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구·경북-부산 동반발전 외면 말아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추진돼선 안된다는 주장과 분석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외눈 하나 깜짝 안한다. 4월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부산 표심만 바라보고 있다. 많은 국민이 뭐라 하거나 상관않는다.민주당은 연일 가덕도 특별법 입법 강행을 공언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24일 “가덕도신공항을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이전에 개항하겠다”며 “부산·울산·경남 여러분이 한치 걱정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불가역적 국책사업’으로 못박겠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가덕도 특별법은 무리여서 상황 변화에 따라 백지화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이야기로 읽힌다.민주당 내에서도 가덕도 특별법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우리 동네에 있는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사전 타당성 조사 면제와 관련 “이 법이 통과돼도 공항을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지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꼬집기도 했다.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네번 국회의원 하면서 낯 부끄러운 법안이 통과되는 것도 많이 봤지만 이렇게 기가 막힌 법은 처음 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 ‘매표공항’이 아니고 도대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국회 보고자료를 통해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성, 운영성, 경제성 등 여러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을 수용하면 성실의무 위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목을 맨 집권당의 서슬 퍼런 압박에도 주무부처에서 이같은 반응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일 것이다.대구·경북 민심이 들끓고 있다. 최대 피해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김해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동반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책이 휴지조각이 된다. 통합신공항의 안정적 발전이 물거품이 될 위기다.민주당이 가덕도 특별법을 끝내 관철시키겠다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도 함께 제정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대구권 공항도 경쟁력을 갖추고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설해야 한다.사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가덕도와 상관없이 특별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몇십년간 군사공항으로 인한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별도 국비지원 한푼없는 이전은 말이 안된다.민주당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을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조그만 염치라도 있다면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에 반대해선 안된다. 그것이 대구·경북과 부산이 동반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참치캔 의족/정지윤

시리아 난민캠프, 8살 소녀 메르히는/참치캔 의족을 달고 해변을 걷는다//날이 선 지느러미를 단/파도들이 몰려온다//가만히 멈춰 선 채 섬이 된 소녀는/몰려다니는 물고기의 행로를 되새긴다//해체된 참치캔들이/떠다니는 바닷가//의족이 걸어가는 발자국 쓰라리다/파도에 다리들이 휩쓸려오는 난민캠프//멈춰 선 소녀는 끝내/웃지도 울지도 않는다시조집 「참치캔 의족」 (책만드는집, 2020) 정지윤 시인은 경기 용인 출생으로 2014년 창비어린이 신인상 동시,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와 시조집 ‘참치캔 의족’ 이 있다.‘참치캔 의족’은 참으로 아픈 시편이다. 시리아 난민캠프의 8살 소녀 메르히는 참치캔 의족을 달고 해변을 걷고 있다. 날이 선 지느러미를 단 파도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날이 선 지느러미를 단 파도, 라는 구절에서 시인의 시적 기량을 읽는다. 아픔에서 배어나온 개성적인 이미지 구현이 돋보인다. 이러한 미적 자질로 직조된 구절은 시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다음으로 가만히 멈춰 선 채 섬이 된 소녀는 몰려다니는 물고기의 행로를 되새기고 있다. 소녀는 일순간 섬이 됐고, 물고기들은 여전히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바다 곳곳을 마음껏 헤엄쳐 다닌다. 그곳은 해체된 참치캔들이 떠다니는 바닷가다. 화자가 봤을 때 의족이 걸어가는 발자국은 쓰라린데 파도에 다리들이 휩쓸려오는 난민캠프에 멈춰 선 소녀는 끝내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 소녀를 몹시 힘들게 한다.시리아 내전은 시리아에서 2011년 4월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축출하려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이다. 중동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연장선상의 일환이다. 특히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가는 난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요르단으로 피난을 간 시리아 난민 중 딸을 가진 부모들은 전쟁 중 딸이 폭력에 노출될 위험을 막기 위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결혼을 시킨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불행을 낳고 있다. AP통신과 인터뷰를 한 16세의 시리아 난민 소녀는 부모의 권유로 조혼을 했으나,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했음을 밝혔다. 10대에 결혼한 시리아 소녀들은 이와 같은 일들을 빈번하게 겪고 있다.‘참치캔 의족’은 국제적인 시각으로 지구촌의 비극을 노래하고 있다. 시에서 드러나는 정황보다 더 극심한 일들이 시리아 곳곳에서 연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그는 단시조 ‘봄의 문’을 통해 봄이 오는 길이 험난함을 일깨우고 있다. 느리게 날아오는 나비들이 낮아지는 것을 주시하면서 날개가 밟고 가는 허공의 길을 바라본다. 날개가 밟고 가는 허공의 길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양 어깨에 달린 날개가 허공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결구인 종장에서 화자는 혼자 중얼거리듯 얼마나 견고한 자물쇠에 잠겼었는지 알게 된다, 라고 진술한다. 겨울이라는 견고한 자물쇠에 단단히 잠겨 있던 것을 푸는 일이, 풀리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이러한 종장을 통해 명징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봄의 문’은 예사로운 작품이 아니다. 새로운 발화다. 개성적인 의미 부여다.우리 모두 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새날을 맞을 일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철모르는 개구리와 사라지는 24절기

