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박채현 ‘발밤발밤 옛 돌담길’

밤꽃이 피는 유월이다. 군위 한밤마을 밤나무도 한창 밤꽃 향기를 흩날린다. 밤이 크다고 해서 ‘한밤’인데, 밤보다는 돌담에 더 눈길이 간다. 멀리서 보면 담도 마치 알밤으로 쌓은 듯한 착각이 든다. 가벼운 행랑 하나 메고 미로처럼 마을을 돌고 도는 돌담길로 들어간다.마을에는 유서 깊은 곳이 많다. 부계홍씨종택, 대청마루, 남천고택에서 옛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250년 동안 마을을 지킨 노거수 잣나무의 위용과 대율사 석불입상의 자비로운 미소를 만날 수도 있다. 목마르면 예주가에 잠깐 들러 잘 빚은 술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이를 찾아 골목을 걷다 보면 돌담의 매력에 빠져든다.돌담에서 돌들은 자리를 다투지 않는다. 아랫돌, 윗돌, 누름돌, 받침돌,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한다. 서열을 정해 줄을 세우지 않는다. 잘난 돌이 못난 돌을 이고 모난 돌이 둥근 돌을 받친다. 외모를 가리지 않는다. 잘났다고 튀어나오지도 않고 못났다고 숨지도 않는다. 다들 생긴 대로 서로를 이고 지고 업고 어깨를 맞대고 있다. 돌이라면 저마다 한몫을 하며 기다란 담을 이룬다.마을 사람들은 이웃과 담을 쌓은 게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내 영역인데, 줄을 긋기는 뭐해서 강가에 나가 돌멩이를 지고 왔다. 남정네는 지게에 지고 아낙은 머리에 이고 돌을 날랐을 거다. 불콰하게 흥이 나야 힘을 쓰지.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도 빠지지 않았을 거다. 돌 하나, 돌 둘, 돌 셋, 돌 넷…, 쌓다 보면 이웃과의 정은 돌담보다 더 높이 쌓였을 거다. 집은 등을 지고 있어도 마음은 마주 보았을 거다.멋을 부릴 줄 알았으랴. 아무 데나 굴러다니는 보잘것없는 돌이지만, 할아버지가 손에 잡히는 대로 쌓고 손자가 덧쌓고 아랫대가 손을 보고 손때가 묻으면서 의미가 되었다. 눈이 하얗게 덮고 녹기를 거듭하고 지나가는 바람이 쓰다듬고 세월이 켜켜이 쌓이면서 돌담은 역사가 되었다. 이끼가 덮고 돌 틈으로 풀꽃이 뿌리를 내리고 담쟁이가 기어오르면서 생명력을 얻었다.담은 재료에 따라 독특한 멋을 낸다. 여러 가지 문양을 넣은 꽃담은 화려하고 반듯한 벽돌로 쌓은 담은 깎은 듯 단아하다. 흙으로 쌓은 토담은 푸석하면서도 질박하고 흙과 돌로 쌓은 토석담은 소탈하다. 잡목을 얼기설기 엮어 두른 울타리는 시원하면서 털털하다. 막돌로 쌓은 돌담은 야무지면서 투박하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돌담길은 ‘한밤돌담옛길’이다. 소 한 마리 지나갈 만큼 비좁으면서 집에서 집으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돌담은 투박한 막돌로 막 쌓아 모양새가 울퉁불퉁하다. 이것저것 요모조모 재지 않고 막 쌓아 성의 없는 것 같지만, 이래 봬도 허튼 솜씨로 층층이 쌓은 ‘허튼층쌓기’공법이다. 그래서 아래는 넓고 위는 다소 좁은데,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진다.돌만 쌓여 있다면 그것은 성벽이다. 돌담 위로 흐드러진 밤꽃, 넌출대며 늘어지는 능소화, 둥근 얼굴로 바깥을 내다보는 해바라기, 한 발 두 발 돌담을 기어오르는 담쟁이, 돌과 돌 그 척박한 틈새에 뿌리를 내린 풀꽃들,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뾰족한 가시로 감시하는 엄나무, 주인이 이 집인지 저 집인지 모르게 돌담에 기댄 감나무…, 돌담은 이들과 한 묶음이 되어야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한옥은 반듯한 대로 초가는 찌그러진 대로.돌담은 계절마다 운치가 다르다. 돌담 아래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개나리 가지마다 노란 눈이 트면 봄이다. 감꽃 떨어지면 봄이 간다. 돌담을 사이에 두고 이 집 접시꽃과 저 집 무궁화가 누가 더 예쁜지 다투어 피면 여름이다. 또르르또르르 귀뚜라미 소리 따라 돌담 위에 누런 호박과 박이 달덩이처럼 떠오르면 가을이다. 한해살이를 붉게 태운 담쟁이가 바짝 마른 채 벽화로 남으면 겨울이다.돌담길을 발밤발밤 걷다 보면 세월 너머로 사라진 풍경도 보인다. 소 풀 먹이러 가는 삼돌이가 짝사랑하는 순이를 슬쩍 훔쳐보고, 동네 조무래기들이 모여 숨바꼭질하고, 입대하는 아들을 배웅한 어머니가 눈물 훔치며 돌아오고, 장에 간 아버지가 술에 취해 고등어 한 손 들고 흔들흔들 걸어오고, 볼일이 급한 할아버지가 재빨리 허리춤을 내렸다가 다시 올려 여미고 아무 짓 안 했다는 듯 헛기침하고, 돌담 모퉁이마다 옛사람의 모습이 환영처럼 아른거린다.빈집에 들어가 밖을 내다본다. 안에서 보면 담 너머가 밖이다. 밖에서 보면 담 너머가 바깥이다. 가린 듯 보여주고 보여주는 듯 가린다. 막힘에서 트임을 보고 트임에서 막힘을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려한 팔공산을 큰 배경으로 뒷집은 앞집의 뒤뜰이 되고 앞집은 뒷집의 앞뜰이 된다.막힘과 트임의 미학, 그것은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담론이 아니다. 마음의 문이 열려있고, 너와 내가 몸을 낮추어 서로의 배경이 되면 이루어지는 아름다움이다. 이 어울림이 있으면 사람과 사람도 서로 싫증 나지 않는 풍경이 된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영덕군 지품면 기사리 대둔산 둘레길 해바라기 밭 장관

