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업용 대마 시장, 특히 CBD(cannabidiol) 관련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수입 의약품을 대체하고 CBD 소재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선 하루 빨리 헴프(HEMP) 활용을 위한 합법화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지난 8일 DGB대구은행 제2본점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2023 대구·경북 그랜드 포럼 세션2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경북바이오 산업연구원 최정두 헴프천연물연구센터장은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세션2의 주제는 ‘경북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사업 추진현황과 발전 방안’. 영남대학교 최인호 세포배양연구소장이 좌장을 맡고 산업연구원 김윤수 연구위원과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고동규 기획관리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헴프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식품의약안전처의 규제 개선 방안을 비롯해 지자체의 역할, 생태계 구축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대마는 마리화나와 헴프로 구분된다. 이 중 헴프는 환각 성분인THC(TetraHydroCannabinol) 함량은 낮고(0.3% 미만) 유용 성분인 CBD 함량은 높아 최근 산업·의료용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최 센터장은 “다발성경화증을 완화하는 사티백스, 간질 발작 치료제인 에피드올렉스 등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의료용 뿐 아니라 친환경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는 헴프크리트 등도 주목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화장품과 식품, 반려동물, 생활용품으로 확장성 있게 산업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전 세계적으론 산업용 대마 시장이 연평균 16.8%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CBD 관련 시장은 매년 21.2% 성장해 2028년에는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이스라엘이 처음 의료용 대마 생산을 허용한 뒤 캐나다, 태국, 호주, 네덜란드 등 헴프를 합법화하는 국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도 CBD를 합법화해 관련 산업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하지만 우리 헴프 산업은 아직 규제로 막혀 있다. 섬유 또는 종자의 채취 목적으로 대마를 재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를 제외하고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 제조와 매매, 대마를 소지 또는 운반하는 일도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산업화에 한계가 뚜렷하다.규제자유특구에선 부분적으로 특례를 받아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헴프가 아직 마약으로 취급되다 보니 재배에서부터 제조, 수출에 이르는 모든 환경에 대해서 블록체인 기반의 종합관리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헴프 산업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최 센터장은 “특구로 지정된 뒤 안동은 대마 실경적 면적이 816% 늘었고 27개 기업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며 “더 주목할 것은 KT&G, 아모레퍼시, 현대약품 등 100여 개의 기업들이 특구를 방문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진단했다.산업연구원 김윤수 연구위원도 “지역에 특화된 기술과 테마산업을 통해 지역발전 모델을 만든다는 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헴프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김 연구위원은 또 “바이오 산업은 성장 속도가 가속화되는 특성을 보이는 만큼 출발부터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대기업부터 중소벤처기업까지의 공급망 구축이 선행 과제”라고 조언했다.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고동규 기획관리부장은 헴프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 기획부장은 “산업단지 활성화와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와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하다”며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한 핵심 인력 확보가 관건인데 지역 대학을 통해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대안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김진욱 기자 wook9090@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