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키다리갤러리 러브테마 기획전 ‘2020 큐피트전’ 열어

입춘을 멀찍이 밀어내고 조금씩 봄기운이 감돌자 여기저기서 때 이른 매화 소식이 들려온다.매년 이맘때쯤 때이른 매화와 함께 찾아오는 사랑을 주제로 한 달콤한 전시에 눈이 호사롭다.27일까지 계속되는 봉산문화거리 키다리갤러리의 4인 그룹전 ‘2020 큐피트전’이야기다.큐피트전은 키다리갤러리가 2015년부터 매년 밸런타인데이 시즌에 맞춰 열고 있는 ‘러브테마 기획전’으로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개관 이후 6년간 키다리와 함께 해 온 전속작가로 다육식물소녀를 주로 그리는 서승은 작가와 ‘2019년 키똑전’을 통해 새롭게 전속작가로 합류한 표현주의 화가 최명진의 작품 등 약 20여 점이 전시됐다.특히 올해는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표지화와 김광석 거리 벽화 작가로 잘 알려진 서양화가 이영철 작가와 그의 딸 이다경 작가가 처음으로 함께했다.중국 베이징 전시와 5월 대만에서 개최되는 ‘2020 아트 레볼루션 타이베이’ 초대 작가로 선정된 서승은 작가는 수묵화의 화법을 활용한 자신만의 몽환적인 작품 세계로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사랑의 결실에 대한 소중함을 표현한 2020년 첫 신작 ‘Conceive’를 공개했다.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어포더블아트페어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최명진 작가는 인간의 형태와 몸짓으로 사랑을 표현한 작품 ‘Love age’와 커플들의 따뜻한 모습을 담은 소품작들을 소개했다.부녀간인 이영철·이다경 작가의 작품도 흥미롭다. 오랜 세월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작품 세계를 어어 온 이영철 작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딸이 함께 여는 첫 전시다.이다경 작가는 키다리갤러리가 개최한 공모전 ‘2019 키똑전’에 당선되면서 키다리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 1월에는 첫 전시도 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랑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와 평등으로 풀어낸 젊은 세대 특유의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아버지 이영철 작가는 봄꽃, 꽃편지, 사랑풍경, 분홍편지 등 사랑을 테마로 한 작품을 공개했다.이번 전시를 기획한 키다리갤러리 김민석 대표는 “봄날에 가족과 연인끼리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도 느껴보고 추억이 될 만한 사진 한 장 남기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문의 070-7566-5995.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신진작가의 예술에 빠지다. 롯데갤러리 대구점, 3월3일까지 ‘화기애애전’

대구지역 6개 미술대학(경북대, 계명대, 대구대, 대가대, 대구예술대, 영남대) 졸업예정자 가운데 선발된 21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화기애애(畵氣靄靄)’전이 3월3일까지 롯데갤러리 대구점에서 열린다.‘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니 온화한 기운이 흘러 넘친다’는 의미의 ‘화기애애’전은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선보인다.조금은 서툴고 세련미가 떨어지지만 패기와 열정가득한 그들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황병석 작가의 ‘Art Pods’은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무선 이어폰을 확대한 형태로 제작한 설치작품이다. 개인의 공간으로 한정되던 이어폰을 모두의 공간으로 확장 시키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독창적이다.장해윤 작가의 ‘사전지식’은 사람이 주체적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언어를 둘러멘 집합체로 느껴진다고 본다. 누군가에게 불려지는 호칭, 별명 등이 일종의 껍데기처럼 덮고 있어,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상관없어지는 ‘존재 상실’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류은 작가는 연필깎이를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구조적으로 표현한다. 무한의 연필을 연필깎이에 물리면 한 동작만으로 하염없이 갈아내 마침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찌꺼기로 남는 것처럼, 사람의 노동력도 일상에서 소비되고 결국에는 찌꺼기로 남게 된다고 전한다. 이런 사회상이 마치 연필깎이와 연필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작품은 시작된다.권수현 작가는 추억속의 놀이터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했다. ‘이제 그곳은 싸늘한 공기만이 맴돈다. 지금의 나도 순수함이 사라져간다’고 표현한 작가는 사회라는 틀 속에 인공적인 색채를 입혔고, 그 색채의 추상성으로부터 우리의 현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한다.지역 신진 작가들의 활동 기회를 넓혀주고자 2017년 처음 시작한 ‘화기애애’전은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롯데갤러리는 ‘졸업을 계기로 더 높이 날아올라 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추지 말라’는 의미로 이번 전시회의 부제를 ‘飛上(비상)’ 으로 정했다.문의 053-660-1160.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2‧28기념중앙공원 화장실에 이인성 작가의 사과나무 그림이

