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에서 12일만에 23번째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

김천에서 12일 만에 ‘코로나19’ 23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김천시는 미국 유학생 A(22·여)씨가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30일 밝혔다.A씨는 이날 오전 3시께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인천검역소에서 검체 후 아버지와 함께 김천 자택에서 대기 중 이날 오후 확진 판정 통보를 받았다. 치료 병상을 배정받은 후 입원예정이다.A씨 아버지는 자가격리 중이다.김천시는 A씨는 입국 후 바로 자택에서 대기 중이어서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호주국적의 유학생 B(33)씨도 인천공항에서 검체 후 양성으로 판명나 즉시 격리조치됐다.B씨의 부모는 김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안희용 기자 ahyon@idaegu.com

문향만리…수난 이대

수난 이대“…정치 좀 똑바로 하라고…” 하근찬 박만도는 전쟁에서 돌아오는 아들 진수를 마중하러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급한 마음에서 평소보다 빨리 읍내에 도착했다. 장터에서 고등어 한 손을 사들고 기차역으로 갔다. 대합실에 앉아 잘려나간 왼팔을 보며 지난 일을 회상한다. 일제 때, 그는 강제 징용되어 남양의 섬으로 갔다. 그 섬에서 산을 깎아 비행장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합군의 공습이 있었다. 격납고를 파던 굴로 피신했으나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바람에 왼팔을 잃었다. 불길한 기억이다. 이윽고 기차가 도착하고 아들을 만난다. 진수는 외다리로 목발을 짚고 나타난다. 만도는 극도로 속이 상했다. 주막에서 한잔 걸치고 국수를 사 먹이며 평정심을 되찾아간다. 만도가 소변볼 때, 진수가 고등어를 들어준다. 오른손 밖에 없는 만도에게 양손이 다 있는 진수의 도움이 요긴하다. 외나무다리를 만난다. 외다리 진수가 목발을 짚고 건너기는 무리다. 만도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아들은 아버지의 고등어를 들고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지켜본다…. 아버지는 태평양전쟁으로 한쪽 팔을 잃었고, 아들은 한국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전쟁으로 인해 2대가 소중한 몸을 손상당하는 기구한 운명에 기가 막힌다. 왜 죄 없는 사람이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는지, 왜 하필 그들 부자에게 연속적으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지,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뭔가 잘못되었다. 책임 있는 대상을 찾아내어 복수할 생각을 한들 그걸 탓할 수 없다. 복수까진 아니더라도 배상 정도는 주장할 수 있을 터다. 물러터진 사람이라면 실의에 빠진 채 퍼질러 앉아 팔자 탓만 할 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간혹 본다. 아버지는 징용으로 끌려가 왼팔을 잃었지만 낙담하지 않고 굳세게 살아왔다.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양반을 욕하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킨 일제 탓을 하지도 않았다. 섬을 공습한 미군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왔다. 유사한 비극적 운명을 이어받은 아들을 보면 참담한 기분이 든다. 아무나 잡고 실컷 두들겨 패고 싶다. 하지만 그는 평정심을 되찾고 비극적인 현실을 받아들인다. 목숨만 붙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아들을 위로하며 삶의 의지를 일깨워준다. 난관을 극복하려 혼자 몸부림치지 않는다.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여 상부상조하면 장애를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서로에게 팔과 다리가 되자고 한다. 팔 없이 꿋꿋이 살아온 아버지를 지켜본 아들이기에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소변을 보면서 느꼈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면서 깨달았다. 아버지는 돌아다니는 일, 아들은 집에서 하는 일을 하면 된다. 서로의 결손을 채워주는 삶이다. 아버지의 분노와 절망감이 애정과 희망으로 바뀌고, 아들의 상실감과 두려움이 자신감과 용기로 전환된다. 역사적 비극도 신뢰와 배려로써 협력하고 화합한다면 너끈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휴머니즘이 물씬 풍긴다. 한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만신창이가 된 채 삶의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민초들이 단단히 마음먹고 지도층에게 일갈하고 있다. 민초의 거친 삶을 보고서, 양심이 있으면, 제발 정치 좀 똑바로 해서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잔잔하게 꾸짖는다. 죽창 들고 나서는 사람보다 인내하고 삭이는 사람이 실상 더 고수다. 잘못된 것을 긍정과 관용으로 받아치는 작가의 노련함이 행간에 숨어있다. 오철환(문인)

