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너의 하늘을 보아

너의 하늘을 보아박노해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 네가 울며 다시 가는 것은 /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 너의 하늘을 보아 //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 가만히 //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 너의 하늘을 보아『오늘은 다르게』 (해냄, 1999).....................................................................................................하늘 보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만큼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방증이다. 어릴 때만 해도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는 일이 많았다. 파란 하늘을 보며 부푼 꿈을 키우곤 했다. 소를 잃어버리고 들판을 찾아 헤매긴 했지만 파란 하늘은 어려운 현실에서 희망을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이었다. 하늘의 구름은 상상의 나래를 펴주는 도우미였다. 늠름한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아리따운 여인의 얼굴로 변신하기도 했다. 하늘은 꿈을 보여주었고 갈 길을 알려주었다. 꿈이 있어 삶이 아름다웠다. 목표가 있어 오늘이 보람찼고 내일이 의미를 가졌다.목표가 있고 계획이 정해졌다고 해서 장밋빛 인생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현실은 팍팍하다. 쓰러지고 넘어지기 일쑤다. 그렇다고 주저 않을 수는 없다. 꿈을 실현하려면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야 한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다반사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갈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 힘들고 슬프다고 주저앉아 마냥 울고 있을 수는 없다. 화사한 꽃을 피우기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즐거움과 행복은 고생 끝에 달려있다. 피와 눈물을 충분히 보상할 만큼 그 꽃은 화려할 것이고 그 열매는 감미로울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하늘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말 수는 없지 않는가.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다시 일어나야 한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하늘이다. 누군가는 당신의 하늘이다. 그들을 사랑한다면 결코 절망할 수 없다. 희망과 용기를 갖고 갈 길을 끝까지 가야 한다. 길이 다하면 달콤한 성취가 웃으며 반겨줄 것은 명확하다.인생의 길은 험하고 고통스럽다. 고통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필요하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이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줄 수 있다. 허나 위로를 주는 일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입에 발린 말이나 진심이 담기지 않는 행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에겐 함께 떨어져주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다. 취업에 한번 실패한 사람에게 두 번 이상 실패한 백수보다 더 나은 위로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존감을 가진다. 자존감을 살려주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변명거리를 주는 것이 그것이다. ‘너만 넘어진 것 아니야. 모두 다 넘어졌어. 다른 사람은 넘어지고 깨어지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너는 그래도 양호한 거야.’ 유치해보이지만 웬만하면 약발이 잘 먹힌다. 마음에 없는 말이나 어설픈 위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남의 좌절이나 불행을 은근히 즐긴다는 느낌을 준다면 분노나 반발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 좌절과 절망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시 ‘너의 하늘을 보아’를 보낸다. 상처 많은 사람이 동병상련의 마음을 담아서. 오철환(문인)

우한 다녀온 경북 사람 1명 추가 ‘51명’…11명 모니터링 음성 2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지 나흘째인 30일 경북에서는 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지난 13~23일)을 다녀온 방문객(전수감시대상자)이 전날 50명에서 1명이 추가돼 51명으로 늘었다. 경북도는 이들 가운데 16명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해 11명은 역학조사까지 완료했고, 5명은 연락이 닿지 않아 특단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전수감시대상자 모니터링에서 2명이 음성결과가 나왔다”며 “전수감시대상자 역학조사기간은 다음달 7일까지 이지만 역학조사를 신속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의심환자 신고는 전날 51건에서 70건으로 늘었다.이 가운데 24건이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16명은 확진검사 음성으로 격리해제되고 검사가 필요한 8명 중 6명은 자택격리로 모니터링 중이다. 2명은 현재 검사의뢰 중이다. 국내 확진환자 밀접접촉자는 전날과 변동없이 10명을 유지한 채 1대1 담당 공무원이 하루 2회 이상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하는 등 능동감시를 하고 있다.특히 이날 국내 확진환자가 2명 더 늘어난 6명 중 여섯번째 확진환자가 국내 세번째 확진환자 밀접접촉자로 확인되자 경북도는 바짝 긴장했다. 경북의 확진환자 밀접접촉자 10명 중 2명도 세번째 확진환자 밀접접촉자이기 때문이다.경북도 관계자는 “여섯번째 확진환자가 세번째 확진환자 밀접접촉자임을 통보받고 능동감시를 통해 모니터링한 결과 현재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우한 폐렴 조기발견 및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도민들의 자발적인 신고와 의료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손 씻기, 기침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구는 30일까지 능동관리자가 16명이다. 의심신고자는 13명, 확진자 접촉자는 3명이다. 우한에서 입국한 주민은 모두 34명이다. 현재 능동관리자와 우한 입국자 모두 건강상태는 이상없다.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기계가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경북경제진흥원, AI 면접 솔루션 기반 심층 컨설팅 지원