대구시설공단 도심공원은 많은 시민들이 찾는 2‧28기념중앙공원을 문화가 있는 테마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5일 대구시설공단에 따르면 2‧28기념중앙공원 내 23일까지 한달간 가로등주를 활용한 깃발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꽃과 아이들’을 주제로 이인성 작가의 ‘해당화’, ‘장미’, ‘해바라기’, ‘소녀’ 등 총 25점의 작품을 ‘섬유의 도시 대구’에 걸맞게 광목, 쉬폰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선보이고 있다. 공원 내 공중화장실도 대구를 테마로 한 미술작품으로 꾸몄다. 화장실은 안전취약 공간의 조도를 높이고, 이용자 중심의 시설배치를 통해 이용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칸막이를 활용한 미술작품 래핑으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여자화장실에는 이인성 화가의 ‘사과나무’, 남자화장실에는 ‘계산성당’ 작품이 활용됐다. 동성로 한복판에 위치한 2‧28기념중앙공원은 시민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구의 대표적인 도심공원이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경주엑스포 경주타워 저작권 12년 법정싸움 끝에 작가 명예회복

경주의 랜드마크로 황룡사 9층 목탑을 상징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경주타워가 12년간의 법정싸움에서 벗어났다.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이사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주타워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고, 작가의 명예를 존중해주기로 결정해 작가 유족 측이 소송을 철회하면서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졌다고 4일 밝혔다.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경주타워’는 2007년 건립했다.경주타워 법정다툼은 유동룡 작가 설계와 유사하다면서 저작권을 주장하는 소송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5년간의 법정다툼에서 유동룡(이타미 준)의 저작권이 인정됐다. 경주엑스포는 2012년 저작권을 기록한 표지석을 잘 보이지 않는 경주타워 바닥 구석에 설치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지난해 9월 다시 ‘성명 표시’ 재설치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이철우 도지사는 소송 내용을 보고받고, 저작권자 유가족 주장을 수용해 저작권을 표시한 새로운 현판 제작을 결정해 타협 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성명 표시 재설치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경주엑스포 측은 오는 17일 경주타워에 저작권자가 건축가 유동룡임을 기록한 현판식을 개최한다. 유동룡 선생 타계 10주기를 맞는 2021년 특별 헌정 미술전과 추모행사도 진행하기로 했다.유동룡 선생 일대기와 건축철학을 담은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제작한 정다운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이타미 준과 경주타워 이야기를 이슈화시켰는데 경주타워가 새롭게 걸작으로 거듭나면서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실추시켰던 잘못을 반성하고, 늦었지만 바로잡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경주타워는 유동룡 선생의 작품성에 힘입어 100년, 200년 후에도 한국의 대표건축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한편 이타미 준은 재일동포 2세 건축가로 본명은 유동룡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한국인으로 도쿄 무사시공업대학교를 졸업했다. 2003년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에서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 2005년 프랑스 예술훈장을 받았다.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2010년 일본 최고 귄위의 건축상 무라노도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그는 제주도에 핑크스골프클럽하우스, 포도호텔, 수풍석박물관 등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삶이 예술이던 작가 백미혜의 시간..수성아트피아 기획전