문향만리…하늘역

하늘역 박해수촛불을 들고 / 하늘역을 어리둥절 / 찾아 갔습니다 / 남루한 아버지와 형과 아우가 / 먼저 도착해 있다고 / 우선 나를 찾았습니다 / 하늘역에는 / 부모와 동기간도 없고 / 만남과 이별도 없고 / 영원히 사는 것뿐이라고 / 하늘역에는 고통스런 시를 쓰지 않아도 / 좋은 시들이 많은 것이라고 / 내 마음을 몸을 하늘역처럼 살라고 / 하늘역을 놓았다고 / 촛불을 들고 나와 / 어리둥절 찾지 않아도 되니 / 몸과 마음속에 하늘역을 / 만들어 놓아라고 / 자꾸만 네 마음에 / 하늘역을 만들어 놓아라고 / 네 시가 가는 곳이 바로 / 하늘역이라고『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북랜드, 2008).................................................................................................................... 바닷가에 서서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이 눈부시다. 근심과 걱정이 포말로 산산이 흩어진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 너머의 세계를 바라본다. ‘바다에 누워’ 생각마저 잊는다. 해 저문 노을이 손짓한다. 일곱 색깔 무지개가 하늘까지 펼쳐진다. 하늘길이다. 별들도 쉬어간다는 멀고먼 아득한 그 길은 시를 껴안고 울면서라도, 시를 품고 무릎을 꿇어가면서라도, 기어코 가야만 하는 길이다. 시인은 ‘맨발로’ ‘걸어서 하늘까지’ 갈 생각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 그래서 가끔 무작정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건지 모른다.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데 가야할 곳을 알 리 없다. 그냥 떠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기차역을 보면 역마살이 돋는다.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시인은 간이역을 주목한다. 간이역에서 인간의 원초적 갈망을 찾아낸다. 간이역마다 시라는 부적으로 오아시스를 놓았다. 목마른 영혼의 갈증을 해소해 줄 시인의 몸부림이자 기도였다. 간이역은 간이역으로 이어져 하늘역에 닿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정체성과 그리움을 찾아 촛불을 들고 하늘역을 찾아간다. 어리둥절 뭐가 뭔지 모르는 하늘역에서 우선 자신의 참모습을 본다. 아버지와 형과 아우가 먼저 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곳은 부모와 동기, 만남과 이별도 없다. 영생만 있다. 살아생전 남루한 모습 따위의 가난과 고통은 인간사의 헛된 기억일 뿐 하늘역엔 의미 없는 무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고통 없는 하늘역엔 고통을 승화시킨 시를 쓰지 않아도 좋다. 시인은 오직 밝고 환한 시만 쓴다. 시인도 독자도 모두 행복하다. 고통을 나눌 일은 없고 기쁨을 함께 할 일만 남아있다. 하늘역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현실은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속에 하늘역을 놓는 일이다. 마음속에 하늘역을 놓고 보면 촛불을 들고 나와 어리둥절 찾지 않아도 된다. 마음속에 하늘역을 만들어 놓으라고 시인은 제안한다. 마음속에 하늘역을 놓은 시인이 쓴 시는 하늘역으로 향한다. 하늘역을 놓은 시인의 시는 구원의 복음이자 천국행 티켓이다. 간이역마다 마련해 놓은 시비는 하늘역으로 인도하는 사랑의 표지석이다. 시인의 인생역정은 하늘역을 찾아가는 행군이었고 시인이 남긴 시는 그 행로를 알리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우리는 이제 간이역으로 갈 일만 남았다. 간이역 시비에서 시를 읽고 기차를 타면 하늘역으로 간다. ‘죽도록 그리우면 / 외로우면 기차를 타라’고 노래하던 박해수 시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천상의 하늘역에서 시를 품고 있을 박해수 시인이 그립다. 지금 우리는 위로해줄 시인이 필요하다. 오철환(문인)