박광석기상청장다음달 5일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하지만 이미 1월 말부터 개구리가 나타났다는 제보와 기사가 있었으며, 2월 초에는 개구리 알이 발견되기도 했다. 매우 빠른 봄의 징후다. 개구리는 유난히 외부 온도에 민감해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른 생물에 비해 더욱 빨리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개구리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경칩은 봄을 나타내는 대표 절기로 여겨져 왔다.온도계가 없던 시절에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동·식물과 이슬, 눈과 같은 기상의 변화로 계절을 추측할 수 있었기에, 우리 조상들은 24절기를 사용해 계절을 구분했다.이러한 절기는 농경사회에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농업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우수(雨水)는 2월 중순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강수가 눈이 아닌 비로 내리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망종(亡種)은 6월 초순으로 벼와 같은 곡식의 씨앗을 뿌리는 시기, 상강(霜降)은 10월 말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니 서둘러 추수해야 하는 시기이다.1차 산업의 비율이 줄어든 오늘날, 절기의 의미와 가치가 사라지고 있지만, 오히려 주변 환경을 세심히 들여다보기 힘든 요즘에 계절의 지표로써 활용됐으면 한다. 입춘(立春, 2월 말), 대서(大暑, 7월 말), 한로(寒露, 10월 초), 대설(大雪, 12월 초) 등 이름 만으로도 그 계절의 포근하거나 후끈한,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이전에 경험해 본 그 계절의 감각이 떠오르곤 한다. 또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처럼 시기마다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입춘에 입춘첩을 문 앞에 붙이는 등의 세시풍속들이 있어 절기를 잘 활용하면 그 계절을 온전히 즐길 수도 있다.하지만, 오랜 기간 우리 삶과 문화를 만들어온 절기도 기후변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지난 1월13일 이후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날이 많았고, 22~23일 양일간 대구·경북의 평균 기온은 7.5℃로 3월 중순에 나타나는 기온을 보이기도 했다.아마도 겨울잠을 자고 있던 개구리는 변하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처한 것인지도 모른다. 봄이 온 것을 빨리 감지하고 활동할수록 번식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 말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올 1월은 한마디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온 널뛰기’를 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의 변동폭이 컸다. 1월 초에는 매서운 한파가 발생해 대구·경북의 일 평균 기온이 –11℃까지 내려갔었고, 이후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낮은 기온이 번갈아 나타나며 일평균 기온의 변동폭이 최대 18.5℃까지 나타나 1973년 이후 가장 큰 변동폭을 보였다.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기상청의 2100년까지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폭염에 해당하는 온난일이 4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향후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저탄소 시나리오’로는 온난일이 2배 증가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인류의 노력에 따라 24절기가 살아있는 다채로운 계절을 계속 맞이할 수 있을지, 혹은 단조로운 극한기상을 더 자주 만나게 될지가 달라질 수 있다.급격한 변화는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적응하기에 혹독한 환경이었으리라. 더불어 철모르는 개구리처럼 우리의 삶에도 계절 없이 단조로운 극한 여름과 극한 겨울만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실천과 노력에 박차를 가할 때다. 철모르고 잠에서 깬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준우 시시비비/ 정치권은 TK 민심을 외면 말라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의 2월 국회 통과가 걱정했던 대로 결국 좌절됐다. 애초 TK정치권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함께 국회 동시 통과를 추진했지만 거대 여당과 국민의힘 PK정치권의 반대가 있었고, 믿었던 TK정치권은 힘을 결집하지도 못했다. 반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민주당의 애초 밑그림대로 국회를 통과했다.지역에서는 당장 민주당의 입법독주와 TK정치권의 무기력함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비판은 비판일 뿐이고, 지금은 모두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과연 대구, 경북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걸 관철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영남권 민심을 둘로 갈라놓았던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 제정으로 이제 사업 추진에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대구, 경북 민심은 허탈감과 함께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5개 시,도 단체장이 어렵게 마련한 공동서약서도, 국책사업 추진의 엄중함도 정치적 셈법으로 무력화하는 현실을 체험한 데다, 가덕도신공항으로 인해 어렵게 결실을 보고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마저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부산, 경남에서는 벌써 가덕도신공항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등 공항을 중심축으로 하는 그랜드메가시티 구상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부산, 울산, 경남 주요 지역을 1시간 이내로 신공항에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이 있다.신공항 건설에만 10조 원 이상, 그리고 광역권 철도, 도로 등 연계교통망까지 건설할 경우 어림짐작을 하더라도 수십조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부산시와 경남도 등 PK 지자체들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대다수 SOC사업이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일 것이다.이에 비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사정은 좀 다른 듯하다. 통합신공항 이전지는 결정해 놨지만 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될 대구권과 연결하는 도로, 철도 건설 등 연계교통망 구축에 들어갈 예산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현재 알려지기론 사업비만 1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통합신공항 연계철도망 예산 부담을 놓고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서대구역~통합신공항~중앙선을 잇는 총연장 47km의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인데, 정부에서는 이 사업비의 30% 정도를 두 지자체에서 부담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구시나 경북도에서는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형편에 이마저 떠안게 될 경우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나 영남권 남·북지역에서 각각 거점공항 역할을 하려면 결국 연계교통망 구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동서남북으로 도로와 철도가 촘촘히 연결돼 있어야 사람도 화물도 공항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정부에서 연계교통망 구축 사업 지원에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하단 얘기가 들리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대구권을 연결하는 연계교통체계 구축에 들어갈 사업비만 대략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현재 나와 있는 대구통합신공항과 관련된 특별법은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무소속)과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국민의힘)이 발의한 두 가지가 있다. 홍 의원 법안에는 교통인프라와 배후신도시, 항공 관련 산업단지 조성 등을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할 것과 사업 진행의 속도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이 들어 있고, 추 의원의 안에도 역시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통합신공항특별법 좌절 이후 지역에서는 TK정치권이 전열을 재정비해 3월 임시국회에서 국회통과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TK정치권은 특별법과 관련해 중앙당 눈치보기 바쁘다, 지역민심을 외면한다, 존재감이 없다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차제에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는 각오로 특별법 제정에 온몸을 던질 것을 TK정치권에 주문한다.

