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수당 반환

직장인들에게 수당은 생각하면 참 그렇다.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건 맞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통장에 들어온 걸 보면 당장 기분은 좋지만 제대로 맞게 들어온 건지 왠지 찜찜함이 가시지 않으니 말이다.수당은 사실 기본급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법률에 그 세부 항목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도, 그 조항도 워낙 복잡하기에 개인이 이를 제대로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꽤 알더라도 스스로 이를 정확하게 금액으로 산출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 직장인에게 수당은 주는 대로 받는 것이고, 그리고 그게 다 맞겠거니 하는 게 현실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서 소방관들의 수당 반환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1년, 당시 소방관들은 소송을 통해 3년 치 휴일수당을 받았는데,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이 휴일수당은 초과근무수당과 중복해 받은 것이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확정판결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소방관 1만7천여 명이 이미 받은 휴일수당에다 그 기간의 법정이자 277억 원까지 더한 1천300여억 원을 물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수당 소송은 반환에까지 이르게 된 사정을 들여다보면 소방관들로서도 억울해할 만한 부분이 적잖이 있을 것 같다. 2009년 일부 지역의 소방공무원들이 휴일에 근무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초과근무수당을 달라고 소속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그리고 2011년 1심 재판에서 소방관들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중복해 지급하라’고 선고하며 ‘청구한 금액에 연 5%의 이자율을 더해 지급하고 미지급 시 판결한 날로부터 연 20%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 판결 역시 수당 중복 지급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각 지자체는 서둘러 소송에 참여한 소방관들에게 청구한 금액과 그에 대한 이자를 가지급했다. 문제는 2심에서 생겼다. 2014년 고등법원 재판부는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중복 지급은 할 필요가 없다’며 1심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행정안전부 예규에 나오는 중복지급 불가 규정을 들었다. 이렇게 1, 2심의 판결이 다르게 나오면서 소방 현장에서도, 지자체에서도 혼란이 생기자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그러나 2심 판결이 난 지 5년이 지나서 2019년 10월 열린 재판에서 대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동안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기대했던 소방관들에게는 그 결과도 최악이었지만, ‘해당 사건은 민사재판이 아닌 행정재판 대상이다. 처음부터 다시 소송을 하라’는 재판부의 얘기는 황당하기조차 했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를 두고 ‘애당초 지방법원이 해당 소송이 행정소송 대상임을 짚어 주었더라면 대법원에 가서야 관할이 잘못돼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제기하라는 얘기는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역에서도 대구소방관 1천529명과 경북소방관 1천444명이 117억5천만 원과 188억 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 여기에는 원금 외에 연 5% 이자(경북 56억 원, 대구 7억5천만 원)도 포함돼 있다. 지역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애초 법원에서 수당을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10년 가까이 지나서 자신들이 한 판결을 뒤집고 이자까지 더해 반환하라고 하니 당황스럽기만 하다’는 불만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모양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구, 경북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11년만 해도 소방공무원은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이원화돼 있어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인력과 장비, 복지 등에서 차이가 있었고, 그 때문에 일부 소방관들이 불이익을 보는 사례가 보도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47년 만에 일원화했다. 아무쪼록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소방청이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찾길 기대한다.

/이슈추적/ 상업지역 ‘용적률’ 어떡해야 하나

코로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대구에서 최근 건축물의 ‘용적률’ 기준을 두고 때아니게 대구시와 시민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용적률은 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전체면적의 비율로, 대개 건물 높이는 이 용적률에 따라 결정된다. 갈등은 현행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중 용적률 관련 조항을 대구시가 변경하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대구시의 계획은 현재 상업지역에 주거복합건축물(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을 지을 때 적용되는 용적률 허용 최대치인 1천300%를 400%로 대폭 낮추는 것으로, 앞으로 상업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설을 억제하겠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대구시의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일부 지역에서 반대하고 나섰다. 중구를 비롯해 서구, 수성구의 일부 주민들은 용적률이 제한되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겨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양측의 대립과 긴장 상황은 10월12일 대구시의회에서 안건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 다행히 시의회에서 안건 심사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은 일단 막게 됐다.현재 상황을 봐선, 대구시가 수정안을 제시하고 시의회가 이를 재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반대 주민들도 시의 수정안이 나오면 그때 다시 대응 방법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사실 용적률을 둘러싸고 이 같은 갈등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근본적으론 대구시의 오랜 경기침체 상황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용적률 조항이 애초 생긴 것도, 그 조항을 지금 다시 변경하려고 하는 것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는 지역경기 상황 때문이다.현행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가 마련된 것은 2003년이었다. 당시 시는 장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경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파급 효과가 큰 건설 경기 활성화를 강구했고, 그 결과 수요가 많은 상업지역에 주거복합건축물, 즉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적률 기준을 최대 1천300%까지 높였다.그리고 1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그사이 대구 도심의 교통 요충지이고, 가격으로도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에는 주거용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무더기로 들어서게 됐다.오랜 세월인 만큼 일각에서는 그사이에도 당연히 우려하는 소리가 있었다. 도시의 공간 이용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상업지역에 상가나 사무실이 있는 업무용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대신, 주거용 초고층 건물만 들어서게 되면서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러나 용적률 논란이 불거진 지금도 지역에서는 용적률 기준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 건설업계나 재건축·재개발이 향후 가능한 지역의 시민들은 용적률을 낮추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용적률을 제한하려는 시의 입장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지난 2003년과 비교할 때 지역경기가 크게 나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용적률이 제한되면 당장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또 지역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에 반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심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현재 가시화되고 있어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건설 경기 진작이라는 한쪽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도시의 장기 균형발전, 주택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용적률 400% 제한 추진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은 대구시가 8월20일 입법예고해 9월16일 대구시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10월12일 시의회 상임위의 안건 심사, 16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말께 공포, 시행될 예정이었다.애초 대구시가 밝힌 도시계획 조례 개정의 추진 배경을 보면, 현재 상업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교통난과 주차난이 악화하고 있고, 게다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도 최근 3년간 1천여 건이 넘을 정도로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또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체 지역의 균형 개발을 고려해야 하고 주택의 수급 조절 등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있었다.현재 적용되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의 상업지역 주거복합건축물 용적률은 △중심상업지역이 600~1,300%, △일반상업지역이 500~1,000%, △근린상업지역이 400~800%로 돼 있다. 시는 이를 조례 개정을 통해 △중심상업지역 1,300%, △일반상업지역 1,000%, △근린상업지역 800% 등으로 유지하되, 주거복합건축물의 주거용 면적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400%로 대폭 낮춰 제한할 계획이었다.◆ ‘지역발전 가로막는 규제다’용적률 제한 움직임에 가장 크게 반발한 이들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및 예정지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조례가 개정되면 현재 40층 이상으로 계획된 건물들은 20여 층으로 높이를 50% 이상 줄여야 한다. 아무 대책 없이 갑자기 조례를 개정해 이를 대구 전 지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대구시가 수많은 시민의 재산 피해를 외면하는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전체 면적의 44.2%가 상업지역으로 돼 있는 중구에서는 구청장 등 전 구민들이 나서 대구시에 조례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또 서구와 수성구 등에서도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및 예정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례 개정은 불량, 노후 주택 개발에 대한 희망을 짓밟는 행위다’‘지역별 개발 상황에 맞게 용적률 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한편 대구시의회에서 심사 유보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개정안 반대 시민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닌 만큼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 대구시에서 내놓는 수정 개정안이 나오면 다시 검토해 보고 적절한 대응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반대 시민들로 구성된 비대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단은 대구시의회서 급제동12일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해 추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를 유보했다. 김원규 시의회 건교위원장은 “현재 원안 가결이 힘들고 수정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위원들의 판단이다”고 밝혔다.그러나 시의회에서 일단 조례 개정안 추진에 제동을 걸었지만 대구시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갈등이 재연될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주택경기 활성화로 올해만 대구에 3만여 가구의 공급이 예상된다.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 공급 증가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 주택시장은 연간 1만2천500가구가 적정 수요인데, 2018년 2만5천 가구, 2019년 2만8천 가구, 2020년 3만 가구 등으로 몇 년째 초과 공급 상황이라는 것이다.