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수필대전, 개목(開目)

입선 윤미영 안동 서후면의 아침은 황금빛 바다다. 순한 햇살이 들녘을 비추면 기지개를 켠다. 사람들은 추수 날을 손꼽으며 숱한 고비에 허리가 굽었다. 그날까지 무탈하기를 비손한다. 봄 파종 이후 잠을 설치며 애타게 기다림은 정점을 향한 안간힘이다. 풍요로운 들녘을 두리번거리는 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은 고요하다.두 갈래의 갈림길 위에 섰다. 왼쪽은 세계문화유산인 봉정사, 오른쪽은 개목사開目寺 가는 길이다. 갈림길에서는 차도 걸음도 잠시 멎지만 머뭇거리지 않는다. 마음은 K 작가의 라는 글향을 따라 앞서가고 있다. 길은 끝없이 유연한 가지를 뻗어서 열어준다. 투박한 발자국 소리에 먹이 찾던 어미 새가 놀랐는지 푸드덕 날아오른다.갈빛의 숲은 깊어진다. 산기슭을 돌 때마다 절정을 맞은 붉은 단풍의 자태가 고매하다. 날갯짓에 는개비 낙엽비가 흩날리며 몸을 떤다. 나뭇잎들이 무대에서 내려올 시간이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때를 맞추어 발레리나의 발끝처럼 사뿐하다. 미련과 집착도 이미 떨쳤다. 몸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소란스레 물을 필요가 없다. 발끝을 곧추세워서 수없이 딛고 차올랐을 봄의 비상과 여름내 쏟았던 푸른 열정을 기억한다. 낙엽이 피멍 흥건히 배인 발을 닮았다. 자연 속에서는 제각기 맡은 배역을 말없이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가을에는 길을 잃고 헤매어도 좋겠다. 몸을 쭉 늘이고 낙엽수 사이를 오가면 나도 숲 사람이 되려나. 낙엽의 구수한 향기에 눈과 귀가 맑아진다. 여태 개목사의 용마루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툇마루의 향내는 언제쯤 맡을 수 있을까. 귀한 것일수록 그리운 것일수록 마음의 애를 태운다는 말이 맞다. 이정표가 없는 길이다. 얼마나 남았는지 더 지치기 전에 오르막 그루터기에서 쉬어간다.마을이 저만치 엎드려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래전 극심한 눈병이 역병처럼 돌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여 눈을 잃었다. 어둠이 깊어갈수록 별빛만 반짝이는 마을에 한숨소리, 허리 굽혀 길 찾는 소리에 귀를 세운다. 갑자기 만난 갈림길에선 여지없이 길을 잃고 넘어지고 아우성이다. 눈먼 자들의 동네로 변해갔다. 마을의 고샅마다 생사의 소릿길이 생겼다. 변주곡이었다.지팡이가 눈이다. 순이 아버지는 딸과 살면서 목수 일을 했다. 심성이 곧았던 그는 나무 지팡이를 만들어서 그들에게 쥐어주었다. 하지만 그도 눈병을 얻으면서 딸의 손을 놓았다. 어둠 속에 홀로 남은 순이의 울음이 메아리처럼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눈병은 애간장 녹이는 재앙이었고 겨울은 길고 추웠다. 신음은 담을 넘고 넘어 산속의 절 앞에서 멎었다. 개목開目사 앞마당은 변곡점이다. 노승의 기도로 눈병은 시나브로 잦아들었고 서후면의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 태풍처럼 마을을 휩쓸고 간 아픔도 시간이 약이다. 사람들도 굽은 허리를 펴기 시작했다.저곳이다! 속설의 진원지다. 개목사 전각이 눈에 들어온다. 소박하고 고적하다. 바람 한 점 없는 천등산 아래 아늑한 은신처처럼 느껴진다. 해바라기는 무거운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앞마당의 은행나무는 몇백을 훌쩍 넘긴 듯하다. 꼿꼿한 허리는 세월과 타협하지 않고 살아온 성정을 보이는가 싶다. 객을 보고 쿰쿰한 냄새를 풍기지만 던적스럽지 않은 인정스러움이다.개목사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으로 조선 세조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법당은 온돌을 놓아 조선 전기 건축으로는 보기 드문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원통전 안은 누구라도 마음자리 쉬어갈 수 있게 온기가 돈다.절간은 일주문도 해탈문도 없다. 문지방으로 햇살만 넘나든다. 글 속의 그날도, 오늘도 주지스님은 툇마루만 따끈하게 데워두고 출타 중이다. 풍경도 옮아온 듯 서먹하지 않다.툇마루 깊숙이 걸터앉는다. 손 등으로 결을 쓸어보면 할머니댁에 이른다. 할머니는 읍내 장에서 사 온 아기 얼굴만 한 수박을 우물물에 담가 두셨다. 점심을 먹은 후 수박을 반으로 쪼개면 하얀 속살의 단맛은 시원했다. 도시에서 온 손녀에게 주신 푸짐한 간식이었다, 마루는 그때나 지금도 넉넉하고 순박한 정을 나누는 곳이다.은행나무는 구릿한 냄새를 풍기며 객을 졸졸 따라다닌다. 눈길을 주지 않는 객의 어깨 위에 노란 잎을 훅~ 날린다. 옷깃을 당기며 장난치는 짓궂은 아이 같다. 혹시 주지스님이 당부했는지 모른다. 문은 활짝 열어 두고 객이 오면 반갑게 맞고 절간을 잘 지키고 있으라고….은행알을 한적한 길섶에 떨어뜨린다. ‘정몽주’의 시비가 있는 옆 마당이다. 선생은 천등산의 변화무쌍한 기운을 입어 십 년간 수행과 학문을 연마했다. 생의 마지막까지 고려에 대한 애국충절을 지키다 죽음을 맞았던 그를 보게 하려고 그런 거였다. 선죽교의 햇살도 오늘처럼 붉고 선연했을까. 그가 주지스님을 그리워하며 지었다던 시 한 편이 더욱 쓸쓸해 보인다.은행나무는 하세월 우직하게 버틴다. 숭숭한 둥치의 구멍들은 입동을 앞둔 바람 앞에서 관절마다 쑤실 것이다. 심한 골다증이라도 끙끙 앓는 사람처럼. 문득 ‘은행나무가 개목사를 지키는 큰 스님’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어느 주지스님처럼 삼천 배를 해야 만날 수 있는 위엄을 갖춘 건 아니다. 인정어린 스님이다. 항상 바쁜 작은 스님을 대신해서 문지방을 넘나들며 절간을 살피는 것이 느껴진다.법당 앞 툇마루에 다시 앉았다. 따끈한 툇마루가 불이문不二門이다. 견물생심, 비우고 비워야 한다는 그것마저 욕심이다. 욕심도 소유가 아니던가. 나는 요즘 속살이 갓 차오르는 글심에 욕심이 부푼다. 무거워지는 글눈을 뜨기 위해 개목사를 찾았다. ‘안다고 하여 무엇을 알며 본다고 하여 진정 무엇을 보았는지.’ 마음의 동요를 잠재우는 죽비 같은 은행나무 한 알이 발아래 떨어진다. 큰스님의 일침이다.오후의 햇살이 수터에 일렁인다. 물 한 바가지를 들이킨다. 눈을 씻는다. 세상을 보는 눈을 제대로 뜨라는 ‘개목開目’이다. 나는 절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뒷걸음질 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수필대전, 양동 풍경