관리와 예방이 필요한 인플레와 긴축발작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새해를 맞은 지 벌써 2개월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우리 모두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료와 포스트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시작 시점에 관한 것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그 시점도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면역 또는 집단면역이 확산되려면 내년 중반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낙관적인 기대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해서 그것이 언제일지 더 궁금하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세계 각국 및 지역의 돈풀기 등 적극적인 경기 방어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점차 회복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고, 그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우려는 뒤로하고 이제는 앞으로의 시장 변화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인 시야로 바라봐도 좋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스 또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 수준에 다양한 시중자산매입 등을 통해 통화량을 늘려 경제 전반의 수요를 늘리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 불리는 경기 조정책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맞물려 경기 진작에는 긍정적이지만, 종국에는 원유와 철강 등 각종 원자재는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생필품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화와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즉 물가 상승을 유발하게 돼 언젠가는 종식되기 마련이다.물론, 위기 시에 취했던 양적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조기 경기 회복과 일자리 및 소득 증가로 이어져 개인 후생의 증가로 이어지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 빠른 속도로 물가가 상승해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면 이는 정책당국은 물론 개인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늘 접하는 일이지만, 다른 것은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제자리, 우리집 형편만 나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과한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더라도 물가 수준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것은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그런데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확장적 재정정책과 양적완화와 같은 경기조정정책의 방향이 갑자기 바뀔 경우다. 즉, 금리 인상 등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조치가 종료되고, 재정정책마저 확장적 기조에서 긴축으로 선회한다면 말이다. 이 경우, 세계적인 자산가격의 조정은 물론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에 새로운 충격이 가해질 우려가 크다. 특히,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이러한 정책 방향의 선회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급격한 자금회수로 신흥국 자산시장과 통화가치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심지어는 경제위기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실제로 1993년에 있었던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에 따르는 금융위기와 2008년에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을 돌이켜보자. 전자의 경우, 1994년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의 여파로 멕시코는 금융위기를 맞았다. 후자의 경우는 밴 버냉키(Ben Bernanke) 의장이 2013년 의회 증언에서 양적완화의 점진적인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tapering)이라는 말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인도, 터키,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통화, 채권, 주식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발생하는 등 이른바 긴축발작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단기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최근 확산되고 있는 시장의 우려는 바로 이 때문이다. 주요국 물가 상승 압력의 증대 및 시장금리 상승은 바로 통화 및 재정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 파이터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경우 긴축발작과 같은 큰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당장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무시해서 좋을 일 없기는 마찬가지다.

TK 정치인·관료, 결기를 보여라

처음부터 알아봤다. 몸통과 손발이 따로 놀았다. 될 일이 있겠나. 통합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 무산은 예정돼 있었다. TK(대구·경북) 전체가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TK 지역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하지만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들기다. TK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지역 광역단체장과 TK 의원 간 엇박자 행보만 계속된다. 한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3일 국회를 찾아 특별법 통과를 위해 힘 모아 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지만 TK 의원들은 딴청만 부렸다.양 단체장도 특별법 통과로 방향을 잡았으면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지역 정치인들과 공동 전선을 구축,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어야 했다. 가덕도에 묻어갈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협상력 및 대응 부재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양 단체장은 “대구·경북인들이 땅을 치고 분노한다.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하고 있지만 먹혀들지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시·도민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을 버릴려고 작정했다며 정치권을 맹비난할 뿐이었다.믿었던 제1야당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은 “같이 노력해보자”는 말이 고작이었다. 다른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정치력을 발휘, 타개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자 덕목이다. 그런데 이런 매가리 없는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홍준표 의원은 지역 정치권이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힘을 합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시·도지사와 TK 정치인들이 단 한차례도 합동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했다고 힐난했다.대구시의회에도 통합신공항 건설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놓고도 손 놓고 있다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가덕도는 절차와 형평성뿐만 아니라 천문학적 예산도 문제다. 공항 건설에만 7조5천억 원이 아니라 28조6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가덕도 특별법을 막아달라고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까지 폈다고 한다. 우리는 통합신공항으로 연결되는 철도 및 도로 건설을 국비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이 어이없는 논리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정치권은 물론 TK의 역량을 모아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지금 지역 여론은 들끓고 있다. 국회를 찾아가 규탄대회를 갖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홍준표 의원은 시도지사가 직을 걸라고 했다. 정치인도 가만있다간 한 방에 훅 간다. 분발을 촉구한다.