특히 2019년에는 주택사업승인 25개 단지 1만6천974가구 중 18개 단지 1만2천883가구가 상업지역의 주상복합건물이었고, 또 2020년에도(7월 기준) 대구의 주택건설 예정지 151곳 중 31곳(20.5%)이 범어네거리, 죽전네거리, 달성네거리 등의 중심상업지역에 있다는 것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추석 끝에 하는 이런저런 생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옛 속담이 무색해지는 추석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가족, 친지가 한데 모여 정을 나누던 보통의 명절 풍경을 오히려 경계해야 한 추석이었다. 대신 멀리서나마 안부 전화를 하며 별 탈 없음을 서로 감사해야 한 시간이기도 했다.코로나 사태로 이래저래 심기 불편한 국민들에게 추석을 앞두고 전해진 북한군 총격에 의한 공무원 피살과 시신 훼손 사건은 심란함을 더했고 또 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진영 싸움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보도된 것을 보면 사건 발생 당시 북한군은 그가 비무장 민간인 신분임을 안 듯하고, 또 그때 상황이 총을 쏠 정도로 혼란스럽지도 않았던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총을 쏘고 시신에 불을 놓아 훼손까지 했는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우리 정치권은 사건 이후 북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고 김정은 정권의 책임을 경고했다. 대통령도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하며 사실관계 파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과연 이게 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응이겠냐는 생각이 먼저 든다.그동안 북이 저질렀던 유사한 범죄가 어디 한둘이었던가, 그때마다 정부는 경고하고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했지만 지금껏 달라진 거라고는 전혀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총부리를 맞댄 남·북 사이에 언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새삼 깨닫게 한 것이고 북의 온갖 범죄와 말도 안 되는 생떼에도 우리에겐 대응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여기에는 진보 정권도, 보수 정권도 다를 게 없었다.이번에도 정치권은 늘 하던 대로 이 사건을 빌미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보라는 여당은 현 상황에서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게 뻔한 종전 선언과 북한 관광 카드를 꺼내 놓으며 공세를 피해 가는 데 급급한 모양새고, 보수 야권은 정권의 위기관리 능력을 문제 삼고, 굴종적 대북 관계를 비판하며 여론몰이에만 힘을 쏟는 모습이다.이럴 일인가, 북의 존재로 인해 그동안 우리 국민이 받은 고통이 얼마인데, 또 이러는가. 적대적 대치로 한반도는 늘 긴장 상태이고, 주변 강대국은 우리의 이런 처지를 볼모 삼아 툭하면 내정 간섭이고, 또 이를 이용해 자기들 잇속 차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런데도 남북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는 게 우리 정치인들이고 지도자들이라니, 지켜보는 국민만 답답할 노릇이다.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국내외에서 기세가 여전하다. 우려했던 개천절 집회는 큰 탈 없이 지나가 다행스럽지만, 또 한글날 집회가 예고된 데다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확진자와 무증상 확진자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에 국민은 아직 불안하다.그러나 어려운 시국이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지역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중요한 사업들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통합신공항은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 같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도 주민투표를 계획대로 마무리 지으려면 후속 절차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출향인들에게 명절 때면 찾아오는 고향이 아픈 현실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젊은 사람이 다 떠나고 노인만 남아 있는 농촌 마을을 보자면 이렇게나마 찾아올 수 있는 날이 언제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사람과 기업이 서울로만 몰려간 게 벌써 수십 년 세월이고, 이를 그냥 먼 산 보듯 한 결과물이 현재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지방이고 농촌이다. 추석 며칠 전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에 대한 정치권의 지원을 요청했다니 기대가 더 커진다.대구시와 경북도도 포부가 크다. 인구 500만 명이 넘는 자치단체를 만들어 몸집만큼 커질 역량을 바탕으로 수도권에 맞서고, 또 그 힘으로 재정, 행정의 분권까지 이뤄내 실질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시·도민들이 힘을 보태는 것도 결국 같은 이유일 것이다. 어느 해보다 심란한 추석을 보내고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 속에서 맞는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시·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돼 앞으로 최고 자문기구 역할을 할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고 9월 말까지는 500명의 시·도민이 참여하는 대구경북민간추진위원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사실 이번에 처음 나온 주장은 아니다. 2000년대 초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민간 차원에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실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대구경북행정통합 이슈가 올 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안하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에 호응하면서 지역의 최대 의제로 다시 급부상하게 됐다. 그 배경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같다. 지방을 초토화하고 있는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고 지방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초광역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사람과 돈이 수도권에만 몰리는 현상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바로 잡을 힘을 가진 정치권이나 중앙정부는 입으로만 국가균형발전, 지방 살리기를 외칠 뿐 실제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진행되는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를 보는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 ‘실익이 뭘까’일 것이다. 제안 수준으로 제시된 대략적인 기본구상안을 놓고도 벌써 온라인에선 찬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찬성 측의 의견은 대략 이렇다. ‘행정 절차가 단축되면 행정처리 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행정 규제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인구 500만 명 넘는 지방정부는 정부와의 교섭 및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다’, ‘수도권의 일방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반대 측 의견도 있다. ‘인구수만 불리는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식의 통합은 안 된다.’‘생활밀착형 행정이 더 요구되는 시대에 통합으로 행정비효율의 우려가 있다’, ‘재정, 권한 강화 없이 하는 행정통합은 하나 마나 한 것이고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다’.올해 초 출범한 대구경북통합연구단이 4월 제시한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1대1 통합을 원칙으로 한다. 또 기초지자체에 대해서는 경북 23개 시·군의 지위는 지금처럼 유지되고, 대구 8개 구·군은 유동적이다. 8개 구·군의 경우 통합 이후 대구시의 위상에 따라 지금과 같은 지위가 유지될 수도, 상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공론화위 등의 논의 과정에서 더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처음 제안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당시 올해 11월까지 주민투표 실시, 내년 6월까지 기본계획 수립, 그리고 의원입법이나 정부입법읕 통한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 일정까지 함께 제시한 바 있다. 당장은 시·도민들의 의견을 한 데로 끌어모으는 일이 선결과제인 만큼 공론화위가 우선 출범했다. 그러나 주민투표로 통합이 결정되더라도 헤쳐가야 할 앞길이 평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정부·여당의 행정수도이전 주장이나 다른 지역의 통합 움직임은 언제든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행정수도이전의 경우 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지방의 통합 추진을 후순위로 밀어낼 수 있고 또 광주시와 전남도를 비롯해 대전시와 충남도, 부산시와 경남도 등의 통합론도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릴 경우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사안이다. 이참에 전국 단위 행정구역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전국 곳곳에서 통합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 같은 광역권 발전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여·야 합의로 관련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외에 행정대통합을 통해 지금의 수도권 단일 체제를 메가시티 단위의 다극 체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론 연방제 국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구·경북으로선 모두 신경 쓰이는 것들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앞세운 정치권의 정쟁에 휩쓸릴 경우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자칫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같은 상황 전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슈추적/ 팔공산 구름다리 그리고 비슬산 케이블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분지인 대구는 지형 특성상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중 대구의 북쪽과 남쪽에 위치한 대표적 산이 팔공산과 비슬산이다.팔공산(최고봉 비로봉, 1천192m)은 대구의 북쪽 경계에서 대구 동구와 경북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 경산시에 걸쳐 있다. 동화사, 은해사, 파계사 등 유명 사찰과 비로암, 거조암 등의 수많은 암자가 산재해 있으며, 국보인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과 군위 삼존석불을 비롯, 동화사 마애불좌상, 운부암 청동보살좌상 등의 보물, 가산산성 등의 사적 등 문화재도 많이 있어, 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역사성을 더하고 있다.특히 팔공산 관봉에 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 일명 갓바위는 한번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기복신앙지로 자리 잡아 전국에서 기도객이 찾는 곳이다. 도립공원이기도 한 팔공산에는 현재 비로봉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비슬산(최고봉 천왕봉, 1천84m)은 대구를 중심으로 남쪽 지역에 있으며,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역시 산지 곳곳에 용연사, 용문사, 유가사 등 유명 사찰이 있으며, 봄철에는 철쭉, 진달래 군락이, 그리고 가을에는 억새 군락이 유명해 봄, 가을이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는다. 두 산은 지역민들에겐 ‘북 팔공’ ‘남 비슬’이라 불릴 정도로 친근하고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최근 팔공산과 비슬산에 각각 구름다리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팔공산 구름다리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빠르면 올 연말께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고, 비슬산 케이블카는 계획대로라면 2021년 6월에 설치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인 두 산에 구름다리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목적은 무엇보다 경제적 이유가 크다.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개선해 찾아오는 관광객을 크게 늘려 관광 수입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게 사업 추진 주체인 대구시와 달성군의 생각이다.그러나 이 계획은 당연히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자연경관 개발 사업에 늘 따르기 마련인 ‘개발이냐, 보전이냐’ 하는 논란이 여기에서도 있었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산을 보전하면서 관광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들은 주장이다.