 시간에 얽매여 축축하게 연연할 필요가 있겠는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이제 또 새해 새날이 시작되었으니 지난 삶을 돌아보고 매듭짓는 한편 새 마음 새 정신으로 자신을 가다듬어 볼 기회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그리던 그림을 계속 이어가도 좋고 새 도화지를 내놓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도 좋다. 그 판단은 오직 본인 스스로의 몫이다. 새해 새날은 달력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발원한다. 하늘에서 햇살이 내리고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 나뭇가지를 안고 때를 기다리던 겨울눈이 비로소 눈을 뜬다. 나무 등걸 속에서 숨죽이던 벌레들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면 새들은 먹이를 찾아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음침한 골짜기마다 햇볕이 찾아들고 얼어붙은 산속에 서서히 양기가 스며든다. 눈 녹은 물이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나뭇잎은 몸을 가누어 공장 돌릴 준비를 한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우리 곁으로 살포시 내려와 꿈과 희망과 용기를 전해준다. 새해 새날이라 하여 몸이 다시 젊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는 타성에 젖기 쉬운 우리네 삶을 새 마음 새 뜻으로 쇄신하라는 것이다.지난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경기가 죽어 서민의 삶이 고달팠다. 북한 핵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미·중 패권 다툼의 불똥이 우리에게 튀었다. 종군위안부 합의와 징용배상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급기야 무역 분쟁으로 비화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의 한복판에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국민들은 양 진영으로 갈려 도저히 한 지붕아래 같이 살지 못하겠다는 듯 등을 돌린 채 서로를 향해 돌을 던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한다. 지난해 많이 아팠던 만큼 새해엔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이 지면의 문향이 지친 심신을 다독이고 격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를 소망한다. 새해 새날에.오철환(문인)

‘우한 폐렴’, 메르스·사스 교훈 삼아야

‘우한 폐렴’의 급속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도 방역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 기간 중국 관광객의 대거 입국과 귀성객의 대 이동에 따라 전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 설 연휴가 국내 확산의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23일 현재 ‘우한 폐렴’으로 중국 내에서만 사망자 17명, 확진자가 540명이 넘어서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확산되고 있다.세계보건기구 WHO는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국 당국은 23일부터 우한의 교통 운영을 중단하고 떠나는 항공편과 주민 탈출 통제 등 한시적 봉쇄에 나섰다.또한 세계 각국이 관광객 단속에 나서고 공항 검역을 강화하는 등 방역에 치중하고 있다.국내서도 첫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3일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확진자 1명을 포함 모두 16명이라고 밝혔다.대구시와 경북도는 24시간 상시 방역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질병관리본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함에 따라 설 연휴 ‘비상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24시간 긴급 비상 대응체계에 돌입했다.하지만 보건 당국의 검역 및 방역 조치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무증상으로 입국해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증상이 나타나고 발병하면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노출될 경우 급속 전염 우려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지난 2003년 중국에서 발병한 사스는 동남아 등 각국에서 8천273명이 감염돼 775명이 숨졌다. 국내는 4명이 감염됐으나 사망자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186명의 환자, 1만6천752명의 격리자 그리고 38명이 숨지는 비극을 낳았다. 시장 바닥같이 북적이는 응급실과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문병 문화, 엉성한 방역망 등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혀 이후 응급실과 문병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사스 발생 당시 우리나라는 일사불란한 검역과 방역으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발병 때는 허둥대다가 큰 피해를 입은 아픈 경험이 있다.전염병은 1차는 공항, 항만 등의 검역소에서 걸러내야 한다. 2차는 의료기관의 외래나 응급실 등에서 막아야 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는 1차, 2차 방어선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우한 폐렴’을 계기로 전염병의 1, 2차 방어선을 전면 재점검하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한 폐렴’은 사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백신을 개발, 감염병 예방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