소통(疏通), 2021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환자들과 함께 하다 보면 삶의 모습들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수술 후에도 여러 해 동안 좋은 일, 나쁜 일을 함께 겪으며 이것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여러 수술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여자 환자가 있다. 수술을 진행하면서 좋은 유대 관계를 가지게 됐고, 그래서 좀 더 복잡한 수술도 하게 됐다. 그런데 이 수술에 문제가 생겨 불행하게도 한 쪽 얼굴 신경 손상이 생겼다. 정말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 환자는 ‘여태껏 좋은 인연으로 잘 지내 왔는데, 살다 보면 나쁜 일이 어찌 없겠느냐’ 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줬다.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더 미안한 마음에 백방으로 치료 방법을 수소문해 몇 달 동안 치료를 계속했고 함께 경과를 지켜봤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경과는 좋아졌고, 이제는 서로 웃는 낯으로 볼 수 있게 됐지만,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치료하는 과정에 매일 아침마다 산에 올라 땀을 흘리면서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을 이겨내기 위해 용기도 내보고 마음도 다스렸다는 이야기에 참 많이 부끄러웠다.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이르는 동안, 환자와의 관계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처음 의사와 환자로 만났을 때부터 진심으로 상대방에 다가가고 성의 있는 태도로 신뢰를 쌓으면서 소통해 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환자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가장 성실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또 다른 한 사람!다른 병원에서 수 년 전 쌍꺼풀 수술을 하고 우리 병원에 찾아왔다. 수술 후에 쌍꺼풀을 만든 조직과 피부 사이에 흉터 조직이 생겨 서로 붙어버린 환자다. 쌍꺼풀은 풀려버렸고 눈썹으로 눈을 뜨는 모양의 눈이 돼 있었다. 여기에다 볼살마저 처져 팔자주름이 깊이 패여 있는 것도 함께 해결해 달라는 이야기다.우선 쌍꺼풀 재수술을 진행하면서 붙어버린 조직을 힘들게 분리하고 쌍꺼풀 라인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피부도 함께 늘어져 있어 이것까지 제거하려 하니 눈이 감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중에 피부가 늘어지면 다시 제거하기로 하고 쌍꺼풀 수술을 마쳤다. 볼살 처짐 수술도 함께 마쳤다.그렇게 수술을 마치고 나니 환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수술 전 청약서를 작성하면서 모든 발생 가능한 문제점, 부작용 등과 함께 수술 후 치유과정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수술 했음에도 아랑곳 않고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놨다. 수술 다음날부터 1개월 동안 10번도 넘게 병원에서 언쟁을 하게 됐다. 수술 후 나아가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하루 종일 마스크에 안경을 쓰고 지낸다고 했다.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중립적인 태도로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수술 전에 설명했던 대로 하나씩 다시 설명하면서 시간이 지나갔다. 그렇게 몇 달 지난 후 환자의 상태는 사전에 설명한 것처럼 점차 좋아지면서 태도가 누그러졌다.상담하고, 수술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나의 지식과 기술로 수술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올리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고,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인생을 함께 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다.이런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말 한 마디다. 이것은 의사와 환자만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인간관계를 이끌어 가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소통의 요소이다.어떤 이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진정한 소통을 하면서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반면, 또 어떤 이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 한마디로 상황을 악화 시키고 도리어 자신에게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사소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 해 보고,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사려 깊게 예측해 본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 날 불행한 일들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잊혀진 훈장/ 송귀익

~아버지는 곧 나의 정체성~… 나는 철부지였던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누나와 함께 할머니 손을 잡고 고향을 떠나왔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동무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입성했다. 서울은 적응하기 만만찮은 낯선 땅이었다. 고립무원의 서울에서 바닥 생활을 하면서 가난을 물려주고 떠난 아버지를 원망했다. 어머니는 얼굴도 생각나지 않았다. 고난과 시련이 닥칠 때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깊어갔다. 아버지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세상물정을 서서히 알아갔다. 그 즈음 아폴리네르의 시를 접하였고 아버지에 대한 모진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유언에 따라 고향 선영에 모셨다. 할머니 장례를 통해 장손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고향에서 연락이 왔다. 종중산으로 고속도로가 나기 때문에 아버지 산소를 이장해야 한단다. 결산작업으로 바빴지만 부장에게 허락을 받아 고향에 내려갔다. 평소 고향에 무심했던 탓인지 집안 어른들의 태도가 냉랭했다. 아버지 생전에 친구처럼 지낸 친척 할아버지를 만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전투 중 부상을 입고 제대했다고 한다. 수훈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방부의 수훈자 명부를 열람하고 거기에서 아버지 이름을 찾아냈다. 아버지는 화랑무공훈장 수훈자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국립현충원에 들어갈 자격이 있어서 바로 안장신청을 하고 그 사실을 급히 고향에 알렸다. 아버지 산소를 빼 가는 걸로 보고 장손 노릇을 하지 않고 고향을 떠나는 시도로 오해를 하였다. 아무나 국립현충원에 갈 수 없고 거기 안장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설득했다. 어렵사리 집안의 협조를 끌어냈다./ 이장 차 고향으로 가는 길에 만감이 교차했다. 할머니 산소에 들러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형편이 좋아지면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 가출은 아버지 탓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불구가 된 아버지와 두 자식을 버리고 도주했다고 한다. 집안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장 절차를 무사히 마치고 유해를 수습해 화장을 했다. 아버지의 혼은 하늘로 훨훨 날아갔다. 아버지의 유골함을 집으로 모셔왔다. 스페인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누나가 무사히 이장했는지 물어왔다. 나는 밤새 아버지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오해한데 대해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했다. 그 다음날 아버지 유골을 국립현충원 충혼당에 안치했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응어리가 봄눈 녹듯 스러졌다. 마음이 개운하고 몸이 가벼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밀린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다.…나는 결손가정 출신이다. 내가 겪고 있는 가난과 고생이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증오했다. 나의 정체성은 설 자리가 없다. 철이 들어 사고의 폭이 깊어지면서 증오심이 옅어지긴 했다. 아버지가 화랑무공훈장 수훈자인 걸 알고부터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아버지에게 죄가 있다면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불구가 됐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오해가 풀린다. 진실을 바로 알고 아버지와 화해한다.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자존감이 서고 기백이 치솟는다. 만사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용솟음친다. 나의 몸은 아버지로부터 유래한다. 고로, 나의 존재는 아버지를 받아들이는데서 시작한다. 오철환(문인)

