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용산동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한 대중목욕탕. 이 목욕탕은 별도 고지나 작별인사 없이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같은 건물 1층에서 운영되던 미용실 역시 폐자재만 수북한 채 문은 열리지 않았다.인근 주민은 “동네 휴식처로 세월을 함께한 목욕탕이 코로나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며 안타까워했다.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대중목욕탕이 지난 3년 간 이어진 코로나 대유행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일상회복을 기다리며 버텨오던 목욕탕들은 최근 수도,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폐업을 고려하는 분위기다.대구시 목욕장업 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 3년 간 대구시내에서 총 120여 곳(약 40%)이 폐업을 했거나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2020년 22곳, 2021년 20곳이 폐업했고 지난해는 40곳이 문을 닫았다.5일 현재 대구에 232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190여 개 업체만 정상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나머지 40여 곳은 철거비, 폐업 후 재개업 시 복잡한 인허가 문제 등으로 폐업신고조차 못하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2020년부터 확산한 코로나19가 목욕업계를 시름에 빠지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목욕탕은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접촉)’ 업장의 대표격으로 코로나 감염 위험장소로 인식돼왔다.실제 코로나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 여름, 포항에서 15건의 목욕탕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놨다.직장인 차모(39)씨는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목욕탕을 갈 정도로 사우나를 즐겨했는데 코로나 이후 혹시 모를 감염 위험 때문에 더 이상 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엎친 데 덮친 격, 지난해부터 급증한 가스비와 수도, 전기요금 등도 경영난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대구 목욕탕용 가스요금(영업용2)은 조금씩 올라 1년 새 약 38%나 증가했다.2022년 1월 메가줄(MJ)당 14.46원에서 8월 17.03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1월엔 19.97원으로 상승했다.대구시 상수도 요금은 2022년 7월 ㎥당 980원에서 올해 1월1일자로 약 9% 증가한 1천70원으로 인상됐다.전기요금도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h 당 19.3원 올랐고 올해 9.5% 더 인상됐다.대구 달서구에서 100평정도 규모의 대중목욕탕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확산 직후 평균 매출이 50%정도 줄었는데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며 “매달 상하수도 요금과 전기세가 각각 600만 원씩 들어가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김명환 기자 km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