수성아트피아가 올해 두 번째 기획전으로 ‘삶이 예술’이라고 표현되는 작가 백미혜를 택했다. 예술의 힘으로 개인적 삶의 마디를 만들고 끊고 치유하며 행복을 추구해 온 작가의 시기별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시간과 삶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백미혜-꽃,별,그리드의 시간들’로 붙여진 이번 전시는 ‘미궁의 시간’들로 삶은 난해하게 엮여 있고, 그 미궁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열쇠’를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그녀의 작업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1982년 첫 개인전 ‘땅따먹기 놀이에서’(1982-1987)를 시작으로 ‘미궁의 시간’(1988-1993) ‘꽃피는 시간’(1994-2001) ‘별의 집에서’(2002-2009) ‘격자 시 -그리드’ (2010- 2019)까지 다섯가지 주제로 나뉜다.작품들은 시와 회화를 넘나들며 형식과 재료로부터 자유롭다는 공통점을 지닌다.메시지나 이미지 전달과 표현을 위해 시와 그림과 오브제가 평면 위에 함께 뒤섞이고 소리와 몸짓과 영상이 함께 뒹군다.작품 가까이 다가서면 그의 작업들이 얼마나 일관되게 ‘시간적 층위’라는 문제를 탐색해 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작업의 명제들을 훑어보아도 시간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관심을 읽을 수 있어서다.한 개의 점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선으로 관계를 맺고, 선과 선으로 무수한 면을 만드는 ‘땅따먹기 놀이에서’는 회화의 원초적 3요소와 놀이규칙의 도입이라는 개념적 방식을 차용해 작업을 전개시켰다.그후 독일 유학기를 거치면서 독일 신표현주의 감성을 입은 ‘미궁의 시간’과 연이어 생명환경과 자연적 요소가 결합된 ‘꽃 피는 시간’ 연작이 이어져 나왔다.‘별의 집’은 꽃 피는 시간에서 조금씩 비켜나 땅의 시간에서 하늘의 시간으로, 노동의 시간에서 안식의 시간으로 넘어가면서 둥근 화면으로 제작됐다. 보랏빛 성단을 타고 흐르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는 고양된 정신의 투명한 서정성이 빛나기도 한다.201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격자 시 - 그리드’ 작업은 작가가 지속해온 시간의 문제에 깊이를 더한 하나의 ‘사건‘이다.시집 잘라 붙이기와 색 테이프의 교차, 테이핑을 통한 지우기는 사라지며 겹치고 또 축척되는 시간의 무상한 틈을 보여주기도 한다.작가는 그리드 작업이 자신의 회화적 층위를 한결 깊게 드러낼 수 있 게 했다고 말한다.수평선과 수직선의 교차점.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층을 이뤄 만들어지는 새로운 교차점. 시간의 교차, 글과 그림의 교차, 시인과 화가의 교차 등은 백미혜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분명한 특징 중 하나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대구문화예술회관, 2020년 빛낼 기획전시 작가 선정