(기자수첩)군수 공백에 부군수도 교체…군위는 또다시 뒤숭숭

배철한사회2부 군위가 사상 최대의 현안 사업인 대구 편입과 통합 신공항 이전을 앞두고 김영만 군수의 법정 구속이라는 악재로 군정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군수 권한대행을 맡아 온 김기덕 부군수마저 오는 3월1일로 인사 대상에 포함돼 군위를 떠난다.이렇다 보니 군정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한 기정사실이 됐다. 그동안 김기덕 부군수는 김영만 군수와 함께 통합 신공항 유치와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위해 최선을 다 해왔다. 특히 그는 김영만 군수가 구속된 후 군수 권한대행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군정 공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수 권한대행인 부군수가 교체된다면 당분간 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 한다는 건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그런데도 오는 6월 퇴직하는 김 부군수가 3개월이나 일찍 교체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주민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급작스러운 부군수 교체의 배경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군위의 대구 편입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군위군민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은 지난해 8월30일 군위군청 대회의실에서 군위군 대구 편입 등을 약속으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공동 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 유치를 극적으로 타결했다.공동 합의문에는 군위의 대구 편입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시간이 지나면서 경북도는 입장을 바꾼 듯 하다. 군위의 대구 편입은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연동해서 추진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영만 군수의 법정 구속으로 대구 편입의 동력이 약화된 틈을 탄 얄팍한 계산이라는 말도 나온다.그렇지 않다면 퇴직을 3개월 남긴 부군수를 지금 시점에 교체해야 할 이유가 뭘까?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하지만 인사에도 상식이 있어야 한다.갑작스런 군위 부군수의 교체는 틀림없이 군위군으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이번 인사와는 별도로 통합 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약속한 군위의 대구 편입이라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김기덕 부군수의 인사 조치는 군위의 대구 편입을 막으려는 도의를 저버린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신한울 3·4호기, 탈원전 재검토 계기 돼야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계획 인가 기간이 2023년 말까지 약 2년간 연장됐다.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뒤 3년여 만이다.그러나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한수원이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 백지화에 따른 책임론, 공사비 배상 등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시간벌기에 들어간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사업 취소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로서는 당장 건설이 백지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넘겼을 뿐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를 2023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산업부 측은 기간연장 취지와 관련해 “(사업 취소시 발생할) 한수원의 불이익 방지와 원만한 사업 종결을 위한 제도 마련 때까지 한시적으로 사업허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재개를 고려한 결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한수원은 2017년 2월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걸려 아직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전기사업법 상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뒤 4년 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 허가취소 사유가 된다. 오는 26일이 그 시한이다.사업허가가 취소되면 향후 2년 간 한수원의 신규 발전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한수원이 신규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면 국가 전력수급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이제까지 토지매입, 사전 기기 제작 등에 7천790억 원이 투입돼 산업부와 한수원이 책임소재를 두고 법적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도 컸다.이번 결정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사전에 당연히 짚어야 하는 절차적 허점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많은 국민들은 이런 사태마저 예상 못하고 공사를 중단한데 대해 허탈감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정부는 차제에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 이번 신한울 3·4호기 인가기간 연장이 울진 주민들을 2년간 더 희망고문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원자력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탄소 감축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방법이다. 선진국들도 감축보다는 지속적 건설과 운영을 위해 유턴하고 있는 추세다.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국론 분열은 물론이고 국내 원전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탈원전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바로 읽어야 한다.

미스트롯 시청자평석

오철환객원논설위원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이어 미스트롯2(이하 미스트롯)가 한 종편 채널에서 진행 중이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연달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판에 거기다 대고 싫은 소리를 하자니 삿된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하지만 바람직한 장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석을 달아본다. 세 번을 성공했다고 네 번째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려운 법이다. 성공을 지켜내려면 느슨한 포맷과 불합리한 룰을 끊임없이 개선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모든 경쟁에서 그러하듯 오디션에서도 심사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스트롯의 성공은 심사위원, 즉 마스터의 공헌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마스터의 구성이 다양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음악적 안목이 창의적인 사람에서 전문적 소양을 갖춘 사람까지 망라한 점과 딱딱하고 권위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조성한 점 등이 돋보인다. 이런 파격도 적당해야지 그게 과하면 점수를 까먹는다. 중학생이나 함양미달 문외한을 마스터 석에 앉힌다든가 연고나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상시 노출하는 일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운동경기의 진행방식으로 리그와 토너먼트가 있다. 큰 대회에선 양 방식을 혼용함으로써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도모한다. 기록경기에선 한 회에 여러 명이 참전하는 토너먼트가 채택되기도 한다. 토너먼트는 일대일 대결을 통해 피라미드 방식으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시합수를 줄여 시간을 절약하는 측면이 있지만 대진 운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약점이 있다. 리그는 모든 선수와 대결을 펼치는 관계로 경우의 수가 많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측면이 있지만 승패가 대진 운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미스트롯 예선 1차전에선 마스터의 선호 표식인 하트 개수로 당락을 결정하고, 추가합격을 통해 평가의 편차를 수정·보완한다. 패자부활을 통해 가수의 실수와 마스터의 오류를 커버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예선 2차전엔 토너먼트로 전환된다. 대진 운이 나쁘면 조기에 탈락하는 불운이 따른다. 여기서도 추가합격이란 카드를 통해 대진 운을 보완해주는 묘미가 있다. 패자부활로 살아나서 우승까지 가능한 주먹구구 반전 장치가 오히려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견인차다. 이는 정상적인 단계를 밟아 올라간 자의 희생 위에 가능한 고육책이란 한계도 아울러 갖는다.예선 3차전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이다. 팀 대결과 팀 에이스 전으로 오디션은 갑자기 쇼로 바뀐다. 시청자를 위한 콘텐츠로선 좋지만 경연시스템으로선 엉성하다. 복불복 줄서기가 돼버린 감이 든다. 추가합격이란 방식으로 그 상처를 교묘하게 숨기고 있긴 하다. 준결승전엔 난데없이 토너먼트가 등장하는데다 납득할 수 없는 채점방식이 혼란을 방조한다. 이중의 잘못된 평가 방법으로 예측불허 상황이 연출된다. 열 명의 마스터가 실력의 미세조정을 인정하지 않고 30점과 0점을 양자택일한 결과다. 경선 중반의 어울리지 않는 토너먼트도 문제인데다 OX 선택방식(All or Nothing Method)에 절대점수를 붙여 난장판을 만든다. 미미한 차이가 300대 0으로 갈리면 전체 등위가 뒤바뀐다. 실제 그렇게 됐다. 황당하고 허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이 서는 것은 가수 14명이 모두 수준급인 탓일 것이다.상금, 트롯정서, 레트로, 새로운 젊은 피 등에 혹독한 트레이닝을 버무려서 대박을 터트린 성과는 놀랍다. 허나 절차적 흠결을 고쳐가지 않는다면 그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운 좋은 우연을 필연적 실력으로 자만한다면 그 탑은 사상누각이다. 여론 가산 방식은 참여를 유도하지만 마스터 점수와 합리적 균형을 유지해야 그 장점이 산다. 준결승전 토너먼트에서도 한 명을 선택해 점수를 몰빵으로 줄 게 아니라 개인별 득점을 별도로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마스터의 선택과 몰빵 방식을 버릴 수 없다면 하트(OX) 개수를 마스터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조율하는 것도 편법이다. 처음엔 박하다가 뒤로 갈수록 후해지는 평가는 아마추어리즘의 노정이다. 디테일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마스터에게 평가 시 주의사항을 교육하고 상호 간 편차를 조율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리허설이 필수적이다. 출연자와 시청자, 방송사가 다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 바로 너였어/김계정