입선 송시내 여름 한낮, 양동은 정적이 흐른다. 강렬한 햇살이 무색하도록 마을은 숙연한 분위기다. 견딜 수 없는 더위에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시간은 언제부터 멈추었을까. 낡은 흑백사진 속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양동 풍경마을 입구에부터 구릉의 언덕배기를 올라가며 자리 잡은 기와집들이 주변의 풍경과 더불어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같은 공간이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은 단순히‘좋다’와‘나쁘다’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울림이 있다. 관가정(보물 제442호)과 서백당(중요민속자료 제23호), 향단(보물 제412호), 무첨당(보물 제411호)까지 사대부의 고택들이 처음 건축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단정하게 서 있다. 담이 나지막한 골목을 걷다 보면 대문이 열리고 열 살 무렵의 댕기를 두른 아씨가 얼굴을 내밀 것만 같다. 키 큰 접시꽃이 호기심 가득한 아씨처럼 담장 밖을 구경한다.아마도 소작인의 집이었을까, 한길 쪽으로 반쯤 열린 나무 대문이 눈에 들어온다. 이끌린 듯 다가가서 문안을 들여다본다. 가르마처럼 정갈하게 가꾼 텃밭과 반질반질하게 손질한 장독대가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잔디를 심은 조그만 마당을 가운데 두고 기와지붕의 본채와 슬레이트 지붕의 아래채가 얌전하게 앉아있다. 모든 것이 친숙한 풍경이다. 방학이면 찾아가던 외할머니댁이 연상된다. 그 집에서 하루를 묵기로 결정한다.볼이 발그레한 주인 할머니는 열아홉에 영천에서 시집와서 육십여 년을 양동에서만 살고 있다고 하신다. ‘평생을 양동에서만 사셨으면 세월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지 않았을까?’나는 알고 있다. 우물 안의 세상은 고요해서 작은 바람에도 오히려 더 크게 흔들린다는 것을.하얀 머리칼을 곱게 넘겨 짧은 은비녀로 쪽을 찌던 외할머니도 그랬다. 일제 강점기 산청 지리산 자락에서 나고 자라 그곳에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외할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아이를 낳고, 해방을 맞이하고,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낮엔 국군이, 밤엔 빨치산이 마을로 내려오던 질곡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먹고사는 것이라 주변으로 곁눈질 한번 할 틈이 없었다. 자녀들이 성장해서 모두 출가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허리를 펴고 머리 위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중동에서 생때같은 아들을 잃었다.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기가 무섭게 며느리는 아들이 남긴 보상금을 챙겨 손주를 앞세우고 떠났다. 평생을 그리움 속에 살던 외할머니는 모든 기억을 놓아버리고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셨다.주인 할머니 얼굴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 얼굴이 중첩되어 보인다. 이분은 어떤 삶을 사셨을까, 500년 동안 관습에 굳어진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면 그것이 안온한 삶이었을까? 외할머니의 삶이 결코 개인만의 것이 될 수 없듯 이 집 할머니의 삶도 편안한 삶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곳간에 쌀이 얼마나 있는지,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하다못해 지난 장날에 사온 치마의 붉은색조차 숨길 수 없는 집성촌에서 개인의 삶은 언제나 집단에 귀속되어 왔을 것이다. 옆집 숙부댁, 뒷집 할머니댁, 여강 이 씨, 월성 손 씨의 삶 하나하나는 씨줄과 날줄로 직조되어 양동마을 500년의 역사가 되어온 것이 아닐까.‘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용어가 있다. ‘생물체 내부 환경을 변화시키지 않거나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말이다. 이는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내부 환경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상성의 개념은 사회체계와 가족에도 적용된다.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해 사회체계와 가정생활의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집단은 그 구성원들에게 협력과 보충을 요구한다. 적당한 통제와 사회화가 공동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500년 동안 마을은 하나의 생물체처럼 항상성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닐까.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은 변화하였지만, 마을 자체가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애쓰지 않았을까. 그것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해서 양동 정신을 이룬 것은 아니었을까. 기쁨과 슬픔이 연대되어 평생을 그루터기처럼 마을을 지키는 양동의 정신이 되어온 것이 아니었을까.담장엔 봉숭아가 피고, 마당엔 살구나무가, 텃밭에는 오이가 자란다. 아이들은 골목을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는다. 저녁이 되면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도마 소리가 난다. 젊은 새댁은 분꽃을 꺾어 꽃술을 길게 늘어뜨린 귀고리를 만들어 내 귀에 걸어준다.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낡은 이불을 반듯하게 개어 놓으신다. 할머니의 할머니는 사각사각 속삭이는 소리가 나는 이불을 덮고 누우셨을 것이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품 안 같은 햇살 냄새가 난다.밤새 꿈을 꾸었나 보다. 문 밖에선 바지런한 주인 할머니의 비질 소리가 들린다. 몇 번쯤은 목이 꺾이었을 낡은 선풍기는 그 밤 내내 밭은기침처럼 바람을 토해내고 있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구미시 제20회 대한민국 정수대전 시상식 가져

구미시가 지난 16일 새마을운동테마공원에서 제20회 대한민국 정수대전 시상식을 개최했다.한국정수문화예술원이 주관하고 구미시, 경북도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세용 구미시장 등 관련 기관장과 문화예술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이번 정수대전에는 미술(799점), 서예·문인화(660점), 사진(1천657점) 등 3개 부문에 총 3천116점의 작품이 출품돼 36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은 미술부문 김현우 작가(율2019), 서예·문인화부문 이선옥 작가(제5대 대통령 취임사 중에서), 사진부문 현금인 작가(도공)에게 돌아갔다.구미시 등은 제20회 대한민국 정수대전에 출품한 수상 작품과 입선이상 작품 1천여 점을 18일까지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전시관에 전시한다.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지역 유통가, 이번 주말 기획전 풍성