누가 누구를 축하하는가

누가 누구를 축하하는가똑 같다.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등장했던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등장했다. 그 개개인의 면면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나라를 구하겠다는 명분만큼은 하나같이 똑 같다. 달라진 것은 그 주체가 바뀐 것이다. 대구로 국한시켜 특히 그렇다.4년 전 대구에서 나선 인물들은 당시 새누리당 정권을 도와서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그랬다. 공천에서 진박 친박 논쟁이 벌어지고 배신과 탄핵의 쓰나미가 덮쳤다.이번에는 거꾸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거다. 그들에게 맡길 수 없어 내가 나섰다.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한다는 거다.100년 여 전, 나라가 일제에 먹혔을 때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나섰다. 더러는 목숨을 걸었다. 그것이 지도자로서, 지식인으로서, 관리로서 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었다. 그 때 나라 밖에서는 조선의 망국을 당연한 수순으로 진단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 중 양계초의 이야기는 따끔하다.그는 조선이 망한 것을 왕의 무능과 백성의 무지, 그리고 관료들의 사익추구를 꼽았다. 특히 조선의 지배 계급인 양반사회를 지탱하는 관료들은 국가와 백성을 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안일을 먼저 챙겼다고 그는 지적했다. “조선의 고고한 양반(관리)들은 백성의 상전이 되어 구차하게 눈앞의 안일을 탐했으며 나라가 망해도 나는 부귀하고 편안하다고 하는 자들이다.”양계초가 조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망해가는 청나라에 교훈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가 일본에 망명가 있어 왜곡된 조선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깎아내리더라도 그의 식견과 안목이 깊고 넓음에는 동의한다면 참고할 만하다. 그의 눈에 비친 관료들은 늘 붕당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고 파벌을 만들어 사리(私利)를 도모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심지어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자들도 모두 배운 바를 빌려 관직을 구하는 도구로 삼았다고 비꼬았다. “한일합병 조약이 발표되자 이웃나라 백성들은 조선을 위해 눈물을 흘렸는데 조선의 고관들은 날마다 출세를 위한 운동을 하고 새 조정의 영예스러운 작위를 얻기를 바랐다”고 조선 사회를 분석했다.그런 양계초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조선인이 있었으니 “무릇 조선 사람 천 만명 중에 안중근 같은 사람이 한 둘 쯤 없지는 않았다. 설령 한 두사람 있더라도 또한 사회에서 중시되지 않는다. 그저 중시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 대체로 조선 사회에서는 음험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자가 늘 강하고 번성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100년 전 이야기고 조선을 잘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픈 대목이다.지금 총선에 나선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대단한 스펙들이다. 어떻게 보면 한 세상 잘 살아왔던 사람들일 수도 있다. 짧게는 10여 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국가직으로 또는 공공부문에서 봉사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보수도 두둑이 받았을 것이고 연금도 꼬박꼬박 챙기는 관료 말이다. 그런데도 또 더 해먹겠다는 것 아닌가. 그들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바치겠다는 것인지. 혹시 양계초가 100년 전 본 것처럼 자신의 출세와 안일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내려오시라.공직자 사퇴 시한전까지 선관위에 등록한 총선 예비후보 중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인물만도 134명이었다. 지금 대구·경북 25개 선거구에 등록한 예비후보만도 174명이나 된다. 덕분에 호텔과 컨벤션센터도 반짝 호황을 맞았다. 그들의 출마 회견장으로. 그들은 거기에서 화려한 이력을 과시했다. 정치인과 관료들 그리고 입김 있는 유력인사들뿐 아니다. 지역의 온갖 명함을 가진 이들이 줄을 서서 축하하느라 장마당이 됐다.누구를 축하하기 위해 줄을 섰던가. 아니면 누구의 눈도장을 찍기 위한 보험가입장인가. 이 무슨 주객전도의 현장인가. 설마 지난 세기 관존민비 사상의 유전자가 선거철을 해빙기 삼아 준동한 것인가.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한 명의 고액봉급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산불과 위험 기상

