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10년의 기다림 결실…구미성리학역사관 개관

구미시가 10년을 기다린 끝에 지난 23일 금오산도립공원내에서 제1종 전문 박물관인 ‘구미성리학역사관’을 개관했다.구미성리학역사관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3대문화권 문화관광기반조성사업에 선정된 후 2016년 착공해 4년 만에 문을 열었다.총 251억 원의 시업비가 투입된 성리학역사관은 8만4천285㎡부지에 2천701㎡건축연면적의 규모로 전시관 3개 동(구미역사관, 성리학전시관, 기획전시관)과 체험관 3개 동, 강당을 갖춘 1구간과 카페가 있는 2구간으로 나뉜다.2016년 개관한 야은역사체험관은 부속시설로 운영한다.구미성리학역사관의 전시관 3곳 중 구미역사관은 구미연표, 고지도속의 구미, 문화유산 등을 전시한다.또 성리학전시관은 야은 길재 등 구미 출신의 성리학자와 성리학 관련 자료를 공개한다.또 기획전시관은 연 2~3회 특정 주제를 선보이는 데, 개관기념 첫 기획 전시는 ‘구미의 서원, 금오서원’으로 선정했다.또 체험관은 선비대학, 일반인 강좌, 어린이·가족 프로그램 등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시설이다.구미성리학역사관의 체험관에서는 다른 기관과 차별화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별도의 공간인 2구간에 위치한 한옥 문화카페는 성리학역사관 방문객들이 다과를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구미시는 성리학 역사관 개관을 통해 구미가 조국 근대화의 산실이라는 점 뿐 아니라, 이미 조선시대 성리학 발전의 근원지였다는 사실을 알려 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장세용 구미시장은 “이번 구미성리학역사관이 역사 속에서 생활의 지혜를 배우고 친근감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며 “10년 간의 긴 여정으로 건립된 역사관인 만큼 구미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키울 계획이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성리학역사관 개관식에는 장세용 구미시장과 구자근 국회의원,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 경북도 관계자, 지역유림 단체 등이 참석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기다림의 미학당, 고산2동 희망나눔 곳간에 성금 전달

재테크 정보공유 밴드 동호회인 기다림의 미학당이 지난 16일 행복나눔 곳간을 이용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200만 원 및 치킨세트 쿠폰(255만 원 상당)을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천영애의 영화산책…장예모 감독 ‘5일의 마중’

전쟁과 혁명은 언제나 영웅들의 이야기를 낳지만 그 이야기들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그저 이야기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쟁과 혁명의 뒤안길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정작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 삶이 곧 우리의 삶이기도 해서는 아닐까.누군가는 대의를 위한 전쟁을 불사하자고 말하고, 누군가는 세상을 뒤엎을 혁명을 꿈꾸지만 나는 오늘과 다름없는 내일을 꿈꿀 뿐이다. 전쟁과 혁명으로 내가 얻을 것은 없지만 잃을 것은 많다. 그래서 큰 별 일이 없으면 내일도 오늘과 다름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다.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많은 것을 잃게 만들었다.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부정되고 새 세상을 꿈꾸던 혁명가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혁명일진대 문화대혁명으로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졌는지는 의문이다.이 문화대혁명때 교수였던 루옌스는 유형지로 끌려가고, 펑완위는 남아 딸을 키운다. 춤을 추던 딸은 반동분자를 아버지로 둔 이유로 공연의 주역에서 탈락하는데 어느날 류옌스가 집으로 찾아든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펑은 두려움 때문에 문을 열어주지 못하고, 루옌스는 문 틈으로 쪽지를 하나 남긴다. 그들이 만나기로 한 날, 딸의 고발로 루옌스는 잡혀가고 펑은 기억을 잃어버린다.이후 펑은 그날 루옌스를 위해 문을 열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평생 문을 열어두고 살게 되지만 정작 옌스가 돌아왔을 때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옌스는 펑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편지를 보낸다. 5일에 돌아온다는. 그리고 옌스는 5일에 기차역에서 돌아오는 흉내를 내지만 정작 펑은 그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날마다 옌스를 기다리는 팻말을 든채 역으로 나간다. 펑에게는 매일이 5일인 것이다. 펑의 모든 기억과 삶은 5일에 멈추어 버렸다.펑 역을 맡은 공리와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장예모 감독이 함께 만든 이 영화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짙은 멜로 드라마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기다리지만 정작 그들을 그런 불행으로 끌고 간 것은 혁명이다. 수십년은 기다린 남편이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펑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려는 옌스의 기다림은 가슴 아프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매일이 5일이고, 그래서 매일 남편을 마중하기 위해 역으로 가는 아내가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그녀를 돌보는 한 남자의 삶도 참담하다.세상이 바뀌기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여든다. 그러나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그들은 진정 자신의 소시민적 삶이 희생되더라도 정치적 대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단언코 그럴 생각이 없다. 혁명은 그들의 일이고 삶은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 소시민들이 혁명의 주역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이 영화는 가족과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그들이 있어 세상은 빛나지 않겠는가.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 서구문화회관, ‘제16회 서구미술협회전’ 온라인 VR영상으로 공개