아버지의 유산

아버지의 유산 / 최언진길에서 길을 묻는 그런 일 다반사지/ 나에겐 어렵잖은 이정표 하나 있어/ 길이냐 길이 아니냐 어렵지가 않았다// 부표를 떠올려서 근심 뛴 모습인가/ 안심한 모습인가 그림을 그리란다.아버지 그 말씀 따라 길을 찾곤 하였지// 내게도 지혜 있어 평생을 써먹고도/ 녹슬어 썩지 않는 그런 말씀 있다면야/ 대대로 물려줄수록 빛을 발할 그 유산.- 시조집 『아버지의 유산』 (시조문학사, 2019)................................................. 유산이라 하면 물질적인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것이 정신적인 유산이다. 이를테면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지혜가 담긴 탈무드처럼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유산인 것이다. 낯선 길을 나설 때 우리는 흔히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그곳 지리에 빠삭한 사람을 만나면 다행이겠지만, 어설프게 아는 사람을 만나면 생고생하기 십상이다. 이때 바로 된 이정표만 있다면 아무리 낯선 길이라도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시인에겐 그 이정표 같은 존재가 바로 아버지이다. 갈림길 앞에서 어디로 갈까 망설일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과 표정으로 길을 선택한다. 이렇듯 인생에서 좋은 길 안내자를 만나는 것보다 귀한 행운은 없다. 더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께서 매번 그 향도 역할을 해주신다면야 그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훌륭한 부모님이 계셔서 미혹의 길로 빠지지 않게 하고 참다운 길로 이끌어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집안의 전통적인 지혜가 답습되어 가풍이 되고 아버지들의 엄중한 가르침은 가훈이 되어 대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요즘 풍토에서 가훈 운운은 참으로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가훈은 경주 최 부잣집의 경우에서 보듯이 한 집안 누대에 걸친 삶의 지침이고 지혜였다. 한 인간의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자양분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가훈은 양심에 충실할 것,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충실할 것, 믿음 속에 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해 나갈 것, 부자도 가난한 자도 되지 말 것 네 가지였고, 노무현 대통령의 가훈은 ‘자기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라’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가훈대로 살다 가셨다. 그랬던 가훈을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대가족이 해체되고 ‘밥상머리교육’이란 말도 사라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없는 시대’라는 말을 들은 지 모래다. 예전에는 ‘나를 세상에 있게 한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돈이 있든 없든, 신분이 높은 벼슬아치든 쭉정이 천민이든 상관없이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랐다. 그런데 다들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되니까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은 옅어져만 갔다. 자식은 아버지를 보고 자란다. 아버지가 길을 내면 자식은 그 길을 걸어간다. 아버지가 걸어간 삶의 궤적을 쫓아가며 자기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시인은 아버지께서 남기신 삶의 지혜와 가르침대로 베풀면서 오늘을 산다. 경기광주 지역에서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귀감인 분이다. 부박한 목적이 이끄는 정신없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아버지의 유지대로 사람을 귀히 여기고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면서 뜨거운 열정으로 가슴 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문화체험 한 편의 수필로 승화시킬 수 있어 유독 마음이 가

수많은 공모전 가운데서도 유독 마음이 갑니다. 경북에 산재한 문화재의 잘 알지 못했던 면모를 발견할 수 있고, 또 그러한 문화체험을 한 편의 수필로 승화시킬 수 있어서입니다. 작은 상이나마 해마다 수상을 하다 보니 대구일보 주최측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얼마 전 치매 판정을 받으신 아버지께 작은 기쁨이나마 전할 수 있어 흐뭇한 마음입니다.시나 소설에 비해 변방의 문학으로 취급받는 수필입니다. 수필만으로는 유일한 공모전인 만큼 앞으로 더욱 많은 글들이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6회 시흥문학상 우수상△제1회 여자의 행복 수기공모전 대상 △제7회 독도문예대전 최우수상△2019년 흑구문학상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아들 이름 나오자…아버지는 말문이 막혔다