산불과 위험 기상김종석기상청장 지난 9월부터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금도 진행되어 세계적으로도 최악의 산불로 되고 있다. 이번 산불의 영향으로 호주산 농·축산물이나 지하자원 수입에 차질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2일 발간한 ‘호주 산불 피해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에 따른 호주 농·축산업계 피해로 육류, 양모, 와인 등의 수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수입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산불이 주는 경제적 파장도 만만하지 않다.우리나라 면적 이상의 산불피해와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고 있다. 광활한 자연 속의 동물들도 피해가 심해 호주의 자랑인 코알라도 기능성 멸종상태에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마저 들리고 있다.지난해 4월, 우리나라 강원도에서도 큰 산불이 발생했다. 강원도 인제와 고성, 강릉 옥계 등 사방팔방으로 발생하여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큰 산불이었다.이 산불은 1,757ha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 시설물 등 916곳을 집어삼킨 대형 산불이었다. 이 산불은 건조한 환경과 매우 강한 바람으로 인해 더 크게 번졌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2천795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으며, 우리나라는 산림 비율이 높은 나라로 산불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산불에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로는 습도, 강수량, 기온, 바람 등이 있다. 강수량이 적고 맑은 날이 지속 되어 대기가 건조해질 때 ‘산불 발생 위험도’는 커진다.겨울과 같이 건조한 계절에는 나무나 낙엽이 바짝 말라 있기 때문에 한 번 불에 타면 걷잡을 수 없이 큰 화재로 번지게 되고,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풍속 7m/s 이상) 불게 되면 불씨가 날아다니며 산불이 공간이동 하게 되어 대형 산불로 규모가 커진다.강한 바람은 연료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산소 공급을 증가시켜 불을 거대한 재난으로 키우는 역할과 전선과 같은 인공 구조물에 마찰을 일으켜 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산불은 발생 당시 습도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습도인 실효습도의 영향을 받는다.실효습도는 목재 같은 물체 등의 건조한 정도를 나타낸 지수로, 낮을수록 건조함을 의미한다. 5일 동안의 일 평균 상대습도에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 산출한 목재 등의 건조도로, 만약 현재 습도가 높다 해도 목재가 오랫동안 말라 있었다면 이 실효습도는 낮게 나타난다.보통 실효습도가 낮아지면 화재가 발생하고 번질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기상청에서는 이 실효습도를 기준으로 ‘건조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를 발표하고,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건조경보’를 발표한다.또한 건조특보가 발표되면 지역별로 건조에 대한 현재 상황과 전망에 대한 내용으로 기상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대형 산불 발생 시 천리안 위성을 통해서도 확인을 하고 있다.기상청과 산림청이 협업하여 전국 지역별 지형조건, 산림의 상황과 기상청 예보정보를 바탕으로 온도, 습도, 풍속 등의 기상조건을 실시간으로 종합·분석하여 산불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예측하고 산불방지 및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올해도 설을 맞이하여 산을 찾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건조하여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지기 좋은 환경이므로 산불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설에 잠시 선조들이 물려준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돌아보며 모든 가족들이 행복하고 복이 넘치는 2020년이 되기를 소원한다.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김종길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시집『성탄제』(삼애사, 1969)..................................................... 어린 시절 1년 365일 가운데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설날이었다. 그 기다림은 설렘을 동반한다. 추석과 비교하여 그 유익을 계량해 봐도 설이 더 실속이 있었다. 운이 좋으면 헐렁한 운동화 하나 얻어걸리는 횡재수준 설빔에다 정말로 웬 떡이냐며 따끈따끈한 가래떡이랑 강정 따위 평소 먹지 못했던 맛난 음식들, 그리고 무엇보다 후훗 세뱃돈, 연탄재 구멍에 꽂아 쏘아 올리는 화약놀이, 그 하루만큼은 하늘이 두 쪼가리 나도 행복해마지 않아야할 가족들의 표정 그리고 우리들의 환한 얼굴들. 이보다 더 즐거운 날이 어디 있으랴. “엄마, 몇 밤만 자면 설이고?” “딱, 한 밤 남았지!” 하루하루 손을 꼽고 툇마루의 기둥을 껴안고 빙글빙글 돌면서 기다렸던 설이었다. 섣달 그믐밤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턱을 고이고 코딱지처럼 달라붙어 졸고 있는 내게 잠들면 눈썹이 센다고 했다가 종래엔 방으로 옮겨 이불을 덮어주시곤 했다. 