경북경제진흥원이 출연기관 최초로 인공지능(AI) 면접 솔루션을 활용한 심층 컨설팅 지원에 나선다.경북진흥원은 이르면 3월 초 홈페이지를 통해 AI 면접을 체험할 취업준비생을 모집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를 위해 다음달 중 관계 자문가 자문을 거친 뒤 AI 면접솔루션 개발사와 계약을 완료하기로 했다.최근 국내에서 공기업, 대기업,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AI 면접이 확대되는 추세다. AI 면접의 신뢰성이 입증되고 있는데다 객관적 평가와 효율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2019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AI 면접을 활용한 기업은 200개를 훌쩍 넘겼다. 또 실무자 및 임원 면접에 앞서 반드시 AI 면접을 받도록 하는 회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경북진흥원이 AI 면접 솔루션을 활용한 심층 컨설팅 지원에 나선 건 수도권 지원자에 비해 경험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지방의 취준생 때문이다.경북진흥원은 경북지역 대학 졸업(예정)생 100명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기업이 도입한 AI 면접 솔루션을 이용해 모의 면접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희망 직종에 대한 직무 적합도를 분석하고 적합한 자소서와 취업전략을 수립, 취준생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또 인성과 직무 적합도를 중시하는 지역의 강소기업에게는 우수인재를 채용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자세한 내용은 경북도경제진흥원(www.gepa.kr) 일자리종합센터(1544-8819)로 문의하면 된다.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4.15 총선 드론)정순천 “지방 살려면 지방의원 국회 진출 필요”

4.15 총선 대구 수성갑 자유한국당 예비후보인 정순천 전 당협위원장은 27일 “지방이 살려면 지방의원들의 국회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정 전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우리 정치는 고향에서 고교나 대학 졸업 후에 서울로 올라가 많게는 30년 이상 산 후 금의환향해 출마, 당선 또는 낙선 후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 관례”라며 “이는 지역의 자존감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고 지방 자치와 분권의 첫 걸음은 지방의원 출신의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라며 “지방의회에서 연습이 된 지방의원들이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의원들의 업무 대부분이 국회의원 업무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국회에 가서도 규모만 달라졌을 뿐 내용 대부분이 일치한만큼 준비된 지방의원들의 국회진출은 꼭 필요하다”며 “이번 총선에서 대구에서 준비된 지방의원 출신의 국회의원 탄생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 대구 살리기에 앞장서는 전사가 되겠다”고 했다. 한편 정 전 위원장은 대구시의원 3선, 대구시의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4·15 총선 드론) 서훈 전 국회의원 대구 동을 한국당 김재수 예비후보 선거대책본부장 맡아