“저는 독도 헬기 추락사고 배혁…구조대원 아빠입니다.” 독도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을 기다리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이 나오자 순간 말을 잇지 못했고 실종자 대기실은 또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지난 16일 대구 강서소방서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통화한 독도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배혁(31) 구조대원의 아버지는 한시라도 빨리 아들이 가족과 동료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날 배 구조대원 아버지는 “제가 독도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아직 아들이 아직 저 차가운 바다에 있는데 아비가 돼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에 독도에 남아 있다”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배 대원의 아버지는 이번 사고가 소방관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이 부모의 반대로 그 꿈을 접게 되는 불행한 선례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이 총리에게 부탁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서 이번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서 사고 원인부터 낱낱이 조사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소방대원 모두가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열악한 장비를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총리도 “소방관의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 또 정부 차원에서 독도 헬기 추락사고의 원인과 초동 대처, 진실 규명까지 빠지지 않고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실종자 가족들이 KBS 측에 요구한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는 “KBS의 사과는 KBS의 도리이기도 하고 국민의 도리이기도 하다. KBS 측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십대

십대/ 허정분 어린 시절에도 미래가 있다고 여겼다/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노래가 현실이 된다면 흰 죽사발 가득 고봉으로 얹힌 떡 마른 침을 삼켰다/ 봄꽃이 지고 오래된 농담처럼 입하나 덜겠다던 아버지가 산으로 가셨다/ 지병을 만장처럼 앞세운 불혹의 나이셨다/ 꺼이꺼이 곡소리 장단을 맞추는 오라비와 상여꾼 틈에서 오줌을 갈기는 동생도 미웠다/ 아버지 생전에도 철천지원수와 산다던 어머닌 부뚜막을 헐고 노구솥을 꺼냈다/ 워낭을 매단 소달구지가 낡은 이불과 그릇 몇 개를 허름한 초가 행낭채에 부렸다/ 날품 팔러간 들판 개망초 흰꽃이 옥양목처럼 펄럭였다/ 밤이면 반딧불이 허공을 선회했고 섬광을 그으며 유성별이 떨어져 내렸다/ 산자락 소나무 켜켜이 쌓아가는 흰 눈의 무게에 생살을 찢는 그 겨울 첫 달거리를 했다/ 덧없이 미래에 기댄 까마득한 날이 흘러 흘러갔다- 시집『울음소리가 희망이다』(고요아침, 2014)........................................... 십대 성장기는 삶의 과정에서 가장 보편적인 통과의례이자 가혹한 변화의 시기다. 좋든 싫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성장을 멈추기란 불가능하고, 누구도 그러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어른들은 흔히 십대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 시절엔 생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마냥 좋기만 한 순수의 시간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단 얘기지, 그 시기의 그들은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어른들의 말과 달리 십대엔 대개 시험과 입시에 시달리는가 하면 또 더러는 일찌감치 불우한 환경에 맞서야하고 사춘기도 겪는다. 이래저래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기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며 그 요동은 통증으로 반응한다. 십대들이 겪는 아픔도 고역도 방황도 실패도 모두 삶의 한 요소이다. 성장통은 지나고 보면 짧은 순식간의 바람처럼 여겨지지만 그 시기에는 조바심과 지루함으로 가득한 순간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짓거나 추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미래를 위해 혹독한 대가를 지불했거나 견디기 힘든 질곡의 나날이었을 경우 울컥 암울한 고통들이 역류되어 먹먹해지곤 한다. 가족들은 덫이자 굴레일 뿐이었다. 비루하고 신산한 삶들이 불운을 원망할 겨를도 없이 천형처럼 몸을 옥죈다. 어서 빨리 질척대는 가난과 고단에서 벗어나 세상 밖 미래로 뛰쳐나가야 했다. 반세기 전의 전태일도 그러했으리라. 추운 날씨에 수능시험을 치루는 수험생도 온몸에 불안을 휘감고 있다. 전태일은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대학생이 사방천지 널려있는 세상이다. 대학진학률이 80% 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럼에도 수능시험은 여전히 인생의 전부가 걸려있는 최대 관문이라 여긴다. 적성에 맞는 대학이라는 등 말로는 둘러대지만 출세하고 대접받고 행세부리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안간 힘들이다. 대학 나와도 별 볼일 있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여전히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 6~70년대엔 ‘가정 형편상’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일이 여사였다. 시인의 십대에도 물론이거니와 여자는 더욱 그랬다. 눈물을 삼키고 입술을 깨무는 일이 잦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인은 ‘미래가 있다고 여겼다.’ 그 미래가 문학이었던 셈이다.