대구문화예술회관은 2020년을 빛낼 기획전시의 작가들을 선정했다.‘DAC 작고작가전’의 작가 1인, ‘2020 원로작가회고전’의 작가 2인, ‘2020 올해의 중견작가’ 5인을 운영위원회를 통해 선정했다. 또 ‘2020 올해의 전의 작가’ 5인과 올해 처음 개최하는 ‘아트 인 대구, 오픈리그 ’전의 작가 11인을 심사를 거쳐 뽑았다.DAC 작고작가전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건축가 후당 김인호 선생으로 선정됐다.김인호(1932-1988) 선생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물론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실내체육관 등 대구의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서울 잠실야구장을 설계한 건축가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이번 전시에서 선생의 작품 아카이브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건축 작품 세계를 재조명할 계획이다.김인호 선생 전시는 11월5일부터 12월12일까지다.원로작가 회고전과 올해의 중견작가전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대구 미술계의 토대를 건실하게 유지하기 위해 세대별로 작가를 선정, 미술계 전 세대에 걸쳐 작가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다.올해 원로작가에 홍현기(71), 박휘봉(78) 선생과 중견작가에 김영환(55), 김용준(59), 윤종주(48), 김봉천(60), 이상헌(53) 작가로 선정됐다.회고전은 작가의 흔적을 따라 시대별로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로 오는 5월에 열린다.중견작가전은 중견작가들의 신작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전시로 오는 7월에 개최된다.청년작가전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을 공모·선정해 지역 청년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다. 심사를 거쳐 김소희(39·판화), 김승현(36·회화설치), 권효정(27·회화설치), 박인성(34·사진영상설치), 이승희(31·영상설치) 등 5인의 작가가 선정됐다. 전시는 7월 중순께 개최될 예정이다.이와 더불어 올해 처음으로 ‘아트 인 대구, 오픈리그’전을 마련했다. 오픈리그는 회관의 유휴 공간을 지역 작가를 위한 공간으로 돌려주고 작가들의 숨은 노력과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는 1, 2부로 나뉘어 다음달 19일부터 2주간, 3월4일부터 2주간의 전시를 개최한다.선정된 작가 10명에게 각각 1인 1실의 전시공간을 제공한다. 전시 1부는 고 조무준, 변보은, 방규태, 허지안, 박미숙 등의 작가로 구성됐다. 전시 2부는 이명재, 꼼짝(김영채, 최민경), 유명수, 이봉기, 안태영 작가로 이뤄졌다. 또 특별 선정으로 서근섭 작가의 전시가 같은 시기에 4주간 열린다.대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올해도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층의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노력과 성과가 조명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생명의 기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실래요…노진아 작가의 ‘공진화’

백색 전지공간에 누운 채로 공중에 떠있는 반신의 여성누드 조각.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인간을 닮은 거대한 기계 로봇의 상반신 신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드러난 가슴 아래 보위로 혈관이 뻗어가는 것처럼 붉은색 나뭇가지들이 길게 자라나는 모습은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가이아의 맞은편 공간에는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인 반 기계 인간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노진아 작가의 작품 ‘공진화(Coevolution)’다.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2020 기억공작소Ⅰ 노진아 작가의 공진화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노 작가는 작품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기계를 닮은 인간과,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들은 모두 그‘생명’이라는 경계 안과 밖에서 서로의 위치를 넘나들며 공진화하고 있다”며 “생명체가 되고자 꿈꾸며 자라나는 거대한 기계 가이아와, 금속으로 신체 부분을 바꾸며 사랑과 행복을 찾는 양찰 남편이 공존하는 이곳, ‘기억의 공작소’에서 관객들과 함께 그 해답을 구하는 여정을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실제 자연으로서 나뭇가지와 그 그림자가 드러내는 상징적 감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관객이 가이아의 주변을 둘러보면 가이아는 큰 눈동자를 움직이며 관객을 쳐다본다. 또 가이아의 귀에 대고 말을 걸면 가이아가 입을 벌리고 말을 한다.이를테면 관객이 ‘넌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가이아는 ‘난 아직은 기계지만, 곧 생명을 가지게 될 거야, 당신이 도와줘서 생명체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면 말이지’라고 답하는 식이다.관객에게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묻거나 기계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 등 마치 사람처럼 대화를 나눈다.가이아는 2002년부터 전통 조각과 뉴미디어를 접목해 관객과 인터랙션하는 대화형 인간 로봇을 제작해온 작가의 인터랙티브 설치 조각이다.노진아 작가는 “가이아는 실시간으로 입력과 출력이 다채로운 고전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다”며 “관객이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외부 웹서버로 보내고, 질문-대답 사전을 검색해서 찾은 응답 내용을 다시 음성으로 합성해 가이아의 입을 통해 대답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생명의 정의를 시스템의 개념으로 보는 입장에서 생명을 가지고자하는 기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차용했다”며 “놀라운 속도로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인공생명체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보다 더 크고 놀라운 신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노 작가의 작품은 기계가 끊임없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공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시간이 갈수록 기계를 닮은 인간과,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들은 모두 그‘생명’이라는 경계 안과 밖에서 서로의 위치를 넘나들며 공진화한다는 설명이다.가이아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만들어낸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또 가이아의 맞은편 공간에 놓여진 작가의 또 다른 인터랙티브 조각인 ‘나의 양철 남편’은 스스로 기계화 돼 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남편과 아내 사이, 서로의 삶의 무게에 대한 단상들을 은유했다.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3월29일까지다. 단 월요일 및 설 연휴 전시는 없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삶 자체가 놀이인 이명미 작가 개인전