4.15 총선 대구 동구 을 자유한국당 김재수 예비후보는 23일 “지역구 의원을 지냈던 서훈 전 국회의원(제14, 15대)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어렵게 모셨다”고 밝혔다.서훈 전 의원은 이날 김재수 예비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흔쾌히 맡은 것과 관련, “김재수 후보는 이 지역 출신이다. 동촌에서 초·중·고, 대학을 다니고 이 지역에서 생활하여 누구보다도 지역사정과 정서를 잘 알고 있는 후보”라며 “현 후보들 중에서 가장 스펙이 훌륭한 분이다. 지금까지 대구 동구지역에는 장관출신이 국회의원에 출마한 적이 없고 김재수가 유일하며, 폭 넓은 인맥과 풍부한 경륜을 가져 동구발전에 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서 전 의원은 특히 “김 후보는 가장 인격적이고 훌륭한 사람이다. 신의가 있고 품격을 갖춘 사람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갖춘 된 사람”이라며 “김 후보의 경북고등학교 담임선생이었던 이도수 교수님도 김 후보자가 훌륭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는데 감명을 받았다”고 김재수 후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창재 기자 lcj@idaegu.com

그래도 밭은 갈아야 한다

그래도 밭은 갈아야 한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볼테르는 1775년 2만여 명이 사망한 리스본 대지진을 보고 유명한 소설 ‘캉디드’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세계는 아름답고 조화로워야 하며, 예고 없는 재난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참혹한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아수라장의 와중에서도 교회는 종교 재판을 통해 사람을 화형에 처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만일 이러한 세상이 선하고 자비로우신 신의 섭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최선의 세상이라면, 도대체 무자비한 신이 만든 세상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세상일 것인가”라고 볼테르는 절규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의 모순된 사회와 정치, 부패한 성직자들, 대중의 어리석음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종교와 정치의 공리공론 때문에 신음하는 일반인들의 분노를 표현하며 평생을 인간의 편협성과 광신에 맞서 싸웠다.소설 속 주인공 캉디드는 걱정 없이 살던 성에서 난데없이 쫓겨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갖가지 최악의 상황과 수많은 재난, 부조리를 경험한다. 소설 속 대사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우리에게 생생한 현실로 다가온다. 그는 등장인물로 하여금 “신이 이 세상을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을까요?”라고 질문하고는 “우리의 화를 돋우기 위해서죠”라고 답하게 한다. “선생, 당신은 물론 자연적인 면이나 도덕적인 면에 있어 이 세상이 최선이며 다른 세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죠?”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는 “아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위치를 모르고 책임도 모르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항상 무리한 언쟁만 일삼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한다.볼테르가 ‘캉디드’에서 표현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을 받는다. 극단적인 진보와 보수는 종교재판과 화형을 일삼던 시대의 타락한 성직자와 폭도들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자기 성찰과 반성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신념을 종교의 교리처럼 신봉한다. 그들은 파당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대편 사람들에게는 종교재판과 화형, 인신 번제에 가까운 방법까지도 적용하고 싶어 한다. 이런 곳에서는 건강한 논리와 비판적 이성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식과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여기에는 건강한 담론과 토론도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빨간 사과를 두고 내가 지지하는 편의 누군가가 검은색이라고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불문곡직하고 검다고 말한다. 그 안에서 바른말을 하면 집단 린치나 따돌림을 받아 그 무리들 속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가 없다. 어디엔가 속해 같은 구호를 외쳐야 불안하지 않는 무비판적인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젯거리다. 이들보다 더 나쁘고 악랄한 사람은 누구인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같은 패거리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거나, 대중들을 선동하여 잘못된 구호를 계속 외치도록 부추기는 사람들이다.어지러운 시국과 관계없이 국민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볼테르는 소설에서 검둥이 해적들한테 일백 번 겁탈당하는 것, 엉덩이 한쪽이 잘리는 것, 화형식에서 죽도록 매 맞은 다음 교수형 당하는 것, 교수형 당한 후 다시 해부당하는 것,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것 등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일들 중에 가장 나쁜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는 “추론은 그만두고 일합시다. 일하는 것만이 삶을 견딜만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걱정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권태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볼테르는 일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3대 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고 말한다. 그는 “그래도 우리는 밭을 갈아야 한다.”는 말로 소설을 끝맺고 있다.설 연휴가 시작된다. 낙관과 비관이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이 혼란의 시대에 말없이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과 따뜻한 인정을 듬뿍 느끼는 시간을 가시길 기원한다.