현재 진행 상황으로는 지자체의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하고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돼 있어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개발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본격화된 팔공산 구름다리와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가 지역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팔공산 구름다리대구시에 따르면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은 팔공산 정상 케이블카에서 낙타봉(동봉)까지 구간에 길이 320m, 폭 2m의 다리를 놓는 것으로, 차별화된 관광자원 확보 등을 위해 대구시가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다.애초 시는 국, 시비 70억 원씩 총 140억 원을 들여 2019년 5월에 착공해 2020년 연말께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그런데 그사이 사업에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겼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 예산 중 국비 조달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미 확보한 25억 원 외에 나머지 45억 원의 국비 조달이 당장 올해부터 불가능해지면서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현재 대구시는 국비 분을 시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법으로, 구름다리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9월2일 공원위원회에서 ‘팔공산 자연공원 계획 변경안’을 심의해 구름다리 공원시설 설치를 결정한 데 이어 9월 중 시설 결정 고시와 관련 행정 절차를 계속 진행해 연말께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앞서 대구시는 2015년 말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사업을 ‘대구관광 종합발전계획 선도사업’으로 정해 2016년 한국관광공사에 의뢰,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했고, 2017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했다. 이어 2018년 8월에는 교량 형식 및 규모, 주탑 디자인 경관 등과 관련해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환경영향성 검토용역을 했다.그러나 당시 속도를 낼 것 같았던 구름다리 사업은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2018년 9월 대구경실련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구름다리 설치 사업 중단을 요구했고, 대구시의회 일각에서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만들면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이는 곧 예산 낭비가 된다. 산을 보전하면서 관광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팔공산 구름다리가 완공될 경우 교통 약자들도 더 편하게 팔공산의 자연풍광을 즐길 수 있고, 특히 인근에 있는 동화사, 갓바위, 시민안전테마파크 등과 연계한 관광자원화 개발이 이뤄지면 새로운 관광 수요 창출도 가능할 것이란 게 대구시의 기대이다.◆ 비슬산 케이블카달성군이 계획 수립 4년 만인 올해부터 비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달성군에 따르면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조성 사업’은 비슬산 공영주차장~대견봉을 잇는 길이 1.8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으로, 2021년 5월 착공해 6월 준공할 예정이다. 군은 이를 위해 유가읍 용리 일대에 사업비 310억 원을 투입한다.군은 케이블카 설치로 지역의 관광산업 확대와 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달성군에 따르면 2016년 9월 실시한 ‘케이블카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에서 비슬산 케이블카는 연간 이용객이 9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고, 이는 탑승 수입으로 환산하면 운영 첫해부터 84억 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또 생산유발효과 68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16억 원, 고용유발효과 411명 등의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비슬산 접근성이 개선돼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이 비슬산 참꽃 군락지 등 자연 풍광을 즐기게 되는 점은 경제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는 중요한 기대효과라고 강조한다.케이블카 사업은 2016년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2016년 9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 착수를 시작으로, △2017년 도시닥터자문위원회를 통한 노선 결정, △2019년 3월 군립공원 계획 변경 및 도시관리계획(궤도) 결정 등 용역 착수, △2019년 11월 도시관리계획(궤도) 심의, △2019년 12월 도시관계계획(궤도) 결정 및 군립공원계획 변경 등의 행정 절차가 진행됐다.특히 2020년 5월에는 유가읍, 현풍읍, 구지면 등의 지역주민 200여 명으로 구성된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민간추진위원회’가 출범해 사업 추진에 지역민들의 뜻을 보탰다.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 설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경실연 등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무모하고 무리한 사업으로,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가 우려되며, 특히 타당성 조사 결과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지자체의 개발 입장과 환경단체의 환경보전 입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개발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현재 케이블카 기술 수준이 크게 발전해 있어 자연환경 보전과 이용 편의 제공이라는 양측 입장을 다 고려한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사진설명-대구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전국적인 관광 명소인 팔공산과 비슬산에 구름다리(사진1)와 케이블카(사진2)를 설치하는 사업이 최근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자연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팔공산 구름다리는 2022년, 비슬산 케이블카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에 들어가기 위한 행정 절차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만드는 것은

얼마 전,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58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시장 평가를 고려하더라도 한 기업의 주식에 기록적인 자금이 몰린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있고,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빚은 현상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청약증거금 1억 원을 넣고도 2만4천 원짜리 주식을 불과 5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는 뒷얘기였다.국내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3천634만 원(2018년 기준, 한국경제연구원)이라고 한다. 4대 보험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이 275만 원 남짓이고, 이를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비에 지출하고 월 100만 원을 저축한다면 단순계산식으로 1억 원은 8년 넘게 꼬박 모아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모은 1억 원이 12만 원어치(2만4천 원X5주) 대접밖에 못 받은 셈이다.월급쟁이들은 요즘 근로소득 외에는 재테크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은행 금리는 바닥권이고 주식은 그야말로 돈이 돈 버는 시장이고, 한때 로또로 불렸던 부동산은 소액 자본으론 감히 달려들 엄두도 못 낼 테니 그럴 만도 하다.최근 정부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20조 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조성해 넘쳐나는 시중 유동자금을 생산적 투자에 유도하고 국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 이면에서 읽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더 걱정스럽기만 하다.일부 보수 단체들을 중심으로 개천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비롯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상생활이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권은 가라앉았고 휴폐업하는 점포들도 속출하고 있다.이런데도 또 광화문집회와 유사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동안 광장에서 외쳤던 그들의 주장을, 백번 양보해서 다 애국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고 인정해 준다고 해도,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가운데서 방역 당국에서 그렇게 금지하는 사람 간 밀접 접촉이 있게 될 상황을 또 만들겠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많은 국민은 이를 보면서 한편으론 걱정이고 다른 한편으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전히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지역갈등과 빈부격차가 공동체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걱정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구분마저도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모호해지는 듯하다. 정치권에서 비롯된 진영 간 편 가르기는 선동과 추종 세력에 의해 이젠 사회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고, 세력 집단과 이익단체 들의 이기적 집단행동은 공적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고 있다.코로나 사태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탓이려니 위안해 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은 더 다양해지고, 행동은 더 극단으로 가고,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지는 모습이다.최근에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집단이랄 수 있는 의료계의 집단파업 문제로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다행히 의료계와 정부, 여당 간에 합의안을 찾아 의료공백이라는 파국은 피하게 됐다.그러나 양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정부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는 진료 거부라는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해 놓고도 내부적으론 이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충돌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까 봐 지켜보는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다.여러 집단의 다양한 주장,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에 늘 있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라는 큰 틀 속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느냐일 것이다.머릿수가 힘이고, 상식보다 손익이 보편적 기준이고 가치로 인정되는 세상, 그리고 권력의 사유화가 통용되는 세상을 우리가 매일 살아야 하는 건, 그 현실이 너무 막막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뭔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이슈추적/ 대구, 수도권발 코로나 확산에 ‘초비상’