대구 서구문화회관(관장 박미설)이 오는 27일까지 진행하는 ‘서구미술협회전’을 온라인 VR영상으로 공개한다.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서구미술협회전은 이태형 회장을 비롯해 장수경, 구성희, 오순덕 작가 등 협회 작가 15명이 참여한다.코로나19시대에 작은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기획된 이번 작품전에는 이태형 작가의 ‘신모란도(그대에게)’를 비롯해 장수경 작가의 ‘기다림’, 신재순 작가의 ‘이브의 바다’, 조영순 작가의 ‘연, 수련’ 등 자연과 사물, 공간을 주제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서양화 및 조형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서구문화회관은 이번 전시를 홈페이지에 업로드 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시로 진행 한다는 방침이다.류한국 서구청장은 “코로나19로 작품전을 직접 현장에서 관람하는 게 어렵게 됐지만, 온라인으로 어디서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가상현실인 VR로 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문향만리…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게눈 속의 연꽃』(문학과지성, 1990).................................................................................................................. 기다림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클수록 기다림은 애절하다. 미리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마음은 간절한 그리움이다. 기다림이 간곡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발자국 소리에 지극히 민감하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랑이 쉽게 이루어지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핑크빛 마음을 용케 알아채고서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르게 한다. 사랑은 제 때 이뤄지지 않는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기다림의 고통을 안다. 오지 않을까 불안·초조하다. 불길한 조짐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가고 상상은 현실로 다가온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다. ‘머피의 법칙’이 기다림에도 적용된다. 문을 열고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지만 번번이 실망한다. 아무리 건장한 사람이라도 힘이 빠지고 아무리 낙천적인 사람이라도 애간장이 탄다. 기다림에 지치면 전화를 생각한다. 받지 않을까 봐 두렵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용기를 낸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왠지 받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사랑은 모든 것이다. 세상 전부를 준다 해도, 목숨이 끊어진다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할 사랑이라면 애시 당초 시작하지도 않았다. 만남이 성사됐던들 그렇게 애절하였을까. 허나 가슴 속에서만 품어오던 사랑은 더욱 막무가내로 말릴 수 없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주저앉지 않는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지금 마냥 기다릴 때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를 기어코 만날 터이다. 아주 먼 곳에 있어도 상관없다. 사랑은 벌써 오래전부터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으리라. 사랑의 믿음은 확고하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간다. 행여나 길이 엇갈리면 어떠랴. 사랑하는 이여, 그대를 만나러 그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다오. 그대를 만나러 가지 않고는 도저히 배겨낼 수 없다. 불같은 열정을 어쩌랴. 지금 이 순간, 그대에게 가는 것 이상의 의연한 전략은 없다. “기다림이 없는 사랑이 있으랴. 희망이 있는 한, 희망을 있게 한 절망이 있는 한. 내 가파른 삶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게 한다. 민주, 자유, 평화, 숨결 더운 사랑. 이 늙은 낱말들 앞에 기다리기만 하는 삶은 초조하다. 기다림은 삶을 녹슬게 한다. 어디선가 병원에서 또 아이가 하나 태어난 모양이다. 젖소가 제 젖꼭지로 그 아이를 키우리라. 너도 이 녹 같은 기다림을 네 삶에 물들게 하리라.” 시인의 착어는 또 다른 은유를 품는다. 오철환(문인)