설을 이틀 앞둔 어느 해, 자고 있는 나를 깨우지 않고 몰래 손바닥 뼘 벌려 잰 문수로 신발을 사들고 오신 엄마. 한 번도 내 손을 꼭 잡아준 적이 없던 아버지가 생애 처음 신게 될 끈 달린 운동화의 첫 끈을 묶어주셨던 그 설날은 지금도 생생하다. 날마다 맞이하는 무덤덤한 햇살이었지만 이날을 기해 일제히 새로운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넉넉하지 않아도 넉넉했고 추워도 춥지 않았다. 미리 놋그릇을 말갛게 닦고, 수증기 가득한 방앗간 앞에서 떡살 담은 양은대야를 놓고 긴 줄을 설 때면 설렘은 최대치로 고조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이 하루 지나 적당히 굳어지면 예쁜 타원형으로 썰리고, 마침내 볶은 쇠고기, 계란지단, 김 등속의 꾸미가 넉넉히 얹힌 떡국이 상 위로 올라와 한 그릇 뚝딱 해치우면 삶의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거로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꺽 트림을 했다. 착시현상인줄 알지만 머리통이 굵어지고 어른이 되어서도 설날은 모든 걸 용서해주고 용서받고 그래도 될 것만 같았다.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한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오는 것이지만 이 어찌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닐까.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희망이라는 이름의 해를 같은 방향으로 함께 바라보며 긍정의 지혜를 찾아낸다면, 잇몸을 뚫고 나오듯 오르는 새해의 광채를 선하고 슬기로운 눈으로 다시 본다면, 어느 지붕 아래인들 축복이 넘치지 않으랴. 만 11년 6개월 동안 변변찮은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통합신공항 차질없는 건설’ 모두 힘 모아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지역이 군위·의성 주민투표를 거쳐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공동후보지로 최종 결정됐다. 지난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후 7년 만이다.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SOC다. 신공항은 국토 중동부 관문공항을 지향한다. 3천200m와 2천755m 등 2개 활주로를 만들어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허브공항이 목표다. 오는 2026년 예정대로 개항하면 이용객이 연간 1천만 명 이상 될 전망이다.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개항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문제는 주민투표에서 탈락한 우보면이 속한 군위군의 강한 반발이다.군위군은 22일 새벽 탈락한 우보를 국방부에 단독 후보지로 전격 유치신청했다. 군민 다수가 우보에 신공항이 오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현행 군공항 이전특별법 8조2항은 ‘지자체장은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국방부장관에게 군공항 이전유치를 신청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3항은 ‘국방부장관은 제2항에 따라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전부지를 선정한다’고 돼 있다.군위군이 내세우는 근거는 2항이다.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신청한다’라고 돼있기 때문에 군위군으로서는 군위주민의 76.27%(찬성률)가 희망한 단독 후보지 우보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는 지나친 해석이다. 법의 취지는 주민의 의사에 반해 지자체장 단독으로 신청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봐야 한다.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등 모든 절차를 거친 뒤 탈락 지역을 신청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이것은 상식이다.주민투표가 만능은 아니다. 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것도 아니다. 그러나 극한 대립으로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없을 때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다.지역 발전을 간절히 원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주민투표 실시에 동의하고 투표에 참여했으면 승복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자세다.군위군은 지지부진하던 대구공항 이전지역 확정을 이끌어 낸 ‘공신’이다. 유치 희망을 가장 먼저 공론화 한 지역이다. 정부와 경북도의 탈락지역 지원책이 미흡하면 당당하게 지원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말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이번 사태는 국방부, 대구시, 경북도의 책임도 크다. 법 제정 후 실제 주민투표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있었고, 사전에 이번과 같은 상황이 예상됐음에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 못해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이제 국방부, 대구시,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 등 관련 모든 기관과 지자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탈락지역 주민의 반발을 누그러트리고 신공항 건설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때다.