이번 주말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이웃사랑 바자회 등 다양한 기획 행사로 고객 잡기에 나선다.코트 브랜드전 등 겨울 상품 특집전 및 해외 유명 브랜드 대전 등 풍성한 기획전이 열린다. ◆대구백화점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지하 2층에서는 전관 이벤트 홀 기획행사로 15일부터 20일까지 ‘여성 겨울코트 브랜드 특집전&태림모피 대전’을 진행한다.데무, 아이잗바바, 트리아나, 비꼴리끄, 아일로, 디앤비퍼 등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이월 상품을 최대 80% 할인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태림 모피는 최대 7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한정특가로 블랙밍크조끼와 핑크 크로스 밍크재킷을 세일가에 판매한다.또 행사기간 닥스제화는 슈즈 균일가전을 열고 신사·숙녀화, 앵클부츠를 선보인다.해외 유명 브랜드 비비안웨스트우드와 꼬르넬리아니는 15~19일 프라자점 2층에서 최대60% 할인 판매하는 F/W 이월상품 대전을 연다.5층 속옷브랜드 비비안은 15~21일 ‘아듀 2019! 최대 80% 고객 초대전’을 열고 저렴한 가격에 고객들에게 선보인다.10층 중앙홀에서는 에이스침대 진열상품 특가전이 마련된다. 진열 매트리스를 최대 30% 할인해 주며 오는 16일까지 매트리스와 프레임 세트 구매시 베개 속통을 증정한다.대구백화점 본점 5층 캐주얼 브랜드 클라이드&테이트에서는 15~21일 겨울 패딩 초특가 기획전을 통해 가수 현아 애착패딩을 특가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하 1층에 대구 지역 최초로 여성 패션 콘셉트 스토어인 ‘라운지 B’를 새롭게 오픈한다.패션 전문기업인 보끄레머천다이징과 함께 선보이는 라운지 B는 보끄레머천다이징의 다양한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 볼 수 있다.또 여성복 전문 브랜드 온앤온, 레이브를 비롯해 핸드백 브랜드인 라빠레뜨, 화장품 브랜드인 땡큐 파머 등 총 8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오픈 행사로 17일까지 맴버십 가입 고객 대상으로 온앤온 히티온을 1+1으로 500개 한정 판매하며, 16일에는 조이그라이슨 엘린 카드지갑과 라빠레뜨 에코백 각 100개를 선착순 판매한다. ◆대구신세계백화점 대구신세계백화점은 1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각 층 매장마다 세일 행사를 실시한다.2층 남성구두 매장 금강 헤리티지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0% 할인 대전을 벌인다.3층 여성구두 매장 금강, 탠디, 미소페, 바바라, 세라, 캠퍼 등은 15일부터 시즌 종료시까지 2족 이상 구매시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4층 핸드백 매장 앤클라인과 칼린, 로사케이도 20% 할인전을 열며, 3층 여성구두 매장 에코와 4층 핸드백 매장 닥스와 헤지스, 질스튜어트에서는 10% 할인가에 선보인다.6층 영패션 브랜드 쌤소나이트레드에서는 15일부터 시즌 종료시까지 30~50%, 끌로디피에로는 22일부터 시즌 종료시까지 30% 세일전을 진행한다.영패션 브랜드 숲과 파프리카에서도 20% 할인전을 열며, 스포츠 브랜드 리복도 20~30% 할인가에 판매한다.4층 여성복 브랜드 잉어와 메지스, 7층 란제리 매장 원더브라에서도 30% 특가전을 펼친다,아동 브랜드 블루독베이비와 밍크뮤에서도 시즌 종료 전까지 30% 할인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이랜드리테일대구·경북권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그룹 창립 39주년을 기념해 15일부터 17일까지 동아백화점 쇼핑점 광장에서 지역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2019 사랑나눔 겨울나기 행사 ‘이랜드 E-웃사랑 바자회’를 진행한다.바자회는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재단에서 슈펜, 펠릭스키즈 의류, 에코마트 생활용품 등을 기증받아 판매 수익금 5천만 원을 목표로 전 품목을 3천·5천·9천 원부터 판매한다.수익금은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취약계층 등 지역 불우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지원될 예정이다.또 오는 19일까지 ‘겨울 특가상품 대전’행사를 실시한다.동아백화점 쇼핑점에서는 행텐, 리트머스, 테이트, NII, 클라이드, 폴햄, 루이까스텔, 미소페, 에스콰이아, 포라리, 쉬즈미스, PAT 등의 신변잡화·영·남성·여성의류 겨울 특가상품 대전이 열린다.겨울상품 최대 80% 오프 대전 및 골프 방한의류 종합대전 등도 마련된다.NC아울렛 엑스점에서는 잡화·영·여성의류 겨울 특가상품 대전을 개최한다. 행사에는 엔코코, 알토, 데이텀, 숲, 태그, 메르디안, V벤치, 니꼴밀러, 쏘시에, 케네스레이디 등이 참여한다.남·여·영·골프·스포츠의류 겨울상품 최대 50~80% 오프 특가대전도 열린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2019 수필대전 취한대(翠寒臺)

입선 배해주 성리학의 갈라파고스를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된 소수서원이다. 장마가 꼬리를 감추고 대지가 고열에 지쳐 비지땀을 흘리는 8월 첫날이다. 예전에 주마간산으로 들른 곳이지만 세계유산으로 격이 높아지고는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발걸음에 설렘이 실려 있다.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은 이곳 출신으로 성리학의 시조인 안향 선생의 사표를 세워 위패를 봉안하고, 다음 해에는 학사를 건립하여 백운동서원을 창건하였다. 그 후 1550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재임하면서 명종에게 건의하여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았다.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공인된 사립 고등교육기관이다. 성리학의 큰 산맥인 퇴계 선생의 많은 제자가 이곳 출신이다. 그리고 4천여 명의 유생들을 배출한 성리학의 보고다. 안동의 도산서원 등 9개 서원이 14번째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그중에 소수서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원이다.입구에 들어서자 하늘로 솟은 학자 수림이 먼저 세상의 더위에 지친 길손을 반긴다. 한 줄기 바람이 전하는 솔향은 선비의 기개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서원에는 안향 선생의 초상이 국보 제1111호 지정되어 있고, 보물 제1403호인 강학당을 비롯한 보물 4점, 명종의 어필인 소수서원 현판 등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5점이 있다. 예쁘면서도 마음씨까지 고운 여인처럼 서원의 품격에다가 문화재로서의 가치까지 품고 있는 귀한 곳이다. 서원 안에는 강학당, 장서각, 전사청, 영정각, 직방재와 일신재, 학구재와 지락재, 경렴정, 취한대 등 오밀조밀 어깨를 부딪치듯 배치된 전각이 정겹다. 건물 하나하나가 나름의 의미와 상징성이 있지만, 지남철이 당기듯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한 것이 있다. 바로 취한대다. 서원 경내가 아닌 죽계 건너에 혼자 다소곳이 자리 잡았다. 서원 쪽에서 보면 잔잔히 흐르는 죽계에 거울처럼 투영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취한대는 학문에 심취한 유생들이 잠시 여유를 즐기던 곳이다. 취한(翠寒)은 연화산의 푸른 기운과 반변천의 상류인 죽계의 맑고 시원한 물빛에 취하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는 뜻이다. 퇴계 선생이 옛 송취한계(松翠寒溪)에서 비취 취(翠)와 차가울 한(寒)에서 따서 지은 것이다.취한대는 8개의 둥근 기둥 위에 팔작지붕이 주변의 풍경과 어울리며 편안하게 앉아 있다. 정면 3칸에 측면 1칸 반 겹집의 목재 건물로 단청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본연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바로 화장하지 않은 민얼굴의 순수함이 취한대의 백미가 아닐까? 서원 경내 쪽에서 보면 단아함에 서기가 서려 있는 듯하고, 취한대에 앉아 죽계 건너를 보면 금방 시 한 수가 떠올라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마루에는 여성 몇 분이 앉아 담소를 즐기고 있다. 간간이 번지는 그들의 미소와 여유로움에서 지난날의 유생들을 보는 듯하다.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나도 발걸음을 조용히 하며 나름의 여유를 즐긴다. 송림에서는 매미가 여름을 노래하고, 연화산에서는 이름 모를 풀벌레가 더위를 쫓는다. 이에 질세라 죽계의 맑은 물은 조용히 시어를 토해낸다. 순간 폭염도 잠시 잊었다. 분위기가 주는 귀한 선물이다. 잠시 눈을 감으면 5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나도 유생이 되어 있는 듯 환상에 빠진다. 주변 환경이 사람을 만들어 간다는데 이렇듯 고즈넉한 곳에서 글을 읽고 시를 쓰며 학문을 닦았던 유생들은 어찌 충과 효가 깊지 않았으랴. 맹모삼천지교의 깊은 뜻을 이곳에서 다시 음미해 본다.그곳이 어디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폭포수 아래에 서면 떨어지는 물처럼 가슴이 요동을 치고, 높은 산에 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높은 기개가 가슴에 안겨 온다. 망망대해로 나가면 아무리 큰 배에 몸을 실어도 나뭇잎같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현란한 조명에 싸이키 음악이 울리는 클럽에서는 평온을 찾을 수 없지만, 풍경 소리 들리는 가람에서 부처님 앞에 엎드리며 방하착(放下着)은 덤으로 얻어진다. 성리학의 서기가 서린 취한대에서 눈으로는 송림의 기개와 민얼굴의 순수를 느낄 수 있고, 조용히 흐르는 죽계의 물소리는 소음에 찌든 귀를 정화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땅과 하늘, 숲과 물이 맑은 곳이다. 맑은 곳에서 맑은 마음이 생기고, 맑은 언어와 맑은 행동이 발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곳은 지그시 눈만 감아도 자연의 본성까지도 느낄 수 있는 학문의 전당이다, 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곳에서 학문을 연마하여 충과 효를 실천했던 유생들을 생각하고 몇 날이라도 살아야겠다. 이것이 취한대가 주는 교훈이다. 매미들의 합창을 뒤로하고 조용히 귀를 모으면 죽계의 물소리는 더 청아해진다. 나뭇잎 하나가 물 위로 사뿐히 내려앉아 수류거(隨流去) 한다. 참으로 사위가 맑은 곳이다. 세상이 답답하고 삭막할 때, 조용한 취한대에 앉아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충과 효를 되새김질해 보는 것도 오늘을 살아가는 맛이자 지혜이리라.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수필대전 과메기 오브제