대구에 다시 코로나19 감염병 공포가 덮치고 있다. 지난 7월1일 1명을 끝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던 대구에서 8월28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나오고 있는 데다, 특히 8월30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으로 급증하는 등 재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변수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대로 올라간 것은 신천지 사태가 한창이었던 4월1일 이후 152일 만이기도 하다.시민들은 신천지발 집단감염 사태와 같은 대유행이 또 대구에서 재연될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있었던 1차 유행이 지역 내 신천지대구교회발 전파였던 것과 달리, 이번 2차 유행은 수도권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최근 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집단감염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가 수도권 대규모 확산의 감염 고리로 추정되는 광화문집회와 서울 사랑제일교회라는 점은 우려를 낳게 한다.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8월 말부터는 대구에서도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8월26일 3명을 비롯해 27일 13명, 28일 8명, 29일 6명, 30일 30명, 31일 4명, 9월1일 2명, 2일 13명 등으로 한 주 넘게 매일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다.지역 전파의 양상이 밀폐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대구에서 8월15일 이후 8월31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수가 98명인데 이중 동구 사랑의교회에서만 39명(9월1일 대구시 발표 기준)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광화문집회와 관련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참석자 파악이 용이한 교회와 달리, 야외 광장에서 열렸고 그것도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 집회라는 점에서 실제로 누가 참석했는지 완전하게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대구,경북에서도 광화문집회에 수천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이 모두 진단검사를 받았는지는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집회 참석자 대다수가 진담검사을 받았다고 하지만, 연락이 안 되거나 검사에 불응하고 있는 참석자가 아직 있고, 시가 확보한 명단에서 애초 누락된 참석자들도 있을 수 있어 이들에 의한 N차 전파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또 8월 말부터 발생하고 있는 대구 확진자들 가운데 10대 중·고생이 있어 이들에 의한 학교 내 N차 감염 가능성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대구시는 9월1일 대구시장 긴급브리핑을 통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시민 불편은 최소화하고 방역 효과는 극대화하는 것이다.◆ ‘3월의 악몽’ 또 재연될까대구시에 따르면 9월1일 0시 기준으로 대구 동구 사랑의교회에서 발생한 누적 확진자 수는 39명으로, 이는 전체 교인 112명 중 39%에 해당한다. 특히 이들 중 광복절집회 참석자도 22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사랑의교회 확진자들의 경우 거주지가 교회가 있는 동구 외에 수성구 북구 등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 있으며, 또 연령층도 20~40대가 20명 이상을 차지하는 등 여러 정황으로 판단할 때 이 교회가 지역의 새로운 전파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이에 따라 시는 사랑의교회 확진자와 일반 시민들의 마지막 접촉 가능일로 추정되는 8월28일부터 14일간의 잠복기가 끝나는 시점을 고려해 거리두기 2단계를 9월10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미 시는 사랑의교회에 대해 8월28일 집합금지 조치를 하고, 29일에는 교회를 폐쇄했다.교회발 지역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구지역 교회에서 대면 예배가 이뤄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8월30일 교회 1천600여 곳 가운데 65% 정도만 비대면 예배를 진행했고 나머지 교회 500여 곳은 대면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한편,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내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면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확진자 수는 8월14일 103명을 기점으로 세 자릿수로 올라갔고, 8월21일부터는 사흘 연속 300명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8월23일에는 신규 확진자 397명 가운데 비수도권에서만 확진자가 100명에 달했다.◆ 대구시, 확산 차단에 총력전전국적으로 하루 확진자가 200~300명씩 나오는 상황이 계속되자 대구시가 9월1일 지역 확산 차단을 위해 강화된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9월1일 오후 3시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9월10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혔다.첫째, 클럽 나이트 형태의 유흥주점 헌팅포차 감성주점에 대해 집합제한 조치를 집합금지 조치로 강화했다. 둘째, 다중이용시설 사업주에게 종사자 마스크 착용과 이용객의 마스크 착용 고지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9월1일부터 10일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11일부터는 위반 업소에 대해 영업중단 등 강력한 조처를 내리게 된다.셋째, 교회 등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9월1일 오후 3시부터 10일 24시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이 기간 대면예배나 행사는 전면 금지했다. 넷째, 학원 등은 현 상태의 집합제한은 유지하되 방역수칙 위반이 적발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집합금지 조치를 시행한다. 다섯째, 요양병원 정신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의 면회를 전면 금지했다.앞서 대구시는 8월23일부터 강화된 대구형 거리두기를 시행해 수도권발 전염병의 지역 확산에 대비했다. 광화문집회 참석자들에게는 진단검사 의무화 긴급행정명령을 내렸고,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PC방 등 고위험시설에 대해서는 집합제한 행정조치를 내려 실내외의 다중 집회 및 모임을 제한했다.◆ 개학한 학교들 불안불안최근 대구 확진자 가운데 10대 중, 고생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8월30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8월 27일, 28일, 30일 연속해서 지역에서 중, 고생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했다. 아직 학교 내 2차 감염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 또 다른 감염자가 나올지 몰라 불안감과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고3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021학년도 수능(12월3일)이 채 100일이 남지 않은 데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미 수능 일정이 한 차례 변경된 적이 있어 앞으로 수도권 확산세가 커질 경우 수능 일정의 변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수능의 추가 연기는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다. 발표된 2021학년도 수능 일정을 보면 당장 9월3일부터 응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고, 9월 23일~28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 10월 예체능계 실기시험이 예정돼 있다.한편 대구 초중고 학생들은 8월23일 발표된 대구시교육청의 ‘2학기 초중고 등교 수업 방안’에 따라 고3은 매일 등교하고 고1, 2는 격주로 학교에 나가고 있다. 또 초교와 중학교는 학생 밀집도를 1/3 수준으로 유지한 채 수업한다. 지역 학원들도 9월5일까지 내려진 집합제한 조치에 따라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지역 대학들은 2학기 강의를 일단 한시적으로 1학기와 마찬가지로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경북대가 9월21일까지, 영남대 10월16일까지, 경일대 10월9일까지, 그리고 영진전문대가 9월12일까지 비대면 수업을 결정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의료계 파업과 지역의 의대 유치전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26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물러섬 없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료 정상화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집단휴진을 하고 있는 전공의에 이어 비록 시한을 정해놓긴 했지만 동네 개원 의사들까지 가세함에 따라 진료 차질은 물론이고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잘잘못을 떠나 의료계와 정부 양측 모두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의사들은 왜 하필이면 이런 위급한 시기에 진료 중단이라는 집단행동에 들어가는가?’ 그리고 ‘정부는 이런 사태가 생길지 뻔히 알면서 민감한 정책을 왜 이 시기에 발표했는가?’ 7월 말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천 명 늘리고, 이 가운데 3천 명은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추진 배경으로는 국내의 의사 수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확대를 들었고, 서둘러 추진하게 된 이유로는 의사 한 명을 배출하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발표 내용을 즉각 반박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 측은 의사 수 부족 문제에 대해, 매년 낮아지는 출산율과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 증가율을 볼 때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특히 국내 의료 접근성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특정과 기피 현상은 의료인력 재배치와 의료수가 조정 등 의료정책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당장 어느 쪽 주장이 더 옳은지 잘 알 수 없는 국민들로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대립 상황이 답답하고, 또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져 억울하게 피해보는 환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맞춰 안동시 포항시 구미시가 잇따라 의대 유치 입장을 공식화했고 경북도는 이들 지자체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철우 도지사는 8월 초 포항의료원을 방문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경북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1.4명으로 전국 16위,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이 1.85명으로 전국 14위일 정도로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가능 사망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라며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경북지역에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확대를 우선으로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2018년 의대가 폐교된 전북에 공공의대가 우선 신설될 것이란 얘기가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전국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1개교씩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해가 갈수록 지방의 의료 환경이 나빠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데는 누구도 별 이견이 없다. 게다가 대구, 경북에서는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확산할 당시 의료 시설,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타지역으로 보내야 했던 아픈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의 양극화 해소 못지않게 정부가 서둘러야 할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2020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현황’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만이 정원을 채웠으며, 그 외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적어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또 2020년에도 예년처럼 전국적으로 서울의 소위 ‘빅5 병원’에는 지원자가 넘치고 지방의 국립대병원 9곳 가운데 7곳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슈추적/ 대구취수원 , 해결책 찾을 수 있을까