그래도 밭은 갈아야 한다

그래도 밭은 갈아야 한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볼테르는 1775년 2만여 명이 사망한 리스본 대지진을 보고 유명한 소설 ‘캉디드’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세계는 아름답고 조화로워야 하며, 예고 없는 재난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참혹한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아수라장의 와중에서도 교회는 종교 재판을 통해 사람을 화형에 처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만일 이러한 세상이 선하고 자비로우신 신의 섭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최선의 세상이라면, 도대체 무자비한 신이 만든 세상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세상일 것인가”라고 볼테르는 절규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의 모순된 사회와 정치, 부패한 성직자들, 대중의 어리석음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종교와 정치의 공리공론 때문에 신음하는 일반인들의 분노를 표현하며 평생을 인간의 편협성과 광신에 맞서 싸웠다.소설 속 주인공 캉디드는 걱정 없이 살던 성에서 난데없이 쫓겨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갖가지 최악의 상황과 수많은 재난, 부조리를 경험한다. 소설 속 대사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우리에게 생생한 현실로 다가온다. 그는 등장인물로 하여금 “신이 이 세상을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을까요?”라고 질문하고는 “우리의 화를 돋우기 위해서죠”라고 답하게 한다. “선생, 당신은 물론 자연적인 면이나 도덕적인 면에 있어 이 세상이 최선이며 다른 세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죠?”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는 “아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위치를 모르고 책임도 모르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항상 무리한 언쟁만 일삼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한다.볼테르가 ‘캉디드’에서 표현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을 받는다. 극단적인 진보와 보수는 종교재판과 화형을 일삼던 시대의 타락한 성직자와 폭도들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자기 성찰과 반성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신념을 종교의 교리처럼 신봉한다. 그들은 파당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대편 사람들에게는 종교재판과 화형, 인신 번제에 가까운 방법까지도 적용하고 싶어 한다. 이런 곳에서는 건강한 논리와 비판적 이성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식과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여기에는 건강한 담론과 토론도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빨간 사과를 두고 내가 지지하는 편의 누군가가 검은색이라고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불문곡직하고 검다고 말한다. 그 안에서 바른말을 하면 집단 린치나 따돌림을 받아 그 무리들 속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가 없다. 어디엔가 속해 같은 구호를 외쳐야 불안하지 않는 무비판적인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젯거리다. 이들보다 더 나쁘고 악랄한 사람은 누구인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같은 패거리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거나, 대중들을 선동하여 잘못된 구호를 계속 외치도록 부추기는 사람들이다.어지러운 시국과 관계없이 국민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볼테르는 소설에서 검둥이 해적들한테 일백 번 겁탈당하는 것, 엉덩이 한쪽이 잘리는 것, 화형식에서 죽도록 매 맞은 다음 교수형 당하는 것, 교수형 당한 후 다시 해부당하는 것,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것 등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일들 중에 가장 나쁜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는 “추론은 그만두고 일합시다. 일하는 것만이 삶을 견딜만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걱정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권태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볼테르는 일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3대 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고 말한다. 그는 “그래도 우리는 밭을 갈아야 한다.”는 말로 소설을 끝맺고 있다.설 연휴가 시작된다. 낙관과 비관이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이 혼란의 시대에 말없이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과 따뜻한 인정을 듬뿍 느끼는 시간을 가시길 기원한다.