입선 박하성 수천수만의 연등이 묵언수행 중이다. 두 손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 홍련을 닮았다. 저들은 얼마 전 이승에서의 마지막 푸른 유영을 끝냈다. 바닷바람과 햇살이 잘 드는 곳을 골라 다비식을 치르기 전 의식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거침없이 어디에든 닿았던 족속이었다. 저들은 너른 초원의 전쟁터를 폭풍처럼 누비고 휩쓸던 유목 부족의 기마 전사들이었다. 푸른 지느러미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사방팔방으로 대양을 내달리던 온전한 자유이자 절대자였다.이제 저들은 안식에 들 것이다. 죄 없는 칼이 일찍이 머리를 잘라 번뇌를 끊고, 뼈를 발라 업을 끊어주었다. 창자를 도려내어 미혹함을 버렸으니, 이젠 넘나들어야 할 경계가 없다. 오로지 혹독한 수행을 거쳐 열반에 들 일만 남았다.비린 생이 치러야 하는 의식이다. 살아서는 닿지 못했던 공중에 가부좌를 틀고 비릿하게 말라가는 수행에 들었다. 더욱 정진하라고 하늘법당 큰스님은 햇살 죽비로 등짝을 때린다. 수십 길 바다 속에서 보았을 때는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답던 햇빛이었던가. 그 햇살이 이제는 죽비가 되어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어깨며 등짝에 가시처럼 내리 꽂힌다.동해 찬바람은 속살을 아리게 후벼 판다. 더 비우라고 자꾸만 다그친다. 속내를 다 덜어냈는데 무엇을 또 비우라는 말인가. 남은 건 꾸덕꾸덕해지는 껍질과 알맞게 간이 밴 검붉은 속살뿐인데 또 비울 것이 있단 말인가. 질기디질긴 숨비소리조차 마지막으로 토해내지 않았던가.하지만 비울 게 없을 것 같아도 비워지는 게 있다. 채 버리지 못한 욕심 찌꺼기가 꾸역꾸역 기름으로 흘러나온다. 백팔 번 얼었다가 백팔 번 녹으면 해탈의 경지에 드는가. 어는 것도 고통이지만 녹는 것도 사뭇 고통이다.관목청어貫目靑魚라고 했다.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뚫고 꿰어 말렸다는 뜻이다. ‘목'이 ‘메기'가 되어 관메기가 되고, 관에서 ㄴ이 탈락해 과메기가 되었다고 한다.청어가 많이 잡히지 않으면 꽁치를 사용한다. 제조법도 전통적인 방법과 달라졌으나, 동해안 구룡포의 과메기는 한국의 특산품이 된 지 오래다. 과메기의 계절 겨울이 오면 포항과 구룡포 일대는 문전성시를 이룬다.의식을 다 치르고 난 과메기를 공양으로 올린다. 사람들은 김, 파, 미역, 배추, 마늘 따위로 과메기를 치장하고 공양을 한다. 육신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비린 생의 내력들은 뒷맛으로 남는다.거칠 것 없는 온전한 자유가 저들의 속성이었다. 누구나 누리고 싶은 자유이다. 진정한 자유란 남에 의한 구속뿐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속박해서도 안 된다. 다만, 자유를 누리되 분별없이 방만해선 안 되고, 자신을 놓아주되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도전하되 무모하지 말 것이다.부단히 수행하고 비우는 것은 또 어떤가. 나는 지금까지 ‘나중에’란 생각이나 행동을 너무 많이 하며 살아왔다. 무슨 계획을 세우는 것도‘나중에’, 오늘 당장 해야 할 일도 ‘나중에’ 식이었다. 심지어 효도도 ‘나중에’, 좋은 일을 하는 것도 ‘나중에’였다.하지만 그 ‘나중에’ 란 날은 결코 오지 않았다. 그것 대신 온 것은 오직 뼈아픈 후회뿐이었다. 나중에 해야지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 책무를 미루어버리는 짓이었다.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이 단순해 보이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수행이라고 무슨 거창한 것이겠는가. 항상 바른 생각을 지니고,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제때 해야 할 옳은 일을 바르게 하는 것도 훌륭한 수행일 것이다. 바른 가치를 지향하는 참다운 삶이라면 거룩한 수행일 터이다.자신을 비우는 것은 또 어떤가. 내 안에 산패(酸敗)되어 있는 묵은 기름 찌꺼기조차 버리려 하지 않는 탐욕을 경계하라고 머리와 뼈, 내장을 버린 저들은 몸으로 엄중하게 보여주고 있다.역경과 난관도 견디고 극복하란다. 남을 짓밟고 딛고 서기 위한 승리가 아니라, 내 정당한 삶을 짓누르고 억압하는 고난을 정당하게 이겨내라는 것이다. 시련을 겪어야 진정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고, 고난을 이겨낸 삶은 한층 빛날 것이다.꽁치들이 날아오른다, 푸른 바다에서의 유영을 마치고 푸른 하늘로 비상한다. 한 생을 마치고, 동해에서 발원한 비린 목숨들이 저들의 육신을 가뭇없이 공양하고 간다. 비린 생을 살고도 속 깊이 잘 우러난 향기를 남기고 간다. 나도 향기를 남기고 가고 싶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수필대전, 대나무꽃