대구 시민들의 숙원인 안전한 먹는 물 확보, 곧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구취수원의 구미공단 상류 쪽으로의 이전이 쟁점이었지만 최근 환경부가 ‘이전’ 대신 ‘다변화’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이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낙동강 수계의 대구취수원에서는 현재 대구 시민들이 사용하는 하루 수돗물의 67%에 해당하는 원수를 공급하고 있는데, 그 위치가 구미공단 하류 지역(대구)에 있어 오염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그래서 대구시는 이를 구미공단 상류 지역(구미)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구미시의 반대로 10년 넘게 논의만 이어오는 형편이었다.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다변화 방안으로 구미공단 상류 지역에 있는 구미 해평취수장의 공동활용과 안동 임하댐 물 이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다변화 방안은 발표되자마자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환경부는 대구취수원 이전을 포함해 낙동강 수계 지자체들의 물 이용 문제를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라는 큰 밑그림 속에서 풀어나간다는 구상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보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환경부 구상대로라면 대구의 경우 경북에서는 물을 받아와야 하는 한편, 울산에는 대구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 등, 단순하게 보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히는 자치단체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물관리는 물을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공급하거나 이용하는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물 공급 지역의 수량 및 수질 변화 그리고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개발 제한 등으로 인한 지역민들의 재산권 행사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현실 적용 가능성이 필수적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래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들은 환경부 발표가 있었던 8월5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제1회 미래발전협의회’에서 낙동강 유역 상생발전 협약서에 합의했다. 그 취지는 영남권 전체 지역의 상수원인 낙동강의 오염을 방지하고 수질 개선을 통해 맑은 물을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자는 것이다. 또 낙동강 취수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데도 함께 노력할 것을 협약서에 담았다.◆ 대구취수원 다변화 방안환경부는 5일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중간발표 형식으로 내놓으면서 대구취수원 다변화 방안을 함께 공개했다.그 안에 따르면 우선 필요한 생활용수(하루 58만8천t) 중 일부를 대구 문산, 매곡정수장의 초고도정수처리시설(28만8천~35만8천t)을 통해 충당하고, 나머지 부족한 원수는 구미 해평취수장(30만t)이나 안동 임하댐(30만t) 등 다른 지역에서 끌어오거나, 낙동강변 여과수(23만t)로 충당한다는 것이다.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낙동강변 여과수+초고도정수처리시설’에 5천544억 원, ‘구미 해평취수장+초고도정수처리시설’ 7천199억 원, ‘안동 임하댐+초고도정수처리시설’ 1조507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이중 낙동강변 여과수는 사업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지만 수량 등 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다른 안보다 떨어지고 시설 관리의 어려움, 지하수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구미 해평취수장과 안동 임하댐 방안은 수량이 풍부하지만 사업비가 많이 들고 해당 지역민들의 반대라는 어려움이 있다.예상되는 지역민들의 반대에 대해, 환경부는 협력사업이나 현안사업 등 지원 방안을 제시해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반면 대구시는 지원 정책만으로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 차원의 조정 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미시, 안동시 즉각 반대환경부의 대구취수원 다변화 방침 발표에서 해평취수장과 임하댐이 거론되자 당장 해당 지자체인 구미시와 안동시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구미시와 지역민들은 해평취수장을 대구시와 공동활용하는 안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의 해평취수장 공동활용 안이 이전까지 논의됐던 기존 이전 안과 사실상 다를 것이 없고, 또 공동활용 안 역시 수량 감소에 따른 구미 시민들의 공업용수, 농업용수, 생활용수 제한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구미 해평취수장은 현재 구미 시민 50만 명이 식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특히 구미 시민들은 환경부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부가 대구시와 구미시의 대구취수원 갈등이 고조됐던 2019년 3월,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등 2건의 연구용역에 착수할 때 기존 취수원 이전 안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다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환경부 발표를 보면 기존 안을 전제에 두고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한편 구미경실련은 지난 7일 대구시가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을 취수하되 갈수기 때는 취수를 중단하는 ‘가변식 다변화 방안’을 새로 제안했다. 그러나 구미시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와 구미시민관협의회는 대구취수원의 구미 이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폐수 무방류방안 연구,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이라는 대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안동시 역시 임하댐의 대구취수원 이용 방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안동 시민들은 ‘임하댐이 대구취수원 이전지에 포함되면 상수원보호구역 확대와 이에 따른 개발 제한 등으로 지역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고 말했다.◆ 지자체 간 갈등 양상, 해법 있을까환경부가 제시한 영남권 취수원 다변화 방안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예상되는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 충돌 시 이를 조정, 중재할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환경부의 낙동강 물관리 방안 발표가 있자 영남권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이와 관련,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취수원 공동활용은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으로, 주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농업 공업 생활용수 부족과 수질 악화뿐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 확대, 개발 제한에 따른 재산권 행사 침해 등이 따르는 만큼 예상되는 문제점과 난관이 많다’고 했다. 특히 대구취수원 문제의 경우 ‘대구시와 해당 지자체, 주민 간의 충분한 논의와 설득,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의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또 낙동강 물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법,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미래통합당 의원 15명은 6월 ‘낙동강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낙동강수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안은 주민지원사업(23조)에 ‘신규 취수시설 설치 지역 또는 그 지역주민’이라는 신설 조항을 넣어 취수원 지역주민 지원을 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낙동강수계관리기금의 경우 2019년 지출금액 2천699억 원 가운데 주민지원사업이 234억 원(8.7%)에 불과했다.이 외에도 환경부는 자체적으로 낙동강수계법 시행령에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을 지원하는 근거 조문을 신설할 방침이다. 그 대상은 2개 이상의 광역 시, 도에 원수를 공급하는 지방자치단체로, 경북에서는 안동과 청도가 이 기준에 해당한다.환경부는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을 지원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영남권 시도민들이 내는 물이용부담금(t당 170원)을 인상하거나 수혜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상생기금으로 지원하게 한다는 것이다.재원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국비 지원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들은 낙동강 물관리 사업이 지자체 간 갈등이 예상되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7월에 송철호 울산시장이 ‘낙동강 물 사업을 뉴딜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낙동 수질개선 사업을 뉴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8월5일 ‘(낙동강 물 사업의) 뉴딜 포함 요구를 5개 시도지사 합의를 통해 정부에 건의해서 받아들여진다면 취수원 등 낙동강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성공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거부로 마지막까지 지역민들의 애를 태웠던 신공항 사업이 극적으로 성사된 데는 무엇보다 시·도민들의 유치 염원이 큰 힘이 됐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불복과 협상, 중재안 마련, 그리고 재협상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졌던 일련의 과정들에 있다.어쨌든 통합신공항은 첫발을 내딛게 됐으며 대구·경북 또한 제대로 갖추진 국제공항을 앞마당에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함께 진행될 공항 관련 시설물 건설과 연계 도로·철도망 등 인프라 구축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직접 투자비만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지역에서는 재도약의 전환점이 될 거란 기대가 크다.요즘 대구·경북은 역대 최장 장마가 지나간 자리를 무더위가 꿰차고 있다. 자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인가, 지역에서는 통합신공항 사업의 출발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대구취수원 문제로 또 다른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최근 환경부가 대구취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중 수량이나 수질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가장 유력해 보이는 안이 지자체 간 갈등의 빌미가 되고 있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구미 해평취수장과 안동 임하댐의 물을 대구로 끌어와야 하는데, 구미시와 안동시가 이를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당장은 환경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지역민들에게 민감한 물관리 문제를 해당 지자체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부터 먼저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물론 환경부는 협력사업이나 지역 현안사업 추진 등으로 반대 주민들을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환경부의 매끄럽지 못했던 일 처리를 지켜봤던 지역민들로서는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정작 속이 타는 건 대구 시민들이다. 대구는 1991년 구미 페놀 사고를 시작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수질 사고로 고통을 겪으면서 안전한 먹는 물 확보가 숙원이었다. 그래서 현재 구미공단 하류에 있는 취수원을 상류 쪽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다.그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섣부른 제안이 나온 것이고 시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반발하는 (해당 지자체) 주민들을 이해하고 설득해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구체적인 협의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일이 잘 풀려나갈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흔히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분투해 나가는 삶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한 형태라고 한다. 비록 그 과정은 고단하겠지만 힘든 만큼 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또 그 분투 과정의 열정은 그 자체로 현재의 에너지이자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그런 의미에서 최근 지역에서 있었던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청 신청사 사업은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추동력이 될 수 있는 성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성공의 경험은 앞으로 집단 간의 유사한 갈등이나 충돌을 조정하고 풀어나가는 데 있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지난 연말 있었던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지 결정은 그 결과도 물론 중요했지만 지역에서 처음 도입된 공론화라는 민주적 여론수렴 방식의 성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됐다는 평가다.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외부 간섭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현장실사와 투표를 통해 이전 장소를 스스로 결정한 것은, 당시 4개 기초자치단체가 경합을 벌인 대구시청 유치전을 큰 후유증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당시 김태일 대구시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장은 ‘중요한 정책의 결정 권한을 시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고 수준의 민관 협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일들을 풀어나가는 데 언제든 적용해 볼 만한 방식이다’고 했다. 난관에 봉착한 대구취수원 문제도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신청사의 성공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이슈추적/ 대구경북통합신공항, 2028년 개항한다

