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깨닫는다. ‘소통’하려 해도 잘 안 된다.A씨는 힘든 일을 겪었다. 친구들은 A씨를 위로하기 위해 그를 술집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함께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다. 술잔이 오가는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만 했다. 어느 친구도 그에게 왜 힘들었는지, 현재 심정이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았다. 그냥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잔을 부딪쳐주는 것이 전부였다. A씨가 거나하게 취하자 함께 노래를 불렀다. 친구들은 함께 술을 마셔주는 것이 그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A씨는 술자리 이후 몸은 힘들었으나 친구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남자들은 술을 마셔주고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대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다르다. 꼭 술을 마시지 않아도 얼마든지 힘듦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B씨는 친한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연락 못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주일 동안 너무 아파 일어날 수 없어 누워 있었다”고. 친구 말 속에는 병명이나 어떻게 아팠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은 없다. 현재의 몸이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도 없다. 이처럼 남자들은 아프면서도 아프다고 떠벌리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들은 다 안다. 여자들은 감정을 억누르며 절제하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남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남자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C씨는 이번에는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들으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게다가 불평불만을 넘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C씨는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아내의 말을 자르고야 말았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핵심을 말해 봐?” 순간 아내는 말문을 닫으며 화를 내면서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자는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른다.소통하기란 이처럼 어렵다. 어찌 보면 여자와 남자가 원하는 것은 같은지도 모르겠다. 남자, 여자 공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삶에서 경험하는 불편한 감정을 상대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다. 상대편이 자신의 힘듦이나 스트레스를 덜어주거나 해소시켜 주고, 자신의 존재가 의미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 일이 참 어렵다. 특히 경상도 남자에게는. 최재수 z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