자랑스러운 내 딸아…엄마가 평생 가슴에 묻고 살께

12일 대구 강서소방서에서 박단비(29·여) 소방대원의 시신 수습 소식을 들은 박 대원의 아버지는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딸이 자랑스럽다”며 흐느꼈다.이날 낮 12시20분께 소방대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박 대원의 어머니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며 애타는 마음을 달랬다. 이후 시신이 박 대원으로 밝혀지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크게 목 놓아 울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기억하는 박 대원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소방대원이었다.박 대원의 아버지는 “어제 CCTV를 통해 딸의 마지막 모습을 봤다. 딸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구조활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이어 “딸을 먼저 찾았지만 다른 실종자들도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 믿고 또 기도한다. 지금도 고생하시는 수색 당국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수색대원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박 대원의 어머니가 “우리 딸아~정말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가 평생 딸 가슴에 묻고 살아갈게”라며 눈물을 흘리자 주변은 눈물바다로 변했다.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박 대원의 발견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실종자 배협 대원의 어머니는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며 박 대원의 어머니를 얼싸 안았다.박 대원의 어머니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내 딸만 찾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경산시립극단 제6회 정기공연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14일 무료 공연

경산시립극단 제6회 정기공연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14~16일 사흘간 경산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14~15일(목·금요일)은 오후 7시30분, 오는 16일(토요일)은 오후 4시 공연하는 데 전석 무료다.이번 공연은 한국 연극의 대가 고 차범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인 ‘차범석 희곡상’ 제6회 수상작이다. 당시 응모작 중 최고 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연극화했다.김광탁 작가, 이원종 예술감독, 김도훈 연출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배우 이원종·이주실·안흥진·이승희·김지선·황현아 등 33명의 출연진으로 구성됐다.공연은 누구나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공연 시작 90분 전부터 좌석 관람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한다. 남동해 기자 namdh@idaegu.com

아들 잃은 아버지...억눌러 참았던 슬픔, 결국 고개 떨군 채 오열.

4일 오후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대구 강서소방서 3층 소회의실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한 수색 브리핑이 열렸다. 이날 브리핑에서 수색작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소식을 접한 한 실종자 부친, 브리핑 중 연신 물을 마시며 애타는 슬픔을 억눌러 봤지만 결국 고개를 떨군 채 오열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아버지 위해 간 이식 해준 최강민군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 준 학생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청도 모계고등학교 1학년 최강민(17)군.그는 지난달 4일 대구가톨릭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했다. 평소 간경화를 앓던 아버지가 해외 출장 후 병세가 악화돼 간 이식 외에는 소생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자신의 간 일부를 아버지에게 이식을 한 것이다.시험 기간인 지난달 4일 최군은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2주 동안의 회복을 한 뒤 최근 건강한 모습으로 등교했다. 최군의 아버지도 성공적인 수술을 끝내고 회복하면서 퇴원했다.이상동 담임교사는 “강민이는 평소 사교성이 좋고 배려심이 깊어 친구들을 잘 도와주며 교사에게도 예의가 바른 학생이다”며 “이번 수술을 마치고 강민이와 함께 학교를 찾은 강민이 부모님도 강민이를 대견해 했다”고 말했다.최강민군은 “부모님께 도움이 돼 기쁘고, 아버지가 빨리 건강을 되찾아 예전처럼 가족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산희 기자 sanhee@idaegu.com

곽상도, “아버지 찬스 없었다”는 문재인 아들에 “각종 의혹 살펴보겠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은 22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아버지 찬스’ 없었다며 특혜의혹을 정면 반박한 것에 대해 ‘시아버지 찬스’ ‘유학시절 부모찬스’를 살펴보겠다고 나섰다.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가 ‘(아버지) 찬스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며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의 며느리 장 모씨의 ‘시아버지 찬스’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곽 의원은 “장 씨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쯤 2017년 5월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 추진한 ‘2017년 메이커운동 활성화 지원사업’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적이 있다”며 “정말 우연히 정부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믿고 싶다. 조국 아들딸처럼 마법에 가까운 특혜와 편법, 부정을 저질러 놓고 합법이고 우연이라고 말하는 날이 오질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이어 “장 씨는 이밖에 2017년에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이화여대 여성공학인재 양성(WE-UP) 사업단’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청소년 기업가 정신 교육 연구’, 고양어린이박물관 ‘소리의 발견’ 전시에도 참여했는데 이 과정을 살피겠다”고 했다.곽 의원은 준용씨에게도 “코딩교육 프로그램 융합교재 납품과 관련해 정말 전국의 수많은 학교에 납품했는지, 이 과정에서 아버지 찬스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며 “미국 유학 시절 아버지, 어머니 찬스가 없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2007년 7월 김정숙 여사 절친인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뉴욕 맨해튼 고급 아파트 제이드 콘도를 매입했으며 9개월 뒤인 2008년 3월 준용씨는 뉴욕 유학길에 올라 같은 해 9월 명문예술대학 ‘파슨스’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다”며 “준용씨가 아버지, 어머니 찬스를 쓰지 않았다면 미국 유학시절 뉴욕 맨해튼 주거비, 차량유지비, 학비 등부터 자신있게 해명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유품정리사