이명미 작가에게 ‘놀이’란 무엇일까? 그는 ‘삶’이라고 했다. 작가는 “삶이란 내일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이길을 걸으면서 웅덩이에 빠질 수도 있고 계획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놀이도 똑같다. 삶의 원리와 똑같다”고 했다.우손갤러리에서 진행중인 개인전 ‘VI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그의 40년 놀이 인생을 집약해 보여준다.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앙데팡당전’, ‘서울 현대미술제’, ‘한국실험작가전’ 등에 적극 참여하며 일찍이 화단에 등단했다. 1974년에는 한국현대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이던 대구현대미술제의 창립 멤버이자 최연소 여성미술가로 참여하며 남성중심의 흐름에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70년대 중반까지는 작가 역시 단색화가 강세였던 시대적인 조류를 따랐다. 스펀지를 불에 태우거나 캔버스에 비닐을 부착하는 등 물성을 이용한 실험성 짙은 작품을 발표하며 단색조의 개념적인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개념이 짙어지고 계몽가적 요소가 깊어질수록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왔다.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은 부자유스러움에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는 “어느 순간 더 이상 갈 곳도,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논리적 개념을 중요시했던 기존의 미술 경향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자신의 감성과 직관에 따라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구축하고 예술적 표현의 즐거운 관능으로 향하는 자유로운 길을 열었다. 그게 1977년 서울 그로리치 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놀이-PLAY’라는 작품을 출품하서다. 그 이후로도 수 많은 개인전의 타이틀로 사용돼왔으면 40여 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중요한 작업 요소이며 삶의 원천이 됐다.우손갤러리 이은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강한 열정과 긍정의 자세에 보내는 아낌 없는 찬사”라고 했다. 이어 “그녀에게 놀이는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삶의 조건 속에서 예상치 않게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우연에 대한 긍정은 세계와 삶에 대한 긍정을 의미한다”고 했다.이명미의 작품에는 동물과 사람, 식물 등 생명을 가진 존재들부터 집과 의류, 음식, 가구 등과 심지어는 숫자와 문자 등의 사회적 의미를 가진 존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적 삶의 모든 요소가 회화적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모든 척도의 기준이 되어 가치를 수치화하는 오늘날, 이명미는 사회에서 가치를 잃고 소외된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화려한 채색 위에 원근감도 없이 아이처럼 단순하고 명백하게 표현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표면을 통해 사물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시대 속에서 태어난 삶의 패턴처럼 이미지의 언어적 기능을 암시한다.그리고 그러한 기호적 이미지와 함께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이명미의 ‘문자 TEXT’는 마그리트의 파이프 옆에 쓰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식의 이미지의 역설적 작용이 아닌, 그림 속 사물을 지칭하거나 일어나는 상황을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이렇듯, 이명미의 작품은 일면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정서로 돌아가는 근원 주의적 태도로 세상을 바라본 듯 하기도하고, 일상생활의 소재를 화려한 컬러와 반복적 패턴으로 표현하는 팝아트적 요소를 갖는 동시에, 보편적 진리보다는 주관적 감성과 형식으로 삶의 본질을 표현했던 표현주의 등 여러 전통 모더니즘의 미술 형식과 관련성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내지만, 그 어떤 장르에도 속해있지 않고 제한받지 않는 놀라운 자유로움과 주권에서의 해방을 느낄 수 있다.사물에 대한 시각적 이해와 언어적 이해 역시 양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자적 개념에도 시각적 이미지에서도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이명미 특유의 지적 ‘놀이 PLAY’를 통해 회화와 언어의 서술적 능력과 구조적 의미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여전히 그림에 목이 마르다는 그는 “늘 전시회를 하고 나면 왜 이것밖에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리고 또 그림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른다. 늘 감사한 부분이다. 다음 생애도 작가로 태어나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이번 전시는 3월13일까지다. 문의: 053-427-7736.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동부도서관 대구 100인 100책 특별전 마련