나는

나는/ 문숙가나의 어느 부족에선 사람이 죽으면/ 관 모양이 생전의 직업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어부였던 사람은 배나 물고기 모양/ 구두장이는 구두 모양의 관에 담긴다// 시인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는 나는/ 시집이나 펜 모양의 관을 그려보지만/ 아니다 시로써 돈을 벌어보지도 못했고/ 흔한 문학상으로 명예를 얻어 보지도 못했으니/ 시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삼십 년을 주부로 살았으니/ 밥솥이나 냄비 모양을 생각해보지만/ 아니다 전업주부라 하기엔 시와 통정한 시간이 너무 길다/ 국적없는 집시처럼 바람에 이끌리며 산 것이다// 어느 한 곳에 내 전부를 던져본 적 없어/ 작가로서도 주부로서도 이념도 없고 신념도 없다/ (중략)/ 가나식이라면 나는 죽어서도 관 모양이 없을 것 같다- 계간⟪문학청춘⟫2017년 여름호..................................................... 가나에선 사람이 죽으면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해 축제처럼 장례가 치러진다. 밴드와 가수의 신나는 음악에 맞춰 웃는 얼굴로 춤을 춘다. 이들은 관을 중히 여기는데 관 모양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물건으로 하거나 종사했던 직업과 관련된 모양으로 제작한다고 한다. 탱크, 물고기, 젖소 같은 모양의 관에 시신을 안치시킨다. 고추농사를 짓던 사람이 죽으면 고추 모양 관을, 생전에 콜라를 엄청 좋아했다면 코카콜라 관을,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게 소원이었던 사람이면 가나에어 비행기 관에 넣어 시신의 한을 풀어주기도 한다. 우연히 가나 장례 풍습을 듣고 시인의 습성이 발동하여 ‘나는’ 어떤 관에 담겨질까를 생각한다. 자신은 ‘시인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먼저 내세울만한 신분이라 ‘시집이나 펜 모양의 관’을 떠올려보는데, ‘시로써 돈을 벌어보지도 못했고’ ‘흔한 문학상으로 명예를 얻어 보지도’ 못했음으로 당당히 시인이라 하기엔 어쩐지 멋쩍다. 그렇다면 다음은 30년차 전업주부겠는데 이 역시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임했던 역할이 아닌지라 마땅찮아 한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관’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자문을 할 때가 있다. 대개는 자기 스스로를 뾰족한 재주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안에서 지방을 쓸 때 ‘학생부군’ 즉, ‘배우는 학생으로 일생을 살다 가신’이라고 적는 것이리라. 대다수 유생들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 때문에 죽어서도 공부를 계속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평생 벼슬 한번 못해본 백수건달이라도 ‘학생’으로 살고, 또 죽어서도 ‘학생’으로 살라니 축원이라면 축원이다. 어느 당파에 가담하지 않는 것 역시 다행한 일이다. 어느 한쪽에 휘둘리지도 발목 잡힐 것도 없으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장담은 못하지만 살아가면서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우려되는지 정도는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기본 양심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라는 성찰적 지점에 이르면 자괴감만 가득하다. 지난 12년 동안 이 지면을 통해 시를 빙자하여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지만 이젠 입도 닫고 창문도 닫아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모자라고 내세울 것 없어 ‘가나식이라면 나는 죽어서도 관 모양이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學生’이란 간판은 따 놓은 당상이니 이 아니 기쁘지 아니할까.