리안갤러리 대구, 올해 첫 전시로 조각가 윤희 ‘빗물 화석’ 작품전 선택

“온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액체가 드러내는 모습이 전부 다르다. 작가의 의도는 최소한의 개입이고 ‘우연과 사고’, ‘오랜 기다림’이 동시에 곁들여져야 온전한 작품이 나온다.”리안갤러리 대구가 올해 첫 전시로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 윤희(Yoon-Hee)의 ‘빗물 화석’ (Rain-Fossil)을 선택했다. 19일부터 오는 5월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2018년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국내 개인전으로 최신 조각 작품 11점과 회화 작품 7점이 선보인다.윤희 작가는 조각 형태에 맞게 틀을 만들고 거기에 쇳물을 흘려보내 굳히는 일반적인 제작 기법이 아닌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추나 원형 모양의 주형(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틀)에 고온에서 녹인 청동, 황동, 알루미늄 등의 금속 용액을 여러 차례 반복해 던져 넣은 후 자연스레 흘러내리거나 쌓이고 엉겨 작품의 형태가 완성되도록 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다루기 힘든 재료의 특성 때문에 좀 더 쉬운 작업 방식을 고민하다 마침내 녹인 금속을 일정 주형에 던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을 확립하게 되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이번 전시 표제인 ‘빗물 화석’은 극단의 성질을 가진 무형의 ‘빗물’과 다양한 형태성과 단단한 물질성을 지닌 ‘화석’의 특성을 동시에 시각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같이 작가의 작품은 ‘모순’이라는 일관된 특성을 가진다는 게 리안갤러리의 설명이다.전시작 ‘빗물 화석’은 2003년 처음 착안했으나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10여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작품의 주재료인 청동, 알루미늄, 구리와 같은 금속재료를 계획한 대로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라 물질이 스스로 이끌려 나오도록 상황을 조성한다는 작가는 폐공장, 제철소 등 산업 현장에서 찾아낸 다양한 종류의 금속으로 거대한 블록 형태의 작품을 만들거나 직접 녹인 후 바닥에서 튀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병행했다.녹여낸 알루미늄을 반복해 천장으로 던지는 작업을 통해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액체의 유동성, 흐름이 서서히 응고되어 화석과 같이 단단한 덩어리로 변모하는 순간이 생생하게 작품에 녹아든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에는 액체와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금속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 했을 뿐 아니라 무름과 단단함, 부드러움과 거친 표면의 질감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한편 윤희 작가의 모순적 조형성은 자신이 개발한 검은색 천연 안료를 사용한 회화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이 어느 정도의 형태를 의도하지만 완성된 작품은 사용한 안료의 농도와 그것을 던지는 순간 힘의 세기, 직관적인 방향 선회와 같은 여러 요소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튄’, ‘나선형의’, ‘분출된’과 같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명에 형용사를 주로 사용하는데, 열린 가능성과 다양한 변형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고정된 관점이 아니라 다채롭고 형용 가능한 시각에서 경험하기를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이번 전시를 기획한 리안갤러리 관계자는 “작가는 금속재료가 가지는 다양한 특성이 어떻게 작품을 통해서 드러나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금속을 녹인 다음 주형에 넣어 형태를 만드는 게 일반적인데 작가는 원추나 원형 등 기본적인 틀만 있고 나머지는 ‘기다림’이라는 우연한 결과에 기댄 ‘자연의 법칙’을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