대구 동부도서관은 30일까지 1층 전시실에서 ‘100인 100책 - 대구에 산다, 대구를 읽다’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대구에 살며 대구지역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작가 100명의 작품집과 작품표지액자를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2019 지역출판산업 활성화 사업(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선정되면서 마련됐다. 시 분야 문무학 작가(홑), 아동 분야 권영세 작가(참 고마운 발), 수필 분야 신재기 작가(앉은 자리가 꽃자리), 소설 분야 장정옥 작가『나비와 불꽃놀이), 인문 분야 구본욱 작가(임하 정사철과 낙애 정광천 선생)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그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전시관람은 동부도서관 1층 전시실 개관시간에 가능하며 특별전시회에 대한 궁금한 사항은 동부도서관 독서문화과로 문의하면 된다.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대구문인협회 선정 2019 대구의 작가상에 김청수 시인

대구 달성군자원봉사센터에 근무하는 김청수(53)씨가 최근 대구문인협회가 선정한 제10회 대구의 작가상에 선정됐다. 대구 달성군 화원에 거주하는 김청수 시인은 고향이 고령 개실마을로 2005년 시집 ‘개실마을에 눈이 오면’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4년 계간지 ‘시와 사람’ 봄호 신인상을 비롯해 창작과 의식문학상, 고령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차 한 잔 하실래요’, ‘생의 무게를 저울로 달까’, ‘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 ‘바람과 달과 고분들’ 등을 출간했다. 김청수 시인은 “폭 넓은 예술 세계와 문학에 대해 끊임없이 격려를 해 준 김동원 시인께 고마움을 전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김 시인은 고령문인협회 시분과 위원장, 계간 ‘시와 늪’ 심사위원, 계간 ‘시 하늘’ 운영위원, 대구시인협회 감사, 대구문인협회 이사, 달성문인협회, ‘시와사람’시학회, ‘함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김재호 기자 kjh35711@idaegu.com

아양아트센터 반갑다 서생원 전

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는 예술가들이 전하는 2020 희망 메시지인 ‘반갑다 서생원(鼠生員)전’을 내년 1월8일까지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경자년을 맞아 새해를 더욱 힘차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흰색 쥐를 모티브로 83명이 제작한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경자년은 ‘흰색 쥐’가 주인공인 해로, 쥐는 영리하고 새끼를 많이 낳을 뿐 아니라 재물을 많이 모은다고 해서 다산과 부를 상징하며 특히 흰색 쥐는 영험함까지 겸비하고 있다.이번 전시는 또한 예술가들의 해학과 재치가 숨어있는 작품 감상뿐 아리나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띠 주제 장신구 만들기’, ‘감사 연하장 보내기’ 체험도 함께할 수 있어 재미있는 전시회로 꾸며질 예정이다.참여 작가는 김기주 김동휘 김상용 양대일 우희경 이명희 이병진 이우석 장정희 전병열 정세벽 정진훈 홍원기 홍윤식 황미숙 등 83명이다.문의: 053-230-3312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DGB갤러리 개관전 이이남 작가 전시 마련