입선 박선영 길을 가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황금빛 물결이 시선을 붙든 탓이었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더니 파도가 일듯 바람에 밀려온 빛에 나는 갇혀버렸다.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풍경과 비슷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꽹과리와 북소리도 둥둥~ 울렸다. 그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나는 눈을 감았다. 따사로운 햇볕 속에 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을까.“선영씨, 뭐 하세요? 빨리 와요.” 하는 소리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 어디에도 황금물결은 없었다. 단지 푸른 대숲만이 있을 뿐이었다. 대숲에서 이는 바람 소리가 바스락바스락 들려왔다. 나를 부르며 손짓하던 회원은 저만치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뛰어갔더니 날 의아하게 바라보았다.“대나무꽃을 본 거 같아서요.”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은 대나무꽃을 본 적이 없다며 그런 꽃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하자 그녀는 대나무꽃이 궁금하다며 찾아보겠다고 했다.글공부를 하고 있는 문학회에서 문학 탐방여행으로 경주에 간다고 했을 때 나는 내심 반가웠다. 불국사나 석굴암은 어머니와 인연이 깊어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국사 석굴암보다 천마총 대릉원 가는 길목에서 나는 어머니를 만났다. 대나무 산책로를 걷다 말고 대나무를 올려다본 순간 그곳에 어머니가 있었다. 대나무밭에서 소원을 빌며 치성을 드리고 있는 젊은 여인, 탐스러운 머리를 매끈하게 빗어 쪽을 찌고 낭자에 옥비녀를 꽂은 어머니가 날 향해 웃고 있었다.백여 호가 넘는 집성촌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종가였던 우리 집은 울타리를 대나무로 엮었다. 집 뒤에 대밭이 있어 대나무가 흔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대나무를 보고 자란 우리에게 대나무밭은 놀이터였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울기 좋은 곳이었다. 종부의 시름을 어머니는 대나무밭에 풀어놓곤 했다.어느 핸가 마을에 경사가 났다. 바로 우리 집 대나무밭에 대나무꽃이 핀 것이다. 온 마을이 시끌벅적했다. 윗동네 아랫동네는 물론이고 타촌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꽹과리와 북을 치며 흥겨워했다. 그때 마을에서 제일 높은 어른인 동배 할배가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이 대나무꽃은 상서로운 징조일세. 나라에 큰일이 있었을 때는 꼭 꽃이 피었다네.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쳤을 때에도,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해에도 피었어. 이번에도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본데….” 할배 말에 친척들 시선이 아버지, 어머니에게로 쏠렸다. 그들의 눈빛에는 종가종손에 대한 기대가 서려 있었다.어머니는 종가살림을 지혜롭게 잘 꾸려나갔다. 동네 애경사에도 어머니가 빠지면 안 될 만큼 어머니는 과방(果房)을 잘 관리했다. 배고픈 시절이라 과방에서 인심 난다고, 모든 사람에게 음식을 잘 나눠주는 역할이 중요했다. 바느질 솜씨도 야무져 어른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종가의 대를 이를 아들을 낳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종가에서 제례나 시제를 지낼 때 반드시 종가의 자손이 있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죄인이 된 어머니는 대나무밭으로 숨었다.대나무는 영험한 나무이기도 하지만 생활에도 쓸모가 많았다. 종가에는 손님이 많았다. 손님 접대용으로 죽순은 톡톡한 역할을 했다. 어머니는 술 빚는 솜씨도 뛰어났다. 솔잎을 넣고 지에밥을 쪄 식힌 다음 누룩을 섞어 술 항아리에 담았다. 항아리 위에는 대나무 잎을 덮었다. 이틀간 아랫목에 두었다가 대나무밭에 저장했다. 쌀알이 동동 뜬 달착지근한 막걸리를 아버지는 아주 좋아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남은 막걸리를 되들잇병에 담고 댓잎으로 병마개를 해 놓아두면 발효 식초가 되었다. 미나리 초무침은 까다로운 할머니까지도 웃게 하였다. 된장, 고추장, 김치, 장 항아리에도 댓잎을 덮었다. 그러면 골마지가 끼지 않는다고 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보리밥을 해서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부엌 천장에 매달아 놓기도 했다.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해 대나무를 베어 낚싯대를 만들었다. 물고기 담는 그릇에도 댓잎을 넣으면 비린내가 사라졌다. 대나무는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여름에는 돗자리를 만들어 깔았고 대나무로 만든 평상은 가족의 놀이터였다. 겨울에는 대나무를 쪼개 태극기 창호지를 붙여 태극 연을 만들었다. 방천에 나가 아랫바람이 불면 연을 높이 날려 소원을 빌기도 했다. 어머니와 우리 가족에게 대나무밭은 삶의 원천 같은 곳이었다.어머니는 당신의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결국 작은댁을 들여야 했다. 어머니는 손수 짠 베로 이불을 만들고 베개를 마련해 신방을 차려주었다. 아버지를 그 방에 들여보내고 어머니는 결연히 대나무밭에 섰다. 몸을 정갈히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옥빛 비녀를 꽂았다. 대쪽같이 퍼런 어머니의 모습을 만월이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그런 달을 삼켰다. 흡월정(吸月精)을 하기 위해서였다.흡월정이란 달의 기운을 몸속으로 빨아들이는 걸 말한다. 동지섣달 닷새 동안 달이 만삭처럼 부풀어 오를 때 갓 떠오르는 달을 맞바라보고 선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셔 우주의 음기를 생성해 주는 달을 삼키는 것이다. 여인이 달의 음기를 채우면 그 힘으로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다.어머니가 흡월정을 할 때는 바람마저 숨을 죽였다. 강한 기를 모아야 했기에 어머니는 후들거리며 대나무를 붙잡았다. 곧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강한 의지로 곧추섰다. 다음날은 어김없이 불국사를 찾았다. 법당에 들어가 삼천 배를 하고 석굴암을 찾아 마음을 닦았다. 어머니의 간절함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가슴에 박힌 옹이를 빼기 위한 몸부림, 어머니의 일념은 온통 한곳에 꽂혀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꿈을 꾸었다. 또렷한 보름달이 대나무밭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꿈이었다. 어머니는 얼른 치마를 벌려 달을 받아 안았다. 어머니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지 어머니는 일 년 뒤 아들을 낳았다. 대나무꽃이 핀 건 우연이었지만, 어머니가 보름달을 안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오래 되었지만 대나무를 볼 때마다 나는 어머니를 느낀다. 천마총 대릉원 대나무 길에서 만난 어머니는 그 후 오래도록 내 안에 살아 있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장민숙 초대전 ‘통제된 무질서의 조응’ 오는 17일까지