행여 빼앗길까 봐 간절함이 모은 정성/꺼지는 불씨 향해 입김 불어 살린 숨결/시작은 너, 대구였어 눈물겹던 그 시절도//환한 세상 보려고 태양 쪽으로 돌린 고개/운명의 움이 트던 날 빛의 나라 빚어내던 날/문 열어 불러낸 손길 그때도 너, 대구였어//바람을 품은 향기 천리까지 날아가/역사가 된 오천 년 도도하게 흐른 세월/함께 갈 길 위에서 만난, 그래 바로 너였어대구테마시조집 「대구와 자고 싶다」(대구문인협회, 2020)김계정 시인은 서울에서 출생해 2006년 백수백일장 장원, 나래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고, 시조집으로 ‘눈물’, 현대시조100인선 ‘한번 더 스쳐갔다’ 가 있다.‘그래 바로 너였어’는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1907년 국채보상운동, 1960년 4·19혁명 때 저력을 보여준 대구를 뜻한다. 지난해 전국의 시조시인들에게 청탁해 대구에 관한 시조를 모아 대구테마시조집을 발간했을 때 수록된 작품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도 대구는 또 한 번 저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므로 대구는 어떤 면에서 앞서가는 도시다. 우리나라를 견인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이다. ‘그래 바로 너였어’는 대구 사랑과 대구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내고자 너라고 부르고 있다. 행여 빼앗길까 봐 간절함이 모은 정성으로 꺼지는 불씨 향해 입김 불어 살린 숨결의 근원지다. 그 시작이 대구였던 것이다. 참으로 눈물겹던 시절이었다. 또한 환한 세상 보려고 태양 쪽으로 돌린 고개로 운명의 움이 트던 날, 빛의 나라 빚어내던 날에도 문 열어 불러낸 손길 그때도 역시 대구였던 것이다. 바람을 품은 향기 천리까지 날아가 역사가 된 오천 년이 도도하게 흐른 세월 동안 함께 갈 길 위에서 만난 도시가 대구였기에 외지인들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사랑과 정성을 쏟아 대구찬가를 부르고 있다. 실로 대구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넓게 살필 때 대구·경북은 시조문학의 근원지다. 뛰어난 시인들이 활약해온 명작의 산실이다. 지금 후진들이 열정적으로 창작을 하고 있어 시조문학을 융성케 하는데 이바지 중이다.그는 또 ‘빛날 거야’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시린 기억 지우며 온기를 찾아낸 바람이 찬란한 적 없어도 떠나며 남기는 말이 수직의 태양 빛 속에 봄이 숨어 있다는 전언이다. 봄은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찾아들어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추위는 물러가고 만화방창한 새 봄은 와서 다시금 설레고 들뜨게 하는 때다. 그래서 짧아도 영원할 순간 만발할 빛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시기다. 빛은 화합과 상생이라는 공존의 길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역주행하지 않고 순리를 좇는다면 분명히 새로운 봄은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터다. 안과 밖 햇살로 덮여 눈이 부신 봄날에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이다. 서툴게 피는 꽃처럼 말이다. 꽃이 피면 벌과 나비들이 날아든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꽃향기가 온천지를 덮는 날 모든 사람들은 집을 나와 들판과 산으로 나들이를 떠날 것이다. 대구는 가볼만한 곳이 많은 곳으로 도심지와 교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문화도시다. 봄이 와서 생기발랄한 젊은이들이 또 한 번 ‘빛날 거야’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삶에 새 희망을 불어넣어야 마땅하지 않을까?이번 봄은 춘래불사춘이 돼서는 아니 될 터다. 지구촌 곳곳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때에 역사의 수레바퀴는 새롭게 돌아야 한다. 더 이상 팬데믹에 갇혀서 일상이 파괴돼서는 아닐 될 일이다. 김계정 시인의 ‘그래 바로 너였어’를 읽으며 그 점을 절감하는 아침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오늘도 ‘고도’를 기다리며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가자” “갈 수 없어” “왜?” “고도를 기다려야 해” “맞아” “이제 무얼 하지?” “고도를 기다려야 해” “맞아”…‘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는 사뮈엘 베케트(Samueal Beckett)가 지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부조리극의 정수로 평가 받는다. 인간의 삶을 단순한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그 끝없는 기다림 속에 나타난 인간존재의 부조리성을 잘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극단 산울림에 의해 50년 이상 약 1천500회 공연되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등장인물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무려 50년 동안이나 ‘고도’라는 알지 못하는 존재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고도’가 맞는지도 모르고 약속 시간도, 장소도 모른다. 심지어는 그가 온다고 하기는 했는지, 왜 그를 기다리는지 조차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릴 뿐이다. 고도는 나타나지 않고 그들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대화만 반복할 뿐.이 작품은 기승전결도 논리적 인과관계도 없다.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등장인물들의 대화엔 아무런 맥락조차 없다. 마냥 ‘고도’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반복될 뿐이다. 물론 작가조차도 ‘고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을 정도였다.그러자 사람들은 시대와 사회환경이 달라져 오면서 나름대로의 의견으로 고도를 해석해냈다. 고도는 신(神)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다. “그래서 고도가 뭔데?”라고 묻는다면 답은 없다. 통일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검찰개혁일 수도, 정권교체일 수도 있겠다. 그럼 지금 당장은 어떨까. 아마 주말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코로나19 백신이 아닐까. 그렇다면 ‘고도’는 눈앞에 와있다.‘고도를 기다리며’는 작가의 말처럼 희극이자 비극인 삶의 현장이다. 우리는 지난 1년간 ‘고도’를 기다리며 일상을 반납해왔다. 전선(戰線)이 따로 없는 곳에서 온 국민이 전쟁을 치르며 언제 일상을 회복할지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1년을 보냈다.드디어 26일 오전부터 아스트라제네카를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받게 되는 화이자의 백신 5만8천500명 분 역시 이번 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그렇지만 백신접종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1호 접종을 누가 할 건가를 두고서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 1호 접종을 주장하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이냐”며 발끈했다. 이 와중에 중심을 잡은 건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었다. “백신 접종을 맞으시는 모든 국민들은 누구가 되든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며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사실 백신접종의 정치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국민불안을 증폭시킬 우려가 커서다. 왜 백신마저 정치적 소재가 돼야 하나.사뮈엘 베케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에겐 매일 반복되는 기다림이 습관화됐다. 그러면서도 “습관은 우리의 이성을 무디게 하지”라고 말한다. 맞다. 현실에서도 그들은 습관처럼 백신접종 이슈마저 정치화시켜버렸다. 그래서 그네들의 이성마저 무뎌진 것일 게다. 아니면 그들이 기다렸던 고도는 애초부터 백신접종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권력일까?정작 고도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이다. 따뜻해진 봄 날씨 답지 않게 황량해져 버린 도심…. 건물마다 늘어만 가는 임대 현수막…. 커져만 가는 실직의 늪…. 그러나 언제 어떻게 올지도 모르면서 마냥 “고도를 기다려야 해”를 되뇌고만 있는 이들을 살뜰하게 보듬는 정치인은 없다.작품 속에서는 해가 질 무렵 한 소년이 나타난다. 그는 전해준다. 고도가 오늘은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고. 그렇게 날이 바뀌면 내일은 또 오늘과 똑같은 반복이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기다리면 내일은 고도가 꼭 온다고 위로해주는 소년마저 없어서다.