영덕군 지품면 기사리 대둔산 둘레길에 해바라기 꽃이 활짝 펴 장관을 이루고 있다.약 3천 평 일대에 조성된 해바라기 밭이 최고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7월말에서 8월초에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해바라기 꽃은 지역주민들이 직접 가꿔 그 의미를 더한다.주민들은 황폐한 야산 및 농경지를 개간해 올 봄 해바라기를 식재했는데 그 꽃망울이 여름을 맞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다.해바라기 꽃은 대둔산 둘레길 약 3km 구간 전역에 퍼져 있다.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 있는 대둔산 둘레길이 영덕군의 색다른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지품면 기사리는 해발 905m의 대둔산이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 서쪽의 경계로 주왕산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다.영덕군을 대표하는 지방하천인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산수가 수려하고 경관이 우수하다.무엇보다 영덕군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마을이 하천을 따라 형성돼 있어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기 좋고, 자연 경관도 좋아 최고의 산림 힐링 치유마을이 되고 있다.영덕군은 지품면 기사리 일원에 기사리 산림휴양치유마을 조성사업을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추진해 대둔산을 둘러싼 마을경관을 개선했다.이 사업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진행됐다.영덕군과 기사리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예비계획부터 공모신청까지 과정을 모두 함께 했으며, 2019년 기본계획수립 및 실시 설계 후 2020년 사업에 착공해 지난 7월 준공을 하게 됐다.기사리 마을을 둘러싼 대둔산에 이르는 산림 치유길에 안전로프, 목재계단, 보행로정비 등 안전시설을 정비해 안전한 산행 및 약조를 채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배호경 지품면 기사1리 이장은 “주민들과 함께 힘들게 조성한 해바라기 꽃이 여름을 맞아 장관을 이뤘다. 대둔산은 등산 코스로도 안성맞춤이고, 둘레길 역시 좋다”며 “둘레길을 잘 보존해 영덕군의 특색있는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강석구 기자 ksg@idaegu.com

대구 북구을 무소속 주성영 예비후보 “구암동 고분군 · 팔거산성 역사테마 공원 조성하겠다”