삶의 승자와 패자

삶의 승자와 패자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며칠 있으면 설이다. 해가 바뀌고 부산하게 지내느라 아직 연하장도 미처 보내지 못한 이도 있다. 숙제를 덜 한 학생처럼 찜찜한 마음이었는데 다시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새해 소망을 다시 천천히 되새겨 적어본다. 올 한해엔 오기(五棄)로 살아가리라. 이를 악물고 힘내자는 오기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가지만이라도 버리고 살아보리라 마음을 먹어 본다. 그중에 첫째는 바로 ‘욕심’ 버리기다. 너무 욕심을 내어 내가 갖고 싶은 걸 갖고자 하다 보면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불만이 쌓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나는 남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가진 것에 감사하고 살아보리라. 두 번째는 ‘고집’ 버리기,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이 의견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고집부리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려 노력하다 보면 고집을 버리고 오히려 배움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셋째로는 ‘미루기’를 버리는 일이다. 오늘 할 일, 지금 할 일을 바로 해야 현재를 살아가지 않겠는가. 그러니 해야 할 때 바로 해버리는 것이 어쩌면 삶을 여유 있게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방책이 아닐까. 컨디션이 좋을 때 최대한 시간을 잘 활용하고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한 빨리 일을 완료하지 않겠는가. 네 번째로는 ‘화’ 버리기이다. 분노하고 원망하며 화를 내다보면 결국 그것이 우리의 내면을 잠식할 뿐이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 명심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다 보면 내게 잘못한 사람들과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화를 줄이려 노력하는 것이 나의 고통을 줄이는 최선책일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나’를 버리기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나 상대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나면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어 행복에 이르지 않으랴 싶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받은 기념 책자 속 글귀가 힘든 마음에 늘 큰 희망을 선사한다.‘승자는 당신 같은 사람입니다. 승자는 모험 할 기회를 잡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두려움이 자신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승자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삶이 험난할 때, 그들은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며 견딥니다. 승자는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그들은 하나 이상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방법을 시도할 용의가 있지요. 승자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더 많이 만들면서 자신의 약점을 존중합니다. 승자는 넘어지지만, 그 자리에 엎드려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입니다. 승자는 모든 면에서 선한 면을 보는 긍정적인 사상가들입니다. 일상적인 것에서, 그들은 특별함을 만들어 냅니다. 승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믿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볼 수 없을 때도 말입니다. 승자는 인내심이 강합니다. 그들은 목표란 것이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노력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줍니다. 승자는 당신 같은 사람들입니다.’ 인생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 구별은 간단할 수도 있다. 승자는 인생의 전체를 보면서 살지만, 패자는 인생의 한 부분만을 보면서 산다던가. 승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공까지 바라보지만 패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또 승자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성공을 꿈꾸지만, 패자는 자신의 배만 불리려 성공을 기다린다고 하지 않은가.디아스 포라 유대 경전에 ‘승자는 땀을 믿고 패자는 요행을 믿는다. 승자는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째 일어서고 패자는 일곱 번을 낱낱이 후회한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서 한 해를 멋지게 성공의 깃발을 든 승자도 많이 있을 것이리라.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했지만, 별로 거둔 것이 없는 아쉬운 한 해를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난 시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다가오는 음력 새해에는 멋진 성공을 이루어가는 승자가 되고자 꿈꾸기를. 승자는 넘어진 뒤 일어나서 앞을 보고 나아가려고 자세를 취하고, 패자는 넘어진 뒤 일어나서 뒤를 보며 후회한다고 하지 않던가. 다시 맞는 새해엔 여유를 가지고 하루는 25시간 이상이라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일하고 만족한 얼굴로 달콤한 휴식을 취해보면 좋지 않겠는가. 아무리 빨리 날아가는 시간이라도 꼭 붙잡아 함께 달리면서 내가 하는 일의 과정을 즐기다 보면 순간마다 성취의 기쁨을 만끽하지 않으랴. 동녘 하늘을 물들이며 설렘으로 다가드는 새벽빛처럼, 온몸 가득 밝고 희망찬 기운으로 한 해를 모두 다시 힘차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갈 곳이 없다더니