푸른 다리 아래서/ 정숙

먼 먼 칠석날 눈물 머금고 흘러온 미리내 줄기, 흐르다가 애달븐 연인들의 가슴 소용돌이 풀지 못해 시내 웅덩이에서 맴만 돌고 있다네 땡그랑, 댕그랑, 물결 속 열사흘 달빛기둥 위 작은 은종을 간절하게 치며 기도하면서// 그 종소리 듣고 자란 피라미들 뒤엉킨 은하수 전설을 풀어 무지갯빛 천을 짜고, 그 그리움을 내 청춘의 검고 긴 머릿결에 둘러주던 눈 시리도록 아린 그림자! 너는 뭇 세월 견디느라 날금해진 신천 푸른 다리 아래서 누굴 기다리는가// 그 여름날 천둥 비바람 가려주던 우리들의 청춘, 그 우산은 멀리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없는데「대구문협대표작선집1」 (대구문인협회, 2013)칠월칠석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떠오른다. 널리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다시 정리해본다. 하늘나라에서 소 치던 견우와 베 짜던 직녀가 사랑에 빠졌다. 둘은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 일을 게을리 하고 놀기만 했다. 이를 지켜보던 옥황상제가 분노해서 둘을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놨다. 다만, 매년 칠석날 하루만 만날 수 있게 해줬다, 둘은 은하수에 다리가 없어 서로 바라보고 안타까워했다. 둘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보니 지상에 홍수가 날 지경이었다. 이런 사정을 보다 못한 까치와 까마귀가 모두 하늘나라로 올라가 은하수에 다리를 놔주었다. 그 다리가 오작교다.시인은 오작교를 떠올리면서 까치의 보은설화를 연상한다. 선비가 산길을 가다가 뱀에게 잡혀 먹힐 처지에 놓인 까치를 구해준다. 그 후 그 일로 인해 선비가 뱀에게 보복을 당할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때 은혜를 입은 까치가 몸을 던져 종을 울리고 자신은 머리가 터져 죽는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뱀은 용이 돼 승천하고 선비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까치가 선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종에 머리를 박고 떨어져 죽은 이야기, 까치의 보은설화다.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흘린 눈물이 은하수 줄기에 실려 떠내려 온다. 그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재회로 인한 기쁨의 눈물이고 그 다음날 새벽에 내리는 비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슬픔의 눈물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마음을 아는 듯 그 눈물을 보듬은 은하수가 웅덩이에 소용돌이치며 함께 애달파하고 있다. 기쁨의 눈물은 사랑의 묘약이 될 수 있고 가슴을 찢는 비탄의 눈물은 동병상련의 위로가 될 수 있다. 견우와 직녀의 눈물은 사랑의 표상이자 성물로 작용하는 셈이다.사랑에 빠진 연인은 오작교를 절절히 소망한다. 까치가 은혜를 갚기 위해 종에 머리를 부딪치며 달려드는 모습이 눈에 선하고, 달빛아래 은은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진한 울림으로 가슴속에 생생히 전해온다. 까치와 까마귀가 오작교를 놔주면 얼마나 눈물겨울까, 까치가 은종을 울려서 사랑을 맺어준다면 또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오작교를 놔주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은종을 울려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을 씨줄로 하고 까치의 의로운 마음을 날줄로 엮어서 무지갯빛 천을 짠다. 청춘의 추억 속에 그리움을 심어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아련히 다가온다. 오랜 세월 그리움에 야윈 그대는 푸른 다리 아래에서 그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그 여름날 천둥 비바람 가려주던 우리들의 청춘, 그 우산은 멀리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없는데’ 그 누구를 그렇게 그리워하는가. 오철환(문인)