장민숙 초대전 ‘Controlled Disorder 통제된 무질서의 조응’이 대백프라재갤러리 A관에서 열리고 있다.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마을과 집 풍경을 연작으로 그려오고 있는 장민숙 작가는 2009년부터 산책하는 사람이 주는 일관된 주제를 회화적으로 표현해왔다.이번 초대전에서 작가는 연작으로 이어져 오던 주제에서 벗어나 ‘통제된 무질서’라는 확장된 개념으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현대예술이 추구하는 인간 삶의 본질을 명쾌한 조형언어로 표현하기보다는 기하학적인 형상이나 추상적인 도형을 통해 표현한다.회화에 있어 형태의 개념은 주로 우리의 감각 중에서 시각과 촉각에 의해 지각되기 때문에 색과 함께 대상의 감각적 경험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장민숙의 회화는 개념적 확장이 아닌 거대한 캔버스에 잘게 나눠진 사각형태의 모호한 경계와 낮은 채도의 화면을 배열함으로써 단순한 캔버스 표면이 아닌 그 속에 인간의 근본적인 감성이 깊이 담겨진 원초적 삶의 울타리를 의미한다.반면 색채는 인간의 느낌 즉 인간 정서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우아하고 세련된 정서가 색채로 나타난다며 감성의 사색을 유도해 나가고 있다. 작가는 사각형태 속 색면 추상을 연상시키는 행위를 보여주고 있다.이번 전시는 17일까지다. 문의: 053-420-8015~6.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수필대전 구름이 머무는 절 운부암

입선 박두흥 가을이 저물기 전, 단풍이 안내하는 구불구불한 길을 걷고 또 걸어 남향받이 언덕에 자리한 절집에 도착했다. 마음이 심란할 때면 이곳을 찾는다. 팔공산 비로봉 용맥이 암자의 뒷등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좌우 능선이 청룡 백호가 되어 포근히 감싸주는 절. 그 품에 들어서면 시름이 사라지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가림줄이 쳐져 있는 입구에서 범종 모양의 표지석이 먼저 중생을 맞는다. 가운데 ‘운부 선원’이란 이름이 크고 하얀 글씨로 아로새겨 있다. 그 좌우에 ‘천하명당’과 ‘조사 도량’이란 파란색 글귀가 또렷하고, 작은 글씨로 새긴‘북 마하 남 운부’란 말이 눈으로 성큼 뛰어든다. 스스로 천하명당이라 일컫고 남쪽 최고의 수행처라 할 만큼 바위에 글을 새긴 사람의 자부심이 느껴진다.팔공산의 정기가 모인 이곳은 선승들의 참선 도량으로 유명하다. 복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명당을 찾듯이 선승들이 깨달음에 가까이 가고자 명당인 이곳을 찾아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들 중에는 근․현대의 선지식인 경허, 성철과 같은 큰스님도 계신다. 성철 스님은 여기서 수행이 더 깊어졌으며 이미 오도송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설도 전해진다.세상과 단절되고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이 수행 공간에서 스님은 무엇을 보았을까. 적막한 밤의 유일한 벗은 경전이었을 것이다. 기나긴 시간을 풍광과 물소리를 벗 삼아 자신을 성찰했으리라. 돌아보면, 곱게 키운 난초가 긴 기다림 끝에 꽃봉오리를 터트렸을 때, 나는 그 기쁨을 뭐라 형언할 수가 없었다. 하물며 스님은 평생의 꿈인 불도의 진리를 깨달았으니 그 벅찬 마음이 어떠했을까? 스님께서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토해냈던 오도송 한 구절을 되뇌며 짐작만 해 본다. ‘황하가 역류하여 곤륜산 정상으로 치솟고,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이 꺼지도다.……. ’절 앞에는 계곡물을 막아 조성한 연못이 있다. 하늘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물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까지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못 안쪽에 화강암을 깎아 세운 달마상이 보인다. 머리까지 덮는 긴 승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털북숭이의 우락부락한 얼굴에 입까지 굳게 다문 채 두 눈을 지그시 내려 감고 적정(寂靜)에 들었다. 범상치 않은 형상에 한참을 바라보며 달마가 이곳에 현신(現身)한 이유를 생각한다. 아상(我想)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생이 가련했음인가? 아니면 이곳 선승들의 외롭고 힘든 싸움에 등불이 되어주려 했음인가?궁금증을 안고 ‘불이문(不二門)’으로 다가간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기뿐이다. 문은 세상을 단절시키기도 하고, 또 두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문기둥에 새겨진 주련(柱聯)을 소리 내어 읽는다. ‘탐진치심 내려놓고, 번뇌 망상은 연못에 두고 가라.’ 이심전심으로 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뇌성처럼 정수리를 친다. 욕망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소멸시켜야 번뇌도 망상도 없는 불국토에 닿을 수 있다는 지혜의 말씀이다. 그 지혜를 찾아 얼마나 많은 선승이 이 해탈의 문을 통과했을까.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을 들인다. 돌계단을 올라 마주한 보화루, 단청이 없다. 소박한 게 꾸밈없는 선승을 닮았다. 이름이 보화루인 것은 이 절에 선불교가 퇴락하면서 잠시 화엄사상이 지배했던 자취를 보여준다.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고 누각에 오른다. 가운데 대들보에는 큰북이 매달려 있고 구석진 곳의 다탁 위에는 찻잔이 가지런하다. 그 옆 벽면에 ‘喫茶去(끽다거)’라 쓴 예쁜 나무판이 중생에게 차를 권한다.한 잔 가득 우려낸 차를 마시며 단아하고 고졸한 멋을 풍기는 원통전으로 향했다. 법당 안에 정좌하고 있는 청동관음보살상(보물 제514호)의 자애로운 미소가 중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왼쪽에 ‘운부난야(雲浮蘭若)’란 편액이 걸린 선방이 있다. 흘려 쓴 글씨에 기운이 넘친다. 그 아래 툇마루에 걸터앉아 보화루 지붕 너머 하늘을 바라본다. 풍덩 빠져들고 싶은 푸른 하늘이다. 언뜻 사십오 년 전, 처음 참선을 익히던 시절이 그 하늘에 그림처럼 펼쳐진다.포교당 법당의 차가운 마루에 어린 학생들이 둘러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다. 인생이 무엇인지, 마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기보다 또래와 어울리는 게 더 좋았다. 눈을 반쯤 내리감고 시선은 발 앞에 고정시켰다. 어깨 힘을 빼고 단전으로 호흡했다. 생각을 한 곳에 모으고 화두참구를 하는데 몰려오는 수마를 극복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캄캄한 내면에서 방황하다 탁, 탁, 탁! 따끔한 죽비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곤 했다.차츰 고요 속에서 마음이 집중되었다. 문득, 나는 처음인데도 힘이 드는데 스님들은 이 고행을 어떻게 견뎌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뇌가 생길 때마다 쫓고 또 내쫓고, 모든 것을 비워내야만 부처가 말한 청정의 세계에 들 수 있다는데…. 그날 나는 부처님의 손안에 앉아 어이없게도 수행자들을 걱정했다. 철없던 그때의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검은 머리가 하얗게 변했는데도 자신의 참모습을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각 진 마음이 언제쯤 저 둥글한 산등성이를 닮을지 가끔 내밀한 내 속내가 궁금해진다.영천 은해사의 부속 암자이자 수행처로 알려진 운부암. 711년(성덕왕) 때 의상이 창건했다는 이야기와 809년(헌덕왕) 때 혜철이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천년이 넘도록 계절만 오고 갈 뿐, 암자는 조용히 그 자리에 부처님처럼 앉아 있다.고승들은 수행의 자취를 남기고 떠나갔지만 암자는 여전히 산의 품에서 수행하라는 묵묵한 울림을 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어갔을까. 상서로운 구름이 머무는 절, 운부암은 중생들의 고뇌를 안고 이렇게 또 한 계절을 보낸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국제기계산업대전 5천만 달러 계약추진 성과