유품정리사정명섭 지음/한겨레출판/396쪽/1만4천 원 조선 시대, 죽은 여인들을 위한 유품정리사가 있었다면? 이 책은 작가의 이러한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유품정리사'는 2000년대 초반 고독사가 늘어난 일본 사회에서 성장하며 4차 산업시대의 새로운 직업군으로 꼽히는 직종이다. 작가는 21세기 직업군을 18세기로 옮겨와 새로운 여성 서사 소설을 선보인다. 죽인 여인들의 지난 삶이 고스란히 담긴 유품을 대신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작가는 이러한 직업적 특성을 미스터리한 죽음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사용한다.이 책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유품정리사가 된 화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품에 남아 있는 삶의 흔적들을 통해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그간 정명섭 작가가 보여줬던 추리소설로서의 재미가 오롯이 녹아 있다. 여기에 여성을 대상화하는 사건들, 젠더의 역할과 정체성을 고착화시키는 사회,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굴레를 쓰는 모순 등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뜨거운 메시지를 담았다.역모 혐의로 의심받던 화연의 아버지가 죽었다. 목격자도 증거도 없는 사건, 포도청은 이를 자살로 마무리한다. 저잣거리에서는 임오화변의 가담자들을 숙청하려는 대비마마(혜경궁 홍씨)의 흑막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사건 이후, 화연의 어머니는 집안 살림을 정리하고 과천으로 내려가지만 화연은 끝내 한양에 남아 아버지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화연은 사건을 담당한 포교 완희를 찾아가 재수사를 요청하고, 완희는 수사에 대한 확답 대신 뜻밖의 제안을 한다.그렇게 화연은 몸종 곱분과 함께 죽은 여인들의 시신과 물건을 정리하는 대신,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로 한다.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됐지만, 유품을 정리하면서 화연은 규방에서는 알지 못했던 세상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들은 왜 죽은 것일까? 그녀들은 왜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화연의 물음이 커질수록, 여인들의 죽음 이면에 놓인 비밀은 아득하게 멀어져만 간다. 죽은 이들의 물건만으로 화연과 곱분은 죽음의 비밀을, 세상의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화연의 아버지의 죽음 뒤에는 어떤 음모가 숨어 있는 것일까?이 책을 이끌어나가는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화연과 곱분이 유품을 정리하며 알게 되는 여인들의 이야기고, 또 다른 하나는 화연의 아버지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는 임오화변 가담자 가족들의 목소리다. 화연의 아버지 장환길은 사도세자의 폐위 교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는 역모를 꾸민다는 익명의 투서 때문에 근신 중이었다. 화연의 아버지뿐 아니라 임오화변에 가담한 자들은 제 자리를 보존하지 못했으며, 궐에서 쫓겨나 비명횡사하거나 행방이 묘연해졌다. 여인들의 죽음을 정리하는 화연과 곱분 앞에 창포검에 의해 죽음을 당한 이들의 사건과 녹색 도포의 비밀스러운 행적이 머문다. 당시 임금의 말을 따랐지만, 현재 임금의 아비를 죽인 데 동조한 셈이 된 이들과 그의 가족들. 그 억울함은 말 못 할 깊은 원한만을 새긴다. 그러던 어느 날, 화연과 곱분이 조사하던 여인들과 임오화변에 연루된 이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사라지고야 만다.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 그리고 이후 왕위에 오르게 되는 정조. 소설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궁궐 밖 사람들의 시선으로 담아내 저잣거리의 이야기꾼처럼 풀어낸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비아이' 마약 논란 이전 아버지 김씨 24억 횡령 혐의로 구속… 부전자전