대구·경북민들에게 2020년 7월은 어느 해보다 힘들고 길었던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그 지친 몸과 마음이 마지막 날의 결과물로 보상받게 됐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 넘게 쇠락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구경북을 구출해 낼 추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 속에 추진해 오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7월31일 군위군의 극적인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으로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국방부의 이전지 최종결정이라는 형식적 절차는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통합신공항 사업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벌써 통합신공항과 관련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고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엔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게 또한 사실이다.앞으로 통합신공항 사업의 큰 축은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 일대에 조성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신공항 건설 완료 후 시작될 대구 K2 군공항 이전터의 개발사업이다.통합신공항은 지금까지 나온 시, 도의 구상에 따르면 미주, 유럽을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이 취항하고, 연간 1천만 명 이상 승객 수용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경북의 대표 산업도시인 김천, 구미, 포항과의 연결도로망을 촘촘히 구축해 경제물류 공항의 기능도 맡게 한다는 것이다.K2 이전터 개발 사업은 대구 동부권의 구도심지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지역개발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는 200만 평에 이르는 이곳에 미래형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대구의 미래 역사를 써나간다는 계획이다.특히 그동안 공항 탓에 고도제한 등의 각종 제약을 받으며 도시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공항 일대의 낙후 지역까지 포함하는 개발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어, 이 경우 군공항 이전터 개발 사업은 그 규모나 효과 측면에서 대구 도심지 개발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7월31일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이 성사되기까지 그 과정은 반전이 섞인 한 편의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공식적으론 2014년 대구 K2 군공항 이전 건의에서 시작된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그 진행 과정에서 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고비가 있었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그중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이 지난 7월 한 달이었다.시, 도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7월3일 열린 국방부 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애초 기대와 달리 단독후보지(군위 우보) 부결,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 신청기한 7월31일까지 연장이란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해 군위군은 즉각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내놨다.이때부터 지역에선 통합신공항 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또 동시에 ‘군위군이 대승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호소 반, 압박 반의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국방부의 발표대로라면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외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군위, 의성을 제외하고 제3의 장소를 찾아보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지나온 4년여의 경험을 봤을 때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라는 지적에 힘이 더 실렸다.결국 시, 도민 전체가 발 벗고 나섰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중심으로 경제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군위를 찾아 군민들을 만나 설득하고 호소했다.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으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마침내 초조함과 절박함이 고조되는 가운데 30일이 됐다. 그런데 이날 오전께 군위군의 입장변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김영만 군위 군수가 30일 새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지역 한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국방부에서 군위군 영외관사 설치를 공론화해 주면 그걸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해 볼 생각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30일 오후 군위 군수실에는 7월에만 여러 차례 만났던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가 다시 자리를 함께했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역사로 기록될 통합신공항 사업의 최대 고비였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결정의 공식발표가 나왔다.◆ 민간, 군이 함께하는 통합신공항통합신공항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을 받은 국방부는 조만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를 최종이전지로 선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7월31일 밝혔다.이로써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1단계 이전건의서 타당성 검토, 2단계 이전부지 선정을 거쳐 최종 3단계 사업 시행을 앞두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14년 K2군공항 이전 건의를 기점으로 해서 2020년 7월31일 유치신청까지 4년이 걸렸고, 그리고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공항 개항까지 또 8년이 소요된다.통합신공항에는 군공항와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한다. 국방부와 대구시가 공동 진행하는 군공항 이전 및 건설 사업은 앞으로 1년 안에 기본계획부터 먼저 수립하게 된다. 이후 합의각서 체결(2020~2021년), 민간사업자 선정(2021~2022년), 기본 및 실시 설계(2022~2023년), 공항 건설(2024~2028년)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대략 8조8천여억 원으로 추정되는 군공항 이전 및 건설 비용은 기존 대구 K2군공항 이전터 개발 사업 이익으로 충당하게 된다. 2019년 국방부 전문가 심의에서 K2 이전터의 당시 가치는 대략 9조2천700억 원으로 추정됐다.민간공항 건설은 국토부가 맡아 그 사업비도 전액 국비로 충당된다. 민간공항 건설 사업의 핵심은 접근성 확보에 있다.대구시와 경북도의 구상은 공항철도, 4차 순환도로, 광역도로, 고속도로 등 기존 철도와 도로의 확장 및 신설을 통해 대구,경북 전역에서 공항까지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3천200m 이상 활주로를 확보해 유럽, 미주 장거리 노선의 취항도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시,도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국토부 등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활주로 문제는 국방부, 연계 도로망 구축은 국토부가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시, 도가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대구 동부권 지도 새로 그린다대구 동구 K2 이전터의 본격 사업은 2028년 통합신공항 건설이 완료된 이후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군공항을 먼저 짓고 그 이후 K2이전터 개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대구시는 2028년까지는 마스트플랜 수립 등 본격 사업을 준비하며, 이 기간에 시행을 맡을 민간사업자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나온 대구시의 기본 구상에 따르면 이곳에는 미래형 스마트시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말레이시아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상업지역을 벤치마킹한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시는 또 K2 이전터 개발 구상을 위해 국제아이디어 공모 및 워킹그룹 운영 연구용역(2020~2021년)을 우선 추진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제부터 세계적인 도시계획 건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K2 이전터 개발 청사진을 만든다. 개발 사업의 생산유발 효과는 20조에서 30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시는 군공항 이전으로 그동안의 고도제한 및 소음피해에서 벗어나게 되는 공항 일대, 즉 북구 검단들로부터 시작해 복현동 신천동 불로 지저를 잇는 지역을 포함하는 대규모 연계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한편, 군위군은 7월31일 오후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유치신청서에는 ‘대구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대구시, 경북도, 대구경북 국회의원, 대구경북광역의회 의원들이 동의한 공동합의에 따라 군위군 소보면 일대(공동후보지)를 대구 군공항 이전지로 유치신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기대한다

얼마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집값 폭등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나온 집권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뜬금없다’, ‘일석이조가 가능한 제안’이라는 등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그러나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서울 집값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메시지가 더 주목되는 게 사실이다. 비수도권도 수도권만치 발전해 젊은이들이 고향 가까운 곳에서도 좋은 일자리 잡아 결혼해 잘살 수 있게 되는 걸 지방 사람으로서 누가 마다하겠는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조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수십 년 동안 누적된 사람, 기업의 수도권 집중과 그 여파라고도 할 수 있는 지방의 소멸 위기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국가현안이 됐다. 또 정치 권력에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한국적 현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그 상징성과 파급효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지방 살리기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정치권은 벌써 찬반이 갈리는 모습이다. 그 속뜻이야 2022년 대선을 포함해 각 진영의 이해득실 셈법에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그 핵심이 국가균형발전에 놓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집값 비판 여론을 딴 데로 돌리려는 발상이다’ 하는 주장은 오히려 지방에서는 정략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비판으로 읽힌다.그래서 지방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지방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고, 또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완성이 결국 국가균형발전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 시각에서라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하루속히 나서 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한다.대구시, 경북도를 포함해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자체 노력만으로 활로를 찾기 어려운 게 실상이다. 올해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추월할 것이란 통계청 자료가 있고,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의 상장기업 2천300여 개사 가운데 70% 이상 기업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이런 데 어떻게 지방에 사람이 붙어 있을 거며, 또 무슨 수로 지방경제가 성장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말로만 하는 국가균형발전은 더는 안 된다. 대신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최근 경북과 충남·북의 10개 시·군 단체장들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촉구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또 대구상의 등 비수도권 5개 지역 상의에서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지방의 경제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 지역 청년이 취업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확대 효과만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를 앞세우기에는 지방의 위기가 너무나 엄중하다. 오히려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면 이참에 국회, 청와대 외에 더 많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세종시에만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아예 출퇴근이 어려운 대구, 광주 등 전국에 분산 이전하는 것이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대구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민주당과 정부에서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 이어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계획을 밝힌 것이나 모두 그 방향성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병을 고치려면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지방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 그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고,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진영 싸움 때문에 뒷전으로 밀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슈추적/ 1천700여년 전 유적, 달성 토성 복원