나는

나는/ 문숙가나의 어느 부족에선 사람이 죽으면/ 관 모양이 생전의 직업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어부였던 사람은 배나 물고기 모양/ 구두장이는 구두 모양의 관에 담긴다// 시인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는 나는/ 시집이나 펜 모양의 관을 그려보지만/ 아니다 시로써 돈을 벌어보지도 못했고/ 흔한 문학상으로 명예를 얻어 보지도 못했으니/ 시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삼십 년을 주부로 살았으니/ 밥솥이나 냄비 모양을 생각해보지만/ 아니다 전업주부라 하기엔 시와 통정한 시간이 너무 길다/ 국적없는 집시처럼 바람에 이끌리며 산 것이다// 어느 한 곳에 내 전부를 던져본 적 없어/ 작가로서도 주부로서도 이념도 없고 신념도 없다/ (중략)/ 가나식이라면 나는 죽어서도 관 모양이 없을 것 같다- 계간⟪문학청춘⟫2017년 여름호..................................................... 가나에선 사람이 죽으면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해 축제처럼 장례가 치러진다. 밴드와 가수의 신나는 음악에 맞춰 웃는 얼굴로 춤을 춘다. 이들은 관을 중히 여기는데 관 모양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물건으로 하거나 종사했던 직업과 관련된 모양으로 제작한다고 한다. 탱크, 물고기, 젖소 같은 모양의 관에 시신을 안치시킨다. 고추농사를 짓던 사람이 죽으면 고추 모양 관을, 생전에 콜라를 엄청 좋아했다면 코카콜라 관을,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게 소원이었던 사람이면 가나에어 비행기 관에 넣어 시신의 한을 풀어주기도 한다. 우연히 가나 장례 풍습을 듣고 시인의 습성이 발동하여 ‘나는’ 어떤 관에 담겨질까를 생각한다. 자신은 ‘시인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먼저 내세울만한 신분이라 ‘시집이나 펜 모양의 관’을 떠올려보는데, ‘시로써 돈을 벌어보지도 못했고’ ‘흔한 문학상으로 명예를 얻어 보지도’ 못했음으로 당당히 시인이라 하기엔 어쩐지 멋쩍다. 그렇다면 다음은 30년차 전업주부겠는데 이 역시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임했던 역할이 아닌지라 마땅찮아 한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관’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자문을 할 때가 있다. 대개는 자기 스스로를 뾰족한 재주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안에서 지방을 쓸 때 ‘학생부군’ 즉, ‘배우는 학생으로 일생을 살다 가신’이라고 적는 것이리라. 대다수 유생들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 때문에 죽어서도 공부를 계속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평생 벼슬 한번 못해본 백수건달이라도 ‘학생’으로 살고, 또 죽어서도 ‘학생’으로 살라니 축원이라면 축원이다. 어느 당파에 가담하지 않는 것 역시 다행한 일이다. 어느 한쪽에 휘둘리지도 발목 잡힐 것도 없으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장담은 못하지만 살아가면서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우려되는지 정도는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기본 양심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라는 성찰적 지점에 이르면 자괴감만 가득하다. 지난 12년 동안 이 지면을 통해 시를 빙자하여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지만 이젠 입도 닫고 창문도 닫아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모자라고 내세울 것 없어 ‘가나식이라면 나는 죽어서도 관 모양이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學生’이란 간판은 따 놓은 당상이니 이 아니 기쁘지 아니할까.