지난 8일까지 4일 간 엑스코에서 열린 ‘2019대구국제기계산업대전’에 397개사 참가했고 2만400명 참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전시회에서 참가기업들은 상담액 1억6천125만 달러, 계약추진액 5천838만 달러의 성과를 거뒀다. 자동화, 부품, 로봇 및 기계분야에서 엑스코 1, 3층 전관에서 개최된 이번 전시회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독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북미·유럽 업체의 참가 비중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기계산업 수요-공급기업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국제자동화기기전에서는 공장자동화, 금형 및 절삭가공설비, 공구관련 품목은 물론 물류 및 포장기기관, 레이저커팅장비까지 출품품목과 참가업체를 확대·다변화시켰다. 또 생산제조 전후방 공정 전체를 연결하는 스마트제조·제조혁신 솔루션들을 선보여 참관객의 정보니즈를 충족시켰다. 지역 탄소소재업체들의 제품들을 전시하고 마케팅을 지원한 다이텍연구원,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 및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홍보한 영주시, 금속, 비금속, 복합소재 등 소재·부품산업분야 이업종 기업 간 만든 통합체계인 대구 소재산업 융합유니온을 소개한 대구테크노파크 나노융합실용화센터 등도 참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대구국제로봇산업전에서는 현대로보틱스, 한국야스카와전기, 쿠카, 스토브리코리아 등 글로벌 로봇기업이 참가해 반도체 웨이퍼 이송로봇, 협동로봇, 서비스 로봇, 산업용 로봇 등을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민트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 오토로보틱스 등 기술력을 겸비한 국내 강소기업들이 각사 제품의 차별성을 홍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위아, 두산중공업, 포스코 등 대기업 14개사 참여로 전년 대비 2배 규모가 확대된 대기업 구매 담당자 초청 상담회는 네트워크 확대 측면에서 업체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같은 기간 동시 개최된 2019 대구 글로벌 로봇비즈니스 포럼은 해외 로봇클러스터 참가자 80명과 국내 로봇 산학연 관계자 320명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은 “내년에 치러질 차기 전시회에는 전시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비즈니스상담회 등을 수익창출 기회를 확대해 참가업체들의 전시만족도를 높이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구미시 박정희대통령 102돌 기념행사 축소, 정수대전은 이틀 연기

구미시가 오는 14일 열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102돌 기념행사를 축소키로 했다.숭모제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과 겹치기 때문이다.구미시는 그동안 숭모제와는 별도로 탄신일 기념행사를 생가와 좀 떨어진 박정희 대통령 동상 인근에서 수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로 개최해왔다.하지만 이번 행사는 수능일과 겹치는데다 인근에 시험장인 사곡고가 인접해 있어 추모관에서 숭모제(생신제례)만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다.행사를 주관하는 전병억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장은 “수능시험장이 행사장과 가까워 소음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당일 오전 8시부터 30분간 생가 추모관에서 생신제례만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또 매년 같은 날 열리던 대한민국 정수대전 시상식도 이틀 연기해 오는 16일 오후 2시 새마을테마공원 글로벌관 1층 다목적홀에서 개최키로 일정을 조정했다.한편 지난달 26일 박정희 대통령 40주기 추모제에 참석했던 장세용 구미시장은 수험생 등 격려 등의 바쁜 일정으로 숭모제에는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다.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제9회 한국대학스포츠대전, 9~10일 영주서 개최

제9회 한국대학스포츠대전이 지난 9~10일 이틀간 영주시 국민체육센터 등에서 열렸다.비인기 종목을 활성화하기 위한 한국대학스포츠대전은 2017년부터 한국대학경기연맹 사무국을 영주시로 이전하고 제7회 대회부터 영주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이번 대회는 공수도, 권격도, 카바디, 플라잉디스크, 밸런칭, 플로어볼, 스쿼시 등 7개 종목이 열렸다. 영주국민체육센터, 생활체육관, 철탄체육관, 풍기광복단체육관, 시민회관 등에서 각각 치러졌다.올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러시아, 네팔, 인도 등 8개국 총 700여 명의 선수 및 임원이 참가했다.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공수도는 국제대회로 승격되어 대회 위상이 높아졌다.한국대학경기연맹 회장인 장욱현 영주시장은 “지난해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영주에서 비인기 종목이 인기종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국대학스포츠대전을 정착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이미지 홍보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김주은 기자 juwuery@idaegu.com

홈플러스 블랙버스터 ‘신선식품 대전’

홈플러스가 오는 13일까지 블랙버스터 할인행사 2탄 ‘신선식품 대전’을 펼친다. 이번 할인행사는 신선식품 가운데 뛰어난 품질 경쟁력과 가성비를 갖춘 상품들로 엄선돼 진행된다. 8일에는 제주 밀감(5㎏)을 2박스 구매 시 박스당 7천490원에, 새송이 버섯(2입)은 1천990원에 판매한다. 13일까지 단감(12입)은 2봉지 구매 시 1천 원 할인해 봉지당 4천490원에, 전복 대(6마리)·중(10마리) 각 1만9천900원에, 고당도 레드키위(9~13개)는 7천990원에 선보인다. 블랙버스터 스페셜 패키지 상품을 행사카드 결제 시에는 5%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대규모 물량 사전계약을 통해 초특가에 선보이는 ‘빅딜가격’ 상품도 마련돼 있다. 국내산 돼지 앞다리와 뒷다리를 100g에 각각 690원, 390원에 선보이며, 호주산 안창살과 토시살(600g)을 각 1만6천990원에, 자숙 랍스터(3미) 2만9천900원, 10일까지 호주산 척아이롤(100g)을 1천490원에 판매한다. 이밖에 양송이 버섯, 횟감용 연어, 과메기, 대천김 김자반, 영암 황토 밤고구마, 석류 등 다양한 신선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경주엑스포에 도자기 명인 7인 초대전 눈길