DGB대구은행 갤러리(이하 DGB갤러리)는 리모델링 준공 기념 개관전으로 이이남 작가 ‘다시 태어나는 빛 Reborn Light’전을 내년 2월27일까지 진행한다.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이번 개관전에서 고전에 디지털을 접목해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된 작품들을 선보인다.200㎡ 크기의 DGB갤러리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인 ‘옐로우 그린 그라데이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차용해 소녀의 눈에 한줄기 눈물을 삽입한 디지털 기법을 사용한다. 디지털로 구현한 눈물 효과는 화가 베르메르와 하녀 그리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을 더욱 간절하게 극대화 시키는데, 이처럼 차용하는 명화의 긍정적 수용과 공감대 형성은 관람객을 명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초 시공간적 전이를 체험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이 밖에도 ‘고흐 해바라기 빛’, ‘크로스오버 쇠라 핑크’, ‘모나리자 전쟁과 평화’ 등 회화 명작을 재창조한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이이남은 조선대와 동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연세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5 베니스 비엔날레 개인 구축물 전시와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회담장에서 전시했으며 지난 11월에는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미디어아트 상영을 가졌다.문의: 010-5339-308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13년 만에 신작들고 대구 찾은 이석조 작가 개인전 개최

화단의 이방인이자 이단아로 불렸던 이석조(74) 작가가 13년 만에 동원화랑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이석조 작가는 1987년 인간 삶의 원형질을 상징화한 ‘만다라’ 시리즈를 발표해 명성을 크게 떨쳤다. 일흔에 발표한 ‘꼭짓점 미술’은 캔버스를 오리거나 한지를 찢는 방식으로 구현한 새로운 조형으로 형식과 양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파격을 이어갔다.이번에는 말과 여인이었다. 밝교 화려한 색채감과 단순한 필선이 강조된 이번 작품들은 최근 5년간 그린 신작들이다. 그동안 그렸던 작품들과 크게 달라졌다는 말에 작가는 "5년 전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작품에 유독 노란 머리 여자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그렇듯 이 작가에게 아내는 큰 존재였다. 이 작가의 러브스토리가 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부인 아이린(Irene Dugdale Lee)과는 대구에서 처음 만났다. 미군부대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당시 전시국가였던 우리나라를 찾아와 8개월만 머물다 갈 예정이었지만 이 작가와의 연으로 30년간 머물렀다.이 작가는 내가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아내의 덕이 컸다고 말했다. 그렇게 평생 옆에서 함께할 줄 알았던 아내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말은 이석조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자신의 생명을 살린 은인이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말을 너무 타고 싶었는데 어려운 형편으로 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말과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1988년 조선일보 미술관 두번째 전시를 앞두고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다 생사의 경계를 오갈 때 일으켜준 게 말이었다. 말을 타고 몽골의 초원을 질주하면서 죽음의 유혹을 털어내고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그렇게 말과 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도 승마를 즐긴다고.이번에 공개한 작품에 말과 여성이 주 소재로 등장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한 후 말과 여인의 그림을 그렸다.말이 본인의 생명을 살린 것 처럼 아내에게도 에너지를 불어넣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그림이 담겨 있는 것이다. 말 위에서 더욱 자유분방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말과 여자만큼 잘 어울리는 게 없다. 여성의 선과 말의 선이 너무 비슷하다. 말과 여성이 함께했을 때 아름다움은 더욱 배가 된다”고 했다.이 작가는 마지막으로 “피카소, 고갱 등 본인의 조각 작품을 고향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이석조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27일까지다. 문의: 053-423-130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박동삼·이병호·이환희 작가 ‘Peel-그 경계를 상상하다’ 전시