갈 곳이 없다더니/ 서정홍전라도 경상도 가리지 않고/ 공사장 일거리 찾아 돌아다닌 지 이십 년째라던 김씨/ 간암 진단 받자마자 다른 병까지 겹쳐/ 비싼 치료비로 집안 살림 거덜 나고/ 시내에서 산동네로 전세방에서 사글세방으로/ 사글세방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더니//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플 짬도 없이 바쁘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어야 한다더니// 죽는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눈물 쏟아내던 김씨/ 하늘로 갔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더니- 시집 『58년 개띠』 (보리, 2003).................................................산골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시인의 이웃 중에 이래 살다 세상을 떠난 ‘김씨’가 있었나보다. 우리 둘레에도 이처럼 ‘시내에서 산동네로 전세방에서 사글세방으로’ 내몰리며 전전긍긍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다. ‘이부망천’이란 과장된 비유로 해당 지역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얼빠진 정치인도 있었지만, 실제로 겪지 않고서는 그들의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 자고나면 밤새 집값이 일억 올랐네 이억 올랐네 그러면서도 성이 차지 않는 사람들이 ‘사글세방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알 턱이 없다.그들은 길거리에서 주워 모은 폐박스를 개근하면서 매일 휑하니 쳐다보는 저울의 눈금과 내 아파트 가격의 상승곡선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 서울에 사는 것도 다 능력이라며, 내 아파트 값 좀 오른다고 상대적 박탈감 어쩌고 배 아파들 말라고 한다. 작년 한해 서울의 새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평균 분양가 대비 50% 가까이 올랐다. 서울은 분양가 대비 실거래가가 평균 3억7천여만 원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치를 기록했고, 전국 평균으로는 입주 1년 미만 아파트 거래가격이 분양가 대비 6천8백만 원 상승했다.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분양 받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다. 결국 일부 당첨자에게만 행운이 돌아가고 그 틈바구니에서 부동산중개업자만 이익을 챙겼을 테지만 정부도 속수무책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으리라. 물론 분양가 억제책으로 공급이 감소되면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새 아파트의 가격은 더욱 오르고,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염려되기는 한다. 그래서 다른 규제책을 병행하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려는 오래된 탐욕의 싹을 자르지 않으면 실효성이 적거나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믿어주고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조금씩 욕망을 줄인다면 수요공급의 불균형이란 말도 사실상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자연으로부터 선사받은 선물인 토지는 사적소유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개념의 토지공유제를 돌아보아야하지 않을까. 경북대 김윤상 석좌교수의 ‘地公’ 주의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 지공주의는 “극심한 가난이 존재하는 원인은 토지의 사유에 있다”는 헨리 조지의 확신을 받혀주는 이론이다.부동산 투기의 대표적인 주범이자 악의 축인 아파트 투기에 대한 고강도 대책은 불평등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비난할 수는 없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가차 없는 불로소득세를 징수해 도시와 농어촌 빈민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분배의 정의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 2작사에 1억 원 상당 위문품 증정

‘(사)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지난 16일 설을 맞아 영호남·충청을 지키는 2작전사령부 장병들에게 위문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이번에 증정한 위문품은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LG생활건강으로부터 후원받은 샴푸,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이며 1억 원 상당이다.2018년 12월 2작전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은 작년에도 7차례에 걸쳐 생활용품과 선물세트, 음료수 등의 위문품을 전달하여 장병들과 군무원, 근무원에게 제공한 바 있다.특히 어려운 가정 여건에서도 모범적으로 복무 중인 용사 10명에게 매월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2작전사령부는 “장병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위문해 주신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동계 완벽한 전투준비태세를 확고히 하면서 튼튼한 안보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주도권 다툼에 보수통합 난항...유승민, “새 집 지으면 주인도 새 사람이어야”

