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류금자그래, 그래 그래라/ 그래, 그래 알겠다/ 그래, 그래 가봐라/ 그래, 그래 바쁘제그래라/ 알아서 해라/ 하도 바쁜 그래이-시조집 『텃밭』(한비, 2017)류금자는 대구 비산동 출생으로 2015년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고, 시조집『텃밭』이 있다. 그의 시조는 솔직담백한 정서 표출이 눈길을 끈다. 사람살이에서 비롯된 자각과 성찰을 통해 보다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노래다. 때로 존재의 근원을 주시하는 눈길도 보이고, 인간관계 속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시적 정황을 시조로 육화하기 위해 힘쓴다. 이처럼 그의 시조는 진중한 경륜에서 얻은 따사로운 인간애의 발현이요, 넌출거리는 서정의 세계여서 행복하게 읽히는 특장을 지니고 있다.‘그래, 그래’를 보겠다. 얼마나 정겨운가. 살가운 정이 짤막한 단시조 한 편에 잘 녹아 흐르고 있다. 우리가 보통 대화할 때 어른이나 아이나 흔히 잘 쓰는 말 가운데 하나인 그래, 가 제목까지 합하면 무려 열 세 번이나 나온다. 사실 웬만한 대화는 그래로 다 해결될 수가 있다. 더구나 가까운 친구나 가족끼리는 더욱 그렇다. 그래, 그래 그래라, 하면서 그래, 그래 알겠다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미 서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충분히 모든 의사 교환은 가능하다. 마음으로 다 통하고 있는 것이다.네가 그렇게 하면 그 일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겠으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화자는 그래, 그래 가봐라, 라고 하면서 덧붙이는 말로 그래, 그래 바쁘제라고 호응한다. 바쁘니까 그리고 이야기가 잘 되었으니 가보라는 것이다. 또한 그래라라고 하면서 알아서 해라라고 재량권을 준다. 믿고 있다는 것이다. 네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자는 혼자서 하도 바쁜 그래이, 로구나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을 듯하다.요즘 삶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가족끼리 혹은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점일 것이다. 소통의 부재다. 각자 일에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어 각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여유를 가지고 ‘그래, 그래’를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정이 듬뿍 담긴 그래, 가 유의미하게 되풀이되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그래, 그래’를 조용히 음미하면서 사람살이가 얼마나 귀한 지를 깨닫고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그는 오랫동안 시를 쓰다가 우연히 시조의 가치를 알게 되어 시조로 등단한 이후 연륜의 깊이가 묻어나는 시조 창작에 힘쓰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아직도 동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모든 작품들이 진솔하다. 꾸밈이 없는 언어 운용으로 감동을 선사한다.이 땅에 태어나서 우리말을 익히고 우리글을 공부한 사람이 일평생 동안 시조 한 편 써보지 않고 세상을 하직한다면 그 사람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시조의 형식미학은 창의적이고 우리의 삶과 세계를 담기에 가장 알맞은 시의 그릇이자 우리의 유전자와 같은 정신적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예전에는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다수의 시조가 수록되어서 많이 읽고 외웠다.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조를 교육계에서 소홀히 대하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 그래서 ‘문향 만리’시조 코너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이정환(시조 시인)김창원 기자 kc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