현재 대구 달성공원이 있으며, 시간적으론 1천700년이 넘는 역사가 묻혀 있는 삼국 시대 유적 ‘달성 토성’이 옛 모습을 찾아 복원된다.달성 토성 복원 사업은 1990년대 처음으로 추진됐지만, 당시에는 달성공원 내에 있는 동물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해 사업 추진이 중단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복원 사업은 여러 차례 추진과 좌절이 있었다.최근 대구시가 시민들의 숙원이기도 한 달성공원 내 동물원의 이전지를 확정 발표하면서 대구의 초기 역사를 간직한 달성 토성 복원 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대구에는 구석기 시대인 대략 2만 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것으로 고고학계에서 보고 있다. 이는 구석기, 신석기 유적인 월성동, 서변동 유적이나 고인돌 비파형동검 민무늬토기 등의 청동기 유적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그러나 이 같은 유적들은 문헌이 있지 않은 선사시대 적 것으로, 고고학적 발굴 및 연구를 통해 다만 추정할 수 있는 역사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유적들은 그 옛날부터 대구가 사람들이 거주하기 좋은 자연환경이었고, 지리적으로는 사람들이 왕래하기 편한 교통 중심지였음을 알려 주고 있다.문헌에 의해 확인되고 있는 대구에 관한 의미 있는 역사기록으로는, 고려 때 김부식이 펴낸 삼국사기의 신라 본기에 나오는 달성 토성에 관한 기록이 있다. 그 기록에 따르면 초기 신라 때인 216년 신라는 달구벌국(다벌국)을 병합하고 그곳에 달벌성을 쌓았다고 한다.현재 달성공원에서 완전한 형태로는 아니지만, 일부 흔적이라도 찾아볼 수 있는 토성이 바로 1천700여 년 전 쌓은 그 달벌성으로, 지금은 달성 토성이라 불리고 있다.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달성 토성의 복원 및 정비 사업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달성 토성의 역사성삼국사기 신라 본기에는 ‘서기 108년 신라가 다벌국을 병합한 뒤 서기 261년 달벌성(達伐城)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여기에 나온 다벌국이 당시 대구 일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했던 부족국가로, 다른 이름으론 달구벌국이라 하고, 또 달벌성은 지금의 달성 토성이란 게 학계의 해석이다. 특히 달구벌국은 기원전 1세기 무렵 지금의 달성 토성을 중심으로 세력 집단이 형성돼 있었으며, 신라에 병합된 이후에는 신라에 속한 큰 읍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역사학계에서는 보고 있다.학계에 따르면 달벌성, 즉 달성 토성은 평지의 낮은 구릉을 이용하여 쌓은 삼국 시대 신라 초기 성곽으로, 높이가 일정하지 않지만 대략 4m 정도이고, 전체 둘레는 1.3㎞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벽의 아랫부분에서 초기 철기시대의 조개더미와 각종 유물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해서 이 지역의 중심 세력이 성장해 초기적 국가 형태를 이루었다는 해석도 있다.성벽은 주로 흙으로 쌓았고 현재 성벽 윗부분에 군데군데 보이는 큰 돌덩어리들은 후대의 성벽 수리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안에는 조선 시대 전기까지 군대의 창고가 있었고, 우물과 연못도 있었으며, 또 성안 서남쪽으로 연결된 구릉지대에는 돌방무덤(석실분)이 많이 흩어져 있었고 무덤에서는 금동관을 비롯한 유물이 발견됐다고 한다. 성곽 발달사에서 달성 토성은 한반도 남부지방 초기 성곽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이외에 달성 토성에 관한 기록에 따르면 조선조 1596년 상주에서 경상감영이 이곳에 이전해 왔다가 곧 지금의 경상감영공원 자리로 옮겨갔으며, 또 대한제국(1897~1910년)의 고종 재위 시기인 1905년에 공원으로 조성됐고, 일제강점기(1910~1945년)에는 대구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3년 사적 제62호 법정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다.◆ 복원 어떻게 진행되나대구시는 달성 토성을 문화재 보존, 정비에 초점을 맞춰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달성 토성이 가진 역사성을 복원 과정에서 어떻게 녹여낼지에 중심을 둔다는 것이다.지금의 달성공원은 크게는 달성(토성)과 동물원, 그리고 향토역사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밖에 공원 안에는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유적이 있다. 저항시인 이상화 시비를 비롯, 국내 최초의 어린이헌장 비석(1958년 5월5일), 동학교주 최제우 순교 100주년 동상(1964년 3월10일) 등이 있다.대구시에 따르면 우선 2023년까지는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그때까지는 일단 달성 토성의 본격 복원에 앞서 관련된 학술 및 정비 자료를 축적하며 기초자료의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현재 달성 토성 성체 외부를 확인하는 정밀지형 측량 조사와 동물사 등 내부 시설물의 현황 조사를 진행 중이다.또 2021년, 2022년에는 전자기파를 발사해 최대 3m 아래 구조물을 탐지할 수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DR) 기법을 이용해 달성 토성의 지하 구조를 파악할 예정이다. 동물원 이전이 완료된 후 2024년부터 달성 토성 시설에 대한 정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달성공원 정비 사업은 △1단계, 동물원 철거 및 발굴조사 △2단계, 역사유적 정비, 토성 내 식생 및 탐방로 정비 △3단계, 근현대시설물 문화재 등록 △4단계, 대구달성역사관, 대구달성근현대전시관, 야외체험학습장 조성 등으로 나눠,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동물원 이전달성 토성 복원 사업이 가능해진 것은 동물원 이전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7일 ‘대구대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6월30일 고시하고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대구대공원 조성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달성공원 동물원이 옮겨가는 대구대공원은 수성구 삼덕동에 있는 현 대구미술관 인근에 187만㎡ 규모로 조성된다.달성공원 동물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전이 추진되다 번번이 좌절됐다.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1년 대구시는 달성공원 복원 사업 계획을 처음 세웠다. 그러나 당시 마땅한 동물원 이전 장소를 찾지 못해 사업은 첫발도 내딛지 못한 채 접어야 했다.그 후 2010년 대구시는 달성 토성 복원 사업을 정부 공모 사업으로 재추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3대 문화권(신라 가야 백제)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다. 그러나 이때도 동물원 이전 문제가 걸림돌이 돼 결국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당시 복원 사업은 문광부의 사업추진 계획에 따라 2013년까지 착수돼야 했지만, 동물원 이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그때까지도 결정이 안 되면서 사업은 무산될 상황이었다. 이에 대구시가 정부에 사업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사업은 2019년까지로 기한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이 다 되도록 걸림돌이었던 동물원 이전 문제는, 말만 많았지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고 결국 시는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동물원 이전은 사실 대구시민에게는 30년 가까이 숙원 사업이었다. 1970년 개장한 달성공원 동물원은 도시가 확장되면서 1990년대 들어 도시 외곽으로의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고, 게다가 당시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노후 동물원의 부실한 동물 관리를 지적하며 동물 학대 주장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2000년 이후 대공원역 일대에 조성될 것으로 발표된 대구대공원이 동물원 이전 장소로 급부상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왕국이었다”

작가 윤흥길이 1983년 출간한 소설 ‘완장’에는 시골 마을 양어장 관리인인 종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적은 급료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지만 그는 그 일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바로 그가 찬 완장 때문이다. 양어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생트집을 잡아 주먹을 휘둘러도 뒤탈이 없자 그는 그게 다 완장의 위력이라며 그 서푼어치 권력에 푹 빠진다. 아주 예전에 읽은 이 소설을 떠올리게 한 건 최근 일어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사건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였던 현역선수 2명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 감독과 주장(특정선수)이라는 완장이 폭력을 당연시해 준 감투였다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체육계는 여전히 다른 분야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시스템 특성상 선수들은 사실상 초·중·고에서 대학, 실업팀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후배는 시간이 가면 선배가 되고 또 현역에서 은퇴하더라도 다시 지도자가 돼 한참 후배이기도 한 선수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또 일부 종목의 경우 전체 등록선수를 다 합쳐도 수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인원이고, 훈련도 합숙 위주로 이뤄지기에 ‘그들만의 리그’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시쳇말로 한 다리만 건너면 족보를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시스템은 선수들에게 이점이 될 수도 있다. 강한 팀워크가 다져지고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운 나쁘게 못된 선배와 지도자를 만나게 된 선수들에게 이는 아예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최 선수의 아버지가 딸을 보낸 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숙현이에게 지옥과 같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말이 현실이다.체육계에서 폭력이나 집단괴롭힘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선수든 지도자든 가릴 것 없이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더 큰 문제는 고통을 당해도 선수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는 사실이다. 최 선수는 경찰, 검찰, 협회, 시청, 체육회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한 곳에서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당시 그가 느꼈을 절망감에 대해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는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내부고발 형태의 신고자에 대해 2차 피해 보호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말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특히 체육계의 경우 가해자가 퇴출당해도 피해자는 그 울타리 안에서 계속 운동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 선수 역시 제때 신고조차 못 한 채 팀을 옮긴 이후에야 그나마 신고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이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선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또 정부에서는 당연히 이번 사건에서 있었던 여러 기관, 단체 들의 잘못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체육계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없앨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수없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도 지금 현실은 어떤가, 예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결국 학벌 따지고 학력 따라 연봉 차별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가 요원한 것처럼, 체육계 문제도 메달 따라 몸값 매기는 성적 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최 선수 사건을 언급하며 ‘성적이 선수의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좀처럼 그게 바뀔 거 같진 않다.