보수대통합 논의가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새로운보수당 지도부는 15일 통합 논의 방향에 대한 의견 합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판단하에 자유한국당과의 ‘양당 협의체’ 설립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간다는 복안이다.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을 맡은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은 이날 당대표단·주요 당직자 확대연석회의에서 “새 집을 지으면 당연히 (헌 집을) 허물고 주인도 새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고, 거기에 우리 숫자 몇 개 붙인 걸 국민이 새 집 지었다고 생각하겠나”고 비판했다.또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통합 대상으로 우리공화당을 언급한 데 대해 “상식적으로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하면 정말 탄핵의 강을 건너고, 탄핵을 극복하는 통합이 되겠나”고 날을 세웠다.사실상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우리공화당과의 통합까지 추진하는 상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그는 “총선에서 진정한 승리를 위해선 보수 전체가 대오각성해야 한다”면서 “각자 모든 걸 내려놓고 보수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을 때 국민이 '저 사람들이 변화할 의지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반면 황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시시비비하고 내부총질할 것이 아니라 모든 자유우파 세력들이 다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이같은 갈등에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현재 가동 중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여론 수렴을 위한 임의기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양당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하 책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제안을 내놨다.하 대표는 “새보수당과 한국당이 보수재건과 혁신통합의 3원칙을 합의했으니 실질적 행동을 할 때라 양당 통합 협의체를 제안한다”며 “민간단체들로 이뤄진 혁통위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임의기구이고, 보수재건·혁신통합을 위한 효율적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위해선 양당 간의 대화기구가 필요하다. 구체적 방안과 핵심 사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새보수당은 박형준 전 의원이 이끄는 기존 혁추위가 통합 신당 창당을 위해 필요한 한국당, 새보수당의 해산에 대한 권한이 없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또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통합연대와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여러 군소정파가 참여한 통추위에서는 통합 논의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깔려있다.향후 통합 신당 지도 체제나 공천 배분 논의도 두 당이 주축이 돼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희망

희망 / 정해정 웃음 띤 그대 미소는/ 분노를 잠재우고/ 지구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무게가/ 때론 버거울 때도/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립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슬기로움이 되어 어두운 터널을/ 만난다 해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밤하늘에 뜬 수많은 별/ 그 중 유일한 별 하나/ 그게 바로 당신이랍니다.- 시집 『날마다 좋은 날』 (노블타임즈, 2019).......................................................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말들을 한다. 시를 잘 쓰기보다는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이 말에는 시적 성취가 인격의 성숙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함의도 지니고 있다. 시인에 앞서 그들도 생활인이며 남들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으면서 살아간다. 범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낯간지러울 수도 있다. 당연히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허물도 없지 않으리라. 이때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잘못과 허물에 대한 성찰을 시적인 비망록으로 남기려는 성향이 있고 그 사유를 시라는 틀 안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시는 자신의 상처와 허물조차도 진실하게 담아내는 치유의 그릇이며 희망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이 덜 여물었거나 설령 도덕적으로 사소한 흠결이 있다손 치더라도 시를 쓰지 못할 이유란 없다. 얼마나 진정성 있는 태도로 시를 대하느냐가 중요하며 진득한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람냄새가 밴 시면 족하다. 기교만으로 쓰는 시는 잠시 독자를 현혹시킬 수 있어도 그것은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으며 생명력이 짧다. 진실하고 진솔한 시만이 독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된다. 시가 우리의 삶에 밀착되지 않고 허황되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면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시인 스스로도 공허해지기 쉽다. 따라서 시 창작의 궁극적 의의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소박하고 평범한 진리를 담은 공자의 말씀이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능력자란 의미이기도 하다. 시를 놀이하듯 즐기는 사람은 이미 시를 통해 도달하고 성취한다. 시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요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희망은 점점 자라게 되어있다. 그리고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품에서만 자란다. 시인에겐 ‘사랑하는 당신’이 희망의 절대적인 끄나풀이다. ‘수많은 별’ 중에서 ‘유일한 별’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한 희망은 언제나 살아있는 것이다. 시적 성취에 이르기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그 믿음의 당신을 생각만 해도 기쁨이며 행복인 것이다.