무소속 대구 북구을 주성영 예비후보의 공약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주 예비후보는 최근 북구 교육 발전 공약에 이어 24일 “구암동 고분군과 팔거산성의 창조적 복원을 통해 역사 테마 공원으로 조성하고, 일원에 철쭉. 진달래. 해바라기 군락지도 함께 조성, 금호강과 연결된 함지산 전역을 힐링테마공원화 함으로써 북구를 대표할만한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 고 약속했다.주 예비후보는 “지역 내 역사 문화유산들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관광 인프라로 조성하고, 지역 상권 등과 연계한 음식 , 서비스 산업 기반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만들 것” 이라며 이를 위해 △ 역사문화거리 조성 △ 전시관 설치 △ 팔거산성 복원 △ 고분박물관 △ 학술대회 개최 △ 야외공원 △ 문화축제 등 다양한 발전책을 제시했다.주 예비후보는 또 “문화유산을 자원으로 활용할 때 지역의 경제발전과 활성화를 도모 할 수 있어며 또한 지역의 정체성을 높이고 존재가치도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며 “문화재는 보존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좀 더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고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문화재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관광자원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역사의 도시, 문화의 도시,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한편 구암동 고분군은 대구를 대표하는 삼국시대 중요 유적으로 지역 내 함지산 서쪽 능선에 346기의 대규모 고분군으로 영남에서는 보기 힘든 적석 석곽 구조로 2018년 사적 제544호로 지정되었고, 고대역사문화 체험 특구로 지정된바 있다.또 팔거산성은 5~6세기 삼국시대 축조된 성곽이다. 조선시대 팔거현이라 불렸던 지역에 위치해 있던 까닭에 팔거산성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대구시 기념물 제6호로 지정돼 있다.이창재 기자 lcj@idaegu.com

중학교 선생

중학교 선생/ 권혁소백창우의 동요 ‘내 자지’를/ 너무 무겁게 가르쳤다고/ 학부모들에게 고발당했다// 늙어서까지 젖을 빠는 건 사내들이 유일하다고/ 떠도는 진실을 우습게 희롱했다가/ 여교사들에게 고발당했다//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 피고 오줌 쌌다는 주민 신고 받고/ 홧김에 장구채 휘둘렀다가 애한테 고발당했다// 자지는 성기로 고쳐 부르겠다/ 젖 같은 얘긴 하지 않겠지만 만약 하게 될 일이 있다면/ 사람이나 포유동물에게서 분비되는/ 새끼의 먹이가 되는 뿌연 빛깔의 액체로 고쳐 말하겠다/ 그리고 애들 문제는 경찰에 직접 맡기겠다// 잘 있어라 나는 간다/ 수목 한계선에 있는 학교여- 시집 『우리가 너무 가엽다』 (삶창, 2019)............................................ 강원도 인제의 한 중학교 음악교사로 재직 중인 시인이 일선현장에서 겪은 자신의 교육이념과 현실간의 괴리를 솔직 담대하게 표현한 시다. 현실에서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질의 수업을 받을 권리가 학생에게 있듯이 교사에겐 수업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동시에 학생도 수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교사는 수업을 혼란 없이 잘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권리와 의무가 보장되고 존중받아야함에도 여러 형태로 그렇지 못한 사례들이 자주 발생되고 있다. 교사에게 교육적 권위를 갖게 하고 학생에게는 실효성 있는 인성교육이 처방일 터이지만, 교육현장은 학생과 교사의 역할과 관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권침해가 급증하면서 교사들의 고충이 날로 늘고 있다.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매뉴얼도 없고 학교에 맡기는 형편이다. 학교의 자율권은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서 우뚝 제 자리를 지켰을 때 순기능을 다한다. 경쟁과 성적만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인성교육과 올바른 사제관계의 정립은 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지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며 체벌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학생생활지도범위의 한계가 모호하여 시에서처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잦아 교사가 소신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기 힘든 실정이다. 교권이 실추되면 학교가 무너지고, 나아가 사회까지 무너지는 무서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오줌이 누고 싶어서 변소에 갔더니/ 해바라기가 내 자지를/ 볼라고 볼라고 볼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는 안 보여줬다” 초등3학년 아이가 작시한 백창우의 동요 ‘내 자지’다. 어떻게 ‘너무 무겁게’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지’는 국어사전에 등록된 우리의 표준어이다. 언급 자체만으로 망측하게 여기는 학부모가 있다면 그 또한 문제다. 근원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 교육부 성교육 교재에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자극을 주는 옷차림을 피하라.”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성차별적이고 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남학생들은 점점 거칠어지고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열린 교육이 절실하다. 열린 교육에 대한 삐딱한 시선도 있지만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인간의 균형적 발달을 강조하는 전인교육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