경주엑스포 문화센터에서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도자기 명인 7인 초대전이 열린다.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명인 초대전에는 김대철과 김외준, 안진석, 오정택, 유태근, 이정환, 이희복 등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도자기 명인 7인의 작품 8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전통방식을 유지하며 조선백자를 만드는 김대철 작가는 윤택이 강하지 않은 따스한 유백색 백자 작품을 출품했다. 베일에 싸인 기법으로 알려진 ‘목엽천목’을 재현해 우리나라 도예 산업을 한 발 더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외준 작가는 경주 남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도예가로 ‘솔피문양 도자기’로 유명하다. 솔피문양 도자기는 신라 도공의 흔적을 따라 남산을 오르내리다 발견한 소나무 껍질의 질감을 오랜 연구 끝에 고스란히 도자기 표면에 담아내며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다.안진석 도예가는 조선백자 중에서도 달항아리를 주된 작품으로 빚고 있다.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의 달항아리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미감의 도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다양한 재료와 자유로운 표현 방법으로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오정택 작가는 백색의 달항아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흙의 성질과 장작불의 변화에서 오는 다양한 문양을 추구하며 자연 그대로의 변화를 작품에 담았다.다양한 흙의 질감과 유약의 흐름, 도공의 손자국, 가마의 온도 등을 통해 도자기의 예술성을 높이는 유태근, 이정환 도예가의 작품도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이희복 명인은 “이런 전시회가 자주 열리면 우리나라 도예문화가 융성해지고 ‘21세기의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점찬 심사위원장은 “2013년부터 시작된 도예명인 전시는 1세대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며 “올해는 2세대 대표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로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도예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강조했다.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2019 수필대전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

입선 문은주 선글라스를 벗어 던졌다. 깊은 산 속을 파고드는 가파른 길 끝에 고라니 한 쌍이 구름처럼 노닌다. 산허리를 감돌아 오를 때마다 두루마리 산수화처럼 펼쳐지는 풍경의 무상함에 넋을 놓는다. 느닷없는 불청객이 귀찮은 듯 칡 넝쿨손이 자꾸만 자동차를 건드린다.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있는 이 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재활용 수거함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문의 기사 한 줄은 나의 일상을 방해할 만큼 생각을 지배했다. ‘지구의 자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안동지례예술촌’이라는 제목과 함께 산과 호수를 품은 고택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고택을 방문한 호주 기자의 일화가 적혀 있다. 가만히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구의 자전 소리를 듣고 있냐?”고 물었다는 이 집 주인장의 말을 듣고 나중에 그 말이 기사 제목으로 쓰이면서 많은 외국인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임하댐 건설로 지례마을은 수몰 위기에 처한다. 그곳에는 400여 년의 얼이 담긴 지촌 김방걸의 종택과 지산서당이 있었다. 13대손 김원길은 가문의 터전을 보전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 여기며 그것들을 조각조각 해체하여 마을 뒷산 중턱으로 옮겨지었다. 시인으로 활동한 그는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고택이 예술가들의 활동지로 제격이라 여겨 ‘지례예술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연과 어우러진 고택은 무엇과도 대신하기 어려운 귀한 건축물로 거듭났다. 수장되어 멈출 뻔했던 지촌종택의 역사는 또 다른 스토리를 전개하며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나의 고향 마을은 문씨 집성촌이다. 그곳에는 ‘연화당’이라는 종택이 있다. 사람이 끊이지 않았던 왁자지껄한 종갓집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품었지만 지난한 시간은 종택의 모습을 바꾸었다. 사람의 온기가 떠난 기와집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흘렀던 대청마루는 주저앉고 구부러진 처마 밑에 볼썽사나운 말벌집이 차지했다. 세월의 틈을 메우지 못한 기와는 헐렁거렸다. 떡메를 치던 아재의 인심 좋은 웃음, 솥뚜껑에 전을 지지던 친척 아지매의 모습도 없다.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고 모여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삐걱거리는 정지문으로 달아난다. 안간힘을 쓰며 세월을 견디고 있는 종갓집에는 차곡차곡 쟁여 둔 이야기보따리가 그득한데 누구 하나 들어주는 이 없다. 제멋대로 자란 질경이가 주인 행세를 하며 바람을 붙잡는다.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홍살을 설치한 솟을대문이 보인다. 그 아래에 있는 의자 두 개, 사람의 출입을 방해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의자를 갖다 놓은 이유를 금방 깨달았다. 의자에 앉으니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숨을 멎게 할 정도의 기품 있는 풍광이었다. 산을 품고 있는 호수는 다양한 색채를 풀어내며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윤슬을 낚는다. 여름의 선명하고 힘찬 기운이 고스란히 마음에 들앉는다. 어쩌면 한 번도 닫을 수 없었던 문이었는지 모른다. 문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이 집 전체로 향하고 있다.다급히 들어선 걸음이 마당의 고요를 깨운다. 엎드려 있던 백구 한 마리가 낯선 이의 방문에 고개를 든다.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나의 마음을 들킨 거 같아 미안하다. 개의 눈빛이 온화하다. 맴돌이하는 제비의 날갯짓을 쳐다보는 백구가 초승달처럼 웃는다.댓돌 위에 놓인 하얀 고무신을 싣는 순간, 손님들은 신발 끈처럼 꽉 매어진 세상을 향했던 몸과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지고 종택의 식구가 된다. 별당에 머물렀던 아씨, 사랑채의 손님, 행랑채에 기거하는 머슴이 된다. 방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구조는 자연의 힘을 빌려 비로소 완성한다. 사방에 열린 문마다 들어오는 풍경은 번잡한 욕심을 거두어 가더니 고요한 마음을 돌려준다. 누구나 공평하게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깨쳐준다.우리는 지산서당에서의 하룻밤을 허락받았다. 안동 선비의 기품을 깨치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을 닮은 서당은 반듯하고 고풍스럽다. 기둥의 강건함, 대들보의 묵직함, 서까래의 유연함은 어느 것 하나 돌출됨 없이 제자리를 맞추어 서당의 품격을 높인다. 겹처마가 드리운 긴 그림자가 나그네의 옷자락을 붙든다.고택 담장을 따라 걷는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ㅁ자형의 종택은 한 폭의 수묵화다. 개방하지 않아 더 은밀하고 숨은 공간이 있음을 짐작게 한다. 종손의 안채 살림은 긴 세월을 감내한 인내의 시간이어라. 대대손손 지킨 그 공간에는 15대손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그 아이들의 발걸음에 지례예술촌의 아름다운 동행도 계속될 것이다.고택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사람들은 지구의 자전 소리를 들었을까! 나는 고라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에 차례대로 돋아나는 무수한 별들을 바라본다. 유년 시절, 평상에서 바라본 은하수의 물결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지금 내 앞에 있을까. 문풍지를 타고 올라가는 장수하늘소의 발걸음이 귓전에서 사각거린다. 모두가 쉬이 잠들지 못한 밤이다.“Mom, what's this?”네 살쯤 되었을까.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하얀 고무신에는 다육식물이 촘촘하다. 기둥을 살피고 마루의 나뭇결을 만져보던 외국인 부부가 평온한 얼굴로 소녀를 쳐다본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찾아온 그 아이의 눈에는 이 고택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사람의 온기가 가득한 깊은 산속의 고택에서 나는 고향 마을의 쓸쓸한 종택을 떠올리며 먼 산을 쳐다본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