지역산업의 재도약을 꿈꾸며

지역산업의 재도약을 꿈꾸며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들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것 같다. 미·중 간 무역협상이 불완전하나마 일단락되었고, 요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악영향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계 경제도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들이 나온다.그러다 보니 올해 우리 경제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기저효과든 어쨌든 말이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은혜가 우리 경제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지역과 가계의 구석구석까지 퍼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조선과 화학, 자동차 등 산업 1번지 울산, 기계산업 메카인 창원이 있는 경남, 왕년의 전기전자산업 기지인 구미와 철강산업이 버티는 포항이 있는 경북은 물론 제조업 기반이 약한 전남과 전북의 경기는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까? 제주도는 예외로 하더라도 강원도처럼 전체 지역 총생산에서 10%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지역의 경기는 또 어떨까?아마도 이들 지역 경기는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소위 이들 지역의 주력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산업들은 지루하리만치 긴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치고 있고,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은 고용과 임금을 늘릴 형편이 못 된다. 그렇다고 지역 경기를 이끌 새로운 산업군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집계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과 같은 지출항목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업과 같이 산업별 생산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지출을 늘리든지, 생산을 늘리면 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외 수요압력이 낮아 생산량 증가가 곤란할 때는 중앙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이를 보완할 수 있다.그렇게 하면 지역 경기도 살아날 터. 하지만 지방정부, 즉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가 없다. 대다수 지자체의 재정기반이 매우 취약할뿐더러, 설령 국채를 대신해 지방채를 발행해 지출을 늘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는 지속가능한 정책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지자체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일 수 있고, 중앙정부 역시 지역 경기 살리는데 필요한 재원을 무한정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이렇게 보면 답은 결국 하나다. 어떻게든 빨리 지역이 가진 생산 기반을 재편하고, 대내외 환경 악화에도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충청북도와 경기도가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은 지역내총생산의 35% 이상에 육박하는 제조업의 생산량이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의 속도로 커나가면서, 기업과 인재들이 몰려들어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소식에 따르면 이제 곧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초지자체별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해 맞춤형 산업육성책을 제시한다고 한다. 그동안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의 성장을 이루고, 지역 경제의 기반을 확충해 왔던 사실을 되새겨보면 더 일찍 했었어야 할 일이 지금까지 미뤄져 왔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걱정되는 바도 적지 않다. 개발시대의 논리처럼 국가산업정책이 바로 지역 산업과 경제의 발전으로 직결되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신성장동력산업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로 그냥 지역에 심는다고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역별로 분배된 산업들이 균형발전하리라는 보장은 더더욱 희박하다. 한 지역의 특정 산업 부문이 현재의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몰아주기를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다른 모든 지역의 경쟁력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쉽지는 않겠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지역산업정책이 마련되어 지역산업의 재도약과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길 바란다.

미래한국당 출범, 2중대 현실화됐다

자유한국당의 위성 정당 격인 가칭 ‘미래한국당’ 대구시당이 21일 출범했다. 현 정당체제에서 비례대표 만을 위한 위성 정당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개정 선거법이 낳은 사생아다. 정치권의 숱한 논란에도 불구,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급조된 위성 정당인 것이다.미래한국당 대구시당은 21일 50여 명의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 미래한국당은 설립 취지문을 통해 “공수처법과 연동형 선거제가 많은 독소조항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졸속 처리돼 꼼수에는 묘수로, 졸속 날치기에는 정정당당하게 준법으로 맞서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의 2중대 출범을 알린 것이다.창당 행사는 국민의례부터 신임 위원장 수락 연설까지 10여 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정 양식만 갖추면 될 뿐이고 거창할 필요도 없었다. 이날 부산시당도 창당식을 가졌다. 22일에는 경북도당이 창당한다. 내달 초 중앙당도 창당식을 가질 예정이다.한국당은 당초 비례자유한국당 설립을 추진했으나 중앙선관리위가 당명에 ‘비례’를 붙이는 것은 불가하다고 유권해석함에 따라 당명을 미래한국당으로 변경했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미래한국당 출범과 관련, “비정상 괴물 선거법의 민의 왜곡, 표심 강탈을 지켜만 본다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미래가 없다. 미래한국당 창당은 미래를 지키기 위한 분투이자, 정권 심판의 명령을 받드는 길”이라고 비례 정당의 설립 의미를 부여했다.그는 “애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하는 비정상 선거제만 통과시키지 않았어도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야합 세력의 꼼수를 자멸의 악수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비례 정당의 불가피함을 설명했다.이에 다른 여야 정당들은 선거법 취지에 역행하고 정치혐오만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차라리 무례한국당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것이라는 조롱도 나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눈속임은 눈속임일 뿐”이라며 “옹색한 특권 고집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 눈을 속이는 위성 정당으로 미래를 지킨다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국민 모독”이라며 황 대표는 극단적 오기 정치를 멈추라고 비판했다.미래한국당의 출범은 한국 정치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민주당이 정의당 등과 4+1 체제로 뭉쳐 개정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그 선거법이 낳은 결과물이 비례 정당인 것이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은 없이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사생아로 남을지 적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