대구시민주간, ‘대구정신’ 정립의 계기로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이번 주는 ‘대구시민주간(21~28일)’이다. 지난 2017년 선포된 대구시민주간은 2월 마지막 주에 나란히 있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일(2월21일)과 2·28민주운동 기념일(2월28일)을 통해 대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범시민운동 차원에서 정해졌다. 선포 5년째를 맞은 올해 대구시민주간은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던 지난해 행사를 다시 추진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의 원동력이 된 시민정신을 되새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일요일인 21일에는 ‘대구시민의 날’ 선포식이 열렸다. 대구시민의 날은 지난 2019년 12월 조례 개정을 통해 대구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의 10월8일에서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21일로 변경됐다. 지난해 대구시민의 날을 맞아 선포식이 준비됐지만, 행사를 사흘 앞둔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가 대구지역 첫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는 바람에 대구시민주간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이 때문에 대구시민의 날 선포식이 올해 마련된 것이다.2017년 대구시민주간 선포 이후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2017년 10월30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018년 2월6일 2·28민주운동 기념일이 대구 최초의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외세의 침탈에 맞서 민간 주도로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주권 회복운동을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시켰으며, 독재정권에 맞서 고등학생들이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을 벌이는 등 공동체가 위기에 놓였을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대구정신이 권위 있는 국제기구와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어서 뜻깊다.올해 대구시민주간은 지난해 심각했던 대구지역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원동력인 시민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K-방역의 중심,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란 슬로건 아래, ‘대구정신 확산’과 ‘지금, 여기, 우리는 대구인’ 등 네 가지 분야에서 60여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특히 대구시 위주로 진행됐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8개 구·군 문화재단이 모두 참여해 대구시민 모두의 축제로 진행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수성문화재단은 수성문인협회와 함께 오는 25일 오후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대구정신 시(詩)콘서트’를 연다. 백기만 시인이 작사한 ‘대구시민의 노래’가 수성구여성합창단의 연주로 막을 연 뒤 이상화 시인의 ‘대구의 행진곡’이 낭송된다. 이어 대구지역 시인들의 자작시 낭송과 지역 성악가들의 가곡 무대가 마련된다. 자작시 낭송에는 수성못을 소재로 한 정숙, 이상규, 문수영, 이병욱, 이해리 시인의 작품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문무학 시인이 작사한 ‘수성찬가’가 수성구여성합창단의 연주로 막이 내린다.이와 함께 수성구립도서관에서도 대구시민주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연다. 용학도서관은 ‘대구정신의 발현, 국채보상운동에서 2·28민주운동까지’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김지욱 전문위원을 초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채보상운동’이란 강연을 열었다. 이어 26일에는 2·28민주운동의 주역으로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한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와 2·28연구원장인 백승대 영남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최초의 촛불, 2·28민주운동’이란 주제로 함께 토크콘서트 무대에 선다. 특별강연은 오후 7시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진행되며, 영상콘텐츠로 제작된 뒤 유튜브에 탑재돼 시민들에게 공개된다.이와 함께 용학도서관은 2월 한 달간 어린이자료실에서 대구정신을 어린이들에게 알기기 위해 ‘촛불을 들었어’란 주제로 북큐레이션과 테마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북큐레이션을 통해 추천된 어린이도서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에요’, ‘나라의 주인은 바로 나’, ‘내일을 바꾸는 사회참여’, ‘세계시민’, ‘그건 옳지 않아요!’, ‘잠시만요 대통령님’, ‘케이블카 메이벨’ 등이다. 지난 토요일 진행된 테마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담당사서와 함께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알아본 뒤 원형 저금통과 LED를 이용해 촛불 조명을 만들었다.대구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구정신을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대구시민주간이 시민들에게 대구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명실상부한 범시민적 대구시민주간 운영을 통해 ‘수구 골통도시’와 ‘고담시티’로 왜곡된 채 외부로 알려진 대구의 정체성이 바로 잡히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1915년 달성공원에서 발족해 전국은 물론, 중국까지 무장독립운동의 활동무대로 삼았으며 의열단의 뿌리가 된 대한광복회를 비롯한 대구의 독립운동사가 반영돼 ‘불의에 저항하는 대구정신’이 하루빨리 정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