/이슈추적/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운명은

결국 갈 데까지 간 국면이다.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추진해 오고 있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얘기다. 대구 동구·북구 주민들이 K2이전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 2007년을 기점으론 보면 14년, 통합신공항 추진의 출발점이 된 영남권신공항 무산과 김해신공항 확장이 결정된 2016년부터 치면 4년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여러 고비를 넘겼던 통합신공항의 운명이 오는 7월31일 최종 판가름 난다.애초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은 지난 7월3일 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가 ‘단독후보지 부적격, 공동후보지 판단 유예’라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이달 말로 변경된 것이다.이제 남은 시간은 20여 일뿐이다. 그러나 상황은 현재로선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군위군은 국방부 결정이 난 지 이틀 뒤인 5일, 단독후보지 부적격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과 공동후보지 합의 불가 입장을 공식화했다. 또 군위군 설득에 나선 대구시와 경북도는 묘안을 궁리하고는 있지만 군위군의 입장 변화를 가져올 만한 새로운 카드가 잘 안 떠오르는 듯하다. 결국 이대로라면 기존 중재안이라는 틀 안에서 군위군을 설득해 입장 변화를 끌어내야 할 판이다.그러나 국면의 극적 변화를 기대해 볼 만한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많은 시도민들은 선택지가 하나로 좁혀진 지금의 상황 자체가 오히려 군위군에 입장 변화를 재촉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550만 시도민의 염원과 통합신공항의 경제효과 등이 유효한 상황에서 공동후보지 거부가 결국 통합신공항 전체 사업 무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은 군위군으로서도 절대 외면하기 쉽지 않을 부담이 될 거란 분석이다. 군위 군민들에게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시도민들이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지금 시도민은 군위군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하고 응답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도민들이 이렇게 통합신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는 누구나 알듯이 대구,경북의 추락하는 현실 때문이다. 농촌은 인구감소, 도시는 청년층이탈 등이 가속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의 쇠퇴는 뚜렷해지지만 그 돌파구는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20조~30조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고 중장기적으론 대구경북 경제발전의 추동력이 될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통합신공항 사업은 대구경북으로선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이고, 도약의 발판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7월31일까지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이 안 돼 통합신공항 건설이 무산된다면, 날아가 버릴 지역발전의 꿈과 기회, 그리고 화난 민심은 또 무엇으로 위로할 것인가, 시도민들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일이다.물론 그동안 군위군의 주장대로 단독후보지 신청은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지가 이미 지워진 상황에서라면 부득불 그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고, 그 대신 지역 전체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일각에서는 군위군이 끝내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을 거부한다면 다른 지역을 제3후보지로 해서 통합신공항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여건상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도민들의 통합신공항 열망통합신공항과 관련해 최근 지역 한 일간지가 대구 8개 구청장과 경북 23개 시장, 군수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치단체장 23명(74%)이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를 선택했다고 한다. 단독후보지는 3명, 제3후보지는 4명이 선택했다.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에서는 6월 말 성명을 내 통합신공항 조기 착공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위중한 지역경제 현실 속에서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을 일으킬 통합신공항 건설이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백지화된다면 대구경북의 성장을 100년 후퇴시키게 된다”며 “통합신공항은 항공산업 물류 문화관광 유통 발전으로 대구경북 경제를 다시 세울 초대형 매머드급 사업으로, 빨리 건설돼야 대구경북 경제 활성화는 물론 인구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에는 구미 김천 안동 포항 경주 영주 경산 영천 칠곡 상주 등 도내 10개 시,군 상공회의소가 참여하고 있다.지역 4년제 대학총장 협의체인 대구경북지역대학교육협의회도 7월1일 통합신공항 이전부지의 조속한 선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신공항의 선정이 이기주의가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민의 이익을 위해 절제와 배려의 미덕이 발휘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경북도의회 의장단은 6월30일 의성군수와 군위군수 차례로 만나 양보와 타협을 촉구했고, 경북노인회는 6월30일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촉구하는 결의를 했으며, 경북도체육회는 경북도체육인 전체의 이름으로 7월1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결정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남은 시간, 군위의 입장 변화 있을까지금 대구경북민 전체의 눈과 귀는 군위로 향하고 있다. 통합신공항이 공동후보지에 들어설 것인가 아니면 무산될 것인가, 대구경북의 미래가 군위 군민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군위군은 “대구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의 단독후보지 부적격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군위군은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군민들의 억울함을 풀고 그 뜻을 관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위군의회 및 주민협의회와 간담회를 해 도출된 결론이라고 했다.그러나 군위군 내부에서도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손에 남는 것 없이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치신청 기한이 가까워질수록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여부를 놓고 군위 군민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전개될 거란 예측이 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기간 전방위적으로 군위 설득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제 공동후보지를 통합신공항 이전부지로 선정하기 위해 군위가 소보를 신청하는 것만 남았다. 두 군은 대립과 반목을 끝내고 상생과 공동발전을 위한 대역사를 함께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달 말까지 군위군을 설득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시, 도의 설득 작업은 국방부와 대구시, 경북도가 이미 제시한 ‘공동후보지 결정을 위한 중재안’이 밑그림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중재안에는 △민항터미널 및 부대시설(계류장 여객 및 회물터미널 주차장 호텔 등) 건설 △군 영외관사 2천500가구 건설 △항공클러스터 군위,의성 각 330만㎡ 조성 △공항IC 및 공항진입도로 신설 △군위 동서관통도로 신설 △시, 도 공무원 연수시설 건설 등의 계획이 들어 있다.◆ 국방부 결정 그리고 제3후보지 주장통합신공항 제3후보지 안은 주로 대구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공동후보지가 대구에서 거리(64km)가 다소 멀어 대구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할 것이란 게 그 배경이다. 그래서 공동후보지와 비교해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성주, 고령, 영천 등지를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다시 선정하자는 주장이다. 통합신공항대구시민추진단은 6월 말 “군위, 의성 간 합의가 끝내 불가능해지면 국방부에 제3지역 선정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경북도는 ‘제3후보지’ 주장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치 의사를 명확하게 나타낸 곳도 없고, 실제로 그런 곳이 있더라도 그 지역 내 의견수렴 과정에서 나올 찬성, 반대 입장의 주민들을 중재하는 일이 이미 경험해 봤듯이 절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한편, 국방부는 7월3일 대구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를 열고 단독후보지(군위 우보)에 대해서는 부적격,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에 대해서는 7월31일까지 판단 유예 결정을 내렸다. 단독후보지는 올해 1월21일 실시한 의성-군위 전 군민 주민투표 결과에 반하고, 공동후보지는 지자체장의 유치신청 선정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설명이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