간격

간격 / 안도현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시집『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 2004)......................................................... 자연의 현상을 노래한 많은 시는 그 상징과 비유를 통해 인간의 삶을 대변한다. 이 시도 숲을 원경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인식과 실제 숲 속에 들어가서 본 본디의 모습이 다른데서 얻은 깨달음으로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보았을 때는 나무들 간격의 빼곡한 밀착으로 숲을 이룬다고 믿었으나, 불 타버린 숲의 한가운데 들어서서 보았더니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이치가 통하고 또 작동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숲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로, 나무와 나무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개인을 일컫는다. 이 나무들의 모습에서 인간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를 발견한다. ‘어깨와 어깨를 대고’있다는 것은 얼핏 간격 없이 붙어있기에 결속과 일사 분란함이 가능하고, 그것으로 울창한 숲을 이룬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와 달랐다. 촘촘하지 않고 ‘넓거나 좁은’ 적절한 간격,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그 이유로 각각의 나무는 성장하고, 그 간격들이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룬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우리들 삶의 모습에도 적용된다. 진정한 사랑이나 우정은 맹목적인 밀착(혹은 집착)이 아니라 한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바라보는 여유와 조화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나무들 사이의 적당한 간격처럼 사람들 사이에도 이만한 간격은 필요하고,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도 한발 떨어진 위치에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는 있어야한다는 의미이다. 그 간격으로 바람이 통하고 햇빛도 들며 조화의 아름다움도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상처가 깊어지면 필경 사단이 나고 만다. 이런 간격의 소중함에 대한 잠언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결혼에 관하여’에도 볼 수 있다. “너희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은 서로 떨어져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그 적절함과 적당함이 대충 대강으로 들리기도 하겠다. 적당히 사랑해야 적당히 아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얼핏 인간적 순수성의 결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맹목의 사랑과 우정, 믿음과 밀착은 사달이 날 경우 그 폐해는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너무나 크다. 맹목으로 윗도리 아랫도리 홀딱 벗고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자, 어쩌면 심장을 잃어버릴 수 있으리라.

나의 소망

나의 소망/ 황금찬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 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월간 《좋은 생각》2008년 1월호................................................. 새해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크든 작든 꿈과 소망을 갖는다. 이 시는 1918년 강원도 속초 출생으로 2017년 99세에 세상을 떠나신 황금찬 선생께서 피력하신 소박한 새해 소망이다. 서른에 등단하여 70년 동안 멈추지 않는 시작의 길을 걸어온 선생은 평생 40권의 시집을 낼 정도로 다작을 하며 기독신앙적인 시를 주로 썼다. 선생의 시에 대한 작품성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인 강인함과 열정 앞에 무슨 대거리가 되겠는가. ‘정결한 마음’을 갖고서 남을 미워하지 않고 ‘욕심 없이 사랑하겠다’는 작은 소망이 무척 건강하고 맑게 느껴진다.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믿음 소망 사랑은 기독교의 3대 덕목이다. 한 장수 연구가는 또 다른 기독교적 정신의 하나인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에 더하여, 이러한 것들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의 삶이야말로 건강과 장수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처방을 내놓은 바 있다. 참고로 사랑에는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망라한다. 어쩌면 이 시에는 그런 장수의 비결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연역법적 추론으로 선생의 ‘소망’을 읽는다. 법정스님께서도 일찍이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누가 갖다 바치거나 안기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며, 그것은 곧 소망을 갖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하였다. 소망을 갖는 자 마땅히 행복할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그 생각은 아집이 아니다. 솜털보다 가벼운 눈송이에 꺾이는 소나무처럼 자신의 고집과 욕심과 미움이 꺾이기를 소망한 것이다. 우주의 법칙은 자력과 같아서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지만, 밝은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면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삶을 밝게 비춘다고 했다. 밝은 삶과 어두운 삶은 자신의 마음이 밝은가 어두운가에 달려 있고 그것이 우주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는 시인의 말씀도 그와 일치하는 삶이라 하겠다. 사람은 지력이나 체력에 앞서 감정부터 늙는다고 한다. 소복소복 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소망이라 쓰고 괄호를 연다. 괄호 안에 ‘밝음과 맑음’, 그리고 평소 선생께서 일관한 삶의 태도인 ‘겸손과 사랑’이라 적고 괄호 닫고 그 옆에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 하리라’ 노 시인의 소망을 그대로 이어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