YG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가수 비아이(B.I·본명 김한빈)의 마약 의혹이 보도되면서 과거 비아이의 아버지인 김모씨의 횡령 사건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김씨는 비아이 데뷔 직전인 2014년 공범 1명과 지분 보유정보를 허위 공시, 투자금 181억 원을 모았고 회사자금 23억 9천만원을 나눠 쓴 혐의를 받았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김씨를 자본시 장법 위반과 특정경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당시 횡령 약 24억원과 투자금 180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가며 피해금액만 200억원 이상었으며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연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범죄가 부전자전이네', '훔친 수저로 잘먹고 잘살았었네', 'YG는 어떻게 저런 사람들만 모았지?'등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online@idaegu.com

“어쩌다 이렇게까지 해야 됐나”

오래전 미국에 가족 이민을 간 한 아버지가 10대 아들이 자꾸 말썽을 일으키자 회초리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그 아들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 위기를 모면했다. 아버지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참았다. 그 후 방학을 맞아 부자가 한국에 왔다. 공항에 도착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너를 지금 혼내 주려는데 어디 이번에도 경찰에 신고해 봐라.” 물론 우스개 얘기다. 그런데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자식이 부모를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것도 같다.정부가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민법 915조에는 ‘친권자는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체벌은 부모의 징계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을 것이란 얘기다. 법무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내년 말까지 민법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세계적으로는 현재 54개국이 자녀체벌을 금지하고 있고, 친부모 징계권을 명문화해 놓은 국가는 한국,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그러나 정부의 법 개정 움직임을 바라보는 장년층들은 별로 탐탁잖을 듯하다. 그들에게는 ‘귀한 자식은 매를 주고, 미운 자식은 밥을 주라(명심보감)’는 구절이 여전히 자녀교육의 금과옥조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국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복지부가 2017년 12월 4일~8일 전국 20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8%가 “사랑의 매가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다만 자녀 교육에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진 국민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내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인데 그깟 꿀밤, 회초리 한 대 때리는 것이 체벌이고 학대냐”라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이에 반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을 수긍하게 하는 또 다른 현실가정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자녀 학대로 신고된 부모 수가 2013년 5천454명에서 2017년 1만7천177명으로 많이 증가했고, 이들 기관에 2017년 2차례 이상 신고된 재학대 사례 2천160건 가운데 2천53건(95%)이 부모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이다.많은 부모가 아이를 엄하게 키우는 것과 아이에게 고통과 모욕을 주는 것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죽하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2011년 아동체벌금지법 제정을 한국정부에 촉구했을까.물론 엄한 자식 교육의 전통과 근래 벌어지고 있는 자녀 학대 문제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그래서 말인데, 이 두 가지를 한 데 묶어 법에 규정해 놓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또 만약 구분해서 법 조항을 마련한다면 그 구분 기준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간단치 않아 보인다.여기에 이번 법 개정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결국 훈육인가, 학대인가를 가르는 명확하면서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할 텐데 그게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구체적 법조문이 아니라 기존 판례를 잣대 삼아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해 왔다 한다. 가령, 아이가 멍들거나 다치도록 때리거나, 주먹으로 배를 때리거나 밀어서 넘어뜨리면 학대라는 식이었다.앞으로 예정대로 민법이 개정되면 친부모도 자녀를 체벌하면 죄가 된다. 그래서 이 법은 부모에게는 아무리 훈육이 목적이라도 스스로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생기게 하고, 또 매를 들어선 안 된다는 심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정부에서 내놓은 긍정적 측면이다. 이밖에 체벌 금지를 사회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그렇더라도 찜찜함은 가시지 않는다. 부모 자식 사이가 어쩌다 국가에서 법을 만들어 개입해야 할 지경까지 가게 됐는지, 세태가 씁쓸할 따름이다. 일각에서는 아동학대법 등 기존 법으로도 충분한 억제력이 있는데, 굳이 법을 개정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한다. 일을 풀어가는 데 있어 강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얘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