021갤러리에서는 누구나 이해하지만, 누구도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껍질’을 주제로 박동삼·이병호·이환희 작가의 ‘peel – 그 경계를 상상하다’전을 진행하고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형상의 맥락을 지우고 벗겨내고 켜켜이 쌓아 도발하며 껍질의 경계를 상상하는 회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형태의 현상과 본질을 구분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예술 형식으로서의 의미와 시각요소의 하나로서 형체인 형태(form)에서 ‘껍질의 경계’를 상상한다.껍질은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인 ‘뫼비우스의 띠’일 수 있지 않을까. 뫼비우스의 띠는 사물의 현상과 본질, 참과 거짓, 흑과 백이 서로 다른 면에 놓일 수 만 있는 것이 아니며 서로 동일한 면에서 지배되는 법칙에 적용 받는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이다.이번 전시에서 박동삼. 이병호. 이환희 작가는 형상의 맥락을 지우거나, 벗겨 내거나, 두터운 마티에르로 설치, 조각, 회화작품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박동삼 작가는 디테일을 삭제해 오롯이 실루엣만을 남겼을 때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로 껍질의 경계를 상상한다.실루엣은 사물의 윤곽을 드로잉한 것이다. 모든 사물은 각각의 실루엣을 지닌다. 실루엣은 이미지로써 인식의 매개체가 된다. 작가는 사물의 속성을 벗어버린 실루엣 그 자체로 작업한 조형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의 재료는 독특한 물성을 지닌 투명 테이프와, 한지이다. 두 재료의 물성은 사물의 속성을 버릴 수 있도록 해 주는 배경 역할을 한다.이병호 작가는 보이지 않는 영역, 껍질 이면에 존재하는 텅 빈 영역의 실체를 보고자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윤곽이 없는 겉이 사라진 텅 빈 영역에 존재하는 비정형의 그 무엇을 조각적으로 구현한다.작가는 실리콘으로 만든 인체 조각체에 기계 장치를 이용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거나, 절단된 인체 조각들을 재조합해 새로운 포즈의 조각을 만들어 낸다. 소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소멸하지 않는 것을 품고 있는 인간의 신체를 탈맥락화하고 재맥락화한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조각에서 껍질의 경계는 무력해진다.이환희 작가는 다양한 기법과 두터운 마티에르로 형식이 곧 내용인 개념적인 회화 작업으로 이미지에 대한 껍질을 깨는 것이 아니고 깨짐 바로 앞, 깨짐의 긴장 상태에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작가는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 서 있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밀도로 경계의 온도차로 피어오르는 모호함을 부하(stress)과정을 거쳐 강력하게 통제한다. 작가는 캔버스 표면을 우연에 맡기기보다는 매스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재료의 물성을 특정한 방식으로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캔버스 화면은 부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회화표면이 회화적 회화의 그것과는 다른 감각으로 탈주하고 변주하는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경계의 자유를 통제하기도, 상상하게도 한다.이번 전시는 내년 2월7일까지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예술발전소 9기 입주작가 김수 개인전 진행

대구예술발전소는 9기 입주작가 김수의 개인전 ‘생각과 행위 사이에서’전을 오는 29일까지 1층 윈도우 갤러리에서 진행한다.김수 작가는 상상과 사실의 경계에서 지나가고 있는 시간을 문장과 이미지 사이에서 발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퍼즐의 배경 속엔 삶과 죽음이 각각 한 장의 종이처럼 쌓여져 있으며, 작가는 재료를 통해 노동으로 생각을 이어 나간다. 작업 대부분의 재료는 이 세계에서 폐기되는 생산품, 버려진 오브제, 철거지역의 식물 혹은 재활용 되는 재료들을 이용한다.이번 전시 또한 누군가 내다버린 뻐꾸기 시계, 오르골 박스 속의 춤추는 인형, 고장 난 괘종시계의 축, 기어, 한때 새의 깃털이었던 배드민턴 공 등을 이용한다. 윈도우 안에 이러한 사물들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자그마한 원형 창들을 통해 세상을 쳇바퀴 돌고 있는 버려진 사물들이 그림자로 춤을 추는 시간과 작가의 먼지 같은 생각의 실험실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다.문의: 053-430-1225.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